내 짝남은 조폭!?
w.1억
아저씨랑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솔직히 기대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이 빠지는 걸까.
자려고 눈을 감았다가도 계속 아저씨가 떠올랐다.
아저씨가 연애하면 내가 위험한 걸 둘째치고 그냥 내가 싫은 거겠지. 나이도 차이가 좀 나니까..
다음 날에 눈을 떴을 땐 늘 그렇 듯 아저씨가 없었다.
기대를 한 내가 잘못한 거지 뭐..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또 아저씨를 생각했다.
짝사랑 힘든 건 원래 알고있었고.. 아저씨같이 날 쳐내는 사람도 있었잖아. 내가 뭐 그렇지 뭐..
"……."
아저씨는 하루종일 오지 않았고, 밤에 방에서 누워있다가 문 열리는 소리는 소리에 조심스레 나와보면.. 아저씨는 내게 인사도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아저씨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똑같았다.
저녁에 들어온 아저씨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나는 소파에 앉아서 아저씨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아저씨 얼굴 한 번 보고싶어서 이러고 있는 것도 참 웃긴데..
몇시간이 지나도 나오지않는 아저씨에 너무 궁금해서 잠깐 노크라도 해볼까 생각을 했다. 근데 내가 그래도 될까..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엔 못 참고 노크를 한다.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기에 한참을 서있다가 결국 '아저씨..?'하고선 다시 노크를 한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문을 천천히 열었을까, 아저씨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을 마시다가 인기척에 시선을 돌려 나를 본 아저씨는 꽤 많이 취해있었다.
"……."
"…혼자 술마시는 거예요? 저는 또.. 아저씨 혹시라도 쓰러졌나 싶었네요오.. 아저씨 얼굴 봤으면 됐어요. 이틀 동안 아저씨 얼굴 못 봐서 궁금했거든요."
"넌 궁금하면 항상 그렇게 들이닥치고 보냐."
"…네? 아니.. 그런 건 아닌데...그냥.. 아저씨니까요..!"
아저씨가 혼자 또 양주를 한모금 마시고선 나를 보았다. 아무말도 없이 그냥 바라만 보기에 나는 멀뚱히 서서 뻘쭘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본다.
내가 문을 열고 아저씨한테 말을 건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뒤늦게 다른 곳에 시선을 둔 아저씨에 나는 긴장이 풀려서는 웃으며 말했다.
"같이 마시자고 하지 그랬어요.. 혼자 마시고 취하면 재미없는데.."
"…누구 하나 죽인 날에는 마신다."
"……."
할 말이 없었다. 저 말이 마치.. 나를 밀어내려고 하는 말 같아서.
그리고 아저씨는 저런 일을 자주 겪으면서 많이 힘들 건데.. 아저씨 말대로 내가 너무 아저씨에게 신경쓰이기만 하는 존재인 거겠지.
"그래도요."
"……."
"혹시라도 제가 나중에도 아저씨 옆에 있다면요.. 그 때는 혼자 마시지 말고, 같이 마셔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요."
"……."
아저씨는 내 말에 대답도 없었고,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잘 자요'하고선 문을 닫고 방에 들어왔는데 한숨만 나왔다. 내가 어쩌다 아저씨한테 이렇게 빠져버려서 말이야.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또 아저씨가 없는 걸 확인했고, 내 마음도 정리를 했다.
아저씨는 어차피 나에게 마음조차 없으니 나도 더이상 헛고생을 하지 말자고 정리를 해버린 것이다.
- 그래 3시간 뒤에 도착하니까 대충 정리해놔~
아빠와 통화를 끝내고선 집에서 나온 나는 문 옆에 서있는 철용이라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어디 가냐는 듯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저씨.. 한테는요. 그냥.. 본가에 내려간다고 전해주세요. 어차피 저 없어져도 신경은 안 쓰시겠지만.."
"……."
"저 혼자 아저씨 좋아한 거니까. 다들 아저씨 이상하게 보고 그러시지 말아주세요..! 저 이제 아저씨 안 좋아해요. 저랑 엮일 일도 없구요.."
"……."
"안녕히계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꾸벅- 허리 숙여서 인사를 하고선 계단을 밟고 내려오면 그 때랑은 다르게 다른 부하 직원들은 없었다.
아무래도 해결이 잘 된 건가.. 아니면.. 어제 아저씨가 죽이고 왔다는 사람이.. 아니야 생각하지 말자.
내가 저렇게 말을 하고 나가도 붙잡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러지도 않는 걸 보니, 정말 괜찮겠지 싶다.
"나한테 미안해서 더 일하려고 하는 거면 괜찮아. 급한 일이면 오늘만 나와도 돼."
"아, 그러면 사장님한테 너무.."
"괜찮아. 나 너 없어도 일 잘 해. 나 혼자 하는 거 심심해서 알바 구한 거야."
"…아."
"오늘 돈도 바로 보내드릴게요~ 그 때 놀았던 거 까지 다 포함해서."
"네? 아, 아니예요! 그 때는 일을 안 했는데.."
"나랑 놀아준 거니까 돈 줘야지."
사장님은 끝까지 나에게 좋은 사람이다. 비록.. 어제 이후로 아저씨와 마주치는 일도 없었고 연락도 안 왔기에 우울했는데.
사장님 만나니까 조금 풀리기는 했다. 집에 혼자 있었으면 또 울 뻔...
"그럼 학교 갈 때 가끔 카페에 들려."
"그럴게요! 가깝기도 하니까요."
"다행이다. 그냥 끝이라고 했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그래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저 진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아무것도 아니긴! 너 진짜 재밌는 사람인데? 아마도 본인만 모를 걸? 주변 사람들이 너랑 있으면 자주 웃지?"
"…자주요?"
주변 사람들이 나랑 있으면 웃었나.. 가영이도.. 다른 친구들은 그랬지만...
아저씨만은 내 옆에서 웃은 적이 없었다. 웃어도 비웃는 수준이었으니..
"난 너만 보면 재밌던데. 무진장 웃긴 건 아니고 그냥 가끔 뻘하게 웃긴 정도?"
"감사합니다아.."
"모레 개강이라고?"
"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데.."
"통학버스 타나?"
"아뇨오.. 타도 되는데 자취하느라 통학 타본 적도 없고 그래서요.. 그냥 헛고생 좀 해보려구요. 버스타고 다니려고 해요."
"너무 피곤하겠다."
"네.. 좀.. 그럴 것 같기는 하죠? 통학버스 알아봐야겠다..그냥.. 버스 내려서 또 버스타고 학교까지 갈 생각하면 토할 것 같아요."
"내리면 내가 학교까지는 데려다줄게."
"네? 정말요? 그래주실 거예요?"
"와 바로 덥썩 물어버리네. 거절 안 해?"
"하핳...."
"어쭈.."
사장님이 내 볼을 잡아당겼고, 나는 아아아- 하고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 한 번 해본다.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또 우울해? 요즘 밝은 모습 보기 힘들다?"
"네? 저 우울해보여요?"
"응."
응- 하고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이는 사장님에 나는 아.. 하고 멈춰있다가 곧 어색하게 하하하하! 웃으며 말한다.
"아닌데!!!!"
"그러지 마. 무서워."
"…네에."
시무룩해 있다가도 사장님이 웃으면서 나도 웃어버린다.
사장님은 신기하다. 같이 있으면 편한 것도 있고, 웃음도 나온다. 나도 아저씨한테는 저런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 아니야! 뭘 자꾸 아저씨 타령이야. 그만.
"고생했어. 가끔 너 찾는 남자 손님들 꽤 있던데 그 손님들은 다 안 오겠네."
"네에....? 에이.."
"ㅋㅋㅋㅋ 알바 하려고 만원주고 버스 타고 온 거야?"
"네에.."
"집 갈 때 또 만원. 그럼 왕복 이만원! 어유... 돈도 많아."
"어쩔 수 없잖아요..ㅎㅎ 알바니까..."
"그럼 오늘 마지막이니까 집 데려다줄게."
"아, 아니예요! 안 그러셔도 돼요!"
"오늘도 내 도움 받고, 앞으로도 아침마다 내 도움 받아. 받을 때 한 번에 그냥 쫙! 받으라고."
"…그래도 죄송해서."
"아니 죄송하면 아침에 절대 안 태워주지."
"안 죄송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어쩌면 나는 아저씨같이 말도 없고, 정도 없는 사람 보다는..
말도 계속 걸어주고 정이 많은 사장님을 좋아하는 게 더 맞았을 수도 있지.
그럼 차여도 덜 슬플 것 같은데. 아저씨한테는 너무 큰 상처를 받은 느낌이 커서..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조심히 들어가."
"넵."
"평화야."
"네?"
"너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겠지만, 힘든 일 있고, 누구한테 말할 수 없는 얘기 같은 건 나한테 말해도 돼."
"네...?"
"요즘 컨디션 최악인 것 같아서 신경쓰여서 그래."
사장님이 나를 한참 바라보았고, 난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대충 나도 사람인지라 사장님이 왜 나에게 저렇게까지 걱정을 하고, 신경을 써주는지 알 수는 있었다.
대충 느낌으로 알 수가 있는 거지..
"내일 봬요!"
"그래. 내일 버스타면 연락 줘."
"네!"
마음을 먹었다. 무슨 마음이냐고?
아저씨한테 마음 주는 건 이제 진짜 끝이다. 집으로 내려와서 아저씨 생각도 안 하고 다른 일들을 했더니 별 생각이 안 들었다.
아저씨랑은 어차피 못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나 학교 안에는 처음 들어와봐. 안에 예쁘네."
"그쵸! 산책하기 딱 좋아요 여기는."
"나중에 한 번 산책하러 와야겠네."
"혼자요?"
"그냥 하는 소리지. 그거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
"…앗."
"같이 하던가."
"전 상관없어요..! 밥 먹고 소화 시키기 딱 좋아서.. 그 날엔 제가 밥 살게요!"
"그래? 비싼 거 먹어야지."
"그래도 돼요!"
"뭐야 진짜야? 한우 먹는다 그럼."
"^^..네."
"이 악물었네?"
"제가 언제요!!"
"ㅋㅋㅋ얼른 가!"
"네엡..! 데려다주셔서 감사합ㄴ.."
"아주 생각날 때마다 고맙다고 인사할 거지?"
"하하하하하.."
사장님이 손을 흔들기에 나도 따라서 손을 흔들었다. 사장님도 참 진짜 같이 있으면 힘든 일은 하나도 생각 안 난다니까. 신기하게..
"그래 뭐가 어떻게 됐던~ 나한테 잘해주는 남자가 최고야. 그 깡패 아저씨도 나쁘지 않았지만, 무뚝뚝한 것도 잠깐 좋은 거지~ 그냥 카페 사장으로 갈아타자."
"사실 정확한 것도 아니야. 그냥 느낌이.. 그랬다는 거지.."
"그게 너한테 관심 없는 거면 어장이지."
"그런가..?"
"그래!"
"그렇겠지?"
"그래애!!"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가영이랑 있으니까 더 괜찮은 거지.
"한평화!! 오늘 노래방?? 피시방까지??"
"콜!!"
내가 아저씨 잊는다니까 가영이가 많이 도와줬다. 덕분에 하루종일 노느라고 정신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8시 정도 돼서는
"사장님!!"
"안녕하세요~ 이야 평화한테 들은 그대로 딱 훈훈하게 생기셨네에~"
"아 진짜요? 내 극찬을 하고 다니나보네~ 평화가."
사장님 카페에 놀러가서는 커피도 마시고, 대화도 많이 나눴다. 사장님은 나한테 대하듯이 가영이한테도 편하게 대했고, 그 덕분에 가영이도 사장님을 마음에 들어했다.
"집에 데려다줄게. 시간도 늦었으니까."
"아, 전 괜찮아요. 집이 너~무 가까워서. 평화만 데려다줘요."
"그래도 데려다줄게요. 가까워도 편하게 가면 좋잖아."
"어우~ 아니요? 평화랑 단둘이 가요~~"
가영이가 저 말을 하고선 급히 카페에서 나갔고, 나랑 사장님은 서로 뻘쭘하게 바라본다.
아니 문가영.. 진짜 왜 저래애애애애.
"다 도착하셨어요~"
"아, 네...넵..."
"다 졸았어?"
"핳.. 안 졸았는데.."
"ㅋㅋㅋ눈 반쯤 뜨고 안 졸았다고 하면 누가 믿어?"
사장님이 내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말했고, 나는 괜히 이 상황이 창피하다.
집까지 데려다주는데.. 자면 안 되는데 계속 눈이 감기니까...
"근데 진짜.. 피곤할 건데.."
"아니 운전 2시간 한다고 피곤해서 죽는 사람 없잖아."
"그럴 수도 있잖아요.."
"죽으라는 소리로 들린다?"
"헐 아닌데요!"
"ㅋㅋㅋㅋㅋ."
"ㅎㅎㅎ.."
뭔가 내려야되는데 서로 아직 대화가 안 끝난 느낌이 너무 들어서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상대방 배려하는 걸 진짜 좋아하는 사람인데."
"…네?"
"내가 좋아하는 감정이 너무 크면 배려하는 게 힘들더라고."
"……."
"너 부담스럽게 할 생각은 없어. 네가 잘 되어가고 있는 사람이랑 잘 돼도, 안 좋게 돼도 상관 없고. 그냥 내가 너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네."
"……."
"잘 안 돼서 정말 갈 곳이 없으면 와도 돼. 너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나랑 만나보자는 말 하는 거 싫어. 너 좋아하다가 지치면 알아서 관둘게."
"…아."
"……."
"네."
"뭐야 대답이 그게 끝이야?"
"네? 아, 아니.. 너무 당황스러워서...핳..."
"너 답다 ㅋㅋㅋㅋ."
"사장님도요! 완전 사장님 같은 고백...이었어요..ㅎ..ㅎ...."
"ㅋㅋㅋㅋㅋㅋㅋ우리가 생긴대로 노나?"
"ㅋㅋㅋㅋㅋㅋ."
역시 사장님이다. 고백했는데도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니.. 어떻게 그러지.
차에서 내린 지훈이 피곤한지 인상을 쓴 채로 철용을 내려다보았고, 철용이 급히 허리를 펴고선 긴장한 듯 지훈에게 말한다.
"아침에 터미널에서 카페 사장이 평화씨를 학교까지 데려다줬습니다. 그리고 평화씨는 친구랑 노래방에 간 후에 피시방에 갔고, 피시방에서 저녁을 해결한 뒤에 바로 카페 사장에게 갔습니다.
카페 사장과 셋이서 대화를 나눈 후에 사장이 평화씨만 집에 데려다주었고, 30분 정도 차에서 대화를 했습니다."
"뭐가 그렇게 디테일해. 대충 동선만 파악하라니까."
"예?"
"시키는 것만 하라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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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헣 ㅓ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하달ㄲ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