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김 여주입니다."
난 이 전화를 받아서도 안 됐고, 전화를 받고 나서도 그냥 존나 싫다고 했어야 했어.
나는 바닥에서부터 악쓰고, 깡으로 푸대접 받으면서도 이 직업이 좋아서 꾸역꾸역 참았다.
결국, 내 깡이 인정받은 건지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포토그래퍼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존나 보기만 해도 빡치는 탑 모델과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
"싫으면, 그대로 나가. 난 또 탑 모델이라길래 외국 모델이라도 오는 줄 알았지."
"지금 저 무시하는 거예요?"
"아니, 그냥. 탑 모델처럼 안 생겨서. 싫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너 뒤에 있는 문 열고 나가세요."
"싫은데요?"
탑 모델은 개뿔. 얼어 죽을 싸가지로 탑 먹었나 이 새끼는.
"저... 작가님~ 오늘 민규가 컨디션이 안 좋.."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일정을 차라리 미루자고 하시지 그랬어요? 컨디션 난조 면 원래 싸가지가 없나요."
"하하... 오늘 촬영장 내에서만 하나요?"
"제가 다 보내드렸잖아요. 오후에 야외 나간다고."
"아.. 그랬죠. 네.."
싸가지의 매니저가 와서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하는데, 오늘이 아니면 내일 당장 지구가 와장창하는 것도 아니고,
날짜 미루자 하면 흔쾌히 해 줄 텐데 그런 말 한 마디도 없이 쟤 인성을 가져다가 컨디션 탓하니 어이가 없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 김 민규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뭐야, 그쪽 벌써 나한테 반한 거야? 왜 자꾸 쳐다봐요?"
"미친 새끼.... "
"어쩜~ 욕하는 것도 멋져."
네 싸가지가 없는 탓은 빈 공간에 똘끼가 가득 채워져있어서 구나.
내 어이없음을 느꼈는지, 메이크업 수정을 하던 코디들은 퍼프로 김 민규의 입을 두드렸다.
"아! 누나! 이러면 저 이거 다 먹게 되잖아요!"
"니가 안 먹으면 되잖아."
쟤 코디들도 힘들겠다. 저 새끼 투정 받아주려면.
"옷 갈아입는데 한 시간이 걸려?"
"한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라 참을성이 없는 거 아닌가?"
"그러면 너 옷 갈아입을 때마다 기다려줘야 해? 싫으면 당장 캔슬하고 다른 포토그래퍼 알아보던가."
"그렇게 해."
"야! 김 민규! 조용히 해! 아유... 작가님.. 죄송해요. 쟤가..."
"변명은 필요 없어요. 쟤가 싫다는데 지금이라도 캔슬하죠."
나와 김 민규의 신경전에 매니저가 쩔쩔매며 달려왔고, 내 말에 매니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김 여주 입니다."
'작가님, 저예요.'
"실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하실 정도로 쟤 아니면, 돈 끌어모을 얘가 없나보네요."
'하하.. 작가님, 죄송하지만 캔슬 못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직접 저 싸가지한테 캔슬 못 한다 전하세요."
'네, 작가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야, 너네 회사에서는 죽어도 캔슬 못 한다니까 닥치고 있지?"
"이야, 그쪽 좀 쩌는 사람인가 보네? 우리 회사 실장도 쩔쩔 매는 거 보면."
"어, 네가 그쪽이라고 부를 만큼 낮지 않은 사람이라. 호칭 똑바로 하지?"
"그쪽도."
"내가 너한테 모델님이라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잘 생각해. 누가 갑인지 지금."
"민규야, 네가 백 번 꿇고 들어가."
매니저가 그를 말리다가 그의 핸드폰에서도 전화가 울렸다.
나와 김 민규 때문에 조용해진 주변 탓에 그의 통화가 여기까지 들렸다.
'김 민규!! 너 처음에 안 이랬잖아! 조용히 하고 그냥 해! 흔치 않은 기회야!'
"흔치 않은 기회에 내 자존심을 팔아 넘기는 거야?"
'너 거기서도 그쪽, 그쪽 했지!? 작가님이라는 호칭 똑바로 써!'
"저 사람이 진짜 존나 대단한 사람이긴 한가 보네? 실장님이 이 정도로 날뛰는 게."
그는 한참을 통화하더니 나를 보며 피식 웃고, 전화를 끊었다.
"작가님, 미안."
"허."
그는 웃으며 미안하다며 말했고, 나는 얼이 나갔다.
결국 기나긴 신경전 끝에, 촬영을 시작했다.
하다 보니, 왜 탑 모델인지도 알 것 같기도 하...
"작가님, 빨리빨리. 여기 답답해."
몰라 시발.
탑 모델이라던 수식어에 맞게 내 지시대로 빠르게 표정과 동작들을 취했다.
그는 중간중간 메이크업 수정 때마다 나를 쳐다봤다.
"뭘 봐. 불만 있어?"
"아니."
짜증 나게.
24년 살아오면서 키 때문에 기죽어 본 적 한 번도 없는데.
실내 촬영을 마치고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느라 옆에 온 김 민규가 확인을 모두 끝내고, 숙인 상체를 다시 일으켰다.
일으켰는데...
"대박. 작가님 왜 내 명치 보고 있어? 응~ 어딨지~?"
"후....."
"짱짱 쎈 김 여주 작가님 어디 있어~?"
그가 상체를 일으켜서 바르게 서는데 동작이 꽤나 위협적이어서 깜짝 놀라 김 민규를 쳐다봤는데.
김 민규가 입은 까만 셔츠 때문에 눈앞이 까맸다.
... 수치야.
계속 웃으면서 내 키를 가지고 놀리는 김 민규를 매니저에게 눈치를 주어, 벤으로 보냈다.
이제 막 스무 살 이라던데.... 스무 살한테 농락당한 기분.
.
야외로 이동하니, 그를 알아 본 팬들로 인해 소란스러웠다.
소란스러운 것 까지는 나도 옛날엔 아이돌 좋아했으니 이해하겠다만, 배경에까지 난입하는 팬들 때문에 약간 화가 났다.
"팬 여러분! 저 지금 일하고 있으니까 잠시 나와줄래요?"
존댓말을 다 쓴다 얘가..
탑 모델이기 전에 아이돌이어서 그런지, 확실히 아이돌은 팬들에게 백 번 천 번 꿇는구나.
"포즈 취해."
"응."
"아...."
"왜?"
주변이 약간 잠잠해지자, 김 민규에게 포즈를 취하라 한 후 촬영을 했는데.
촬영하는 동시에 팬 몇 명이 배경으로 들어와 찍혔다.
지나가는 척이라도 하던가, 왜 너네가 브이를 해.
"김 민규, 1분 이내로 주변 싹 정리 안 하면, 사진 전부 지우고 캔슬이야."
"하튼, 작가님 성깔 진짜.."
'아줌마 뭔데 우리 오빠한테 명령해요!?'
".....?"
옆에 있던 팬의 말에 매니저는 물론, 김 민규까지 당황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데 대놓고 화도 못 내고.
앞머리를 연신 쓸어 넘기며 화를 삭이고 있는데, 김 민규와 매니저가 빠르게 주변을 정리했다.
"여러분, 여기 넘어오시면 화보 촬영이 어려워요~ 내 화보 기다리고 있잖아요 다들!"
'네!! 오빠!!! 꺅 꺅!!!!!'
"작가님.. 다시 촬영.."
"네."
매니저의 말에 다시 촬영을 시작했다.
"산만해, 흔들지 마."
"빨리 빨리 끝내, 여기 너무 쌀쌀하.."
"아깐 답답하다며."
"그런가. 아이쿠! 작가님 어디 있어.."
"그만 해. 그만."
이제 노을을 배경으로 찍어야 하기에, 그동안 야외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산만하게 몸을 흔들며, 사진을 보는 김 민규에게 뭐라 하자, 상체를 일으킨다.
그런 김 민규의 등을 잡고 다시 숙이자, 그는 조용해졌지만 팬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우리 오빠 돈 터치!!!!!!!'
'꺄악!!! 손대지 마!!! 안 돼!!! 오빠!!!!'
"별 지랄이다.. 쟤넨 집에 안 간대?"
"몰라. 그래도 내 팬들이야."
"지 팬이라고 감싸는 거야?"
"나는 작가님 팬이고."
"미친."
나를 보며 말하는 김 민규다.
꽤 이른 시간에 촬영을 시작해서 인지, 김 민규가 그만큼 잘 해서 빨리 끝난 건지.
해가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작가님! 밥 먹자, 밥."
"스텝들이랑 가서 먹고 와."
"작가님은 안 먹어?"
"생각 없어."
지쳐 보이는 스텝들에게 밥을 먹고 오라고 하려는 찰나, 김 민규가 밥을 먹자고 보챘다.
딱히 생각이 없어, 스텝들과 먹고 오라고 보내니까 가는 내내 뒤돌아서 나를 쳐다본다.
"아줌마 안 가요?"
"왜 자꾸 아줌마래. 죽을래?"
"아니, 오빠랑, 스텝분들 다 밥 먹으러 갔잖아요."
"생각 없어."
"에이..."
"너도 밥 먹고 오지그래? 팬질도 밥은 먹고 해야지. 이거 먹을래?"
"뭐예요?"
"마들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아, 카라멜 마끼아또 마시고 싶다."
김 민규를 따라간 팬들 사이에서, 혼자 남아 나에게 말을 거는 팬이 있었다.
나도 어릴 땐 막 오빠들 따라다니고 그랬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준 마들렌을 먹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막 두들겼다.
"뭘 그리 두들겨."
"오빠 트위터 알림 떠서요."
"김 민규?"
"네. 아줌마, 마들렌 엄청 좋아하나 봐요?"
"아줌마 아니야, 너네 오빠보다 네 살밖에 안 많아."
"많네.."
주머니에서 계속 마들렌을 꺼내어 먹다 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다.
에이씨...
"작가님, 제가 여기 보고 있을 테니 좀 쉬다 오세요."
"그래줄래요? 고마워요."
평소에 도시락을 싸먹는 스텝이 장비들 사이에 남아있겠다 해서, 근처 호수로 이동했다.
포토그래퍼 하겠다고, 가족들 다 있는 미국에서 혼자 한국으로 와서 힘들 때마다 여기를 왔었는데.
주변으로부터 무시당하다가, 이제는 각종 아부와 사탕발림들에 띄워지고 있다.
나와 친하지 않지만 말 한 번 해본 사이 가져다가 친하다며 으스대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나한테 맞춰서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당연한건가?
"작가님! 왕따야!? 왜 혼자 여기 있어~"
"뭐야."
"작가님, 이거 마셔."
"빈속에 커피 마시고 죽으라고?"
"응."
혼자 추억팔이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잔디 저벅 거리는 소리가 났고 김 민규가 내 옆에 털썩 앉았다.
그러더니 나에게 카라멜 마끼아또를 건넸고, 내가 웃으며 틱틱 대자 마들렌을 입에 넣어주었다.
"작가님, 애 같아. 단 거 먹고 흐흐흐 웃고."
"조용히 해. 너 아까부터 계속 반말 쓴다?"
"작가님 나랑 동갑이잖아."
"나 스물 넷이야."
"우와.... 헐..... 싫어, 그래도 존댓말 안 써."
"얼씨구?"
"거리감 느껴지잖아!"
여태 내 나이를 몰라서 반말 쓴 거였니.
깜짝 놀라는 김 민규는 딱 스무 살 같았다.
좋겠다, 스무 살이라.
"야, 스무 살. 좋냐?"
"아니, 별로야."
"왜. 성인이잖아."
"성인이 되어도 자유롭지 못 하잖아. 매일 스케줄 끌려다니고."
"하고 싶어서 했으면서 투덜거리네?"
"그래도 쉬고 싶어."
"스무 살 일 때 실컷 놀아. 뭘 해도 이제 스무 살이니까 용서가 될 때잖아. 스무 살 끝나면, 그것도 아니야."
"왜?"
"스무 살 일 때는, 그래. 막 성인 됐으니까 즐기게 두자 하지. 하지만, 스물한 살 되면 그때는 또 달라져. 스물한 살이나 먹고 그러고 있다고."
사실 나에게 스무 살은 없었지만.
남들 다 놀 때, 혼자 욕먹고, 무시당하면서 일했으니까.
"내가 애냐? 내가 먹을게."
"아, 싫어. 빨리 아 해."
말하는 내내, 내가 마들렌을 삼키면 입에 넣어주고, 삼키면 또 넣어주고.
내가 직접 먹겠다니까 죽어도 싫다며, 넣어주고 있다.
"내가 마들렌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카라멜 마끼아또도."
"어... 음... 작가님 초딩 입맛 같아서."
"죽을래?"
"아니."
"일어나, 슬슬 해 떨어진다."
이야기를 하다가, 해가 떨어지길래 일어났다.
뒤따라오면서 번호를 달라는 김 민규의 말에 연신 싫다 하고, 가는데.
"작~가~님~ 번~호~ 줘~어!!!"
"미친 새끼."
"번호 줘어!!!!"
"계속 그러고 있어라?"
"줘어!!! 줘!!! 줘어!!!!!!!"
"아!! 진짜!! 핸드폰 내놔!"
"남자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앙탈 부리면서 달라고 투정 부리는 김 민규에, 결국 핸드폰에 번호를 찍어줬다.
"연락하지 마, 죽여버릴 거야."
"그러면 번호 받은 의미가 없잖아.. 이거, 작가님 번호 맞긴 맞아?"
"맞아."
"거짓말."
"삭제해?"
"아니, 가자."
아직 고딩티를 못 벗었네.
탑 모델이면 뭐 해. 고딩티 못 벗은 갓 스물에, 투정 부리기나 하는데.
노을씬에서는 여자 모델과 함께 촬영을 하기에, 조금 전에 도착한 여자 모델과 함께 촬영을 시작했다.
"후어....."
"아! 좀 붙으라니까!? 김 민규! 옆으로 도망가지 말라고!"
"더 붙으라고...?"
"어. 내가 둘이 연애하라는 것도 아니고 좀 붙으라는데!"
"아, 알겠어. 화 좀 내지 마. 진짜 무서워 죽겠네."
좀 다정하게 붙으라니까 붙지도 않고, 여자가 옆으로 붙으니까 옆으로 조금씩 도망가는 김 민규에 아까와 다르게 촬영이 길어졌다.
"아!! 좀! 노을이라 해 떨어지면 내일도 찍어야 하잖아!"
"내일 찍어!"
"싫어!!! 나도! 내일 쉬어야지!!!"
"내가 안 쉬니까 작가님도 쉬지 마!!"
"죽을래!?"
"싫어! 내일 찍어! 나 못 하겠어!!!"
"하..... 시발.."
"헐, 매니저 형아! 작가님 욕 했어!"
해 떨어졌다... 시발 내일은 좀 자려니까..
못 하겠다면서 투정 부리는 김 민규에 노을씬은 무슨..
여자 모델도 짜증 난 것 같았지만, 신인이기에 계속 조용히 참는 것 같았다.
"아! 여자는 뭔 죄야! 쟤도 빨리 끝내고 쉬어야지!"
"언제부터 작가님이 남 생각했다고!"
"지금부터 했다 왜! 뭐! 빨리 찍자? 그나마 해 떠 있을 때?"
"저, 죄송해요. 내일 촬영 가능하세요?"
"아, 전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내가!!"
김 민규는 여자 모델에게 미안하다 했고, 여자 모델은 웃으면서 괜찮다며 자리를 피했다.
팬들의 수군거림도 커져갔다.
'아줌마 성깔 더럽다.'
'초딩 같이 생겼는데.. 우리 엄마보다 무서워..'
"제발. 민규야, 빨리 좀 끝내자."
"대박. 작가님이 처음으로 성 떼고 이름 불러줬어."
"그러니까 지금 빨리 찍고 끝내자."
"싫어. 내일 하자 내일."
"...그래라. 내일 해. 내일!!! 내일 늦기만 해 봐!"
결국, 김 민규의 투정에 두 손 두발 다 들었다.
장비를 모두 치우고, 정리 한 다음에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안 한다는데도 카톡을 읽지도 않고.
네 살 이나 어린애한테 반말까지 받고 진짜 싫어, 김 민규.
"아악!! 개새끼!!! 진짜 싫어!!!!"
진짜로 내일 모델 하게 되면 어떻게 해 시발 진짜.
아까 여자 모델은 어떻게 하고?
내가 이래서 좀 유명한 애들을 싫어하는 거야.
신인 애들은 착하고, 자기감정 다 숨기고 일하는데.
무엇보다 나는 아까 여자 모델이 마음에 들었단 말이야.
설마 진짜 촬영할까 하는 생각에 이불만 퍽퍽 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그래, 이렇게 귀여운 맛이 있어야지...
얘들은 화 안 나겠어? 불러줘서 기쁜 마음에 왔는데 촬영도 안 하고 가라고 하니.
핸드폰 와이파이와 데이터를 모두 꺼버리고, 무음까지 하고, 알람을 설정한 뒤에 눈을 감았다.
아, 차피 오후인데 알람 설정 괜히 했나.
.
눈을 뜨니, 알람도 무시한 채 잔 것 같았다.
시간이 1시인 것을 보니.
늦어도 4시에는 촬영하러 가야, 시간에 맞게 할 수 있어서 천천히 준비를 시작했다.
머리도 감고, 샤워도 마치고, 편한 옷을 입고 있었다.
'빵빵!!!'
'빵!!!!!!!!!!'
'빵!!!빵빵!!!!!'
"누구야!!!!"
"누나!!!!"
"이 미친놈아!!"
밖에서 계속 시끄럽게 울리는 클락션 소리에 창문을 열고 소리치자 벤에서 김 민규가 나왔다.
자신의 핸드폰을 가리키길래, 내 핸드폰을 들어 와이파이를 켜자, 카톡이 와있었다.
70개가 다 똑같은 말이었다.
'나와.'
정말 이거 밖에 없었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김 민규를 째려봐준 후에, 옷을 갈아입었다.
말리기만 해둔 머리에 고데기도 잊지 않았다.
코트 주머니에 있는 틴트를 나가면서 빠르게 발랐다.
김 민규는 까만 마스크를 쓰고, 벤에 기대서 있었다.
다리 기네..
"오, 빠르네?"
"원래 이럴 땐 빨리 나오는 게 예의야."
"화장을 안 해서 빠른 건가."
"어. 근데 왜 온 거야."
"그냥요."
?
그냥?
이 시간에 나를 뛰게 해 놓고 그냥?
"타."
"싫다."
"타."
"싫어."
"그러면 벤 쫓아서 뛰어 오던가."
"잘 가."
벤에 타라는 김 민규의 말에 싫다 하니, 문을 닫고 출발하려 했다.
아쉬울 게 없으니.
예의 상 손을 두 어번 흔들어주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벤이 급하게 후진을 하더니 김 민규가 튀어나왔다.
"와, 진짜 누나 매정해.."
"어. 아쉬울 게 없으니까."
"다른 여자 작가들이나 연예인들은 그냥 타거나 튕기다가 쫓아오는데.. 쿨해.."
"상습범이네?"
"누나, 여자 맞아? 나한테 욕하고, 이렇게 튕기는 여자 없는데."
"나 트랜스젠더야. 빨리 꺼져."
"아, 모르겠다."
"아이!! 야!!!!"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니까, 김 민규가 나를 들쳐메고는 벤으로 뛰어서 나를 벤에 태웠다.
"어디 가는데."
"카페."
"왜?"
"그냥 조용히 좀 가자. 맨날 왜? 왜?"
"맨날은 무슨, 너랑 나 어제오늘 본 사이야."
"헉. 너랑 나래.. 우리?"
"미친 놈."
"그보다, 너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어?"
"비밀."
벤은 주위를 보고 돌아가는지, 좀 오래 걸려서 카페에 도착했다.
하지만, 또 내가 먼저 내리고 나서 한참을 돌다가 먼 곳에서 김 민규를 내려주었다.
앞 문으로 들어가라는 카톡을 받고, 먼저 카페에 들어 가 있으니 카페 뒷 문으로 김 민규가 들어왔다.
"이렇게 고생할 거면 그냥 집에 있지."
"싫어."
"다 싫지? 다 싫어?"
"아니, 누나는 좋아."
에휴 또라이...
"뭐 마실 거야."
"초코라떼, 휘핑크림 많이."
"초딩."
"뻐큐."
김 민규는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하고 왔다.
"누난 나 싫어?"
"몸을 배배 꼬고 지랄이야. 싫어."
"난 누나 좋다니까?"
"난 싫어."
"진짜 너무하다."
"네 살 이나 차이나는 애는 더 싫어."
"나 애 아니야. 성인인데? 키도 누나보.."
"그래, 애어른."
김 민규의 시선을 무시한 채 핸드폰만 하고 있다 보니, 음료가 나와 김 민규가 가지고 왔다.
"남자친구야? 왜 자꾸 폰만 봐?"
"그러면 내가 널 보리?"
"응."
"싫어."
"그래라, 초딩입맛. 폰이나 실컷 봐라."
"실컷 볼게. 방해하지 마."
"아 진짜 누나!"
"큰 소리 내지 마라."
김 민규는 긴 팔을 쭉 뻗어 내 핸드폰의 화면을 꺼 버렸다.
멍하니 꺼진 화면만 보다가, 코트 주머니에 폰을 넣고 김 민규를 쳐다봤다.
"이제야 봐주네."
"아침부터 토 나오게."
"아침 아닌데. 벌써 한 시반인데."
"그래."
다시 김 민규에게서 시선을 돌려, 초코라떼를 보고 먹었다.
달다... 달아. 좋다.
"봐, 초딩 입맛. 휘핑크림 먹으면서 좋아가지고."
"먹어 봐. 단 게 제일 좋아."
"누나 많이 먹어."
"응."
"누나는 왜 화장 안 해?"
"귀찮아. 화장을 언제 하고, 또 언제 지워. 너도 알 거 아냐."
"그런가. 괜찮아, 누나는 예쁘니까."
김 민규의 초코라떼를 마시다가 사레가 들러 콜록거리자 김 민규는 흐뭇하게 날 쳐다봤다.
내가 사레들린 게 그렇게 좋냐?
"누나가 오늘 모델이야."
"안 해."
"코디한테 다 말해 놨어."
"화장 안 해."
"진하게 안 해."
"안 해."
"응? 한다고? 알겠어."
"짜증 나."
"내가 좋다고?"
김 민규의 말에 한숨을 쉬고 다시 라떼를 마셨다.
.
"아, 우리 누나 화장 진하게 하지 마요."
"내가 왜 니 누나냐고."
"좋으니까."
"난 싫은데?"
"누나들, 들었죠? 작가님이 나 좋다고 한 거."
"작가님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네, 괴로워요."
촬영하러 이동하기 위해, 장비를 챙긴다 했더니 필요 없다며 바로 샵으로 왔다.
난 지금, 의자에 앉아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고, 옆에선 김 민규가 깐족 거리며 메이크업을 받았다.
"여주씨 진짜 예쁘다!"
"고마워요."
"내가 예쁘다고 하니까 싫어했으면서."
먼저 메이크업하고 헤어 세팅을 다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깐족거리는 김 민규의 입을 손바닥으로 찰싹 소리가 나게 때려주고, 소파에 앉았다.
"저, 이거 시야에 속눈썹 거슬리는데.."
"그건 여주씨 속눈썹이 길어서 그래요. 뷰러로 더 올리면 안 예뻐요. 내추럴 해야지."
"아..."
깜빡일 때마다 시야에서 속눈썹이 거슬렸다.
김 민규가 메이크업 받는 걸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나!"
"어?"
"그새를 못 참고, 조는 거야?"
김 민규를 쳐다보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니, 김 민규가 내 바로 앞에 있었다.
"징그러우니까 저리 꺼져."
"응."
코디들이 전해 준 의상을 입고 나오니 뭔.. 겨울철 새내기 같잖아.
체크 모직 테니스 스커트에 하얀 와이셔츠 위에 크림색 니트 조끼는 참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스러웠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네 시가 되었다.
김 민규와 벤을 타고, 촬영 장소로 이동하니 전에 같이 일했던 포토그래퍼가 있었다.
"여주, 안녕!"
"선배, 안녕하세요."
"오늘 모델이라며?"
"네, 이 새끼 때문에요."
"성격 여전하네."
때 마침 지기 시작하는 노을에 촬영을 시작했다.
어제는 붙으라니까 그렇게 도망가던 놈이 손에 깍지도 끼고 잘만 붙어있다.
"여주야, 좀 더 웃어 봐."
"얘랑 있으니까 웃음이 안 나요.."
"허허허.. 웃어."
"누나, 손에 힘 좀 빼. 아프다."
김 민규와 등을 맞대고 서서, 깍지를 끼고 카메라를 쳐다보며 웃었다.
"좋아! 여주야, 마주 보고 서서 허리를 끌어안아."
"싫어, 진짜 싫어요. 대박 싫어. 진짜로 정말로."
"마지막이야, 이것만 하고 끝내자."
"누나 부끄럼 타? 왜 싫어해?"
"닥쳐."
선배의 말에 꾹 참고, 김 민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눈앞에는 크림색 니트 조끼밖에 안 보였다.
"좋아, 둘이 그러고 마주 보자."
"하... 진짜.."
"작가님 짱."
끌어안은 상태로 김 민규와 마주 보았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끝! 다 끝났다!!"
"......."
"..... 흐흐흐"
"아아아아아아!!!"
"박제 한 거야!"
다 끝났다는 선배의 말이 들림과 동시에, 김 민규는 그대로 나한테 뽀뽀를 하고 도망갔다.
내 첫 키스... 아 키스는 아닌가.
아무튼 내 첫 뽀뽀.... 김 여주 인생 진짜 슬프네.. 첫 뽀뽀를 김 민규랑...
아니야 내가 싫으면 아닌거잖아? 그치? 그럴거야.. 그래.. 그러겠지... 응..
"저 애 새끼 진짜.."
내 말에 도망가던 김 민규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나에게 성큼성큼 다시 걸어왔다.
"누나, 나 애 아니라니까?"
"니가 애가 아니면 뭐야."
"누나 미래 남자친구 정도?"
"더러워."
내 말에 김 민규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더니, 나를 들쳐메고는 코트로 다리를 가리고 벤으로 뛰었다.
"아니!! 내가 걸어갈게!! 좀!!! 나 치마 입었어!!!"
"그래서 코트로 해줬잖아!! 그리고 걸어서 가면 안 갈 거잖아!!!"
"아악!!!! 좀!!!"
김 민규는 나를 벤에 태우더니, 문을 잠갔다.
"왜, 뭐. 이제 다 끝났으니까 가둬놓고 때리게?"
"아니, 누나는 내가 왜 싫어?"
"야, 사과가 영어로 뭐야."
"애플."
"사랑은 영어로 뭐야."
"러브."
"싫다는?"
"헤이트."
"나는 니가 그냥 싫어. 알겠지?"
김 민규는 계속 자기가 왜 싫냐며 투정을 부렸다.
진짜.. 집에 가고싶다. 정말로.
니가 싫은 게 아니라 나는 그냥 연애 할 생각이 별로 없어..
"내가 어떻게 하면 나 좋아해 줄 거야?"
"다시 태어나."
"아.. 그런 거 말고."
"한 10년 이상 꾸준히 얼굴 안 보면 그때는 좀 좋아질 것 같아."
"너무해.."
"야, 넌 내가 왜 좋아? 뭐가?"
"이유가 어딨어."
김 민규의 말에 주먹을 쥐고 손을 들자 김 민규는 알았다며, 나를 말렸다.
"누나는 다른 여자들이랑 다르고, 예쁘고, 화장품 냄새도 안 나고, 자기 일 잘하잖아."
"그런 애 소개해줄게."
"아니 내 이상형이란 말이야!"
"넌 내 이상형 아니야."
"누나 이상형이 뭔데?"
"난, 나 좋아해 주면 돼. 그게 다야."
"나잖아!"
"넌 아냐."
한참을 김 민규와 이상형 문제로 투닥거리고 있을 때, 매니저가 벤에 탔다.
"작가님, 민규 때문에 고생 많으시죠.."
"매니저님만큼 할까요..."
"집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사양 안 할게요. 감사합니다."
피곤했던 탓에, 거절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누나!! 나 좋은 사람이야!"
"꺼져, 빨리 가."
김 민규의 외침을 빠르게 끊어버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와서 화장을 지우고, 피곤해서 자려는데 김 민규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
'누나!!'
"끊어."
'아아! 누나! 잘 생각해 봐 나 좋은 사람이라니까!?'
"끊어."
'작가님!!! 민규 좋은 애에요!!'
'방금 우리 리더 형아야!'
"끊어. 좋기는 개뿔. 그룹이 단체로 사기 치네."
'우리 형아 착해요!!!'
'우리 막내야!'
"끊어. 미성년자는 얼른 자라."
휴대폰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김 민규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멤버들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렸고, 빠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스물 셋만 해 봐라. 이 시간 되면 슬슬 피곤해진다.
그 후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고, 카톡을 하는 김 민규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래, 누나가 이제 그만 튕길게.
김 민규와의 저녁 약속을 잡고, 느긋하게 한숨 자는 것부터 시작했다.
6시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머리도 다 감았다.
머리를 약간 빠르게 말리고, 매일 앞머리만 하던 고데기를 뒷머리에도 해서, 뒷머리에 컬을 넣었다.
평소보다 붉은 컬러의 틴트도 바르고, 원피스도 입었다.
"이게 뭔 지랄이냐.."
시계를 보니, 벌써 7시 40분이 되었다.
때 마침 김 민규의 나오라는 카톡에 코트를 입고, 구두를 신을까 하다가 평소에 구두 신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냥 단화를 신고 나갔다.
"대박, 누나가 밥 사준다고 할 줄 몰랐어."
"싫어?"
"아니. 누나 완전 츤데레다. 맨날 싫다면서 다 해 줘."
"조용히 해. 그보다 너 들키면 어쩌려고 혼자 왔어!?"
"매니저형도 알고, 실장님도 알아."
"단체로 미쳤네."
"그보다 누나 오늘 예쁘다."
당연히 그래야지. 오늘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입었는데.
"진짜로 들키면 어떻게 하게?"
"실장님도 안다니까? 누나가 그랬잖아, 스무 살 일 때 뭐든 하라며."
"그거랑 이거는 좀 다르지!"
"알아서 처리 해 주시겠대. 나도 그만큼 조건을 걸고 왔어."
"뭔 조건."
"촬영 할 때마다 캔슬 내는 일 만들지 않고, 예의 갖추는 거."
"아이고, 허락할 만하네."
김 민규만 마스크를 쓰고,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은근슬쩍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김 민규의 팔을 계속 쳐 내면서 걸었다.
"들어가자."
"여기 와 봤어?"
"어, 여기 맛있어."
"누구랑 와 봤어? 남자?"
"엄마랑 왔다. 엄마랑, 전에 엄마 한국 잠깐 왔을 때."
김 민규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엄마랑 왔다는 말에 허허 웃으며, 들어갔다.
"뭐 먹을래?"
"누나가 산다 했으니까 나 먹고 싶은 거 고른다?"
"그러면 물만 마시고 갈래?"
"아니. 나는 이거."
들어와서도 티격 태격 하면서, 주문을 마치고 기다렸다.
"아, 좋다. 누나가 먼저 밥도 사준다고 하고."
"시끄러워."
"왜? 왜? 맨날 싫다고 하다가 왜 갑자기?"
"싫어?"
"아니, 정말 좋지."
"그만 튕길 때가 된 것 같아서."
"대박, 역시 성깔 죽이는 작가님."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하는 김 민규에 실소를 터트렸다.
갑자기 민규는 표정을 싹 굳히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우리가 누나 집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찍힌 사진은 총 몇 장일까요?"
"응?"
"1번 5장, 2번 8장, 3번 10장, 4번 20장, 5번 기자들과 팬들 것까지 합쳐서 수 십장."
"......"
"답은 6번, 이미 100장을 넘겼어."
"미쳤어."
"내일 아침 실검 1위 2위는 누나랑 내 거야."
"너 그냥 대놓고 자랑하고 싶었던 거야?"
"먼저 밥 사준다고 한 건 누나야."
민규의 말에 약간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싸가지만 없는 게 아니라, 생각도 없구나.
.
요즘 늦잠자는 일이 많아졌다.
오늘도 11시에 일어났다.
낮부터 뜨거운 핸드폰을 켜 보니, 수많은 알림들이 떠 있었다.
가족들과, 민규, 선배들이 대부분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네이버를 켰더니, 어제 민규의 말대로 실검 1위가 나였고, 2위가 민규였다.
내 이름을 눌러 들어가니 기사가 쭉 떠있었고, 내가 자는 사이에.
10시에 민규는 이미 열애설을 인정해 버렸다.
넋 놓고 있는데, 민규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
"누가 맘대로 인정하래!!! 누가 너랑 연애 한 대!?"
'할 거잖아.'
"아니! 왜 나한테 상의도 없이 해?"
'뭐야, 그 말은? 상의하면 허락해 줄 거라는 말이야?'
"아오..."
'그래서, 어제 내 고백에 대한 답은?'
아, 맞아. 잊고 있었어..
"누나는 그래서 나랑 연애할 마음이 있어?"
답을 못 하고, 집으로 와 버렸지.
'빨리, 누나. 나 인정한다고 했는데, 까이면..'
"해, 할 마음 있어. 해."
'히익!!!!'
'형아!!! 민규 형아 연애한대요!!!'
'대박! 형수님!!!'
"끊어, 점심 안 먹었으면 2시까지 집 앞으로 와."
'응?'
"오라면 와."
전화를 끊고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내가 얘랑 연애를 하게 될 줄이야..
뭐, 시작은 구려도 끝만 좋으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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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처음이에여.. 안녕하세요..! 권다온입니다.. 네...
어헝 이게 뭐람 ㅠㅠㅜㅠㅜㅠ 글잡에서 글 써보고 싶었는데 첫글을 이렇ㅎ게....
재.. 재밌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
반응ㅇ이 좋다면 번외 들ㄹ고... 컴..ㅂ...ㅐ...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