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남은 조폭!?
w.1억
집에 와서는 계속 사장님을 떠올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걸 알면서도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다는 건..
"날 많이 좋아하는 건가...?"
그런 건가봐... 하며 괜히 베개를 끌어안고 침대 위를 뒹굴었다.
그래 그냥 다 잊는 거야. 아저씨랑 있으면 내가 신경쓸 것들이 너무 많잖아.
평범한 연애가 좋은 거지. 그래.
"뭐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네? 아니요! 그냥.."
"그냥 보는 거 치고는 너무 쳐다보던데."
"…아닌데."
"반말하네."
"아니예요!"
"해도 돼. 장난이야."
"…하핳...그럼 편해지면..."
나도 사람이다보니 사장님을 의식하게 되었고, 사장님은 역시 잘생겼다. 충분히 좋은 사람인 것도 알고..
사장님과 연애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은 사장님에게 내 마음이 닿지가 않은 게 문제인 것이다.
"……."
사장님이 날 한참 보다가 웃기에, 난 당황한 듯 네? 하고 사장님을 같이 바라보았다.
사장님은 여전히 웃으며 고갤 저었다. 아저씨와 있었을 때와는 다르게 사장님과 있으면 웃는 일이 많아진다.
"내일 저녁에 시간 돼?"
"어.. 네!"
"저녁 먹을까."
"어.....넵!"
"그 앞에 어..는 왜 하는 거야 도대체?"
"어...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
"저녁 먹으면서 그냥 네가 고백해버려."
가영이는 무조건 사장님이 최고란다. 그래.. 김민재도 봤고, 아저씨도 봤으니 저렇게 말하는 거 이해한다. 근데..
"난 사장님을 좋아하는 게 아닌데.. 어떻게 그러냐."
"고백하면 받아줄 거야?"
"사실은 모르겠어. 지금 내 감정은.. 사장님이 날 좋아한다고 하니까 의식이 되는 거지.. 관심이 있고 그런 건 아니야."
"들어오는 복을 아주 시원하게 차버리는구나."
복에 겨웠다고 생각해도 된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사장님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고백을 덥썩 받아버리는 건 미친짓이잖아.
"오늘 점심 떡볶이나 먹자. 한평화 멘탈 바사삭일 때는 매운 거 먹어줘야 돼."
"콜."
떡볶이를 먹으려고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을까.. 밖에서 철용이라는 사람을 본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싶다가도 저렇게 생긴 얼굴과... 불량스럽게 입은 정장을 입은 사람이 드물지... 그치... 아니야 그래도 잘못 본 걸 거야.
"김민재는 그래서 이제 연락도 안 해?"
"응. 아예."
아저씨가 김민재한테 돈도 받아줬었는데.. 아저씨 아니었으면 돈도 못 받았을 거야.
"야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 한평화."
솔직히 말해서 완벽하게 아저씨를 잊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친구랑 있고, 뭘 먹으면 잠깐을 잊을 수 있으니까.
배부르면 배부르다는 생각에 아저씨 생각도 덜 할 수 있으니까. 더 먹으려고 하는 것도 있다. 다 먹고선 나가려고 하는데 분명히 난 봐버렸다.
"어..."
철용이란 분을 봐버렸다. 급히 어딘가로 숨은 사람은 따라 마구 뛰었다. 근데... 인생네컷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에 따라 들어서자..
나와 눈이 마주쳤고...
"여기서 뭐하시는..."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네? 여기서요?"
"…예?"
"인생네컷..찍으러..오신 건 아닐 거잖아요."
"……."
"설마 저 미행 하시고 그런 거 아니죠."
"아닙니다."
"그럼 그쪽이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요."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게 보였다. 뒤늦게 날 따라 온 가영이가 무슨 일이냐며 나랑 저 사람을 한참 바라보는데..
가영이도 눈치를 챈 듯 했다.
"아저씨가 시킨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지 말라고 해주세요. 아저씨 생각 안 하고 살려고 했는데 왜 그래요, 왜. 아니다. 그냥 제가 가서 말할게요."
"야 한평화! 어디 가!!"
내가 위험해서 그런 거여도 싫었다. 잊겠다는데 왜 자꾸 못 잊게끔 만드는 거냐고. 내가 그래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가영이랑 끝나고 술 마시려고 했었는데. 계획은 다 무너졌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아저씨 집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간인가.. 6시에 아저씨가 집에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받지않기에 문 앞에서 기다리기로 다짐했다.
너무 쓸데없는 다짐이었나.. 9시 정도 되니까 현타가 왔다. 아, 그냥.. 내일 올 걸...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너무 힘든데.
한숨을 쉬며 다리를 주먹으로 톡톡- 치고 있어을까.. 아저씨 차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차에서 아저씨가 내렸고, 계단을 밟고 올라오려고 하는 아저씨 앞에 나타나 아저씨를 막아섰다.
계단 세칸 정도 밑에 있는 아저씨는 나와 겨우 눈높이가 맞았다. 아저씨를 만나면 무작정 화부터 내려고 했는데. 아저씨 얼굴을 보니까 왜.. 화를 못 내겠지. 아니야.. 약해지지 말자!
"…저기요.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아저씨 잊겠다고 했잖아요. 거슬리지 않게 아저씨 앞에서 사라져주겠다고 했잖아요! 근데 왜 사람 붙이고 저 미행 시키는데요."
"……."
"진짜 저 가지고 놀고싶어서 그러시는 거예요?"
"너는."
"……."
"사람을 그런 방식으로 가지고 노나보지."
"…저는 아저씨처럼 누구 갖고 놀고 그러지않아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러시는 건데요."
"그냥."
"에?"
"궁금해서."
"…아니 그러니까 궁금하다는 이유로 왜 미행을 시키냐구요. 이제 아저씨랑 저랑은 아무런 관계도 없잖아요. 저한테 관심 없으시면 그런 짓 하지 마세요. 그런 행동들은 그 사람에게 관심 있을 때나 하는 짓이에요."
"……."
"다음부터 그러지 마세요. 저도 사람이라 기분 나쁘거든요. 아저씨 좋아한다고 해서 다 봐주고 그런 거 없어요. 진짜요. 저도 화낼 줄 안다고요."
"그래."
"…네?"
"그러라고. 할 말 끝났냐."
"…네."
"비켜 그럼."
"…아저씨가 옆으로 지나가시면 되잖아요! 왜 자꾸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데요."
나도 할 말을 했다. 옆에 공간도 있구만 왜 비키라는 거야..!
아저씨의 표정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당황스러운 듯 했다. 내 옆을 지나쳐가는 아저씨에 후련하다가도 슬프기도 했다.
내가 잘 한 게 맞나.. 너무 화부터 냈나... 아니야. 잘했어! 나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진짜 저 교수님 강의는 죽어도 듣기 싫어. 너무 노잼이잖아.. 어우... 아, 너 오늘 사장님이랑 데이트라고 했나."
"데이트 아니거든... 제발.. ㅡㅡ"
"데이트 맞지~~ 그래서 오늘 화장도 예쁘게 하시고~~~?"
"아니라고 인마!!"
가영이랑 강의를 듣고선 건물에서 나왔을까.. 너무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
아저씨가 학교 앞에 있다.... 분명.. 아저씨가 맞다. 가영이와 팔짱을 낀 채로 멍 때리면서 걷다가 결국 아저씨 앞까지 와버렸다. 근데..
"근데 내가 생각해도 조폭이랑 사귀는 건 좀 힘들 것 같아. 연애 하면서 계속 불안해야 되고.. 또 언제 잡혀갈지 아무도 모르고.. 미안해서 사겨주는 것도 모자라서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으니.. 사장님은 네가 가만히 있어도 뭘 다 해주려고 하는데 그 양반은 무슨.. 지가 왕인 줄 알아. 그치? 이래서 잘생긴 것들이 지가 잘생긴 거 알면 큰일이라니까.. 그것도 조폭 우두머리면 말 다 했지. 너랑 사겨도 너 엄청 부려먹을 것 같은데?"
"…야."
급히 팔꿈치로 가영이를 쳤더니, 가영이가 급히 앞을 보더니 소리를 지른다.
"엄마야!"
"……."
"…그..게..."
"자리 좀 비켜줄래."
"…네?"
"얘랑 볼 일이 있어서."
"아,아뇨! 안 돼요. 평화 그만 괴롭히세요. 자꾸 그렇게 희망고문 하시고! 관심도 없으시면서 찾아오시는 건 더 너무한 거 아닌가요!"
"뭔소리를 하는 거야."
"평화야 아저씨랑 대화 잘 나눠~ 난 그만 가볼게."
아저씨 보고 쫄아버렸다.. 저 녀석... 저러고선 그냥 후다닥 도망가는 가영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아저씨를 올려다보았다.
"여긴 왜 오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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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