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남자, 우도환
무너지는 그녀를 지나칠 수 없는 남자, 정해인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 이도현
비극의 완결
w. 잇킷
01
"김여주씨 맞으시죠? 형사 2팀 정해인 형사 입니다. -씨 사건과 관련해 몇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
"...무슨 조사죠?"
"사건 재조사 시작될겁니다. -씨가 자살로 위장된 살인 사건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증거가 나와서요.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곧 살인 사건으로 전환될지도 모르죠."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 대지는 말아주셨으면 하는데요."
이도현. 네가 죽은지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네 이름 하나만으로 이렇게 온몸이 떨리는데,
너는 어디로 흘러간걸까.
"아, 기분 나쁘셨으면 사과드릴게요.
사체 분석 결과 저항흔이 발견되었고 이도현 씨의 손톱 아래에서 김여주씨의 DNA가 발견 됐습니다.
그래서 바쁘신거 알지만 제가 불가피하게 김여주씨를 찾아온거구요.
협조 부탁드립니다."
불안이 극에 달할 때면 주먹을 말아쥐는 습관은 네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도 못고쳤었지.
손바닥에 깊이 남는 손톱 자국들을 너는 싫어했었는데.
"하나만 물을게요. 그럼 저는 참고인인가요 피의자인가요?"
"뭐, 아직은 참고인 정도로 해두죠."
"웃으시네요. 이 일이 재밌으신가봐요."
"그 쪽처럼 대단한 배우님도 이런 상황에서는 표정 하나 못 숨기는구나 싶어서요.
되게 까칠하시네요. 티비에서 봤을 때는 안그렇던데."
"지금 되게 무례하신거 알죠? 경찰이라고 이렇게 아무때나 막 찾아와도 돼요?
참고인이건 피의자건 정식으로 출석 요구를 하시든지, 그게 아니라면 나가주시면 좋겠는데. 제 대기실에서."
"아, 제가 너무 팬이라. 실례했습니다."
"곧 다시 뵙게 될테니 다음번엔 제 얼굴 또 까먹지 마시고."
다음번엔, 또?
어디서 봤더라.
찝찝한 기분으로 남자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휴대폰을 들었다.
애써 숨긴다고 숨겼지만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란 쉽게 숨겨지지 않는다.
몇 시간동안 시상식 자리를 지키느라 알림 확인을 못했더니 부재중이 쌓일대로 쌓여있다. 특히
우도환 12통
[확인하는대로 우리 집으로 와. -우도환]
"아 진짜 시상식 다 끝났구만 뭐하는거야."
저 걱정인형.
문 열고 들어가는 순간까지 휴대폰을 가만히 두질 못한다.
"나 왔다, 그만 전화해. 너 때문에 휴대폰 사망 직전이다."
"전화 좀 받아라 제발. 내가 속 타서 니 휴대폰보다 먼저 사망할 뻔 했으니까."
"죽기 전에 왔으니까 됐네. 왜?"
"도현이, 재조사 들어갈거래."
"다 개소리야. 살인? 절대 아냐, 내가 알아."
"알아, 아닌거. 네가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렇게 할게 내가."
"... 아까 대기실에 형사 왔다 갔어."
"무슨 말 했어?"
"별 말은 안했는데 그 사람, 꼭 나랑 아는 사이처럼 굴었어.
정해인이라고 알아?"
"네가 형사랑 아는 사이일 일이 뭐가 있어? 그냥 한 번 떠본거 아니고?"
"그런가."
그냥 한 번 떠봤다기엔 확실한 미소였다.
낯선 얼굴이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는 사이인냥 굴어서 기분 탓에 그랬던걸까.
분명 낯설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는데 ...
"향...?"
"뭐?"
"맡아본 적 있는 향이야. 아주 옅은데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은,"
"좋기는 무슨. 좋아봤자 향수 냄새겠지. 향수라면 질색이라며 언제는."
"향수 냄새는 아니었는데..., 으이구 질투할 사람을 질투해라 넌."
"누군진 몰라도 느낌 안좋아 그 새끼. 가까이 하지마."
"어련하시겠어. 나 간다."
"뭘 벌써 가, 자고 가지?"
"됐네요. 새벽에 스케줄 있어."
"있잖아 여주야. 말하고 싶은게 생기면 그게 뭐든 나한테 와. 얼마든지 기다릴테니까, 나한테만 와."
"징그럽게 왜 또 무드 잡고 그래. 뭐가 묻고 싶은건데."
"그 날 도현이랑..., 그냥 무슨 얘기든. 난 네 말만 믿을테니까."
".. 갈게."
문이 닫힘과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아 참았던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늘 내가 가고도 한참을 문 앞에 서있는 도환이를 알아, 입을 틀어막으며 겨우 쉬어냈지만
아마 들었을테지.
겁을 집어삼켜 불안정하게 내뱉어지는 트라우마들을.
도현이를 죽였냐고 묻는거야?
나는 왜 네 말이
도현이한테 가지말라는 말로 들릴까.
"난 결국 죽을거야. 그렇게 정해진거니까."
"죽어 그럼. 그게 그렇게 소원이면 내가 보는 앞에서 지금, 죽어보라고."
"그치만 내가 만약에, 아주 만약이라도 살게 된다면
그건 네가 있어서겠지."
"... 헛소리."
"그러니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거기에 네 잘못은 없는거다?"
"차라리 네가 정말 죽었으면 좋겠어."
"또 못된 말. 못된 말들이 진심일 때는 농담처럼 이라도 뱉지 마. 하나도 빠짐없이 후회로 돌아오는 거니까."
진심이었다.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나는 진심으로 네가 죽어버렸으면 했다.
너는 나를 몇 번이고 죽였으니까.
나는 지금 후회 중인 걸까,
네게 뱉은 말을
그리고
그 날의 일을
-
여러분 이번에는 제가 다짐을 하나 했어요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제 글을 봐주고 댓글을 남겨주는 독자님이 단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저는 계속 글을 쓰고 싶어졌어요
제 글을 기다렸다, 제 글을 좋아한다 그런 댓글들이 힘이 많이 되네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