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 10-1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0141221/7/a/b/7ab401f976c258c072ae6630e0d0ef77.gif)
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 w. 채셔
10. 판도라는 상자를 열었고, 나는
"형, 어제 집 안 갔어요?"
"…어, 작업 남아서."
"아이구, 눈 좀 붙여요."
"됐어, 잠도 안 와."
이제 막 점심을 먹고 작업실에 들어온 지민이 물어오기에, 진작에 끝난 작업 핑계를 대며 작업실을 나섰다. 거짓말임을 알았음에도 넘어가주는 건지, 지민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툭툭 쳐줄 뿐. 할 말.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할 말이 무엇인지는 가지 않아도 알았으니까, 그래서 가지 않았다. 바보같이 하나도 몰랐던 거다, 그게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한 외침이었던 건지를. 그리고 20여 년을 한결같이 도끼질하며 찍어 내리던 꼬맹이의 손이 이제는 다 까져버려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던 것도. 그저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자칫 잘못되기라도 하면 꼬맹이를 영영 잃는다는 것.
화장실로 들어서서 얼음장만큼이나 찬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순간 오한이 온몸에 들 정도로 찬 물이 얼굴에 닿자마자 번뜩 정신이 들었다. 그래, 꼬맹이를 잃는 것보다 최악이 상황이 어디 있어. 꼬맹이가 내 삶에 없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내가 어떻게 될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꼬맹이도 한 번도 내 삶에서 없어지려 하지 않았고, 그리고… 나도 한 번도 꼬맹이를 내 삶에서 놓치려 한 적이 없다. 판도라는 상자를 열었고, 나는……….
"어, 형. 왜 어제랑 옷이 똑같아요?"
"…호석아."
나는….
"네."
"해 줘, 나."
"네?"
"소개, 지금 해 줘."
나는 상자를 닫는다. 닫아야 한다. 이제 몽우리를 맺기 시작한 감정을, 갈증에 몸부림치도록 방치한다. 당황한 호석의 앞에 서, 다시 말했다. 네가 말했던 여자, 소개해 줘. 호석은 '아, 아.' 하고 놀란 소리를 몇 번 내더니 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잠시만요. 호석은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형이 소개받겠다고 해서요. 아, 네. ……. 몇 번의 말이 오가고 호석은 여자의 연락처를 내게 건넸다. 축 쳐진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 호석에게 '고맙다, 호석아.'하고 말한 뒤,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소매로 대충 닦은 뒤, 작업실로 향했다. 곧장 여자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퇴근시간이 지나고, 근처 카페에서 여자를 만났다. 여자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들어 있었다. 긴장한 얼굴이 역력한 여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또 너무 성급하게 만나자고 해서. 여자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웃음이 예쁜 여자였다. 봄처럼 예쁜 얼굴을 보면서 몇 번이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자를 보면서도 떠오르는 것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꼬맹이 생각 밖에는 없었다. 시계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제가 할 말을 하기 위해 기다렸을, 내 소중한 꼬맹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네?"
"죄송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
"세영 씨가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서요."
여자의 얼굴이 굳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너무 무례하네요, …죄송합니다. 입술을 깨물고 한숨을 뱉어냈다. 남몰래 나를 보고 해왔을 여자의 생각들이 미안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자는 애써 웃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복잡함이 가득 들어 있는 얼굴을 한참이나 응시하던 여자는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되죠? 나는 천천히 여자를 바라보았다. 오죽했으면 소개팅에 나와서 그러시겠어요. 여자는 집 앞에 막 피기 시작한 벚꽃처럼 따뜻한 색감의 웃음으로 나를 토닥였다. 여자는 아무렇게나 올려진 내 손을 잡았다. 제가,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리고 다시 묻는다.
"…연애해요."
"네?"
"제가 다른 생각 못하게, 세영 씨가 저 좀 잡아주세요."
"제가 다른 생각 못하게, 세영 씨가 저 좀 잡아주세요."
나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여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나는 내 손에 올려진 여자의 손을 똑바로 잡았다. 무례했으면 물을 뿌리시든, 뺨을 때리시든 괜찮아요. 그럴 만 해요. 이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고, 여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여자는 내 손에 깍지를 끼고, 말했다. 그래요, 연애해요. 여자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여자를 바라보자, 여자는 다시 웃어주었다. 뭐가 됐든, 해요. 그냥. 여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제 인생은 너무 재미가 없었다며, 이런 것도 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꽤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꼬맹이가 아니었다면, 이 소개팅 이후에 정말 제 여자친구가 됐을지도 모르는 사람.
여자와의 이상한 소개팅을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이제 꼬맹이가 짝사랑하던 동네 오빠가 아니라, 여자의 연인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잔인한 거절이 나와 꼬맹이를 기다리고 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꼬맹이의 방으로 들어섰다. 누워 있는 꼬맹이는 빨개진 얼굴로 쌕쌕대며 나를 반겼다.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아픈 모양이었다. 몸 관리도 못하는 게 괜히 마음이 아파서 외면하려다, 뒤돌아 그 앞에 앉았다. 약도 아직 안 먹었을 게 뻔하다.
"아저씨,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없었어."
익숙하게 거짓말을 하고, 목 끝까지 이불을 끌어 올려주었다. 뭐가 됐든 지금 고백은 하지 마. 제발. 나는 입술을 앙 물고, 꼬맹이에게 간절히 말했다. 물론 속으로. 열 때문인지 며칠동안이나 골골대는 꼬맹이를 지금은… 밀어낼 자신이 없었다. 정말 처참하게 밀어내서 절벽에 떨어질 사람은 꼬맹이 뿐만이 아니라 나 또한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꼬맹이는 이불을 여며주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저 밑으로, 밑으로.
"아저씨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
"아저씨 거짓말 하고 있잖아."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몸을 울렸다. 아무래도 추락한 심장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미간을 찌푸렸다. 제발 나를 건들지 않았으면. 흔들리는 내 마음을 깨뜨리지 말았으면. 꼬맹이의 손을 차갑게 빼내고, '헛소리 하지 말고 약이나 먹어.'라는 말로 나를 포장한다. 그리고 포장하면 포장할수록 죽어간다, 정말 좆같이. 피가 낭자한 현장 속 방치된 마음이, 죽어간다. 아무런 조치도 할 수가 없어서, 나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허겁지겁 술을 찾았다. 지난번 받았던 양주를 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양주를 꺼냈다. 그리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처음에는 목이 타들어갈 것 같이 뜨거웠고, 그 다음은 식도였고, 그 다음은 마음이었다. 꽤 도수가 높은 술이었던지 한 번 들이켰을 뿐인데, 어지러웠다. 버거운 것을 알았지만, 취하기 위해 술을 마셨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빵을 우걱우걱 집어넣고 술을 들이부었다. 역겨운 맛이 났다. 마침내 시야가 흐릿해졌을 때,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꼬맹이는 잠들어 있었다.
"하……."
입안에 술맛이 계속 맴돌았다. 타들어갈 것 같은 속을 부여잡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언제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구토를 밑으로, 계속해서 밑으로 삼켰다. 쌔근거리는 꼬맹이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술에 취했다는 핑계를 대며, 다시 그 입술을 훔쳤다. 뜨거운 얼굴과 뜨거운 입술에 술 기운이 더 오르는 기분이었다. 키스를 하며 꼬맹이를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한참동안의 키스가 끝나고, 나는 일어섰다. 미안해, 꼬맹아. 잃지 않으려면, 시작하지 말아야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마지막 키스가… 이렇게 한 번도 잡아볼 틈도 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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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 /채셔
11. 다가갈수록 그대에게는
"아저씨,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없었어."
이상하다, 아무래도. 아저씨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무슨 일인지 알려주질 않는다. 어떻게 하면 아저씨의 속을 알 수 있을까. 할 말을 하기 위해 아저씨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그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끙끙대야 했는데. 어찌 됐든 하루동안 기다렸으니, 그것에 대한 이유를 묻는 건데도 아저씨는 아무 말을 해주지 않았다. 정말 아저씨는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또 모르겠다. 그치만 하나 확실한 건, 아저씨의 저 동그란 머리통에 수만 가지 생각들이 똘똘 굴러가고 있을 거라는 거. 눈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지. 잔뜩 동요하고 있는 눈을 하고, 내 목 끝까지 이불을 올려주는 아저씨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
"아저씨 거짓말 하고 있잖아."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며 묻자, 아저씨는 내 손에서 제 손을 빼내며 일어섰다. 헛소리 하지 말고 약 먹어. 아저씨는 잠시 약에 제 눈길을 뒀다가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문 쪽으로 돌아 누웠다. 정말 뭘까, 아저씨가 숨기고 있는 게. 아무리 눈을 굴리며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장면이 없었다. 어젠 정말 머리가 울려서 미칠 지경이었고, 사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하려고 애쓰니까 머리도 힘들었는지, 다시 열이 나는 기분이라 다시 정자세로 길게 누웠다. 자야지. 좀 자고 일어나면 뭐라도 생각이 나겠지. 지금은 아프니까,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 생각의 요새를 공격하는 아저씨의 존재도, 지금은 감당하기가 벅차다.
눈을 떴을 때는 하늘이 아주 까만 밤과 새벽 사이였다. 약에 수면제 성분이라도 있는 건지 도무지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그 위에 제 팔을 턱 올린 모양이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울리는 머리를 잠시 짚고 서 있다가 아저씨에게로 다가갔다. 향수 냄새가 났다. 그리고 술을 먹었던 건지,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도.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아저씨의 가슴팍을 지켜보다 그 앞에 앉았다. 가만히 아저씨를 지켜보다가 코 밑에 손을 대보았다. 숨결이 내 손가락에 닿았다가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아저씨, 자?"
아저씨에게는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원탁에 놓여있던 아저씨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느새 20%가 된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다가, 아저씨의 손가락을 핸드폰의 동그라미에 맞추었다. 비밀번호가 풀리자마자 이미 7개의 메세지가 와 있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들어갔다. 호석 오빠의 메세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끄려고 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채팅창을 클릭했다.
정호석:
「형 좋았어요?」PM 22:39
「벌써 잘 됐다면서요?」PM 22:40
「잘 해봐여 화이팅!」PM 22:40
나는 담담히 자고 있는 아저씨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여자를… 만났구나. 나는 입술을 깨물며 채팅방을 나갔다. 여자로 추정되어 보이는 채팅창이 하나 있었다. 눈을 깜빡이고 바라보다가 슬픈 숨을 내쉬고 채팅방으로 들어갔다.
이세영:
「오늘 고마웠어요 윤기 씨」PM 20:40
「회사에서부터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윤기 씨가 바로 연애해보자고 말씀하실 줄 몰랐어요」PM 20:40
「제가 노력해볼게요」PM 20:41
「네 알겠습니다」PM 20:47
「저도 노력할게요」PM 20:48
「주무세요」PM 20:48
한숨을 푹 내쉬었다. 분명히 무슨 시련이 와도 괜찮아야지, 하고 정신 단련을 했던 것 같은데…. 아저씨 핸드폰을 그대로 원탁 위에 놓고, 일어섰다. 일어서서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침대에 누우려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무너져 내렸다.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 아저씨를 다시 바라보았다. 분명히 아저씨는 알 텐데. 내가 아는 아저씨라면, 내 인생 자체가 아저씨라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쯤은 엄청나게 쉽게 알아챌 텐데. 그걸 알면서도 여자를 만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하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저 돌아앉아서 아저씨의 콧날을 쓸어보았다.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아저씨?"
"………."
"………."
"아니면 나 보고 포기하라고 하는 거야?"
"………."
"………."
역시나 아저씨에게서는 어떤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아저씨가 나쁜 거야. 나는 원탁을 짚고 힘겹게 일어섰다. 며칠 전부터 따라 다니던 두통이 다시 일기 시작한다. 다시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온통 아저씨의 냄새가 배어있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다짐했는데.
………길을 잃은 기분이다.
덧붙임
후! 이제야 11편이 나왔네요. 11편이 7편으로 갔었으니 얼마나 혼란이었겠어 T-T
저도 찌통이네오... 울지 마요 제가 눈물 닦아주께오...
암호닉 출석체크는 하면 또 세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서 글을 다 쓰고 정리해서 12편에 올릴게요!
그리고 암호닉 출석체크 글 가서 봤더니 ㅇ0ㅇ 결과가!!!
검객이 1위였어서 검객 준비하고 있었는데 넘나 놀라운 것 ㅇ0ㅇ
그렇담 저는 신작 구상하러 총총...♡
아참참 제가 최신 댓글을 남기신 화를 여쭤본 건 현타를 일으키게 위한 장치가 아니었는데ㅠㅠㅠㅠ
저는 그저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 꼭꼭 머리에 집어넣고 싶어서 여쭤본 거니 절대 현자 타임 갖지 마시기!
그리고 초록글 너무 감사합니다!
저번에는 얼른 자야해서 제대로 말씀을 못드렸던 것 같아서 넘나 죄송했어요!
그치만 정말 너무 감사하고 있습니다ㅠㅠㅠ☆
제가 정말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드릴 말씀은 정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열심히 업로드하겠단 말 밖에는 없네요ㅠㅠㅠ 쪽지함 괴롭힐 거에오 후후
사랑합니다♥뿨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