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랄라
짧은 순간이였지만 오빠에 대한 믿음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는 지금 내가 하는 말이 황당한지 계속 헛웃음만 짓고 있고, 억지로 화를 참는게 보였다. 나를 위한 배려란걸 아는데도 쉽게 그를 용서할수가 없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의 시선이 날 따라 위로 올라왔다. 먼저 갈게… 난 또 피하듯 자리를 벗어났다.
(초콜릿 08 中)
초콜릿(chocolate)‥14
집에 오기까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거실 바닥에서 뒹구는 동생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생이 나를 향해 혼이 나간것같다며 할 말이 있는데 나중에 말하겠다고 했다. 학교 얘기겠지‥하며 딱히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나는 기성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믿고 다시 사귀긴 너무 말이 안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또 피해다니기엔 내가 너무 힘들고, 이젠 동생도 집에 있는데‥ 아 모르겠다. 연락 올 사람도 없는 폰을 그냥 기분상 꺼버렸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보니 벽지가 군데군데 찢겨져 있었다. 그와 내가 붙인 스티커들을 무지막지하게 떼 버린 자국이랄까‥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동생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 아 노크도 없이 왜‥ ”
“ 그래도 최대한 빨리 말해야 할 것 같아서 ”
“ 뭐를‥ ”
“ 엄마가 오늘 전화왔는데 ”
“ 어‥빨리 말해. 뜸 들이지말고. ”
“ ‥재혼한다더라. ”
뭐? 재혼? 만나는 아저씨 있다고 느낌은 왔는데 재혼이라니. 말도 안된다. 황당함에 계속 되물으니 동생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랑 엄마는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연락도 하지 않는… 그냥 호적상으로만 모녀 지간인 사이라서 섭섭하거나 그런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아무런 상의 없이 갑자기 재혼을 한다는게 너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하필 이렇게 심란할 때 이러냐고…
“ 누나 충격받지 마라‥ ”
“ 이미 받았거든. ”
“ 말고 또 있어. ”
“ 왜. 아저씨 나이가 엄청나대? 몇살이래? ”
“ 아 그런거 아니야‥ ”
“ 그럼? ”
“ 그 아저씨가 호주에 살다가 왔대. ”
“ 근데‥아 외국인이야? ”
“ 아 병신이냐‥ 우리보고‥ ”
갑자기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전화 벨소리였다. 때문에 동생의 말은 끊기게 되었다. 듣지 못했지만 어질어질한 머리 때문에 되묻지도 않았다. 동생은 잠깐만 이라 말한 뒤 전화를 받으러 갔다. 나는 놀래서 일으킨 몸을 다시 뉘였다. 그리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밖에서 들리는 동생의 목소리 떄문이였다.
아, 네. 네. 남자친구요? 어? 성용이 형? 아직 사겨요? 우와- 대단하다, 대단해. 누나는 나한테 말 안하던데. 네. 네. 아 바꿔줄게요. 잠시만요- 누나!! 전화선도 뽑는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기성용은 꺼져 있는 내 폰에 전화를 한 뒤 집으로 전화하곤 했다. 동생은 예전에 나와 기성용이 사귀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은 친근하게 기성용과 몇 마디를 나누고는 나를 불렀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동생은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귀먹었냐? 전화 받으라니까?
“ …응. ”
[ 휴대폰은 왜 또 끈건데 ]
“ 미안. ”
[ 미안하긴, 내가 미안하지. 때린거 반성하고있어. ]
“ … …. ”
[ 진짜야. 이제 안때릴거야. 약속할게. ]
“ … …. ”
[ 나 진짜 딱 한번만 더 믿어줘. 응? ]
옆에 동생이 있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오빠를 어떻게 믿고. 그렇게 말하려했는데. 다시 걸겠다며 일단 끊자고 했다. 동생이 옆에서 시끄럽게 재잘댔다. 누나 아직도 성용이형이랑 사귀는거야? 대박이다- 결혼까지 하겠다!! 결혼은 무슨‥ 도망치듯 동생을 옆으로 밀치며 내 방으로 들어왔다. 혹시나 또 집으로 전화가 올까 꺼뒀던 폰을 다시 켰다. 부재중전화가 많이 와있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기성용. 그리고 켜지자마자 기다렸단듯이 오는 그의 전화.
“ 여보세요. ”
[ 믿어줄꺼지? 너 나 좋아잖아. ]
“ 오빠 내가 몇번을 말해, 나 이젠 아니야‥ ”
[ 거짓말. ]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를 다시 만나고 그에게 잊었다는 말을 최소한 100번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믿지 않는다. 아예 못들은 척 하고 자기 얘기를 하기 바쁜 그였다.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나는 작게 숨을 쉬고 있었고, 그도 아무 말 없이 있다 크게 한숨을 쉬곤 했다. 내가 말했다. 할 말 없으면 끊을게- 그는 왠일인지 조용히 대답했다. 알았어, 내일 봐. 전화를 끊고 아까 동생이 하려던 이야기를 마저 듣기 위해 거실로 나갔으나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 벌써 나갔나 싶어 신발장을 확인해보니 있어야 할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가 보이지 않는다. 친구도 없는게… 나가면 나야 좋지 뭐. 오랜만에 여유롭게 노래를 틀고, 쇼파에 길게 누워 단잠을 청했다.
잠에 든지 얼마나 지났을까, 약간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눈 뜨기 조차 귀찮아서 눈을 감고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는데 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대답하는 다른 남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친군가? 피곤함에 신경쓰지 않고 자려고 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기성용이였다. 기성용과 내 동생, 그 둘은 시도때도 없이 만나 놀곤 했었다. 아직까지 친한 줄 몰랐는데… 놀래서 빠르게 쇼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식탁에 앉아있는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뒤돌아 앉아있는 남자의 뒷통수도 보였다. 익숙한 뒷태였다. 내가 벙쪄서 가만히 쳐다만 보고있으니까 동생이 신나서 얘기했다.
“ 요 앞에서 만났어! 10분 전에 왔는데 누나 자길래. ”
“ …어떻게…… ”
“ 몰라. 그냥 지나가는 길이였대. 형, 우리 인연인가봐요. ”
인연은 무슨. 평소대로 우리 집 앞에 죽치고 있던 기성용이랑 집에 들어오려던 너랑 마주친거겠지. 기성용은 동생의 장난스러운 말에 짧게 웃으며 그러게-라 대답했고, 대답함과 동시에 뒤를 돌아 나와 눈이 마주쳤다. 동생에게서 등을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표정은 동생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잠시 나를 노려보다 활짝 웃었다. 아까 그렇게 그냥 넘어간 이유가 이거였구나‥ 그의 영악함에 그만 놀랄만도 한데 역시 알 수 없는 남자였다. 그와 나 사이에 흐르는 정적을 동생이 둘이 사랑의 눈맞춤을 하냐며 시끄럽게 깨트렸다. 나는 쇼파에 몸을 어정쩡하게 일으킨 채 어떤 자세를 해야할 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기성용이 일어나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내 자세를 고쳐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작게, 동생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속삭였다.
“ 니 동생은 나랑 너랑 사귀는줄알아. 아 물론 사귀긴 하지만. ”
“ … …. ”
“ 행동 잘해라. ”
초콜릿(chocolate)‥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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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저몰컴임
빨리나가야더ㅙㅕ 키보드소리ㅏ안나게치느라 엄청고생함......아...죽겟더
댓글많이써ㅜ시구요 암호닉항상받구요 독잔ㅁ들 사랑해요 알러뷰
아그리고
슬픈얘기하나하자면
초콜릿
곧
끝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