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쬐끔주의 같은 시간 본관 4층 3학년 교실이 모여있는 본관 4층은 점심시간이지만 몇몇 공부하는 학생들이 남아있었고 석진도 그 중 한명이었음. 4교시, 미술 시간. 수업시간에 하던 수행평가를 걷어 교무실 자신의 자리에 가져다 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아닌 심부름을 받음. 2층으로 내려가면서도 학우들에게 웃던 석진의 입꼬리는 계단을 올라 2층 복도의 코너를 돌았음. 그리고 석진의 그 입꼬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려가 있음. 이게 아마도 석진의 진짜 얼굴이지 않을까. 항상 친절하고 공부 잘하고 성격좋은 석진은 진짜 석진이 아님. 진짜 석진은 안하무인 싸가지에 자기 밖에 모르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거. 그리고 이건 이 학교에서 단 두명만 알고 있는 진실. 교무실로 들어가 미술선생님의 자리에 수행평가를 놓고 나가려고 했을때만해도 이상함을 눈치 채지 못하던 석진은 자신이 교무실 밖을 나서려 문을 잡았을 때 알게 됨. 이렇게 교무실을 아무말도 안하고 나가본적이 얼마만인가. 매번 교무실에 올때면 우리 학교의 자랑이라며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요즘 공부는 잘되니, 어머니는 잘 지내시니, 숱하게 물어보던 선생님들이었는데. 오늘따라,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고, 뭐라고요?라며 알 수 없는 되물음만 가득하고, 교무실은 전화벨 소리가 끊이질 않았음. 의아해했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석진은 잡고 있던 문에 힘을 주며 교무실을 빠져나왔고 그 길로 5층 심화반으로 향했음. 5층에 있는 심화반의 정체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학년별로 10명씩 모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둔 공간임. 마치 고급 스터디 카페를 현상시키듯. 스탠드가 매립된 칸막이 책상들이 구비되어있고, 중간에는 큰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음. 그리고 안쪽엔 휴게 공간처럼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인스턴스 식품이나 컵라면, 차와 커피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안마기구까지 설치되어있음. 이 심화반은 연화고등학교의 자랑이었음. 심화반으로 알게 모르게 학생을 차별하는 선생들이 있었다만 이 심화반에서 소위 SKY 대학으로 많이 배출하니 학부모들은 이 심화반에 들어가게 하려 안달이었음. 하지만 일반 학생들은 모르는 비밀이 한가지 더 있었으니. 공부는 물론 집안 재력까지 따져가며 심화반 학생을 뽑는 것이었음. 질 좋은 칸막이 책상이며 매일매일 부족하지 않은 음료와 간식거리, 그리고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전신 안마기까지. 모두 학부모들의 서포트가 아니겠는가. 즉, 자연스럽게 심화반에 들어가는 석진 역시 성적이 좋으며 그런 집안의 자식임을 의미하겠지. “너 점심 먹냐.” “오늘 메뉴가 뭔데?” “쓰레기로 비빔밥을 먹어도 급식보다 맛있을 메뉴.” “미쳤네, 안먹는다.” “ㅇㅇ, 그럼 난 잔다.” 오늘 점심이 맛없다며 4교시가 끝나자마자 엎어진 친구를 뒤로하고 자신도 그냥 심화반에서 조용히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올라온 석진이었음. 오히려 급식실보다 심화반에 구비된 샌드위치나 컵라면을 먹는게 더 맛있었거든. 심화반은 각자 고유한 자리가 있는데 3학년부터 원하는 자리를 정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등수가 높은 순서대로 자리를 정했음. 석진은 물론 올해 심화반의 자리쟁탈에서 1순위였고. 그 중 가장 명단 자리는 너무 구석지지 않으면서 시끄러운 복도쪽이 아닌 상대적으로 조용한 운동장쪽의 세번째 자리. 심화반은 1년 365일 암막커튼으로 닫혀있기 때문에 밖을 볼 일이 거의 없음. 유독 시끄러운 오늘만 빼면. 석진은 하루종일 입꼬리를 힘껏 올리고 눈꼬리를 있는 힘을 다해 내리며 웃느라 간헐적으로 떨리겠지. 수고한 안면 근육들을 위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어지럽게 포스트잇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옆자리를 힐끗 봄. 나태해지는 자신을 채찍질 하기 위해 써놓은 말들을 바라 봄. 옆자리 책상의 주인은 도대체 뭐가 그렇게 간절하기에.. 라는 생각을 잠깐하고 나니 오늘따라 유독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음. [……. 하면 …….리라] 한참을 보다가 해도해도 시끄러운 운동장 소리에 커튼 사이로 운동장을 슬쩍 바라보게 되는 석진. 그와 동시에 울리는 전화. 윙윙 울리는 전화. 하루도 밝은 적 없었던 심화반은 석진의 손에 의해 커튼이 걷혀짐. 동시에 창문까지 열어버림. 밝은 빛이 쏟아지며 시원한 가을바람이 들어오는 심화반과 대조되는 운동장의 핏빛 악몽. 지치지도 않고 울리는 전화. 운동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전화를 받으면. -야, 너 어디야!! 급식실 간건 아니지?! “…” -야!! 어디냐니까! 일단 내가 그쪽으로 ㄱ%#!@@& X발. 무슨 소리야. 저것들은 또 뭐고. 나 심화반이야. 아니 시X, 내가 올라갈께., 일단 아,@^$@ 아니다. 너 얼른 내려와라. 일단 같이 있는ㄱ&*ㅅ!ㅂ@&&* 윙윙 울리는 친구의 목소리에 넋이 나간 상태로 전화를 들고 멈춰있는 석진. 그렇게 잠깐을 멈춰 시간이 흘렀을까. 심화반 옆 계단이 소란스럽게 쿵쾅대며 누군가가 5층으로 올라옴. 괴성인 것 같기도, 그냥 거친 숨소리 같기도. 아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포효인가, 아닌가 가까운가. 저기 헐레벌떡 뛰어오는 인영이 밖에서 날뛰는 것들이랑 같은가. 별 생각이 다 들면. 암막커튼 사이로 누군가의 인영이 심화반 앞 복도를 지나 문에 가까이 다가갔고 석진은 그 인영을 따라 고개를 천천히 돌렸음. 자연스레 따라가는 시선을 따라 문 앞을 바라보면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건. // 오전부터 애들이 떠드는 급식메뉴를 듣고 진작에 점심을 포기한 민윤기는 석진에게 안먹는다하고 햇빛이 잘 드는 자신의 책상에 누워버림. 어차피 석진도 자신이 아니면 은근 혼자 밥먹으러 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나한테 집착 좀 하지 말라니까, 새끼. 날 너무 좋아해. 윤기는 2학년때 전학 온 케이스임. 교무실에 들러 담임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으면 저 멀리서 모든 선생님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는 얼빵한 놈이 보임, 그게 김석진. 안경 사이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예의란 예의는 다 차려가며 교무실을 겨우 빠져나가는 석진이었음. 그리고 그런 석진을 보는 윤기는 이런 생각을 했음. 쟤도 저렇게 다 받아주려면 참 피곤하게 산다라는 생각은… 그날만 했다지. 담임을 따라 반에 들어가면 맨 앞자리에 보이는 건, 또 저놈이었음. 맨 앞자리에 앉아 뒤에 있는 애들은 보이지 않겠지만 자신을 소개하느라 말하고 있는 담임 제외, 자신만이 석진의 표정을 볼 수 있었음. 분위기 좋은 아이들의 호응에 별 감흥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김석진. 민윤기, 18살. 하하, 어.. 윤기야 다른 할말은 없을까? 잘 부탁한다던가, 잘 지내보자던가..? 없는데요. 그리고 눈이 마주친 김석진은 안쪽 입꼬리를 깊게 넣어 가벼운 호흡으로 웃고는 잘 부탁한다, 민윤기. 애들아, 박수. 자연스럽게 애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그때 민윤기는 생각했음. 저새끼, 얼빵한 척하는 놈이었네? 그리고 그 후로 석진의 진짜 성격을 알게 된 건, 몰래 옥상으로 올라왔던 민윤기가 담배피고 있는 석진을 발견했을 때였고, 성격만 속이는 줄 알고 약간의 상황파악이 필요했던 윤기에게 뭘 봐. 라고 한 순간 윤기는 석진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렸음. 그 뭐라고 하더라. 아 그래, 싸가지. 개싸가지. 존X 싸가지. 뭐, 아주 나중에 말이야. 나랑 왜 친구하냐는 민윤기의 물음에 김석진의 말로는 덜싸가지가 더싸가지를 알아본거지 라는 말로 정의를 내려버렸음. 그 후의 대화는 누가 덜싸가지냐, 더싸가지냐를 두고 싸우는 결말이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둘 다 싸가지라는 건 팩트인데. “난 그런 등신같은 자기소개는 안한다.” “할 말이 없었는데 어떡해.” “다 십팔살인데, 니가 십팔살이라고 소개해봤자 뭐하냐.” “?발음 똑바로 안하냐.” “그러니까, 안그러냐고 이 십팔살아? 십.팔.살?” 대신 싸가지가 없어서 편하게 학교생활하는 쪽은 민윤기라는 건 확실했음. 김석진은 맨날 웃으면서 학교생활하다가 자신이랑 같이 있을 때면 눈치 보지않고 쓰레기 같은 성격을 표출하니까. 민윤기는 예체능임. 미술. 의외로 만사 세상이 귀찮아보이는 윤기가 유일하게 관심이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되냐면. 전교 1등 친구 좋다는게 뭔가. 그 빽으로 가끔 심화반 휴게실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공부하다 쉬러 온 석진이 가만히 보고 있다가 뭐라고 할라치면. “나한테 욕해도 내 그림한테는 욕하지 마라.” 라는 정도? 석진은 참지 않지. 니 오른손이 등X이라 그런가보지. 여튼 그림은 욕 안했다? 이러고 다시 심화반으로 들어가버리는 아주 사이 좋은 친구라고 포장해봄. 윤기가 전학오고 석진은 숨 쉴 곳을 찾은듯 보였고, 윤기는 언뜻 보면 무심해보이지만 그런 석진에게 기꺼이 곁을 내주었음. 그런 석진은 윤기에게 보답했고. 옥상키를 복사해준다던지. 3학년 올라갈 때, 같은 반으로 배정한다던지. 기숙사를 같은 방으로 쓰게 해준다던지. 뭐, 속을 들여다보면 다 석진이 좋은 일 아닌가 싶겠지만 말이야. 윤기도 내심 싫어하지는 않았으니까. 자신의 그림을 석진의 방식으로 좋아해줬음. 아무것도 두지 않는 심화반 책상에 윤기가 준 그림 하나가 딱 붙는다던가. 윤기가 심심할때마다 그려서 준 그림들을 잘 보관해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래서 그 날도 자리에 엎드리며 은연중에 석진은 심화반에 가겠지 생각했고 잠에 들기 직전이었음. 하늘은 높고 말을 살찐다는 가을답게 높은 하늘에 비추는 햇빛을 맞으며 나른히 자기는 커녕. 운동장에 보이는 말도 안되는 광경에 윤기는 곧바로 석진에게 전화를 걸었음. 공부만해서 비실한 놈 어디서 등신같이 있나 싶어서. 새끼가, 전화는 폼인가 왜 전화를 안받아. 라고 하며 일단 본능적으로 교실을 나섰음. 일단 가까운 화장실에 있나 싶어서 뛰어갔고, 수행평가 내달라는 심부름 때문에 아직 교무실에서 안왔나 싶어 2층으로 내려갔고, 그와 동시에 1층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윤기는 다시 계단을 올라갔음.3층을 지나 4층으로 가고 있을 때쯤 전화를 받은 석진에 뛰어올라가며 어디냐고 소리를 질렀고, 심화반이라는 단어가 들리자마자 일단 내려와, 아니 내가 올라가. 일단 심화반, 아니 교실, 반으로. 머리 속에 정리가 되지 않은, 생각이 끊겨 나왔음. 이 악물고 뛰었겠지, 5층 석진이 있을 심화반으로. // “하아..! 하, 빨리 나와, 아., 미친놈아.” 민윤기가. 급식이 맛없다며 책상에 엎드렸던. 상황파악 못하고 있던 석진을 데리러 온 민윤기가 힘겹게 숨을 고르며 서 있겠지. 석진은 윤기를 바라보고 있는 시야 아래 옆자리 책상에서 봤던 포스트잇이 눈에 다시 밟히겠지. 어쩐지 오늘따라 옆자리 주인이 생각나고 걔가 하루하루는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었는지 오늘로써 조금은 알게 되는 날이었지 않나 싶음. 내일은 또 어떨까. 저 정체모를 것들을 피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살고자 하면 살아남으리라] 20xx년 9월 오후 12시 09분 김석진, 현재 위치 본관 5층 심화반 민윤기 합류 (소근) 저 궁금한게 있는게 이거 재밌어서 보시는 건가요..!!(속닥속닥) 진짜 궁금.. 만약 다음에 온다면 대충 학교 약도를 가져와볼께요..(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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