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1층으로 겨우 들어온 여주와 정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음. 몇몇 좀비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엉켜 포효하고 있었고 좀비화가 진행되는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듯 바닥을 뒹굴고 있었었으며, 아직 물리지 않은 학생들은 여주와 정국처럼 살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었으니까. 마치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모를 난장판이었음. 그리고 순간 온 학교에 울리기 시작하는 재난문자 알람소리. 어찌나 시끄러운지. 핸드폰을 내지 않은 여주와 정국. 그리고 1층에 몇몇 학생들의 핸드폰에서 울리기 시작했고 복도는 더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음. ⚠️ 긴급재난문자 [감염대책본부] 연화시 연화고등학교 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는 감염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연화고등학교 전교생 및 교직원 포함, 연화고등학교 인근 주민분들은 서둘러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 긴급재난문자 [감염대책본부] 현재까지 조사된 상황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파악되며 감염 후에는 폭팔적으로 증가하는 식인 욕구와 비인간적인 공격성,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폭력성 등이 ㅈ… 정국은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들어 재난문자를 읽을 새도 없이 알람만 껐고 여주도 소리를 끄려고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려고 했음. 순간적으로 달려드는 좀비만 없었다면. 1층 복도에서 달려온 좀비는 앞에 있던 여주를 덮쳤고, 그로 인해 여주의 핸드폰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깨져버렸음. 좀비를 겨우 막고 있었지만 힘에 부치는 여주를 보며 이번엔 정국이 급식실 뒤에서 챙겨왔던 대걸레 자루로 좀비의 가슴을 힘껏 찔러 밀어버렸음. 정국 덕분에 다시 일어난 여주는 일단 교무실로 향하기로 했으니 발걸음을 돌렸음. 사람을 처음 찔렀다는 사실에 동공지진난 정국의 목덜미를 잡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올렸음. 밀물이 들어오는 것처럼 무서운 속도로 도망가는 학생들을 뚫고 연어가 강을 거스르듯 2층에 올라오니 이미 2층 복도에도 좀비들이 뷔페를 차려놨겠지. 순식간에 벌어진 좀비와의 대치에 놀랐는지 힘들어보이는 여주에 정국은 먼저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교무실 문으로 다가갔음. 그 사이 여주는 복도에서 달려드는 좀비들과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좀비들을 있는 힘을 다해 찌르거나 밀쳐내거나 발로 차며 시간을 벌고 있었음. “뭐해!! 얼른 들어가라고!!..” “….. 위로 가요.” “뭐? 무슨 소리야, 너 나와봐!!” “아, ㅆ…!! 위로 가자고요!” 문 앞에서 멍하니 안쪽 상황을 보던 정국은 슬슬 힘에 부쳐오는 여주의 손목을 잡고 중앙계단으로 향했음. 1층보다는 좀비의 수가 덜해서 수월하게 중앙계단에 도착했고 1층에서 밀려오는 좀비를 피해 3층으로 향했음. 대체 교무실에 뭘 본건지 얘기해달라는 여주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서 말이지. 나중에 들은건데, 석진이 나갈때까지만 해도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이 교무실 문을 닫고 문을 두드리는 물리지 않은 학생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거야. 그니까, 밖에서 사투를 벌이는 정국과 선생님들은 눈이 마주쳤는데도 불구하고 문을 꽉 잡고 있었다고, 열어줄 생각을 추호도 없었다고. 뭐, 그렇다고. 3층을 지나 4층으로 향할 때 아직 윗층에는 감염자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먹잇감을 찾아 좀비들이 다 내려가서 그런지 인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는데 4층에 도달하고 복도로 들어왔음. 4층은 3학년 교실이 위치. 여주는 익숙한듯 일단 자신의 반인 2반으로 향하려고 했고 정국은 그런 여주의 뒤를 사주경계하며 따라 가고 있었음. 드르륵- 탁. 그런데 복도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던 여주가 사라졌음. 순식간에 3학년 1반의 문이 열리고 자신의 팔을 끌어당기는 힘에 여주가 1반으로 사라져버리는게 아닌가. 뒤에서 함께 가던 정국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놀라버렸음. 눈코입 다 벌리고서 굳어버린 정국의 멱살을 잡고 역시나 1반으로 끌고 들어가는 정체 모를 팔. “너….!” “……….” 악악, 살려주세요. 저 맛없다고요. 제발요! 악악! …… 눈을 질끈 감고 싹싹 빌고 있는 정국이 숨막히는 정적에 한쪽눈을 찔끔 뜨고 교실을 바라보면 무사히 서 있는 여주의 앞에 다른 사람들이 서 있었음. 멍청아, 눈 떠. 그렇게 1반에 모여있는 사람은 5층 심화반에 있다가 반대쪽 계단으로 올라온 좀비를 피해 다시 자신의 반으로 내려온 석진과 윤기. 윤기처럼 급식이 맛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반에 남아있던 남학생 한명. 화장실에 숨어있다가 석진과 윤기를 보고 따라들어온 여학생 한명. 그리고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 소리에 창문으로 보고 있던 윤기가 무작정 끌고 들어온 여주와 정국. 전화는 왜 안받아. 너나 김석진이나 핸드폰은 폼이지. 급식실에서부터 본관을 들어오면서까지 끈질기게 징징 울리던 진동의 주인공은 여주의 옆집에 사는 윤기였음. 사실 윤기는 이 동네에 이사 와서 석진보다 여주를 먼저 알았음. 이사 오던 날, 윤기의 엄마는 옆집에도 인사를 드리라며 윤기에게 떡을 쥐여보냈는데, 마침 옆집에서 나오는 건 주말에 독서실을 가려던 여주였음. 멍하니 여주를 바라보다 뭘 보냐는 여주의 말에 말 없이 떡을 내밀었는데. 떡을 받고서 하는 말이. ‘밤 늦게까지 시끄러우면 죽여버린다.’ 였었나. 해 지기 전까지 이사짐 정리 다해라, 시끄러우니까. 였나. 아님 둘 다 얘기했나. 어쨌든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집에 있던 동생에게 떡을 넘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쿨하게 떠나버렸음. 그래서 석진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간 것도 없지 않아있었음. 사나운 가시를 들어내고 사는 여자애, 가시를 숨기고 지내는 남자애. 그리고 무엇보다 윤기에 눈에는 여주가 예뻤거든. 솔직히 이게 가장 중요하지. 쟤랑 나랑 같은 줄에서 부르지 말랬지, 역겹다고. 그리고 받을 정신이 있었겠냐. 그리고 아까 1층에서 싸우다 떨어졌어. 그렇게 말하고는 끝까지 놓지 않았던 식칼을 책상에 놓는 여주였음. 처음 그것들을 찔렀을 때부터 급식실을 빠져나와 4층으로 올라오기까지 여주는 잠깐 눈을 감고 생각했음. 피로 물드는 손과 칼, 미끄러지지 않으려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계속해서 고쳐잡았었음. 이질적으로 푹 파이는 느낌에 자꾸만 손에 힘이 풀렸지만 이를 악물고 싸우며 은연중에 자신을 계속 보호하려했던 정국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야, 민윤기!!! 물렸으면 어쩌려고!! “야, 너 말다ㅎ” “아, 물렸으면 어쩌려고 니 맘대로 들여보내냐고!!” 아 ㅆ발. 존나 앵앵거리는 거 보니까, 공주희. 쟤도 있네. 공주희, 3-2반. 대가리에 든 건 없는데 집에 돈은 많아서 심화반에 자리하나 차지하고 있는 공주병. 여주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인간.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피해를 주면서 반성은 하지 않는. 그리고 행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김석진을 좋아한다더라. 그래서 김석진이 있는 심화반에 들어간거라고. “겉으로 물린 상처가 없잖아.” “니가 뭘안다고 그래!!!” “조용히 해, 좀비 몰려들면 어쩌려고.” 그리고 이경, 3-1반. 주희가 막무가내로 차지해버린 3학년 심화반 자리의 진짜 주인. 석진과 여주만큼 공부를 잘 하는 친구지만 집안에 잘 살지 못한다는 허접한 이유로 심화반에서 떨어진. 과묵하고 겉으로 보이는 감정의 변화가 크지 않으며 윤기를 제외하고 여주가 유일하게 호의를 베푸는 친구. “그럼 까보면 되잖아.” “….뭐?” 떽떽대는 주희를 감흥없는 얼굴로 구경하고 있던 여주의 표정이 한번에 구겨진건, 석진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음. 어디서 개가 짖나. 라고 생각만 했을 것 같지만 “어디서 개가 짖나.” 라고 말로 뱉는 건 여주만이 할 수 있는, 여주가 석진에게만 대놓고 보이는 적대심. 이게 다 서로의 신뢰를 위한 일이지. 앞으로 같이 헤쳐나갈 일이 많아보이는데? 라며 턱짓으로 복도로 난 교실 창쪽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좀비를 가르켰음. 대놓고 욕하는 여주와 그런 여주를 무던히도 가지고 노는 건, 여전히 석진이었음. // 여주와 석진, 석진과 여주. 이 둘의 악연은 입학 때부터 이어졌음. 입학 성적 1등으로 들어온 여주와 2등으로 들어온 석진. 그 후로 여주가 석진을 넘어서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음. 아, 3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제외하면. 1,2학년 때, 여주는 석진을 이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공부를 했었음. 유명하다는 과외, 강사, 학원 등을 새벽까지 강행하며 노력했지만 이길 수 없었고, 그런 여주가 더욱 화가 나는 건. 다른 학우들에게는 항상 웃는 얼굴로 친절하고 다정하면서 자신과 대화할 때는 그 가면을 벗고 본 모습을 들어냈기 때문. 그런 모습에 여주는 석진을 더 역겨워하고 증오했음.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의 첫 중간고사 시험, 여주는 드디어 전교1등을 하게 되었음. 드디어 김석진을 이겼다는 생각에 며칠동안 기분이 좋은 상태로 지내다가 우연히 교무실에서 들은 이야기에 김석진과는 절대로 웃으며 지낼 수 없다는 각오를 하게 됨. 그날 심화반 앞에서 석진이게 사실여부를 물어본 여주는 기가 차다 못해, 석진에게 기를 빨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지. ‘근데 김쌤, 석진이가 이번에 어이없는 실수했다는데 맞아요?’ ‘문학 주관식 1번을 틀렸다는데?’ ‘어머, 걔 그런 거 실수하는 애 아니잖아.’ 아, 그거? 내가 그런 실수를 왜 해. 그런 실수는 니가 지금까지 해온 거 아닌가. 이번엔 실수 안했나봐, 잘했네? // 미친놈들이 이상한거에 존심 부리지말지, 야, 이경 안말리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스파크가 튀는 걸 눈치챈 윤기가 또 시작이라는 투로 말려보려 이경을 불렀음. 그러나 이경은 확인은 해야 서로 마음은 편하지 않겠냐며 그냥 안에 반팔 빼고 셔츠만 벗는 거로 하자며 오히려 찬성에 손을 들었음. “아니? 난 다 벗어야한다고 생각해.” “……..” “왜? 물렸어?” “공주희, 좀 닥쳐.” 아, 저희 진짜 안물렸는데.. 저랑 누나랑 진짜 안물렸어요. 이거는 긁힌건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면서 윤기는 여주가 할 행동을 알고 있었고, 여주는 그런 윤기가 말리기도 전에 하복 셔츠의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음. 아, 미치겠네. 탁- 바닥에 떨어진 건 여주의 하복셔츠 였고, 평소보다 여주의 심기를 더 건들긴 했지만 여주가 정말 벗을 줄 몰랐던 석진은 그 다음으로 여주의 손이 치마 버클로 향했을 때 고개를 돌렸음. 사실 여주와 정국, 둘 다 하복을 입고 있었고, 팔이나 다리에 자잘히 긁힌 상처 말곤 큰 상처가 없었기에 확인은 굳이 필요 없었는데. 자신을 뚫어저라 바라보며 옷을 벗는 여주에 석진의 동공이 흔들렸음. 저 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윤기는 치마를 잡고 미세하게 떨고 있는 여주에게 다가가 그만하라고 얘기하며 치마를 꾹 잡고 있는 여주의 손을 조심스레 풀렀음. 여기서 그만하면 좋은데, 꼭 3절까지 가는 새끼들이있겠지, 공주희. “난 보고 싶은데. 벗으라니까, 김여주?” 아까부터 김석진의 뒤에서 깔짝깔짝 얘기하는 주희에 여주는 주희에게 한걸음에 다가가 운동장쪽 창가로 데려갔음. 뭐하는 거냐며 소리지르는 주희를 창가에 앉히고 묶여있는 커튼을 쳤음. 갑작스런 행동에 모두 굳어버린 남자들은 커튼 속 상황이 어떨지 침만 삼키고 있을 수 밖에 없었음. 여주는 하복 안에 입고 있던 흰반팔을 벗어 공주희의 얼굴에 던졌음. 얼굴에 얹어진 반팔을 치우니 언제 다가왔는지 속옷만 입고서 자신의 얼굴과 아주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여주에 숨을 헙하고 참았음. 괜한 사람을 건들였다 싶지? 확인했으면 꺼져. 순간의 위압감에 아무말도 하지 못한 주희는 더듬더듬 창가를 내려와 커튼을 빠져나왔고, 여주는 다시 반팔을 입고 커튼을 펼치면서 바닥에 떨어진 커튼 끈 두개를 주웠음. 하나는 거추장스러운 긴머리를 묶었고, 나머지 하나는 책상에 올려뒀던 식칼을 들고 와 커튼으로 피를 대충 닦은 후 종아리 언저리에 묶었더라고. 20xx년 9월 오후 13시 01분 민윤기, 김석진, 현재 위치 본관 4층 3-1반 김여주, 전정국 합류. +) 여주가 커튼으로 주희 끌고 갔을 때. 석진: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음, 간만에 당황함. 윤기: 저럴 줄 알았음, 여주보다 느렸던 자신에 살짝 짜증. 이경: 무표정이지만 그 누구보다 지금 여주가 재밌음. 정국: 헐, 어떡하징. 눈나… 사람은 때리면 안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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