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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앤오프/이창윤/김효진] 설렘의 법칙_11 | 인스티즈    

[설렘의 법칙_11]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지만 정말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조차도 도통 쉽지가 않다.     

술집에 들어오자마자 눈으로 김효진부터 찾았다. 과팅 중인 남녀들부터 술게임이 한창인 무리들까지. 무르익은 술집 안은 어지러울 정도로 시끄러웠다. 1분만에 수많은 사람들 속 테이블에 혼자 엎드려 있는 뒷모습을 찾아냈다. 발견하자마자 곧장 달려가 김효진을 일으켰다.     

     

"오빠!"     

"......"     

"일어나봐요. 괜찮은 거예요?"     

     

그러자 김효진이 고개를 든다. 반듯한 이마 위로 덮어진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져있다. 몇 초동안 보다가 나를 알아보곤 웃는다. 그런데 평소보다 무방비한 웃음이다.     

     

"...안녕."     

     

안녕 되게 좋아하네 진짜. 이 와중에도 나를 보자마자 인사부터 한다. 테이블 위에는 오뎅탕 하나에 소주 세 병이 놓여져있다. 그 중 두 병은 이미 말끔히 비워져있다. 대체 여기서 혼자 왜 이러고 있는 거냐고 물으려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자리에 앉으며 고쳐 물었다.     

     

"혹시,"     

"......"     

"무슨 일... 있는 거예요?"     

"...그런 거 아니야."     

     

고개를 도리도리 젓지만 아무래도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술도 못하는 사람이 혼자 이렇게 마셨다는 건. 분명 어떤 심경의 변화같은 게 있어서일텐데.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또 한 번 그 때 고깃집에서 들었던 그 선배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설마 아직 못 잊은 건가.'  

  

그와 동시에 혹시 이렇게 마신게 많이 좋아했다던 그 언니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순간 기분이 저 밑으로 가라앉을 뻔했으나 아니야 신경쓰지말자 다짐하며 고개를 들었다. 때마침 김효진이 또 한번 마시려 들던 술잔을 가져오며 물었다.     

    

"저한테 전화했던 건, 이제 기억나요?"     

     

그러자 잔을 빼앗기고 눈을 깜빡이던 김효진이 그제야 깨달은 듯 아 맞다, 하며 사르르 웃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걱정이 되다말고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래서 눈을 피하며 괜히 중얼거렸다.     

     

"아무도 안 왔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안 받았던 거예요?"   

"다른 사람들한텐 안했어."     

"네?"     

"…너한테만 걸었는데 전화."     

     

앞에 놓인 물컵에 물을 따라주려던 손이 돌아오는 말에 정지되었다. 나한테만… 전화한 거라고? 물통을 내려놓으며 가만히 생각했다. 왜지? 왜 나한테만…   

     

"...왜...요?"     

     

고개를 들며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되물었다.   

     

"그러게."     

"......"     

"왜지."     

     

미소를 지으며 돌려준 말은 모호한 대답이다. 생각에 잠겨있는 바람에 김효진이 물컵에 소주를 따라 마시는 걸 막지 못했다. 오빠! 놀라 이번에는 아예 술병을 뺏으니 또 웃는다.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다. 취하니까 아주 장난기 많은 아이가 따로 없다. 머리가 울리는지 다시 테이블에 머리를 기댄다. 황당해서 멍하니 그 모습만 보고있다가 잠들었나 싶어 톡톡 김효진을 깨우려 손을 뻗으려할 때였다.  

     

"...보고싶었어."     

     

작게 들려온 목소리는 정확히 엎드려있는 김효진에게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듣자마자 또 한번 그대로 굳어졌다. 보고싶었다고? 누구한테 하는 말이지. 혹시... 나한테 하는 말인가. 아니면 취해서 그 언니를 생각하는 걸까?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몰아치는 생각들을 정리했다.  

내가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건가. 그래 지금은 취했으니까 그 사람이 생각나는 걸 수도 있고, 아니지 그래도 보고싶어도 아니고 보고싶었어면 나한테 하는 말이 맞는 거 아닌가? 아 모르겠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저기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혼자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김효진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폰을 지나가던 사람이 주워준 덕에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는 걸 깨닫고 정신을 차렸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흐트러져있는 김효진을 물끄러미 보았다. 취해서 거의 반은 잠든 것 같은데, ...진짜 어떡해야 하지.   

     

   

   

  

비틀거리는 김효진을 부축해서 어떻게 나오긴 나왔는데, 막상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다. 전화 한 통에 무작정 달려오는 바람에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게다가 물론 김효진이 보통 남자들에 비해서는 가벼운 것 같다만 그래도 나 혼자 힘으로 취한 남자를 견뎌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디라고요?”    

    

대답이 없다. 미치겠다. 진짜로 단단히 취했다. 오빠 집주소가 어디에요. 몇 번을 물어도 제대로된 대답은 돌아오지않는다. 사실 김효진이 대답했어도 집까지 이렇게 부축해서 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겠지만.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겠다. 일단 되는대로 근처 계단에 앉혀두고 폰을 꺼내 연락처 창에 들어갔다.    

    

근데, 누구한테 연락해야 되지?    

ㄱ으로 시작하는 이름부터 쭉 살피며 스크롤을 내렸다. 아무리 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름은 보이지 않아 속만 타들어가던 그 때, 머릿속을 스치는 사람 한 명이 있었다. 나와 김효진의 겹지인. 하루 재워달라고 할 만큼 가까운 사람에다가, 주변에서 자취하는 사람. 몇 번을 생각해봐도 이승준이 딱이었다.    

     

“아 왜 안 받아...”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건만 고객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소리 후 통화료가 부과된다는 음성만 몇 번째 반복되는 중이다. 아무래도 이쪽은 틀린 것 같다. 안되겠다 싶어 재빨리 타겟을 돌렸다. 손톱만 물어뜯는데 순간 또 하나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박민균. 그래 민균이라면 아마도 흔쾌히 승낙해줄 확률이 높기도 하고, 게다가 예전에 김효진이랑 친해지고 싶다고도 했었으니까. 생각할 것도 없이 일단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다행히 민균이는 금방 전화를 받아줬다.     

    

- 여보세요?    

“어 민균아, 있잖아 혹시...”    

- 어, 아빠 잠시만요! 통화 좀 하고 금방 갈게요! ...응, 누나."    

"어? 아 어, 민균아 혹시 지금 자취방이야? 

- 응. 갑자기 오늘 부모님이 자고 가신대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근데 왜? 

“아.”   

- 무슨 일 있어? 

“...아냐, 그냥 내일 보자구.”   

     

순식간에 선택지 두 개를 잃었다. 끊어진 전화만 붙들고 서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떡하지, 진짜... 이창윤한테 부탁해봐야하나?   

사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이창윤이었으나 최근 일들도 있었고, 아무래도 그 선택지로는 가지않는게 좋을 것 같아 보류해뒀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최후의 수단으로 이창윤을 선택했다.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 귀에 갖다대면, 들려오는 통화연결음에 괜히 긴장이 된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마침내 그가 전화를 받았다.     

   

“...이창윤, 잤어?”   

- 자려고 눈 감았는데 지금 깼어.   

“아 미안미안, 맞다 너 내일 일교시였지.”  

- 넌 왜 안자. 무슨 일 있어?   

“창윤아 저기 그, 있잖아.”  

- …너 뭐 부탁하려고 그러지.  

   

역시 이창윤은 단번에 알아차린다. 평소와 달리 창윤아 하며 살갑게 부르자 뭔가를 부탁하려한다는 걸 캐치하고 만다.  

     

“그, 효진 오빠가... 많이 취했는데 집을 몰라서...”     

- 뭐?     

“혹시 오늘 딱 하루만 재워줄 수 있을까?”     

   

눈을 꽉 감고 무작정 뱉어버렸다. 그런데 몇 초동안 대답이 없다. 얼른 덧붙이기 시작했다.     

   

“내가 밥 살게 비싼 걸로, 말만 해. 아 아니다 그냥 너 원하는 거 다 들어줄게.”    

- ...…     

"그러니까... 어떻게 안될까...”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폰만 꽉 붙들었다. 제발...   

     

- …지금 어딘데?   

“여, 여기 우리 조별 뒷풀이했던 술집 옆에 건물 계단... 아니야 근데 허락만해주면 내가 거기로 갈테니까...”    

- 됐어. 거기 있어, 갈게.     

     

그 대답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진다. 이 새벽에 이러는건 정말 민폐중의 민폐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어떡해. 어떻게 김효진을 모른 척 두고 갈 수가 있겠냐고.  

그래도 한 시름 놓았다 싶어 벽에 기대있는 김효진 옆에 털썩 앉았다. 그가 취한 틈을 타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곱게 감긴 눈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취해서 발그레해진 볼까지.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취할 정도로 마신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훔쳐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차가운 손 위로 툭 따뜻한 손이 겹쳐온다. 방금 전까지 무릎에서 떨어질락 말락하던 김효진 손이었다.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린가운데 김효진은 떨구어진 손을 아이처럼 꼭 잡아온다. 많이 당황했지만 손이 따뜻했다. 그래서 빼야지빼야지 하면서도 어쩔 줄 모르고 그러고 있을 때,    

     

"김여주."   

"까, 깜짝이야."   

"그냥 안에 있지. 왜 춥게 여기 있어."   

    

건물 문 앞에 비스듬히 서 있는 이창윤이었다. 너무 놀라 손을 확 빼며 벌떡 일어섰다. 분명히 잡고 있던 손으로 시선이 향했던 것 같은데 모른 척 내게 말을 건다. 얼결에 술집에서 나와버렸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김효진에게 눈길이 닿는다.     

   

"얼마나 마셨길래..."    

"두 병넘게… 마신 것 같던데."    

"...일단 이거 입어."     

     

가만히 보던 이창윤은 내 옷차림을 보더니 입고 있던 바람막이를 내게 벗어주며 말한다. 받아들며 고마워…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어쩐지 면목이 없다. 그래도 급히 나오느라고 아무렇게나 얇게 입은 탓에 으슬으슬했는데 걔가 넘겨준 바막을 걸치니까 한결 따뜻해진다. 이창윤 향이 훅 풍긴다.     

   

"그렇게 말고."   

     

그런데 창윤이는 김효진에게 다가가 부축하려다 말고 다시 내게 다가온다. 그러더니 바람막이 지퍼를 손수 끝까지 올려준다.   

     

"이래야 따뜻하지."   

     

왠지 부끄러워져서 예쁘게 웃는 이창윤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피해버렸다. 훨씬 따뜻하지? 어... 그러네. 내게는 좀 큰 탓에 손가락 끝까지 덮이는 바람막이의 소매만 매만졌다.   

   

...아무래도 요즘 마음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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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효진이부터 창윤이까지 여주 마음 혼란스러워서 우뜨케요ㅋㅋㅋ큐ㅠㅠ하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아주 좋습니다💕 효진이는 무슨 일이었을까요ㅠㅠㅠ매회 읽을때마다 다음 화가 넘 기다려져요 재밌게 읽었습니당💛
2년 전
온퓨
그러게요ㅜㅜ 과연 무슨 일이었을지..! ㅎㅎㅎ 몽글몽글해진다니 다행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년 전
독자2
효진이의 마음은 대체 무엇일지 너무 궁금하기두 하구 그와중에 술취해서 대답하는거 귀엽냐고요 퓨^퓨
창윤이가 여주 바람막이 입혀주고 웃는모습 상상만해도 너무 설레서 특히 그래놓고 예쁘게 꽃웃음 지을거 생각하니 와 진짜 너무 설레요 자까님 ㅜㅜ 진짜 읽을때마다 과몰입해서 읽어요 ㅠㅠ 스릉흡니다

2년 전
온퓨
으아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에요🥺 저도 스릉흡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ㅎㅎ

2년 전
독자3
아악 ㅠㅠㅠㅠ재밌어요 정말,,,,자까님 글 뜨는것만 기다리고있습니당💕💕
2년 전
온퓨
악 다행이에요ㅜㅜ 고마워요💗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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