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제대로 시작하려면 3년전 그 녀석과 만나게 된 계기를 설명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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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갓 입학한 병아리답게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를 찾아
먹이를 찾는 한 마라의 하이에나처럼 1반부터 끝반까지 둘러다니며
아는 친구가 있으면 격하게 친한척을 하고 돌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나와 제일친한, 그리고 어쩌다 제일끝반에 걸린
한상혁네 반에 들어갔다 실명당할 뻔 했다.
"대박"
완전 잘생긴(내 눈에)훈남과 장난을 치는 한상혁에 놀라 자지러질 뻔 했으나 사실 이 감정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섞여있는데
하나는 워낙에 애가 후렌들리한 녀석이라 금방 적응하겠지라는 생각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며
찌찌리 같은 친구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친구를 사귄 괘씸죄가 섞여 나타나는 일종의 질투 같은 느낌이랄까.
여튼 그 광경을 앞문에 서서 멍하니 보고만 있는데 머리 위에서 문 좀 닫아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 찾으러 왔어?"
"쟤"
"야, 얘가 너 찾는데?"
너무도 당당하게 나를 손가락으로 콕콕 가르키며 말하는 모습이 꼭
오빠 찾으러 온 동생같이 구는 것 같아 살짝 빈정이 상했다.
내 머리 위에있는 녀석을 가뿐히 무시하고 한상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 아주 신났네? 니 친구는 저기 추운 밖에서 덜덜 떠는데"
"워낙 작아서 보여야 말이지."
"이씨.. 죽고싶냐?"
"씁. 여자 입이 거칠어서 쓰나"
"거칠긴 네가 더..."
'야, 너 누구편이야!' 친구 1과 실갱이가 벌어진 한상혁을 보며 '그럼그렇지' 하고 짓던 생각이
내 어깨 위에 올려진 묵직한 팔 덕에 공중으로 흩어져버렸다.
"넌 누구?"
"뭐가?"
"누가 이길 것 같냐고. 나는 차학연에 탱크보이"
"어...그럼 난 상똥이에 픽크닉"
"에? 피크닉 너무 짜잖아. 받고 쌍쌍바. 콜?"
"콜. 근데 넌 이름이 뭐야?"
"명찰..아, 키가 작아서 안보이나?"
"만만한게 키지?"
"그러는 너는... 김별빛? 이름 예쁘네."
차학연이라는 친구와 싸우는 한상똥을 뒤로 한 채 종이 치기도 전에 도망치듯 반으로 들어왔다
초록 명찰에 정갈이 자수된 이재환이라는 이름을 곱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