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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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여자라서 알 수 있는 것
"아, 존나……."
화장실 안에 00의 욕설이 울렸다. 무심코 나온 욕이었다. 하지만 00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욕하는 게 뭐가 어때서. 지금 그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왔는데, 지금. 00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서 미리 챙겨 둔 속옷 하나와 서랍을 뒤져 나온 위생용품 하나를 집어들었다. 어쩐지 그 손길에는 짜증스러움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결코 반기지 않던 것이 왔다. 00은 세면대로 가 물을 틀었다. 차가운 물에 왜 그리 물이 차갑냐며 짜증을 냈다.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차라리 몰랐다면 좀 괜찮을 텐데. 밑은 찝찝해 죽어나겠지만. 화장실 문을 벌컥 열어 방으로 향했다.
"집 가고 싶다."
몇 년 동안 살아 숙소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버렸지만 00은 문득 집이 그리웠다. 안 돼, 이런 생각을 하면 끝도 없이 우울해진다고. 정신을 다잡아 봐도 입이 뾰루퉁 나왔다.
"아우씨."
월경이 터졌다.
63. 있고 없고의 차이
"누나 도시락 갖다 줄까요? 뭐 먹고 싶어요?"
"나 입맛 없는데. 니들끼리 먹어."
"에이, 그래도요."
태형이 도시락 하나를 00에게 내밀었다. 평소 00이 잘 먹던 도시락이었다. 입맛이 없다는 00에게 00이 제일 좋아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밀었다. 내치지는 않겠지. 하지만 잘 먹지도 않을 거다. 역시 한 입, 두 입 먹다가 00은 숟가락을 탁자에 내려놨다. 입맛 없어. 그걸 보고 있던 호석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몽 타르트라도 먹을래요?"
"아니. 괜찮아."
내민 자몽 타르트를 00은 외면했다. 눈치 없게 옆에 있던 정국은 해맑게 안 먹어요? 그럼 나 줘요! 하고서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남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숙소를 가는 길에 초콜릿이나 사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입맛이 없다고는 하지만 단것은 꽤 잘 먹던 지난번의 00의 모습 때문이었다. 다이어트 때 트레이너조차도 00의 상태를 알아채고 단것을 먹던 00을 말리지 않았다. 초콜릿은 거의 만병통치약인가. 남준은 잠깐 초콜릿에 대해 깊은 생각을 했다.
태형은 00 옆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귀찮게 굴지도 않았다. 다리에 외투를 올려 주고, 몸을 기대게 해 주고. 정국은 오늘따라 태형이 왜 그러나 싶었다. 왕왕 짖어대던 태형이 저렇게 얌전한 것도 참 신기했다. 매일 같이 놀던 지민은 어디다 버려 두고. 정국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입으로 쏙 넣었다. 호석이야 워낙 00을 챙겼으니까. 남준도 00을 챙겼는데…….
"저 형은 뭐야."
저 형은 왜 저러는 거야. 매일 귀찮게 하더니 오늘은 얌전하네.
"누나 허리 주물러 줄까요?"
"아직은 괜찮아."
"아프면 말해요!"
……진짜 이상하네. 정국이 타르트를 하나 더 꺼내며 머리를 갸웃했다.
여자 형제가 있고와 없고의 차이였다.
64. 한 명
사실 월경통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다. 배가 아니라 허리가 아프다는 것 빼고는 죽을 것 같다거나 온몸이 쪼개질 것 같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짜증을 내는 것도 별로 없었다. 거의 평소와 다름이 없는지라 멤버들은 하루 정도 00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제 안마기를 달고 사는 2일째부터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눈치 빠른 윤기를 포함한 넷은 거의 수발을 들다시피 한다. 그 다음날 태형의 행동이 변했다는 걸 느낀 석진과 지민도 눈치챈다. 윤기와 남준은 뒤로 빠져 주기적으로 괜찮냐는 물음과 함께 몸 상태를 체크한 뒤 괜찮으면 다시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는 편이었다. 태형은 말했듯 옆에 붙어 이것저것 챙겨 주고, 호석도 마찬가지였다. 석진은 00이 무얼 하려 할 때마다 먼저 선수친다. 초콜릿을 껍질도 까 주고 물병의 뚜껑도 열어 주고. 지민은 조용히 눈치를 살핀다. 누나 괜찮아요? 몇 번 물어 주고, 안마기 대 주고. 한 명이 빠졌는데. 음.
"누나, 박재범 선배님이랑 사진이랑 사진 한 번만요."
눈치 없는 전정국이지 누구야.
"나중에 찍어, 나중에."
"형이 찍어다 줄게."
"아, 안 돼요. 같이 찍어야 한단 말예요."
"오늘만 무대 겹치냐? 형이 찍게 해 줄 테니까 조용히 해."
그래, 재범 팬인 정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그걸 하필이면 00한테 부탁을 하냐. 남준은 한숨을 쉬면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저 눈치 없는 자식. 00은 정국이랑 남준이 대화를 하든 말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태형이 콩콩 두들겨 주는 안마를 만끽하며 지그시 눈을 감고 있을 뿐. 그다지 아픈 건 아니었지만 피곤함이 더 컸다. 무대 말고 화보 촬영 있는 게 다라 다행이다. CF 촬영은 지난번에 해 두었으니까 더욱 다행이다. 퍼포먼스로 주목받는지라 CF조차도 그 격한 안무를 소화해야 했다. 그것만은 빗겨나가 다행이라 생각했다.
"누나 자는 거예요?"
"……."
"누나 왜 답이 없어요?"
"애 자잖아, 인마."
"안 자는데?"
"명상하나 보지, 그럼. 가만히 둬라."
촬영을 끝마친 윤기가 정국을 제지했다. 단호한 윤기의 말에 정국이 얼쯤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 말라고 하니 더 하고 싶은 것 같기도. 이미 끝나 버린 사춘기 시절 마음이 삐죽삐죽 다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누나. 다시 불렀지만 역시 답은 없었다. 누나. 누나. 누나누나누나누나.
"다음 멤버들 촬영이요!"
"촬영 들어간대요. 누나, 일어나."
"……어."
평소보다 가라앉아 낮아진 목소리. 정국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태형이 형한테만 답해 주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국은 화보 촬영 때 지었던 강렬한 눈빛을 촬영장 세트로 걸어가는 00과 태형을 향해 쏘았다.
……누나가 변해써.
정국이 입술을 꾹꾹 눌렀다.
64. 지민이도 눈치는 있다
아랫배가 조금 휑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워지는 것 같다고. 인상을 찌푸린 00의 낌새를 알아차린 지민이 핫팩을 흔들어 내밀었다. 여자 몸이 차가우면 안 된댔어요. 00은 피식 웃고는 핫팩을 담요 안에 넣어 배에 밀착시켰다. 아무리 멤버들이 배려를 해 준다 해도 아주 살짝의 민망함은 없어질래야 없어질 수가 없었다. 지민은 헤헤 웃더니 석진이 내어 온 핫 초코를 00쪽으로 밀었다. 평소보다 더 달고 진한 핫 초코였다.
"마시멜로우도 넣으려 했는데 그건 네가 싫어해서."
"……마시멜로우까지 있었으면 어린이가 된 기분일 거예요. 내가 이 나이 먹고 핫 초코나 마시고 있다니, 하고 자괴감이 들었을걸요."
"야, 이 나이 먹고 동생 핫 초코 타 주는 나는 어떻고."
"에이, 다른 멤버도 아니고 난데 뭐 어때요."
"그건 그래."
"……하?"
지민이 왜. 석진이 능청스레 행동했다. 지민은 당황스럽다는 듯 특유의 웃음을 허허 웃으면서 물었다. 지금 제가 앞에 있는데 대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여? 웃어서 줄줄 새는 발음이 귀여울 만도 하지만 쓸데없이 석진과 00은 단호했다.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전혀.
"……누나 살 만한가 봐요? 나 막 놀리고."
"내가 아까 약 줬거든."
"내성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음. 그냥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해."
"누나 알약 싫어하잖아요. 어떻게 먹었어요?"
"위급하면 싫어하는 거고 뭐고 생각 안 나."
"아, 근데요."
지민의 말에 머그컵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00이 고개를 들었다.
"전정국 진짜 바보인 것 같아요."
애가 눈치란 게 없어! 아까 혼자 꿍해 있는 거 있죠? 아마 누나가 요즘 반응 안 해 줘서 그런 것 같아요. 진짜 찌질해! 옹알대던 지민이 순간 서늘함에 몸을 잘게 떨었다. 석진과 00의 얼굴에는 웃음끼가 가득했다.
"왜, 왜 그래요?"
"눈치는 네가 더 없는 것 같다?"
"네?"
지민이 뒤를 쳐다봤다.
"……형."
"헐, 전정국?"
"……."
"헐, 야, 전정국이! 야!"
"이래서 누나가 항상 그랬지. 말 조심하라고."
"그래, 이건 네가 백 퍼센트 잘못한 거야."
뒤돌아 방으로 가 버린 정국과 애처롭게 정국을 부르는 지민. 석진과 00이 키득댔다.
난 뒤졌다, 이제……. 지민이 울음을 삼켰다.
65. 움직이기 싫어
월경만 없었더라면 삶의 질이 조금은 더 올라갔을 텐데. 00은 말짱히 깬 정신을 다시 잠재우려 노력했다. 자야 한다. 자야만 한다. 당장이라도 씻고 싶지만 깨어 있는 건 확실히 싫었다.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라서 할 일을 차마 뒤로 못 미룬다고 해야 하나. 차라리 무의식 상태면 그것들을 인지하지 못해서 안 하게 되는데, 의식이 든 상태는 그것들을 해야 하니까……. 나 지금 뭐라는 거야. 00이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렸다.
혼자 방을 써서 다행이었다. 00이 다른 멤버와 방을 같이 썼을 경우에는 아, 상상도 하기 싫다. 혹여나 이불에 피가 샜을 때는……. 상상도 하기 싫다. 정자세로 자는 게 조금 불편했지만 옆으로 돌아누울 수 없었다. 뭔가 찝찝하다고!
"누나, 아직 자요?"
"……."
"마사지받고 자요. 마사지 기계 들고 왔어요."
"……먼저 씻고 할래. 플러그 좀 꽂고 있어 봐."
"네에. 밥 안 먹을 거예요?"
"입맛이 없네."
"으응, 알았어요. 나 나가 있을까요?"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태형은 갸르륵 웃으면서 00의 노트북을 켰다. 이런 사생활 따위 하나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그러나 사실 00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딱히 불쾌하거나 불편하지도 않고. 몸을 감쌀 수 있는 큰 수건 하나와 갈아입을 옷을 들고 00의 방 안쪽에 있는 화장실을 들어갔다. 이미 태형은 좀 전까지 00이 누워 있던 침대에 누워 인터넷 서핑 중이었다.
느릿느릿, 00은 물을 키고 가만히 서 있었다. 움직이기 싫다. 앉으려 움직이는 것조차 짜증 났다. 제발 뜨거운 물이 빨리 나왔으면. 욕조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귀찮다. 그렇다고 지금 들어가자니 차가운 물 맞기는 싫고.
"아, 씨."
씻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옷을 입기 귀찮다. 아픈 허리를 굽히는 것도 짜증 날 일. 00은 신경질을 내며 옷을 천천히 입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월경만 없었더라면 삶의 질이 올라갔을 거다. 확실하다, 그건. 짜증 나네. 아오.
00이 샤워를 끝마치고 나왔을 때는 강아지가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 있었다.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지난번에 00이 보려고 저장해 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라는 영화였다. 어, 누나. 괜찮아요? 호석의 물음에 00은 제법 까칠하게 대답했다. 괜찮았으면 너네랑 같이 영화를 봤겠지. 호석은 별다른 반응 없이 00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강도 몇으로 할까요?"
"최대로. 따뜻하게."
"네에."
태형이 알아서 안마기를 00의 허리에 올려두고 강도를 높이며 열도 올렸다. 00은 눈을 감았다.
움직이기 싫어.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66. 정국이
"……아파요?"
누워 있는 00에게 정국이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고 물었다. 옆에 있는 남준은 00에게 담요를 끌어 덮어 주다가 속으로 작게 욕했다. 저 눈치 없는 새끼.
"……난 누나 아픈지 몰랐는데."
"응. 말 안 했잖아, 누나가. 괜찮아."
"그것도 모르고 지민이 형 막 때렸다구요!"
……그거랑은 아무 상관없는 것 같은데, 정국아? 남준은 낄낄 웃다가 휴대 전화를 떨어뜨렸다.
"막 내가 말해도 답도 없구, 태형이 형한테만 대답하구."
"그래. 누나가 미안. 속상했겠네."
아가 달래기가 시작되었다.
+)
1.
정국: 진 형은 말할 것도 없고, 슈가 형은 나른한 매력이 있어요. 누나는 딱 봐도 예쁘게 생겼고. 호석이 형은 깔끔하게 잘생겼고, 남준이 형은 진짜 섹시한 것 같아요. 뷔 형도 남자답게 잘생겼고…… 지민이 형은…… 춤을 잘 춰요.
2.
지민: 형은 왜 여자 친구를 안 만들어요?
윤기: 너 같으면 나랑 사귀고 싶겠냐.
지민: 네!
윤기: ……?
00: 나도인데!
윤기: ……야.
3.
장난치면 제일 재밌는 사람은?
정국: 지민이 형이랑 누나요. 형은 반응이 좋아서 재미있고 누나는 반응이 없어서 좋아요!
4.
지민: 팀을 위해 조용히 살아야지.
00: ……그런 생각하게 해서 미안해. 누나가 좀 더 잘할게.
5.
태형: 나는 연습생 때까지만 해도 잘릴 줄 알았다. 그때까지 나는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었거든. 음. 그리고. 첫 단체 로그에 난 카메라에만 안 나왔을 뿐이지 구석에 앉아 멤버들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꺼지고 누나가 날 바로 안아 줬다. 다음에 로그를 꼭 같이 찍자면서 말이다. 누나의 말은 이뤄졌다. 나는 누나와 함께 그 다음 로그를 찍었다.
6.
윤기: 한 가지 확실한 건 뷔의 얼굴이나 정국의 얼굴, 또 00이를 통해 우리의 음악을 들어 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좋은 거다. 하하. 좋은 건 좋으니까 괜찮다.
00: 윤민기는 잘생겼다.
윤기: 하지 마라.
00: 잘생겼대도 난리야. 진짜 잘생긴 게.
7.
윤기: 지민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 많이 남자다워졌어요.
멤버들: 머리는 도대체 왜 쓸어넘기는 거야.
지민: 그게 누구를 보고 따라하는 건 아니구요. 음.
윤기: 말도 예전에는 되게 어수선하게 했거든요. 이거 봐, 침착하게 하는 거.
지민: 어수선하다뇨ㅋㅋㅋㅋㅋㅋ.
00: 생각도 많이 하고. 지민이가 성격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어른의 무게라고 하는 걸 느끼고 있나 싶어요.
남준: 그래도 지민이랑 저랑 생각도 많이 하고 대화도 좀 나누는 편이잖아요. 그런 거 보면 옛날하고 확실히 다르긴 해요.
00: 조용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민이가. 태형이처럼 떠들어도 좋으니까.
태형: 난 왜요!
석진: 너는 그냥 시끄러워.
태형: 저도 많은 거 느끼거든요!
00: 그럼요. 알죠. 둘 다 똑같이 예쁘다고.
8.
남준: 누나 진짜 왜 외로움에 반댓말은 없을까요?
00: 대체할 감정이 없어서겠지.
지민: 그게 무슨 말이에요?
00: 슬픈 건 기쁨으로 대체해서 없어질 수 있지만 외로움을 메꿀 수 없다는 거겠지.
남준: ……난 가끔 누나가 천재가 아닌가 싶어요.
00: 그냥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거지.
지민: 바보.
남준: 야.
9.
남준: 아, 그만 뺏어가요! 뭐 맨날 뺏어가.
00: 집에서 가져오기 귀찮아. 네 책이 재미있는 걸 어쩌라고.
남준: 아니 내가 읽고 있잖아요! 다 읽은 다음에 가져가도 된다니까요?
00: 안 돼. 내가 먼저 읽고 너한테 알려 줄 거야.
남준: 솔직히 말해 봐요. 누나 약간 사람 괴로워하는 거 보면서 희열 느끼죠?
00: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네가 반응하는 건 재밌더라.
남준: 아, 진짜. 무슨 한 마디도 안 져.
10.
지민: 있잖아요, 누나. 사람들은 봄을 찬란하다고 많이 표현하잖아요.
00: 찬란한 여름도 있는데 왜.
지민: 아니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00: 비염이나 알러지 있는 사람들은 봄 엄청 싫어할걸.
지민: …….
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았어, 뭔데. 말해 봐.
지민: 왜 봄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려 그랬단 말이에요. 왜 찬란하다 같은 표현을 하는지!
00: 나도 모르지, 그건. 아무래도 봄은 사계절 중 가장 짧으니까…….
지민: 짧으니까?
00: 더욱 아쉽고 예쁘게 느껴지는 거겠지. 원래 그렇잖아. 닿을 듯 닿지 않아서 더 갈구하게 되는.
지민: 그렇구나.
00: 넌 가끔 나를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남준이한테 물어보지.
지민: …….
00: 딴청 부리지 말고, 인마.
지민: 벚꽃 피었네요. 예뻐.
00: ……그렇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