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너탄의 남자기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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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찰칵-
여기저기서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누르는 셔터 버튼이 바빴다. 졸업식이 20분가량 남았을 때 이미 강당과 운동장은 시장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저마다 방학 동안 어떤 일들을 할지. 어떤 대학교에 합격했는지.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추운 2월의 공기를 따뜻함으로 채웠다.
'잠시 후 이삐여자고등학교 제22회 졸업식을 시작할 예정이오니 학생 여러분께서는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더 알려드립니다-'
방송 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지자 학생들은 하나둘씩 부모님을 데리고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지루했는지 하품을 하는 학생들. 벌써 팔짱을 끼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들. 그 언젠가 보았던 조례같이 지루한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은 세상에서 가장 효력이 좋은 수면제라 해도 모자랐다. '다음은 시상이 있겠습니다.'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눈을 번쩍 뜨곤 무대를 바라보았다. 웅성웅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들려오는 한 학생의 이름에 학생들은 강당이 떠나갈 정도까지 환호를 했다.
긴 생머리. 늘씬한 몸매. 큰 키. 똘망똘망한 눈. 오똑한 코. 빨간 입술. 졸업식이라 한 껏 화장이라는 것을 했지만 학생들은 원래 이뻤어. 라 하며 손뼉 치기 바빴다.
'상장 제2013613호 수석. 3학년 9반 김탄소. 위 학생은 이삐여자고등학교를 빛내고 지난 3년 동안 재학하며 열심히 노력하였기에 이 상장을 드립니다. 2015년 2월 8일 이삐여자고등학교장 양연화.'
상장을 건네받고는 뒤로 돌아서 학생들과 학부모를 향해 인사하는 탄소는 뿌듯한 듯 예쁜 미소를 지으며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항상 그랬듯이 같이 이어폰을 꽂고 시선도 아래로 꽂은 채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귀가하는 탄소였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특히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과 눈이 마주치거나 보았을 때면 지난날이 생각나 길을 가다 어떤 행동을 벌일지 모르는 탄소다. 갑자기 지난날이 생각났는지 탄소는 빨리 고개를 좌우로 한들었다. 집에 가자-. 집에. 혼자만 알아듣게 중얼거리던 탄소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 *
"아.. 오늘 탄소 졸업식인데.."
깔끔한 인테리어에 '실장 전정국'이라는 메탈사인이 번쩍이는 실장실에는 몇 분전 비서가 전한 소식에 똑같은 말만 되풀이 중인 정국이었다. 푹신한 쿠션이 달린 큰 의자를 뒤로 젖히고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똑똑- 정적을 깨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말하자마자 누군가 들어왔다. 안 그래도 탄소 졸업식을 못가서인지. 지난날의 탄소 생각에 자책감이 들었는지. 짜증이 치밀어 올랐던 정국은 그 누군가 들어오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는 또 왜. 오늘 마주쳐도 좋은 일은 없을 거라는 걸 김석진 너도 잘 알 텐데."
그렇게도 정국이 보기싫었던, 탄소를 그렇게 만들었던 김.석.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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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라.. 분량도 짧고
아직은 무슨 내용일지 모르실거라.. 생각합니다. 등장 인물들의 직업들이 엄청나요...
이 작품은 실제로 드라마 극본으로 썼던 내용이고, 올해 공모전에 낼 작품인데..
내용을 약간씩 변경해서 올립니다. 결말도 달라요.
제가 극본은 많이 써보았으나.. 이런 글들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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