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너탄의 남자기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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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많은 호의가 있다.
베풀어 주고 싶은 호의, 베풀어 주고 싶지 않은 호의, 받고 싶은 호의, 받고 싶지 않은 호의.
그런 호의들로 가득 채워진 세상이다.
나에겐 딱 한가지의 대답만 존재했다.
"응"
나는 거절을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그것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콘서트였다. 분명 '진'콘서트였다. 큰 공연장에서 항상 내가 듣던 노래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니 한없이 기뻤다. 하지만 그 노래를 듣기 위해 헤쳐나갈 길이 너무 험난했다.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음에도 나는 '응 고마워 오빠. 잘 다녀올게.'라고 쓴 쪽지를 태형오빠 책상에 얹어두었다. 좋은 일만 생각하자. 중얼거리며 근심을 억누르는 나였다. 그래 좋은 일만 있겠지. 좋은 일만 있을거야. 언제 다른 생각을 했냐는 듯 다시 책을 펴는 나였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될텐데 열심히 공부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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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빨랐다. 어차피 아싸일 내 운명을 바꾸고 싶지도 않아 오티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벌써 입학식을 했고 입학식 선서도 또 우연인지 내가 하게 되었다. 입학식... 아.. 전정국. 갑자기 떠어로는 인물에 심장이 뛰었따. 절대 설레서 뛰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단지 무서워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시간동안 전정국과 지내왔었는데 그 시간이 나에겐 컸던거. 아니면 지금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이 상처가 너무 깊기 때문일까.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일상을 지내다 약간의 연결고리가 생기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정국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니. 내가 또 무슨 생각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그 인물의 생각을 없애기 위해 오늘도 그 노래르 들었다. 진. 꼭 보아야겠다. 이 사람이라면 전정국을 잊게 해주지 않을까. 나는 작은 희망이라는 것을 품고 콘서트 날을 기다렸다.
* * *
여자대학교라.. 특별한 건 없었다. 모임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술자리도 당연히 거절. 아무리 여자밖에 없다지만 밖에서 보는 남자 사람들 때문에 학교외에 나가는 것을 싫어했다. 꺼려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수강 신청도 물론 여자교수님 강의만 신청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과1등이라서 그런지 주변에서 말을 많이 걸어주긴 했지만 계속 앉아서 공부만 해서 그런지 아무도 나와 친해지고 싶지 않나보다. (사실 내가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게 끊어버렸지만..) 아싸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 4년간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에게도 주변사람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그저 나에게 남자기피증이 있다는 것을 남들이 몰라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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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처음 들어보는 강의는 길고 지루했지만 처음 치고는 잘 들은 것 같다. 어느 새 입학식을 하고 3일이란 시간이 지나있었다. 강의를 들을 땐 오늘 하루 시간은 잘 흘러가긴 할까. 걱정했었는데 그 걱정을 벌써 3번이나 했고 토요일 마저도 지나있다니. 내일은 월요일. 이제 5일간 그 걱정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늘이다. 멋진 목소리로 몇년간 나를 위로해 주었던 목소리의 주인을 직접 보러 간다. 콘서트장에 도착하기까지 걱정이 태산이었던 엄마는 나를 조수석에 태우고 그 노래만 연신 반복해서 틀어주었다. 그렇게 좋아? 정적을 깬 새엄마의 목소리는 그제서야 내 입이 귀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했다. 당연히..좋죠.. 내가 지금 많이 설레는가. 얼마만에 부끄럼을 타보는지. 이 쑥스러움마저도 부끄러워 더 부끄러웠다.
"태형이도 같이 가면 좋을텐데. 나중엔 탄소 너랑 태형이랑 둘이 같이.."
내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는지 말끝을 흐린 새엄마다. 아무리 좋은 오빠라도, 나쁜 짓을 하지 않을 오빠라도. '남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기에 '같이'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싫었다. 내 표정을 힐끗힐끗 보던 엄마는 이내 미안하다며 스피커 볼륨을 높였다.
잔잔한 노래가 좁은 차 안을 가득 채우며 콘서트장에 도착하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멀리서 보아도 시커먼 무리들이 웅성웅성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어폰 끼고-. 새엄마의 말에 나는 곧장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숙이곤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엄마를 뒤 따라갔다. 볼륨을 최대로 한 덕분에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많인 인파들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엄마를 놓칠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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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콘서트장 안까지 들어왔는진 모르겠다. 어떤 경호원이 초대석이라며 엄마와 나를 안내해 주곤 자리에 앉는 것 까지 보고 난 다음에 제 일을 하러 갔다. 초대석? 태형오빠와 '진'이 아는 사이인가? 분명 태형오빠는 일을 하러 갔는데.. 콘서트에 나올 리도 없었고 연예인과 친분도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초대석이라니. 의아해하는 나를 보며 "좋은 자리면 됐지. 태형이가 힘 좀 썼나보다."하며 나를 달랬다.
나는 그렇게 의아해 하던 표정을 풀고 무대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곧 콘서트는 시작되었다. 이 콘서트장에 들어와서 좌석에 앉기 전, 엄마는 우리가 앉을 곳 옆에 남자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엄마가 앉겠다며 나섰고 내 옆자리는 여전히 빈 자리였다. 제발 콘서트 끝날 때까지 빈자리였으면. 콘서트 VCR이 나오고 '진'이 나오기 전 나는 두근대는 마음을 뒤로하고 '진'이 나오기까지 집중했다.
내가 왜 '진'이란 사람에 대해 찾아보지 않았지. 반가운 얼굴이 무대 위에 있었다. 방탄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첫 짝이었지? 잘생기고. 노래는 잘했었는진 모르겠는데 저 아이가 가수가 되었다니.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 무대 위로 올라오는, 마이크를 들고 나오는 김석진의 모습에 난 당황했다. 하지만 더 좋았다.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네. 어쩌면 운명인가. 저 아이가 나를 달래줄 그런 아이인가. 나는 연신 다른 생각하며 무대를 쳐다보았다. 여긴 초대석이라 콘서트가 끝나면 만나볼 수는 있으려나.
'아- 저 새끼 또 나대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비속어에 나는 눈썹을 휘게하며 옆을 쳐다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다. 분명 콘서트장에 울리는 노랫소리가 더 크게 들려야함에도 불구하고 비속어는 내 귓전을 아주 정확하게 때렸다. 어두운 곳에서 사람 형체가 보이고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 후엔 난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벌벌 떨리는 몸으로 어..엄마.. 엄마.. 작게 불렀지만 엄마는 들리지 않았는지 무대 위를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어어어. 나온다."
여전히 무대에 시선을 고정한 엄마는 내 무릎을 치며 무대를 가르켰다. 아-. 그 노래다. 정말 다행이다. 나는 무대를 집중하려 애썼고 그 무대가 끝나기 전엔 아무것도 보지않고 듣지 않으려고 했다. 역시 직접 듣는 것은 더 좋구나.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져서 눈을 감고 노래에 집중하고 있을 때.
"김...탄소??"
제기랄.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왜 너는 하필 지금 나타나서 아니. 어쩌면 김석진이 이 노랠 부르고 있는데 나타나줘서 다행인가. 난 모른 척 하고 계속해서 노래를 들었다. 그 노래가 끝나자마자 난 계속해서 눈을 감고 다음 곡을 감상했다. 엄마도 내 옆에 남자가 앉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내 손을 꼭잡아 주는 것을 잊지 않은 채로 말이다.
생각보다 김석진은 모든 노래를 잘 불러냈다. 저 애한텐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저음의 목소리도 있었구나. 내가 콘서트를 진행한 것도 출연한 것도 아니었지만 콘서트가 무사히 끝나고 나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 곳을 뜨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손목을 잡아오는데 그렇게 치가 떨릴 순 없었다.
"김탄소. 맞지. 이때까지 어딨었어. 내가 계속 찾아다녔.."
전정국이었다. 이때까지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도 전정국. 콘서트 중간에 내 이름을 부른 것도 전정국. 하지만 난 반갑지 않았기에 손을 뿌리치고 그 자리를 나왔다.이게 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 날이 또 생각나서 사람 많은 이 곳에서 내가 어떻게 될줄 알고... 그 자리에서 나온 나는 초대석에 있던 사람들은 경호원의 가드에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엄마는 영문도 모른 채 경호원 뒤를 따랐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탄소야. 이제 그렇게 심하진 않는 것 같네. 잘 참았어. 잘했어. 잘했네"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가 말했다. 옆에 남자가 앉아도 그렇게 심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엄마는 조금 나아진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단지 전정국이라서 그런건데..
그 일만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 콘서트에 오지 않아도 됐고 전정국을 저렇게 피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나는 다시 그 날 일을 생각하며 나의 반응을 살펴 보았다.
무릎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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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완결편으로 찾아오려 했는데.. 스토리도 스토리인만큼 정리하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이렇게..찾아오게 되었네요..
결론적으론 완결은 한.참.남았습니다.
그래서 이젠 매일매일 찾아올게요. 구독료가 무료이니 오늘 두 개를 더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두 개를 합쳐서 하나로 올리던지... 네..
탄소시점 과거회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내일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다음화 쯤에서 제목이 바뀔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