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 내게 대형견이 생겼다
w.1억
오늘 난
3년 사귄 남자친구와
"……."
헤어졌다.
"잘 지내. 송강."
썩 나쁘지 않았던 연애였다. 그냥 서로 성격도 안 맞고, 권태기도 한 번 왔었기 때문에 사귀는 중간에 두 번의 이별도 있었다.
오늘도 물론.. 또 이렇게 헤어졌다가 다시 연락하고 만나겠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오늘의 이별은 조금 달랐다. 그때와는 다르게 투닥거리다가 헤어지는 게 아니라, 너무 지쳐서 서로 진지한 대화를 한 후에 이별을 했다.
"야.. 좋게 헤어졌다며.. 왜 우냐? 넌 몇 번을 겪고도 그 몇 번을 다 우냐.."
"3년이나 사귀었는데.. 안 슬픈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ㅠㅠㅠㅠ 심지어.. 이렇게 좋게 헤어지니까 진짜 끝인 것 같아서 이상해 기분이."
"…너 그 오빠랑 엄청 싸웠었잖아. 그냥 후회 없다 생각하고 술이나....어휴..됐다.. 힘들 텐데.. 미안해."
"…헤어질 걸 알면서도.. 왜 다시 만났을까?"
"원래 연애란 게 다 그런 거지..이 기회에 그냥 다른 사람이나 만나봐. 솔직히 그 오빠랑 이제 끝낼 때 됐잖아.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그래. 그 오빠보다 더 좋은 사람 널렸다? 못 잊을 땐 바로 다른 사람 만나는 방법이 있다고?"
"…넌 부럽다. 정 없어서."
"내가?"
"헤어지고 다른 사람 바로 만나고.. 난 이런 거 못해. 그러고 싶지도 않고.."
"왜! 얼마나 편해? 나도 1년 연애하고 다른 사람 바로 만나봤잖아? 생각보다 너무 좋아. 뭐.. 3년이랑 비교할 건 못되지만..?"
"…됐어."
"한 사람만 지겨워서 어떻게 만나.. 주위를 둘러봐봐!! 자!!"
주위를 둘러보라며 내 볼을 잡고 돌려주던 민아는 내 대학친구다. 성격이 정반대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찐친이 되었고..
늘 헤어질 때마다 위로를 해주던 민아는 오늘따라 잔소리가 심하다.
고개를 같이 돌려서 옆을 보면 죄다 아저씨들 뿐이라.. 민아가 어색하게 날 보며 웃었다.
저어기 멀리 젊은이들은 딱봐도 양아치들 같아서 싫고..
"야야 와 저기 봐봐. 어때?? 저런 사람!!"
민아가 힘차게 문쪽을 보고 소리치기에 믿음 하나도 없는 눈으로 문을 보았을까.
"……."
잘생겼다.
심지어 섹시하다. 옷 밖으로 몸이 좋은 게 너무 잘보인다..
키도 송강보다 더 크다. 근데.
"저런 사람들은 애초에 애인이 있겠지."
"야 왜애! 우선 질러보는 거지. 내가 물어봐줄까? 저기ㅇ.."
"미쳤냐? 좀.. 됐어. 애인이 있던 말던.. 관심 없어. 오늘 헤어진 사람한테 뭘 자꾸.."
"…에이 원래 헤어진 날에 소개팅 받고~ 번호도 따고~ 술 마시고~ 하는 거지."
"너나 그렇게 해."
"치.. 저 사람 완전 상남자 같은데.. 막 우락부락! 봐봐~ 송강이랑 완전 다르잖아. 어?"
"아, 좀.. 나 화장실."
"치.. 그래라?"
물론 저 사람도 잘생겼다. 내 원래 이상형이기도 했다.
딱 봐도 운동한 것 같은 몸에 섹시한 사람이 내 이상형이었다.
그래도 어쩌라고.. 지금 내 상황을 보자.. 나는 지금 송강 때문에 힘든데.. 저 사람이 눈에 들어오겠냐고.
3년을 송강만 바라보다가 새로운 사람 보고 갑자기 반하는 일이 있을 리가 없고..
"아..!"
누군가와 부딪혔다..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위험하게 비틀거리며 뛰어가던 남자와 부딪힌 나는 인상을 쓰며 남자를 보았고, 남자는 웃으며 내게 말했다.
"예쁘네?"
"뭐라는 거야.."
"뭐? 예쁘다고 칭찬 해줬더니 어디서 반말이야."
"누가 예쁘다고 해달래?"
"이게 미쳤나. 술집 여자같이 생겨가지고..!"
나를 때리려고 하늘 높이 든 주먹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아악, 놔..!' 남자의 비명소리에 눈을 떠보면 아까 섹시한 남자가 술취한 남자의 두 손목을 잡아 제압하고선 나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이씨.. 좀 놔!! 미쳤어??"
내 앞에 서니까 덩치가 더 크다. 키는 훨씬 더 컸다.
겨우 고개를 들고 봐야만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손을 놓으라는 술취한 남자의 말에 손을 놓아주자 급히 손을 들어 때리려고 했고.. 또 둘의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일방적으로 술취한 남자가 까불다가 당했지만..
무서워서 후다닥 도망간 남자에 나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보고선 말했다.
"괜찮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저기."
"네?"
"저 사람이 말하는 거 신경쓰지 마요."
"아, 네.."
걱정을 해주는 건가..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하고선 화장실에 들어와 볼일을 다 보고선 손을 씻고 있었을까.
괜히 그 남자가 떠올랐다.
완벽한 사람이 나를 도와주고 괜찮냐고 물었다. 참.. 신기하다니까.
손을 씻고선 손을 탈탈 털며 화장실에서 나왔을까. 화장실 복도에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서서 있는 남자에 나는 잠시 멈춰섰다.
나를 본 남자는 곧 자세를 고쳐 서서는 나를 보았다.
난 경계하듯이 남자들 바라보면서 말했다.
"뭐..하세요...?"
"에..? 아, 혹시라도 저 사람 다시 올까봐."
"…아, 네. 감사합니다."
목례를 하고선 조심스레 지나쳐가려고 했을까.
"저기요."
또 남자가 날 불렀다.
궁금하다는 듯 고갤 돌려 남자를 보면 생각보다 너무 가까운 남자에 살짝 뒤로 물러섰다.
"네?"
"이런 상황에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실례일 수도 있지만.. "
"……."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남자친구 없으시고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이쪽으로 연락 주실래요?"
"……."
"죄송해요. 급하게 주머니에 있던 종이에 적은 거라.."
"…아, 네."
"그 사람 나갔으니까 바로 가셔도 돼요."
"죄송한데."
"네?"
"저 남자친구 있어요. 죄송해요. 연락은 못드릴 것 같네요."
조심스럽게 건넨 종이는..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구겨넣은 종이 같았고 급히 번호를 적은 게 보였다.
종이를 주머니에 넣어두고선 민아 앞에 앉으니, 민아가 뭐냐는 듯 나랑 저 멀리 사라져가는 남자를 번갈아보았다.
"야 급하게 구겨진 종이에 번호 적어서 준 것도 그렇고, 너한테 번호 안 물어보고 본인 번호 준 것도 되게 소스윗 아니냐? 연락 한 번 해봐~ 누가 만나보래? 그냥 연락만 해보라는 거지?"
"됐어..무슨.. 나는 잘 될 생각 없는데 연락하는 것도 웃기고.. 그리고 저렇게 번호 따는 사람들 보면 다 능숙하잖아. 별로야."
"왜! 자신감 있게 연락한 거 완전 멋있지 않아?? 야 생각해봐? 우리는 멋진 사람 봐도 찌질이처럼 못물어보잖아. 대단한 거야!"
"…맞기는 한데. 아, 몰라..! 안 믿기기도 하고.. 그냥.. 오늘 헤어진 사람이 뭔 연락이야."
"왜애~ 해봐아~~ 궁금해서 그래~~~ 너도 송강 말고 다른 남자한테 넘어갈 때 됐잖아~~~"
"아니야..어휴.."
"어휴우! 남친 있다고 한 것도 답답한데... 됐다아.. 너 알아서 해라.
놀이터에 앉아서 소주에 빨대 꽂아 마시면서 얘기하는데 민아는 내가 그 사람이랑 잘됐으면 하나보다.
내가 송강이랑 연애하면서 힘들어했던 걸 봤던 애니까.. 충분히 이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만..
난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람은..
서로에 대한 예의라고도 생각을 하기 때문에..
"너 상대방 예의 또 뭐시기 이럴 거지. 그런 생각 버려라? 너 이렇게 또 송강 오빠 생각하고 기회 놓치면! 또 송강이랑 똑같은 연애만 반복하는 거야. 20대에 연애 많이 해봐야지! 재미도 없는 송강 3년 만나는 거 아쉽지도 않냐? 솔직히 너 송강이랑 연애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았잖아. 뭐 많은 연인들이 연애하면서 불만이 없을 수는 없지만.."
"……."
"서로 성격 안 맞아서 싸운 게 자주 있었잖아. 그렇게 다들 안 맞으면 헤어지고 맞추다가 또 헤어지고 다시 맞추고~ 이러다보면 헤어지는 거야. 너도 미련 버려."
"……."
"여봐. 너랑 헤어지자마자 네가 싫다고 말했던 애들이랑 바로 만난 거."
민아가 sns를 보다가 곧 내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송강이랑 사귀면서 질투가 나서 싫다고 했던 여사친들과 바로 만났고, 그 여사친들이 송강을 태그해 사진을 올린 걸 보니 괜히 현타가 왔다.
아, 나만 놓으면 정말로 끊길 인연이었구나.
헤어지면 그러는 게 맞는 건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나만 예의를 지키려고 했던 건가 싶어서 화가 났다.
"너도 그 사람이랑 만나보라니까 그냥??"
"응."
"진짜?"
"응!"
주머니에서 꺼내 전화를 걸자, 민아가 기대가 된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보았다.
"아, 여보세요. 아까 그 술집에서 번호 받은 사람인데요."
"남자친구 있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근데 저랑 이렇게 술마셔도 되는 건가."
"…그건 그냥 했던 소리구요. 술 잘 마셔요?"
"나름 잘 마셔요."
"친구분들이랑 술 마시는데 불러낸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아니요. 죄송하긴요."
남자를 불러 같이 술을 마신다.
그리고..
"미친."
전화 소리에 깨보니 나는..
"뭐야."
모텔이었다. 심지어 남자도 없고.. 나 혼자..근데 중간 중간 기억이 나버린다.
"어떡해 진짜!!!!!"
남자와 이 방 안에서 열정적이게 키스를 하던 내 모습...
그리고.. 엄마에게서 오는 전화를 먼저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 정은호! 급해 죽겠는데 왜 이렇게 안 받아!?
"어.. 미안.. 왜?"
- 은결이가 학교에서 사고쳤나봐. 담임 선생님께서 오라고 하는데 갈 수가 없잖아. 네가 대신해서 얼른 가봐.
"에? 지금???"
- 너 지금 시간이 몇신데 아직까지도 자고있었어? 일어나 좀! 씻고! 준비해서 얼른 가! 당장 가!
정 은결이 학교에서 사고를 쳤댄다.. 벙쪄서 멍때리다가 문자 온 게 있길래 확인을 해보았다.
[안보현입니다. 일어나시면 연락주세요.]
뭔데 진짜...!
남자와 잔 것 같기도 하고.. 잘모르겠지만 일단은 답장을 안 하기로 다짐했다. 이대로 모르는 척 지내도 되고..
키스한 기억만 남아서 제대로 모르겠고..
지금 일단 내가 신경을 써야되는 건..
"정 은결!!어우..!"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내 동생은 고3이고 다들 말하는 그.. 일진이라고들 한다.
요즘 잠잠하더니.. 어휴.. 급하게 교무실로 들어와서 제일 먼저 정 은결을 보았다. 이게 진짜...
우선 제일 먼저 담임 선생님에게 너무 죄송해 허리를 숙이려고 했을까...
"쌤 근데 진짜 억울하다고요! 쟤가 먼저 저 씹었다니까요?"
"……."
"쌤!!!"
"…어? 아, 어.."
우리는 서로를 보고
100프로
당황을 했고
서로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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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예...현생 덕뷴에..못 왔어써요..핳ㅎㅎㅎㅎ..핳ㅎ.헿헿...
이제는..좀 한가해진 것 같아옇ㅎㅎㅎ..다시 우리 보는..걸로..야..악..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