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 내게 대형견이 생겼다
w.1억
가지가지한다.
이게 꿈일까 싶어서 두눈을 마구 깜빡여보아도.. 내 앞에 내 동생 담임 선생님은 어제 그 남자가 맞다.
당황해서 서로를 한참 바라보다가도 우리는 이 자리에서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으니 바로 표정을 고쳤다.
"아, 일단 앉으세요."
은결이와 같이 의자에 앉아 안보현을 보았다. 어제 나와 술을 마시고.. 잤..던 사람이..
"일단.. 어머님 대신해서 언니분이 오셨다고 들었어요."
"아, 네.. 언니입니다.."
뻘쭘하다.
화가 난 은결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언니를 불러요!?'하고 소리를 치자마자, 나는 은결이의 발을 꾹- 밟았다.
조용히 좀 해 진짜.
"이게 한 두번도 아니고.. 은결이한테 맞았다고 한 학생들도 계속 나오고, 담배를 피다가 적발된 경우가 꽤 있어요."
"아..,네.."
"학폭위 얘기까지 나오게 돼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네? 학폭위요..?"
"네."
"…하아."
한숨을 쉬며 은결이를 보자, 은결이는 '억울하다고!'하며 오히려 소리를 내질렀다.
안 그래도 뻘쭘한데 이 상황이 너무 창피해서 은결이에게 화가 너무 많이났다.
화를 꾹 참고 은결이를 한 번 바라보면, 평소에 나를 무서워하던 은결이가 입을 꾹 닫았다.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안보현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선 고갤 숙인 채 교무실에서 나온 그 상황이.
너무 창피해서 집에서 맥주 한캔 마시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학교가 끝나고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친구들과 놀다가 9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 동생에 화가났다.
"야 너 뭐하다가 이제 들어오냐."
"…언니 일은 어쩌고.."
"너같으면."
"……."
"오늘 같은 날에 일을 하겠니?"
"……."
"앉아."
너무 화가났다. 아빠 없이 어렸을 때부터 지내왔고, 엄마는 늘 외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은결이 보호자는 나였는데.
이 사단이 난 게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너 왜 그러는데?"
"……."
"그래. 네가 요즘 말하는 그 일찐 양아치라는 건 진즉에 알고있었어. 근데 그냥 그런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사고 한 번 안 쳤기 때문에 사춘기니까 담배피고 술마셨겠지 싶었어."
"……."
"근데 너 애들도 때리고 다니니?"
"걔네가 뒤에서 나 씹고 다녔다고!"
"씹고 다닌다고 해서 사람을 때려? 그게 말이 돼?"
"참을 수가 없었어."
"참아야지. 화난다고 해서 폭력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내가 너 잘못했다고 해서 때린 적 있어? 없잖아."
"…그럼 쌍욕은 돼? 언니가 맨날 쌍욕했잖아."
"야이."
"…아니이.."
"내일 네가 때린 친구한테 사과하고, 부모님 봬서 사과드릴 거야."
"……."
"그렇게 알고있어. 알겠어?"
"…어."
"근데.."
동생은 날 이길 수가 없다. 나이 차이가 그래도 꽤 나기에, 어렸을 때부터 엄마 대신해서 혼낸 기억이 많아서 날 무서워한다.
근데 다 혼내고나니까 아까 그 안보현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까 그분.. 담임선생님이야?"
"…아, 어."
"어떤.. 사람인데?"
"어떤 사람이냐니?"
"어? 아니 그냥. 어떤 선생님이냐~ 이런.."
"아~ 잘생겼지않았어? 우리 학교에 작년에 왔는데. 잘생겨서 엄청 인기 많아. 여고라 애들이 더 환장하지. 게다가 체육쌤이다? 몸에 근육도 쩔어. 졸업하면 고백한다는 애들도 널렸어."
"뭐래..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나이 차이가 무슨 상관이야?"
"16살 차이면 상관 있지!!!"
"그런가..? 엥? 근데 언니가 쌤 나이를 어떻게 알아?????????????????"
"어? 그냥! 찍었지! 헐! 정말 서른다섯이야? 뭔가 그렇게 생겨서 찍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핳하."
듣고나니까 더 현타가 왔다.
아, 어떻게 인생이 이러냐... 어제 분명 송강 때문에 힘들어 뒤지는 줄 알았는데.
이제 송강 생각도 안 나서 뒤지겠네..
내가.. 내 동생 담임이랑 잤다니.. 이게 말이 되냐고..
밤 10시가 되어서까지 나는 누워서 계속 고민을 했다.
안보현에게 온 문자를 화면에 띄워놓고선 한참을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을까. 결국엔 답장을 보내기로 했다.
-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일도 죄송하다고 보내고싶지만.. 어라? 나 지금 저거 보낸 거야?
고민만 하다가 보내버린 답장에 입을 벌린 채로 핸드폰만 보았다.
그러다 몇초 되지 않아서 바로 오는 답장에 더 입이 벌어졌다.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동네 놀이터에서 안보현을 기다렸다. 벤치에 앉아서 초조하게 다리만 떨던 나는.. 내 앞에 들리는 발소리에 고갤 들어보았다.
잘..생겼다. 섹시하게 생긴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는데 너무 당황스러워서 인사도 안 하고 쳐다보고만 있느니,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보자고해서 죄송해요."
"…아뇨. 제가 먼저 늦게 연락 드렸잖아요."
"아뇨.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요."
내 반대편 벤치에 앉은 안보현은 정말로 잘생겼다. 근데 이게 문제가 아니다. 너무 창피하다.
" 어제죄송했습니다. 사실은 술집에서부터 기억이 안 나지만.. 저희가 잤..잖아요? 사실은.. 제가 처음 본 사람이랑 하루 아침에 그런 게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워서 연락을 못드렸거든요. 연락을 안 드리려던 건 아니고.. 조금 진정이 되면 연락을 드리려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원래 막.. 진짜 처음 본 사람이랑 자고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어제는 제가 속상해서 술 마시다가 취해버려서.."
"……."
"네.."
"다 말했어요?"
"…네? 아,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안 잤어요."
"…네?"
"은호 씨 취했고, 저는 멀쩡했는데. 다 알면서도 그럴 수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
"남자친구랑 어제 헤어지셨다면서요. 홧김에 그러시는 건 아닐까 싶었기도 했고.."
"…아."
"기억이 안 나시나보네요 ㅎㅎ.."
"…ㅎ하...그럼..키스..는..."
"아, 그건.."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는 안보현에 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래.. 키스는 정말 했구나..
"…그."
"네..?"
"은결이 언니분이 은호 씨인 거 알고 놀랬어요."
"…저도 엄청 놀랬어요. 제 동생 담임 선생님이실 줄은.."
"너무 혼내지만 마시고.. 은결이 너무 혼내지는 마세요. 상처 많이 받았을 거예요."
"……."
"그리고.."
이 남자는 아마도
"학교 일은 별개로 은호 씨 계속 좋아하고 싶어요. 남자친구랑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으니.. 잊혀질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래도 되죠?"
사람 미치게 하는 걸로
미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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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
넘 짧았다...허허허헣
내일이나 모레 이것보다 길게 오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