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뻑껌뻑.
얼굴에 닿을 듯 망원경으로 날 내려보는 놈. 렌즈에 가까운 홍채가 부각되어 내 눈을 마주본다. 아침 식사 시간. 나무 식탁에 올라서 한참 내 얼굴을 관찰하는 이상한 자식. 사선쪽 흰 블라우스를 입은 검은 머리 지민. 그는 땅콩 샐러드를 찍어 먹다 지'랄맞은 상황때문에 멈췄다. 지민의 측은함과 괴리를 담은 눈빛에도 두 동상은 요지부동이다. 일 있는 게 하루 이틀이냐. 스테이크 한 점이 은포크에서 떨어지자 김태형은 그제서야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쉽게 떨어진 고기도 못 본다. 움직이면 망원경의 렌즈에 살결이 닿으니 그것도 별로다. 내가 앉은 의자의 팔걸이를 밟은 발이 도망 못 가게 옭아매는 장애물. 아직은 이유따위 모른다. 조만간 덮칠 분위기라 결국 내가 먼저 시작한다.
선배,
"왜 그렇게 보십니까."
"뻔뻔해서."
살구, 하양, 살구, 하양. 살구색, 흰 색 바탕이 번갈아가며 갈색 눈동자를 보여줬다. 긴 속눈썹이 굵직한 곤충 다리마냥 걸치적거렸다.
"뭐가 말입니까."
억울한 눈동자로 마주하자 이제야 망원경을 내린다. 백금발이 아침 햇살을 받아 찬란하다. 환하게 드러난 V의 입술에서 환각이 보인다. 굿모닝. 내 쪽에선 결코 '굿' 모닝이 아니다. 쨍그랑. 거만한 놈의 손이 갑자기 내 턱선을 잡아올렸다. 포크는 애꿎은 피해자다. 생양아치, 물어내라 내 좋은 아침. 손가락 끝의 악력이 턱에 몰려 목이 아팠다.
"정말 몰라?"
"몰라요."
"낯짝 두꺼운 거 알지? 네 프로파일에는 이 철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쭈? 줏대는 좋아."
"고집 아니고, 변명 아닙니다. 뭘 잘못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계속 해봐."
기싸움에 입맛 버린 지민은 혀를 찼다. 유리잔 안 물을 마셔 입 안을 정리해 자리를 일어난다.
"선배님 식사 끝나셨습니까."
"인사 할 정신은 있나?"
"난 보스한테 먼저 가보도록 할게. V는 수고해."
탄소도… 뭐 알아서 잘 해보렴.
이를 으드득 거리는 태형은 지민이 나가자마자 한 손으로 멱살을 잡아당겼다. V는 실밥 터지는 작은 소리는 무시한다. 입술이 닿을 듯 좁은 여백이 얼마 남지 않았다. 코 끝이 닿아 은근 태형의 살 냄새가 퍼졌다. V의 눈은 특정 행동에 대한 설명을 내 쪽에서 이끌어내려고 하지만 난 뭔 소리인지 조금도 이해가 안 간다. 도대체야 뭐란 말인가. 아침부터 봉변이라니 나도 그를 노려봤다. 기가 찬 듯 웃는 태형은 한 순간 영혼을 훔쳐버렸다. 감히 내 방에 그딴 짓을 해놔? 그래서,
'훔쳐본 내 알몸은 어때?'
어젯밤. 도청 장치와 작은 켐, V의 방. 하얀 방 안 캘리포니아 킹 사이즈 침대. 왼쪽 벽에는 큰 액자틀 유리 안에는 패밀리의 사진. 일곱 안면 중 세 개는 핵 폐기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의심스러운 일을 끝내고 들어온 김태형이… 너무 수상쩍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농도 짙은 악의 없었다. 초짜에겐 말 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들은 제 갈 길을 가 나는 이 조직이 하는 일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 거의 청소부나 다름없이 취급하는 김태형에게 불신이 들은 것뿐. 그가 뭘 하는지 궁금했다. 무엇을 마친 태형은 그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흩어지는 어젯밤의 기억에 입을 꾹 닫았다.
"어떻게 생각이라도 났으면 말을 해야지. 어디서 묵비권 행사야?"
어젯밤과 지금의 V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내려보던 위치가 같아서일까.
'…….'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깨부순 태형과 현재 망원경으로 내리칠 듯 뉘앙스의 V. 무대포 김태형과 그의 후임은 정도 들기 전 의심에 쓸려간다. 믿음이 안 가는데 어떻게 믿어. 낙하산? 굳이 말하자면 V는 한량이로 보였다. 지민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온 후, 서류봉투 여러 장 들고 바쁘게 다니는 지민은 제외해줬다. V는 방랑자? 바람처럼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나곤 했다. 하기야 그들의 술 냄새 나는 놀이터를 청소해주느라 밀대에 매여있는 내가 뭘 알겠어. 다 떠나서 이건 명백한 내 실수. 대꾸할 말 주머니가 털린 나에게 V가 원한 말.
"알몸은 안 봤는데요."
나올 리가 없다. 끝내 나온 건 실 없는 소리. 사실이다! 난 선배의 알몸을 본 적 없다. 구릿빛 근육이 잘 잡힌 상체에서 탈의는 끝났었다. 그리고 벨트를 풀던 도중 소규모의 켐을 발견한 날쌘 눈치에 파괴되고 말았다. 셔츠 카라를 놓은 태형을 짐작할 수 없다. 바짝 마르는 입술을 축였다.
V는 베란다의 난간을 잡고 바닷바람을 쐰다. 빈 공간에는 바람 소리, 둘의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는 식어갔다. 레몬즙까지 차가워진다. 바다를 타고 흐르는 시간을 느끼던 태형은 낮게 읊조렸다.
네 위치 쥐고 있는 건 나야. 네 목숨 쥐고 있는 것도 나고. 널 맡은 사람이 나란 걸 명심해라. 크림슨 하트 패밀리의 비밀 병기, 코드네임 V.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네가 감히 의심할 사람이 아니다.
그의 백금발이 선한 바람에 날린다.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보며 늘어난 망원경을 겨눴다.
같은 자리에, 같은 위치에, 같은 공간에 있다고 착각하지마.
너와 나, 관계. 깊게 안 새겨두면
"너 진짜 죽여버린다."
가서 청소나 해.
총이 있었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한 판 뒹굴었을테지만 압수 당한 지 오래. 빈 옆구리를 쓸며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붉은 복도로 나간다. 끈질지게 뒷모습을 쫓는 느낌에 돌아보자 텅 빈 식당밖에. 그렇지, 항상 이런 식이지. 아무도 없는 식사 자리, 화려한 긴 테이블에 여덟 개의 의자.
네 개의 의자는 누구의 자리? 몰래 훑은 V의 방 벽에 걸린 액자에 가려진 세 명과 익숙한 한 얼굴. 존재를 묻는 물음조차 허용되지 않을 게 뻔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그에게 끈질기게 물어볼 것이다. 정성스럽기만 한 정장을 입은 나는 그의 말마따라 묵묵히 청소나 하러 엘레베이터를 기다린다.
오늘따라 상승 속도가 느리다. 문득 태형의 행동이 날 게이로 몬다는 느낌에 토를 단 생각, 난 게이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이미 순리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탈선했지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왜 낯선 방향을 걷고 있는지는 후에 알게 되겠지.
한편 내가 그를 의심한 것에 화가 났는지, 같은 남자에게서 관음 당하는 기분이 들어 화가 났는지 명확하게 짚이지 않았다.
그가 내 주위에서 왜 주저하며 떠도는지 알 지 못해서, 그것에 난 그 모습에 삐뚤어진 게 전부다.
당신, V는 날 책임 진 선임인데 크림슨 하트의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 건 이상하잖아.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내 뒤로 비치는 사람. V가 수상쩍은 건 당연했다. 엘레베이터 문에서 눈이 맞은 V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열린 공간을 함께 탔다.
"뭘 봐."
"몇 층 가십니까."
"그냥."
"눌러드릴까요?"
"됐어."
이거 봐.
이러고도 같은 공간에 있다 생각하지 말라니 모순이지 않는가.
닫힌 엘레베이터. 고요한 숨결이 느리게 가슴을 부풀렸다 낮춘다. 그런 내 뒷태에 붙은 시선이 머물러서 떨어지지 않는다. 온 신경이 그의 숨에 집중했다.
"안 내려?"
아, 도착한 줄도 모르고.
어정쩡하게 내리자 마자 닫힌 엘레베이터. 층수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도 엘레베이터 레일이 가동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을 누가 움직이나 눈치를 본다. 안에서 어떤 표정으로 있을 V를 예측하지 못하겠다. 지금 이 장면이 어이 없게도 그와 나 사이에 벽이 있는 게 틀림 없다는 걸 보여줬다. 결국 내가 먼저 피했다. 열린 문, 따라오는 인기척에 한숨을 쉬고 방문을 열었다. 매번 이런 식이다. 오늘 하루도 청소로 끝내려나.
뒤를 돌아보면 V는 어디론가 다른 길로 새어 사라져있다. 그러면 나도 걸리적 거리는 근심 속에서 V를 지운다. 팔을 걷고 밀대를 잡는 몇 시간이나마.
최근 투하츠를 읽는 분께.
이때까지 함께 달려오신 분들과, 이미 읽으신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투하츠를 알아오신 분들은 아직 읽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윗부분은 퇴고를 하면 들어갈 내용. 아직 고칠 부분이 많지만 예를 든 저 내용으로 보다시피 인물간 상호작용에 추가되는 내용과 변동사항이 조금씩 있습니다.
ex) 탄소에게 유하게 대했던 V→ 탄소와 갈등이 잦은 V
앞부분부터 전에 읽던 내용과 혼잡하게 섞이면 2부에서 정신없이 읽힘을 우려하여 Two Hearts를 읽는 것을 잠시 미루셨으면 좋겠다 여겨 올립니다.
미숙한 투하츠는 아쉽지만 미숙함으로 접어두고, 더 흥미롭고 빠진 조각 없는 투하츠를 맞이하셨으면 합니다.
여담으로 2016년에 자주 못 올 것 같아 미리 인사를 드린 제가 부끄럽네요. (…)
글을 준비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느라 자주 모습을 보여드립니다.
오히려 2016년 하반기에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번에도 언급했다시피 쓰이지 않는 암호닉을 쓸 필요 없다 생각하여 Two Hearts prologue를 올린 후, 최소 70개~ 약 90개까지 원래 있던 암호닉에서 정리합니다.
이 이상으로 암호닉은 받지 않습니다. 꼭 이 글을 꼼꼼히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주의해주세요.
브금을 필수로 들으셔야하는 고단함을 동반하는 글입니다. 그런 불편함에 대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전개를 하다 연속되는 일본 노래 bgm은 글에 제일 잘 어울리는 곡으로 선정했기때문에 숙고 부탁드리는 부분입니다.
과거편과 전쟁편 시리즈로 연결되는 노래가 내용과 알맞음으로 불편함이 녹아 사라지길 조그마한 바람입니다.
투하츠 조각은 5개 정도 나갔습니다.
Crimson Heart family Boss- Suga
본명 민윤기 27세.
바다의 흰수염고래.
Crimson Heart family- Jimin
본명: 박지민 23세
바다를 두려워하는 고래.
Lion Heart family
hidden story
part
∞
Drug M
"제시 해."
"얼마까지 가능해?"
최후의 행복을 구매하다.
첫 만남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함께 숨 쉬었던 공기까지 놓치지 않고.
미어지는 가슴. 영롱한 물에 젖은 이름표 붙혀진 약통을 껴안았다. 무너지는 좌절 속에서 떠오르는 어린 정국의 얼굴.
'왜 아무도 절 봐주지 않아요?'
'이대로라면 못 버틸 것 같아요.'
'도와줘요. 저 선배 없으면 안 돼요.'
고통 속에서 손을 뻗지만 남준의 손아귀에 내려앉는 정국의 울음을 듣고 서서히 일어섰다.
'조금만 더 기다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상관 없어. 가격은 모두 상관 않고 기억이라면 싸그리 사줄테니."
-수를 줄여나가고 있는 소중한 암호닉/1차 정리-
깨알/뫙뫙이/깨알친구/둥둥이/매직레인/보솜이/짐빈/양양/코카/비비빅/토마토마/퓁시/소녀/사랑해/국쓰/youth/발꼬락/숩숩이/호올스/좋남자/사탕/하람/천해랑/요망개/마틸다/빙그레/본시걸/핑퐁/travi/돌고돌아서/빙봉/뽀아/리자몽/빠숑/민트초코칩/태태한침침이/식빵/설탕의단맛/증원/지민아/공공이/마르살라/치카초코/슈가맨/쓴다/뭐하는고삼/0207/0814/슙기력/워더/뷩꾹/주황자몽/코카콜라/박여사/아이쿠야/헐랭방구/열꽃/섹시태형/헠헠/참기름/핑콩이/참기름/청보리청/바나나/오호라/꿀/민트/지안/콩콩꾸/맙소사/호석이두마리치킨/계피/당근/꾸꾸야/0103/라일락/첼리/꾸깃꾸깃/핑슙/호비/1031/마운틴/혱짱/슙큥/자몽쥬스/두부/댐므/닭키우는순영/오레오/0818/윤슬/밍/숲/망개야/로렌/막꾹수/꾸기쿠키/꽃잎놀이/정체구간침침(회원되셔서 축하드려요!:))/이부/818/민빠답/고무고무열매/윤기야밥먹자/7/복동/돌하르방/꾱이/하울/청량/슈룹/쿠앤크/빠밤/토토잠보/창작/골드빈/Blossom/싸라해/꾹/곰씨/ㅊㅊ/꾸르잠/아이닌/날봐태태/0612/자판기/삐용/흥탄♡/달빛/빠네빠네/애플앤시나몬/퐁당/꿍따리샤바라/윤기모찌/매직핸드/현지짱짱/쿠마몬/1013/내손종/군주님/찐빵/부산의바다여/심쿵요정/0314/707/미니미니/어디가/0613/태태요정/쿨피스/여하/그뉵쿠키/병아리콩/꼬끼오/태꾹/새우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