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학연을 찾는 재환의 목소리가 나뭇잎을 흔들었다. 요 며칠 자꾸 학연이 일은 안하고 노는게 아니냐는 사람들의 말에 학연은 생전 안해보던 마음고생 이라는것까지 해보게되었고, 그럴수록 학연의 속을 모르는 재환은 학연에게 점점 더 정을 들이고 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 연아 연아. 이게 동치미라는 것인데 "
" 전 됐습니다. 도련님 많이 드십시요. "
" 난 너무 먹어서 목이 따가울 지경이다. 그러니 얼른 한 입 들거라 "
" … 그럼, 딱 한입만. "
" 옳지. 먹고 이 약밥도 먹어봐. 맛있지? "
" 예 "
" 이런거 처음 먹어보지? "
학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재환이 생긋 웃으며 그런 학연의 까만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이런거 매일 드시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
" 그런건 왜 물어. "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생글생글하게 웃던 얼굴은 어디가고, 재환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굳어졌다.
" 아, 아니. 아닙니다. 제가 괜한걸 물어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 "
" 찝찝해. "
" … 예? "
" 누가 독을 타진 않았나, 내가 이렇게 행복할때 아무것도 못먹고 굶주리는 너희같은 아이들은 어쩌나, 나만 호의호식하는건 아닌가.항상 찝찝해. "
" ……. "
이렇게 좋은 집에 살아도,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어도, 그마만큼 더 마음고생을 해야하는 재환에게 학연은 처음으로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느새 사랑이라는 감정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