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확실히. 남들이 보기에는 우리는 이상한 관계였다. 애인? 그건 구준회가 부정했으니까. 그렇다고 친구도 아니였다. 우리는 별로 친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애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구준회랑 하는 것은 섹스였다. 제 3자가 봐도 이것은 명백한 섹스파트넌데. 구준회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였다. 나도 섹스파트너라는 말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구준회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일진이였고, 나는 그냥 그렇다할 평범한 학생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교실에 박혀서 공부만 하는 범생이거나, 일진무리들의 아부를 해주며 옆에 붙어다니는 찌질이들은 아니였다. 그냥 그 나이대의 활발함을 가진 평범한 고등학생.이였다.
구준회와 그의 무리들이 처음 같은 반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때, 나는 그냥 그렇구나. 하는. 딱 그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옆에 있는 남태현은 나의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고 뭐라고 타박했지만. 나는 정말 그냥 그저그랬다. 왜냐면 내가 걔네 무리랑 친해질것도 아니고 더더욱 구준회와 친해질 일은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허를 찌르듯이 빗나갔다. 자리배정을 받기전에 나는 당연히 나의 불알친구인 남태현과 나란히 앉았다. 첫날부터 선생님의 눈에 띄고 싶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므로 우리는 적당히 구석지고 적당히 (자율)공부를 할 수 있는 자리의 책상에 앉았다.
창가자리를 선호하는 나는 벽에 기대 반아이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이 난리통에도 맨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영어단어를 외우는 아이에게 일어서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내가 조용히 앉아서 새학기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앞문이 벌컥 열리고 소란한 교실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바지를 다리에 딱 붙게 줄인 교복들이 구준회를 선두로 하나하나 들어섰다. 귀에 박힌 검은색 피어싱이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 비어놓은 맨뒷자리를 자연스럽게 구준회와 아이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망각하고 있던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뒷자리가 아까부터 비워져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진환의 작은 로켓
준회X진환
Written by 최적화
나의 뒷자리에 자리잡은 사람은 그 많은 무리중 하필 구준회였다. 내가 구준회 무리중에서 특히 구준회에게 악감정이 있거나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찐무리 수장인 구준회의 인상이 가장 더러웠기 때문이다. 혼자 첫 인상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거잖아? 그리고 구준회의 옆자리는 비교적 인상이 좋고 귀여워(착해)보이는 김동혁이 앉았다. 라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일찐무리에 관심이 없는 나라도 그들이 안 무서운 것은 아니였다. 나는 힘없는 평범한 학생이니까. 나는 내심 선생님이 들어와 자리를 바꿔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의 간절한 마음에 콧방귀라도 뀌는듯 자리에 대한이야기는 첫 오리엔테이션시간에는 일절 하지 않으시다가, 종이 치고 나가기 직전에 '자리는 어떡할까?, 선생님은 지금도 나쁘지 않은것 같은데?'라는 말을 남기시고 교실을 떠나가셨다.
나쁘다. 이 자리는 확실히 나쁘다. 수업시간은 그렇다 치고, 쉬는 시간에 내가 남태현에게 말이라도 좀 할라고 하면 엎드려 있던 구준회가 몸을 일으켜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였다. 나는 그냥 내가 자꾸 구준회를 신경 쓰니까 혼자만의 착각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 나는 나의 뒷통수에 꽂히는 진득한 시선에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구준회는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나를 올려다봤다.
눈을 까뒤집은것 같이 나를 올려다 보는 통에 기겁을 했다. 속으로는 정말 깜짝 놀랐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척 다시 나의 책상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불편한 분위기에 남태현에게 말을 걸려했지만, 그 잠깐 사이에 어디를 갔는지 남태현의 자리가 휑하니 비어있었다. 혼자 안절부절 못하며 교과서를 들췄다, 필통을 열었다 닫았다, 샤프를 들었다 놨다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는데 뒤에서, 바로 뒤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야."
"…."
"야."
"…."
"씹냐?"
제발 나를 향한 물음이 아니기를, 다니지도 않는 교회의 예수님을 찾았다. 하지만 역시 다니지도 않는 신도를 도울리 없었고. 구준회의 부름역시 나를 향한 것이였다. 나는 구준회의 입에서 '씹냐?'라는 말이 나온 동시에 뒤를 돌아 최대한 깜짝 놀라는 척을 했다.
"응?"
어.. 미안. 교실이 시끄러워서..라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개미가 기어들어가는거 마냥 작게 뒷말을 흐렸다.
"뭐라는 거야."
"…."
"야. 다음시간 뭐냐?"
"어..어? 윤리였던거 같던데.."
너는 다음시간이 뭐냐는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해야겠니?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말이였지만, 나는 뱉지 못했다. 왜냐고? 구준회가 무서우니까! 나는 대답을 해주고 잽싸게 몸을 돌려 책상서랍에 던져놓은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카카오톡으로 들어가 남태현에게 애꿎은 문자를 보냈다.
「ㅅㅂ 남태현!! 빨리 교실로 투ㅕ들어와!!!」
나는 일분일초라도 빨리 이 불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화장실로 도망갈까 했지만 여전히 내 뒷통수로 꽂히는 진득하고 찌리찌리한 시선을 달고 움직일 용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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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네진환으로 돌아왔어요
embrace all 의 분위기와는
다른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ㅎㅎ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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