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먼저 자리를 떠났다. 진환의 침묵을 견딜 수 없었다. 진환의 입에서 나올 말이 겁이 났다. 그의 침묵도, 그의 입에서 나올 말도. 19년 인생에 이렇게 혼란스러웠던적이 있었나 싶다. 내 감정조차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데, 남의 마음을 헤아리려니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예민하게 군다. 요즘들어 확실이 그렇다. 진환은 의도적으로 나의 눈을 피한다. 내 신경을 자꾸 살살 긁는다.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행동이 나간다. 나만큼이나 당황했을, 어쩌면 나보다 더 당황했을 진환에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감정이 주체가 안된다. 심통난 아이처럼 행동했다. 하지 말라하면 더 하고 싶은 아이처럼.
쉬는시간 내내 뒷자리에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꽃을 피우던 아이들에 무의미하게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을 손에서 놓았다. 나에게는 눈길한번 안주면서 다른 아이들 틈에서 히히덕거리고 있는 모습에 어딘지 모르게 배알이 뒤틀렸다. 생각이란걸 할 틈도 없이 손이 나갔다. 뒤돌아 있는 진환의 얄쌍한 허리를 두팔로 껴안았다. 놀랐는지 숨도 못쉬고 있는 진환을 보고서는 무슨 마음에서 였는지 껴안을 팔에 힘을 더했다.
"구준회 미친듯."
"이젠 하다하다 호모짓?"
"어휴 진환이 표정봐."
"야 좀 놔라!"
보다 못한 동혁의 만류로 인해 상황은 마무리 되었다. 진환은 진심으로 당황한 얼굴이였다. 표정이 굳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게 짜증났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의자소리가 크게 나자 진환은 더더욱 굳은 얼굴을 했다. 그런 진환에게 눈길을 한번 준 후에 나는 거칠게 교실문을 열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구준회 왜 저래.. 미쳤나봐."
"쟤 원래 한 달에 한번씩 저러잖아. 기집애들처럼 그날도 아니고 뭐야."
"야 김진환 니가 이해해라."
"으응."
교실을 박차고 나간 뒷모습에서 눈을 뗄수 없었다. 아이들의 담화 속에서 여전히 좋지 못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진환은 다음 수업종이 울리도록 들어오지 않는 제 뒷자리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무표정의 김진환. 의도적인 무표정의 김진환은 나를 참을 수 없게 한다. 오전의 일로 기분이 많이 다운된건지 아이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이제는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이제는 나를 향한 일말의 시선도 주지 않는다. 그를 건들이고 싶다. 스파크가 일게.
무표정의 김진환을 잡아 돌려 양손으로 고개를 감싸쥐었다.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창밖에서도 들려왔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녀석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정신이 아니였다. 내 코앞에 바로 김진환이 있었다. 새카만 눈동자를 가진 김진환. 바로 몇일전까지 내가 좋다던 김진환. 근데, 나는 이 김진환이 좋은가?
이 새카만 눈동자속으로 내 고민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저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저게 날 이렇게 쥐고 흔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눈 속에서 요동치는 샘을 보았다. 상기된 얼굴의 진환이 내 손을 거칠게 쳐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씨발 새끼."
"너무하네."
"구준회."
"신경쓰지 마. 나는 내 방식대로 하는거니까."
김진환의 작은 로켓 : 스파크
준회X진환
Written by 최적화
달빛조차 구름 뒤로 가린 캄캄한 방안에 앉아서 기억의 조각을 더듬었다. 가벼운 마음이라 치부해버린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진환이던 나던. 실상 자신 조차 이게 가벼운것인지 무거운 것인지 모르겠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맘속을 헤집어 놓았다. 하지만 그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지금의 이런 상황은 싫다는 것이였다.
내 속의 아이는 여전히 심통이 나있었다. 진환이 나 아닌 누군가와 밝게 이야기하는 것이 싫다. 더군다나 나와 이런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때는 더더욱.
"김동혁. 나 여자 소개 좀."
"진심? 야. 니가 싫다고 깐 여자들만 스무명이 넘는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서."
"진짜? 진짜 할거야?"
"어."
"헐.. 구준회가 왠일."
우리 대화를 들은건지 진환의 웃음이 멈췄다. 그런 진환을 빤히 바라보고는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척 동혁을 향해 웃어보이고 여자애들의 사진을 봤다. 솔직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환이 나를 향한 시선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기분좋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환을 향한 관심의 갈구는 계속 되었다. 일부러 진환의 근처에가서 여자애와의 약속장소를 크게 떠벌렸다. 11시에 Take One 앞. 신경 쓰지 않는 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김진환은 분명히 그 앞에 나타날 것이다. 아까 전부터 나를 향한 진환의 시선이 계속 되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약속장소와 시간. 진환은 자신의 머리속에서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애써서 기억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욱 또렷이 각인되어 버린 자신의 머리를 탓했다. 최근에 희롱에 가까웠던 행동들은 잦아들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한 짓들을 하고 있었다. 진환은 정말 잊고 싶었다. 이 희롱의 소용돌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보려고 노력했다.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 진환에게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이였다. 진환은 마음을 비우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제집에 매달렸다.
무엇에 씌인사람처럼 문제를 풀어나갔다. 문제를 풀다보니 어느새 10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었다. 야자는 자율이라 교실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몇 명 없었다. 진환은 집으로 가려 조용히 짐을 싸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차갑고 고요한 밤길을 걷는 것은 기분 좋은일이였다. 진환은 꽤나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였고, 고요한 밤길은 낭만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으므로. 바람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거리에 진환은 아무런 생각없이 걸었다. 그 길이 지루하다고 느꼈을때 진환은 이어폰을 꺼내들었다. 귓가에 흐르는 음악에 집중하며 작은돌을 발로 툭툭차며 거리를 걸었다.
넌 가끔 내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난 자꾸 왜 이런 이유를 모를 아픔에 시달려야 하는데
요새 나의 꿈엔 왠지 니 모습들만이 가득해
오늘 괜히 심술이 났다는 니 말에 Do you tell me?
난 지금 너의 얘기를 듣고 싶어
올빼미처럼 큰 눈을 달고 밤잠을 설친 나
또 말이 없어지는 나
솔직히 지금 난 너에게로 빠지는 날의 연속이야
함께 할 때의 고요함이 너에게 어떤
지루함으로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실은 난 말을 잘 못해
늘 단잠 속에 빠져있는 사람처럼 살아가곤 해
센스있는 선물이나 감동적인 고백
그게 참 어려워서 이렇게 노래를 보내
하나 둘 나를 바라볼 때 까지
셋 넷 다섯 내게 다가올 때 까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완벽히 잊고 있었는데. 노래를 들으며 자연스레 떠오르는 준회의 얼굴에 진환은 당황하며 이어폰을 빼버렸다. '11시 Take One'을 떠올리고는 울상을 지었다. 진환은 억울했다. 정말로 의도하지 않았는데, 진환이 듣는 모든 노래의 주인공이 준회라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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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듣는 키비목소리는 좋네요..달달하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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