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구준회가 나온다던 작은 술집 앞으로 와버렸다. ‥후.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왜냐면 나는 구준회 애인도 뭐도 아니기 때문이였다. 꽁꽁 언 손에 꽉진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연락이라도 해볼까. 미친 생각인거 같았다. 내가 뭐라고. 나는 고개를 작게 젓고는 술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장난 가로등 밑으로 몸을 숨겼다.
" ‥아 나 진짜 뭐하는 짓이야."
언제부턴가 구준회와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당초에 우발적 고백이 잘못이였다. 나는 구준회와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려 했지만 핸드폰의 홀드에 걸린 PM 11:00라는 숫자때문에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없었다. 목을 감싸고 있는 목도리를 고쳐매며 초조한 마음을 추스렸다.
불꺼진 가로등 밑에서 술집을 주시하는 모습이란 내가 생각해도 정말 가관이였다. 약속시간으로부터 10분가량 지났을까, 술집 앞으로 이렇게 말하긴 정말로 미안하지만 (내 눈엔 정말로 그렇게 보였다.) 싸.. 아니 약간 저렴해 보이게 화장을 떡칠한 여고생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가로등 옆에 있는 전봇대에 몸을 숨기고 현장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 짧은 치마를 입고 얇은 스타킹하나를 신은 여자아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나는 코트와 목도리로 무장해도 이렇게 벌벌 떨리는데. 그렇게 몇분이 지나도록 구준회는 커녕 다른남자들도 코빼기도 안보였다. 여자애들은 가게앞에서 쪼그려 앉아 기다리다 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내 입으로 참아 담을 수 없는 쌍욕을 지껄이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어 불을 붙이려는 순간 어떤 남자애가 여학생들 곁으로 헐래벌떡 뛰어 왔다.
"아이 씨발 김동혁 존나 늦게 쳐와."
"얼어 디질뻔했잖아!"
"미안 미안. 엄마 몰래 나오느라. 안에 들어가 있지."
"아, 구준회한테 잘 보일라고 기다렸지. 근데 구준회는?"
갑작스런 동혁의 등장에 나는 목도리를 마스크 대용으로 삼으며 얼굴을 파묻었다. 김동혁이 왔으니까 이제 곧 구준회도 온다는 소린데.
"엥? 아직도 안 왔냐? 나 늦으니까 먼저 가 있으라고 했는데?"
"아 뭐야 김동혁 존나 구라쟁이네. 구준회 소개시켜준다며!"
"헐.. 뭐지. 들어가 있어. 내가 전화해볼게."
"빨리 오라고 해!"
현재시각 PM 11:36 제발. 제발 오지마 구준회. 여학생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혼자 남은 동혁이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 모양인지 길게 아무말도 하지 않던 동혁이 한숨을 쉬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할때 동혁의 전화벨이 울렸다. '아 미친 새끼야! 빨리 오라고!' 아마도 전화의 주인공은 구준회인것 같았다. 동혁은 휴대전화로 역정을 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추위에 벌벌떨면서 구준회가 오지 않기를 빌었다. 시계는 어느새 자정을 가르켰고 나는 내 모양새가 한심해져 그만 집으로 돌아가려했다.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려는데 저 멀리 보이는 한 인영에 나는 도로 내가 왔던 길을 달려가 다시 전봇대 뒤로 숨었다.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만 빼꼼 내밀어서 상황을 지켜봤다. 멀리저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양새가 복도에서 걷는 구준회의 걸음걸이와 똑닮아있었다는게 마음에 걸렸다. 제발. 제발 구준회.
애석하게도 내 바램은 빗겨나갔다. 역시나 그 인영은 구준회였다. 표정이 없는 구준회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무언가 생각난듯 다시 나와 가게주변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이내 실망과 짜증이 묘하게 섞인 표정을 짓고서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구준회가 들어갔다. 진짜 여자들을 만나러 들어갔다. 나는 맘속으로 슬픔을 삼켰다.
'집으로 가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다. 근데 문제는 그게 약 20분전에도 그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였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때문에 정말로 돌아버릴 지경이였다. 구준회가 저기에서 여자들이랑 히히덕거리면서 노는 꼴을 절대로 내 눈으로 보고싶은것은 아니였다. 그냥..그냥, 조금 신경이 쓰인다. 그뿐이다! 그리고 나는 마음 한편에서 스믈스믈 피어오르는 열받음과 짜증을 속으로 삼켰다. 나는 구준회에게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떨어지지 않는 다리에게 욕을 퍼부었다. 집에 좀 가자! 어두운 골목을 벗어나 집으로 향하는 길을 몇 번이고 걸었다.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마법에라도 걸린걸까. 1시간이 지나도록 주위만 맴돌았고 결국엔 제자리였다. 올해 겨울은 유난스럽게 춥다. 계속 밖에 서있었던 탓인지 코와 손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정말로 집으로 가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 정말로 뒤돌아 보지 말고. 나는 조금 울쩍한 기분을 달래려 음악에 집중하고자 이어폰을 꺼내들었다.
"후.. 정말로 되는 일이 없네."
주머니 속에 넣어 놨던 이어폰이 제멋대로 얽혀있었다. 이거 하나도 나를 도와주지를 않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잘 풀리지 않는 이어폰에 짜증을 내며 이어폰 풀기에 집중했다. 한참을 이어폰과 씨름하다 얽힌 이어폰을 다 풀었을때, 나는 마침 가게 밖으로 나오는 구준회와 마주쳤다.
김진환의 작은 로켓 : 스파크
준회X진환
Written by 최적화
이어폰으로 인해 짜증난 마음은 어디로 가고 당황한 마음만이 내 맘속을 지배했다. 구준회가 여소를 받는다는 장소로 찾아오기는 했지만, 뭐 어떻게 할 생각을 없었어서 막상 이렇게 마주치니까 정말로 돌아버릴 것같았다. 나는 구준회 때문이 아닌 (정말로) 추위로 인해 얼어붙은 몸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구준회를 쳐다봤다. 구준회도 내가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지 당황한 표정이였다. 이 끝도 없는 정적을 깬 사람은 나도 구준회도 아니였다. 구준회와 단둘이 있어 싶었던 건지 구준회를 곧장 따라나온 아이라인이 매우 강렬한 여학생이였다.
"준회야-. 담배 피러가?"
아까 전 동혁에게 쌍욕을 시전한 여학생이 맞나 싶었다. 콧소리를 내며 구준회에게 아양을 떨던 여학생이 준회의 팔에 팔짱을 꼈다. 구준회는 당황한 얼굴로 아직도 앞에 있는 나에게 시선을 때지 않았고, 자신에게 팔짱을 껴오는 여학생을 밀어내려했다. 그리고 구준회가 표정을 바꾸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였다. 나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랬다. 그는 내가 자신앞에 서있는 이 얼척없는 시츄에이션을. ‥그는 완벽하게 상황파악을 마쳤다.
그리고 구준회는 보란듯이 자신이 뿌리친 여학생의 손을 턱 잡고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여학생은 준회의 행동에 수줍은척을 열정적으로 연기했다. 구준회의 손이 여학생의 허리로 향해 감싸안았다. 눈은 나와 마주치고 있으면서.
"혜민아. 술많이 먹은거 아니야?"
"응? 아니야 괜찮아."
"볼도 빨게 진거 같은데 집에 혼자 갈 수 있겠어?"
"아..응 좀 어지러운 거 같기도 하구..히히."
구준회는 여학생에게 시선한번 안주면서 저런 말을 지껄였다. 여자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다정하게.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는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건가 싶어서 구준회에게 시선을 때고 이자리를 벗어나려 발걸음을 땠다.
"어? 이게 누구야-. 김진환아냐?"
"……."
"왜 왔어? 나 걱정되서 왔어?"
"……."
"아니면.. 내가 기집애들이랑 놀아나는거 감시하러 왔어. 응?"
여전히 여자의 허리를 감싼채로 나에게 다가왔다. 저 여자의 자리. 나는 평생 갖지 못할 자리였다. 그게 애인이든 아니든. 굳이 내 눈앞에 데리고 와서 확인 사살을 해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나는 구준회의 행동에 약간의 수치심도 느꼈다. 아무말도 하지 않는 내가 답답한지 구준회는 자꾸 나의 대답을 재촉했다. 할말이 없었다. 나는 구준회의 애인도 뭐도 아니니까. 나는 구준회에게 질투를 느끼면 안되니까.
"김진환. 나 니 한마디면 다들어줄게. 응?"
"……."
"어? 니 한마디면 된다는데..!"
'준회야 뭐해 빨리가자-.' 옆에 있던 여자가 준회를 재촉했다. 준회는 살벌한 표정으로 여자를 뿌리쳤다.
"꺼져 썅년아."
"주..준회야."
"빨리 안 꺼져?!"
여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달아났다. 구준회는 여전히 나에게 꽂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김진환. 빨리 말해봐."
"내가 무슨 말을 해야되는지 모르겠다. 나 그만 갈게."
"씨발."
발걸음을 돌리는 내 손목을 거칠게 잡아챘다. 나는 힘없이 구준회에게로 딸려갔다. 벽에 나를 가두고서 나의 입술에 맞다으려고 했다. 이런식은 아니다. 내가 원하던 것은 이런식이 아니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구준회를 거부했다. 코끝이 시큰했다.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이 내 차가운 뺨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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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셨나요..?ㅠㅠ
아이고..ㅠㅠ...죄송해요.. 진짜 면목이 없네요..ㅠㅠ 힝..ㅠ.ㅠ
늦게와서 죄송해요!ㅠㅠㅠㅠ 바빴다면 핑계고..ㅠㅠ 부지런하지못한 제탓입니다.ㅠㅠ
정말 죄송해요ㅠㅠ 앞으로 정말로 꼬박꼬박오겠습니당..ㅠㅠ..
올해안에 완결내겠습니다!(폭탄선언)ㅠㅠ..ㅋ.....정말로..ㅎ..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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