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은 예뻤다
다섯 번째 이야기
w. 마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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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찾아오는 아침.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바람에 눈을 떴다. 평소처럼 익숙하게 풍기는 음식냄새가 나지 않았다. 항상 아침엔 김석진의 음식 냄새로 눈을 뜨곤 했는데 오늘은 나지 않는다. 그렇단 것은 김석진이 지금 집에 없다는 얘기겠지. 나는 피곤에 찌든 몸을 이끌고 방문을 나섰다. 어느새 내 발걸음은 습관대로 주방에 향해있었다. 따뜻하게 웃어주던 김석진이 없다. 아침마다 잔소리를 하던 김석진이 없다. 나를 따스하게 안아주던 김석진이 없다. 그리고 어제 김석진을 만났을 때도 내가 알던 김석진이 아니었다. 내가 무언갈 잘못을 한 걸까.
김석진이 없던 낯선 아침을 맞이한 후 학교갈 준비를 했다. 그러다 문득 옷걸이에 걸려있는 박지민의 겉옷이 눈에 띄었다. 옷을 조심이 꺼내들어 옷을 살폈다. 옷의 상태를 살피니 살짝 지저분하고 여기저기 얼룩이 묻어있었다. 분명히 박지민이 나에게 처음 덮어줬을 땐 깨끗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지저분해졌지. 내가 박지민의 머리에 기대 잠들었을 때 무슨 일이라도 생겼던 것일까. 나는 옷을 찬찬히 살피며 얼룩위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옷에선 여전히 깊은 장미향이 풍겼다. 어제의 박지민을 떠올렸다. 블랙미니드레스를 입은 짙은 화장의 박지민. 솔직히 말하자면 박지민을 보는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홀리듯이 다가간 것 같다. 박지민 특유의 그 묘함이 나를 이끄는 듯 했다. 박지민을 떠오르며 옷을 내려다보니 문득 얼룩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 얼룩의 정체는-
"....피"
피다. 비릿한 냄새, 한달의 한 번 마법의 날마다 풍기던 비릿한 냄새를 기억하기에 잘 알 수 있었다. 이 비릿한 냄새는 피다. 검은 옷이라 얼룩의 색은 선명히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피의 정체는 박지민의 것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인가. 박지민,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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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탄소 너 어제 밤늦게 어디에 있었어? 어젯밤에 너네 아빠가 전화해서 너랑 같이 있냐고 난리도 아니었어"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친구가 나에게 물어왔다. 아, 김석진이 어제 나를 애타게 찾았나보다. 아무래도 밤에 아무도 집전화를 안받았을테니 내가 집에 없는 건 바로 알아챘겠지. 나는 친구에게 대충 둘러댄 뒤 창가에 전정국과 함께 앉아있을 박지민을 찾았다. 그런데 창가에 전정국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도 아무도 없었다. 박지민은 그렇다 쳐도 가끔 조퇴는 해도 지각이나 결석은 절대 한 적 없는 전정국이었기에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내 궁금증을 해결하기도 전에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쇼핑백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전해줘야 하나. 어떻게든 전해주기는 해야 한다. 그리고 만나서 묻고 싶은 것도 있다. 도대체 너의 정체는 뭐냐고, 네 옷에서 나는 이 핏자국들은 누구의 것이냐고.
익숙한 전정국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으니 왠지 낯설었다. 수업을 듣는 내내 나도 모르게 두 빈자리에 눈이 갔다. 지루한 수업시간이 계속 되고 학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흘러갔다.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그 둘은 수업을 마칠 때까지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전해줘야 할 쇼핑백을 다시 든 채 학교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의 무리에 섞여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데 평소처럼 나를 기다리던 택시를 보니 문득 집에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낯선 김석진을 받아드릴 준비가 안되었나. 아무튼 나는 택시기사의 눈을 피해 학교 근처를 벗어났다. 계속 걸었다. 기계처럼 일정한 속도로 걸으며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겪은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오랜만에 너무 무리하게 몸을 움직인 탓인지 두통이 밀려왔다. 머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빠졌다. 몸이 내 의지와는 달리 옆으로 심하게 기울어졌다. 그 때
"어- 조심해야지 이쁜아"
낯선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 허리를 단단히 감아왔다. 알싸한 담배냄새가 풍겨왔다. 굵은 목소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고개를 쳐드는 순간 내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온 몸의 힘이 갑자기 빠지자 남자는 나를 쓰러지지 않도록 감싸안았다. 나는 그렇게 정체도 모르는 낯선 남자의 품에서 정신을 잃었다.
시간이 흐르고 돌아오는 정신에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부셔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고 허리를 일으키자 검은 색의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살피니 온통 다 낯선 것들 뿐이었다. 이불에서 알싸한 담배향이 풍기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아까 정신을 잃을 때 안긴 그 남자의 집 같았다. 낯선 남자의 집에 더 있다간 왠지 위험해질 것 같은 느낌에 가방을 챙겨 자리에 일어났다. 그 순간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어, 이쁜이 벌써 일어났네?"
방문이 열리고 들어온 남자가 팔짱을 끼고 날 내려다 봤다. 알싸하게 풍기는 담배향을 느끼고 확신했다. 아, 아까 그 남자가 이 남자구나.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 높은 코, 한 쪽으로 올라간 입꼬리. 누가보기에도 객관적으로 잘생긴 남자였다. 내가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자 남자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피식하고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이쁜이 오빠 얼굴 보고 반했구나?"
"...예?"
"하긴, 오빠 얼굴이 잘생기긴 했지"
"...하"
"어디가려고?"
"이제 집에 가려구요. 아까는 감사해요"
"고마우면"
"...."
"보답을 해야지"
"....이거 놔요"
남자가 나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남자가 나를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를 다 알고 있다는 눈빛. 남자가 나를 방 안으로 밀어넣었고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방문을 잠든 뒤 나에게 다가왔다. 이 남자, 느낌이 이상하다.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하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저 집에 가야 해요"
"왜?"
"이 손 빨리 놔주ㅅ"
"집에서 기다리는 젊은 아빠라도 있나?"
"....뭐?"
"예를 들자면"
"...."
"김석진?"
"당신... 정체가 뭐야"
"....풉, 이쁜아 표정 풀어 너가 그러니깐 자꾸 누가 떠오르잖아"
"당신이 우리 아빠가 김석진이라는 걸 어떻게 아냐고"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
"아빠는 아니지?"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아, 그리고 박지민"
"....뭐?"
"박지민이 왜 널 처음 봤을 때 그렇게 놀랐는지 궁금하지 않아?"
"....박지민을 당신이 어떻게 알아"
"왜 전정국은 네 곁에 맴도는 걸까?"
내 표정이 구겨지자 남자는 재밌다는 듯이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어댔다. 소름이 끼쳤다.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모든 것을 아는 걸까. 이 남자와 함께 있는 이 공간이 너무 위험했다. 아니, 이 남자의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 나를 향해 남자가 점점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남자는 계속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결국 침대에 걸려 침대 위로 자빠졌다. 몸을 일으키려는 나를 막고 그가 내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 그리고 얼굴이 나에게로 점점 다가왔다. 남자의 손은 천천히 내 입술을 쓸었다.
"풉... 이쁜아"
"...."
"이쁜이는 너무 치명적인데"
"...."
"내가 애기는 안건들거든"
"...."
"지금 눈감고 나 유혹하는 거야?"
"...미친새끼"
"예전 같으면 바로 덮쳤는데"
"....꺼져"
"지금의 너는 너무 어려서"
"뭐?"
"너가 딱 하나 알아야 할 사실이 있는데"
"...."
"네 존재 자체가 이세상에 있으면 안된다는 거?"
"그게 무슨 말이야"
"나중에 되면 알겠지. 네가 어떤 존재인 지를"
남자는 눈물이 흐르는 내 눈가를 엄지로 쓸어내렸다. 남자가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삐빅-거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나에게 다가오던 것을 멈추고 작게 욕을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남자는 무언가 일이 꼬인 건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내려다 봤다. 어리둥절한 나를 보자 답답한 듯 마른 세수를 하는 남자였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집으로 들어왔고 문에서 덜컥소리가 났다. 아까 안에서 문을 잠근 덕분인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근데 밖에서 문을 열려고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온 몸을 굳힐 수 밖에 없었다.
"야, 김태형 문 열어. 야동이라도 보냐?"
박지민이다.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문 앞으로 다가갔다. 남자는 문을 열려고 하는 나를 말리지 않았다. 그냥 팔짱을 끼고 문 앞으로 다가가는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한쪽 입꼬리는 살짝 올린 채로. 쾅쾅거리는 문의 손잡이를 내가 조심스레 움직이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을 열자 편한 옷차림의 박지민이 보였다.
"아 너 왜 이제서야 문을 열ㅇ...."
"...."
"김탄소...? 네가 왜 여기..."
나를 본 박지민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리고 놀란 박지민의 뒤에는 박지민과 같은 표정의 전정국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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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몽입니다 :)
이쁜이들 글 재밌게 보셨나요?
우리 이쁜이들 보고 싶어서 달려왔어요.
암호닉은 계속 정리 중입니다.
천천히 정리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정리 다 한 후에 목록 올리겠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제 글 봐주셔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