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은 예뻤다
여섯 번째 이야기
w. 마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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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전정국, 저새끼 잡아"
박지민의 말을 들은 전정국은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김태형의 멱살을 잡았고 박지민은 요리조리 내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냐고 저 새끼가 해코지 하지는 않았냐는 말을 계속 하면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강아지 같아 보였다. 큰 후드집업를 입어서인지 더욱 귀여워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윤기나는 박지민의 단발머리를 향해 손이 갔고, 어느새 내 손은 박지민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자 박지민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지더니 내 팔목을 세게 잡았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손이 가서..."
"어... 아니야, 진짜 저 새끼가 아무짓도 안했지?"
"....응, 나 진짜 괜찮ㅇ"
"....김탄소, 너 울었어...?"
"...."
아직 붉은 기가 가시지 않은 내 눈을 본 것인지 박지민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다. 굳은 표정이 차갑게 느껴졌을 때 박지민이 전정국에게 멱살이 잡혀있던 김태형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순간, 박지민이 김태형의 볼을 주먹으로 내려꽂았다. 김태형은 힘 없이 뒤로 고꾸라졌고 나는 여자치고 센 박지민의 주먹에 놀라 벙쪄있었다. 넘어진 김태형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나와 박지민을 번갈아 봤다. 박지민은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그런 김태형을 바라보며 머리를 쓸어올릴 뿐이었다.
"뭔 짓을 했길래 애를 울려"
"그러게... 내가 뭔 짓을 했을까?"
"...김태형!!!"
"근데 있잖아"
"어디 한 번 나불대봐"
"너희 지금 되게 자연스럽다?"
"....뭐?"
"너랑 전정국, 얘 원래 알고 있었나봐?"
"...."
"이거 위에다가 말ㅎ'
"....이따가 얘기해"
박지민은 뒤를 돌아 어리둥절한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뒤를 돌아보자 입을 날보며 씨익 웃는 김태형이 보였다. 도대체 저 사람의 정체는 뭐고 박지민과 전정국은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한참을 내려가는 것을 보니 고층 아파트인 것 같았다. 박지민은 말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박지민과 나는 아파트 앞 작은 공터로 향했다. 밖을 나오니 많이 깜깜한 게 내가 김태형 방에서 꽤 오랫동안 잠들었던 것 같다. 김석진이 걱정할텐데. 날씨가 따뜻해졌지만 일교차가 심해서인지 쌀쌀한 바람이 옷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때 내 어깨 위로 무언가 얹어졌다. 박지민이 말 없이 내 어깨에 올려진 자신의 후드집업을 잘 걸쳐주고 있었다. 역시나, 장미향이 풍겼다.
"저... 괜찮은데"
"괜찮기는, 벌벌 떨고 있으면서"
"....고마워"
"김탄소"
"...."
"왜 거기에 있었는지 물어봐도 돼?"
"...아, 그게..."
나는 박지민에게 어떻게 그 집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김태형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것은 쏙 뺀 채로. 이야기를 들은 박지민의 표정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가로등 빛을 받아 불그스름한 색이 도는 단발머리가 박지민과 아주 잘어울렸다. 다리를 꼰 채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묘했다. 너무 묘하고 예뻐서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깜깜한 밤하늘처럼 깊은 박지민의 눈동자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일까. 아니면 매력적인 눈매가 만들어내는 것일까. 그 것도 아니라면 그의 윤기나는 단발머리? 아니, 아마도 그에게서 풍기는 은근한 장미향이 한 몫을 하는 거겠지.
"...언니"
"응?"
"근데... 그 김태형이란 사람이랑 무슨 사이야?"
"...."
"같이 사는 거 보면 혹시 연인사이라던가....?"
"....뭐??"
박지민이 커다래진 눈과 함께 손을 앞으로 내밀며 격하게 흔들었다. 그렇게 까지 부정할 필욘 없는데. 당황한 박지민의 모습이 귀여웠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의 애인이 될 사람은 정말 복 받은 사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ㅋ,큼! 걔 내 애인 아니거든?"
"...아 그럼 전정국?"
"전정국이라니!! 절대 아니야"
"그렇구나..."
"....김탄소"
"....응?"
"엄청 궁금한게 많은 표정인데"
"...."
"물어봐"
"...."
"대답하는 건 내 자유"
"....그래도 돼?"
"말했잖아. 질문에 대답하는 건 내 자유니깐 곤란한 질문은 패스할 거야"
"전정국이랑 그 김태형이란 사람이랑 셋이 한 집에 살고 있는 거야?"
"응.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라서 지금은 같이 살고 있어"
"...혼자 여잔데 안불편해?"
".....어? ㄱ,그렇지 뭐, 나한테 뭔 짓 할 애들도 아니고 내 몸 하나는 잘 지킬 수 있어"
"그렇구나... 아, 그리고 나 처음 만난 날에 왜 날보고 그렇게 놀란 거야?"
"...."
"전정국은 무언가를 알고 있는 눈치였는데"
"....닮았거든"
"응...? 누구랑?"
"음... 아주아주 보고싶은 사람? 더이상은 말 안할래"
"...응"
박지민이 나를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어젯밤에 왜 거기에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웃는 박지민의 얼굴 때문에 선뜻 물어보지 못했다. 그 때, 나뭇잎 한 개가 박지민의 어깨 위로 떨어졌다. 그 나뭇잎이 계속 신경쓰인 나는 조심스레 박지민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어깨에서 나뭇잎을 떼려고 내 손이 박지민의 어깨에 손을 갖다 대는 순간 박지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언가 고통스럽다는 듯이.
"읏..."
"어? ㅁ,미안..."
"아, 괜찮아"
"다친 거야?"
"...."
박지민의 티셔츠 사이로 어깨에 감겨진 붕대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크게 다친 거지. 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박지민을 쳐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호화스러운 파티장에 있던 박지민. 주섬주섬 쇼핑백에서 박지민의 옷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의 눈이 조금 커다래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이거 안줘도 되는데... 고마ㅇ"
"나 아직 질문 안 끝났는데"
"...."
"어제 거긴 왜 간거야?"
"...."
"왜 거기서 그런 옷차림으로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던 거야"
"....탄소야"
"그리고, 그 장미향의 정체가 뭐야"
"...."
"그 옷에 있는 핏자국은 누구의 것이며"
"...."
"도대체 당신의 정체가 뭐야"
박지민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려왔다. 박지민이 긴장한 것처럼 나도 덩달아 긴장을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적이 흐르고 박지민의 입이 드디어 열렸다. 박지민은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마"
"...."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잖아"
"...."
"....그렇지?"
"....그럼 하나만 알려줘"
"...."
"그 옷에 묻은 피, 누구 거야?"
"...."
"....대답 없으면 이만 가볼게"
"김탄소..."
"안녕, 내일 학교에서 보자"
따라 일어서려는 박지민을 피해 빠른 발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문득 떠오르는 김석진 생각에 급하게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부재중... 400통...? 목록을 살피니 모두 김석진의 부재중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손톱을 뜯으며 택시를 잡았다. 한참을 택시를 잡기 위해 전전긍긍한 뒤 겨우 잡힌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김석진이 그렇게도 격하게 반응했던 장미향이 나는 박지민의 후드집업을 걸친 것을 완전히 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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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하는 기계음과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신발장을 보니 김석진의 신발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마도 그건 지금 집에 김석진이 있다는 얘기겠지. 다급한 맘을 안고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내 다급한 발걸음은 얼마 가지 않아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무슨 도둑이 집을 헤집어 놓은 것처럼 집 안은 처참했다. 창문의 유리는 모두 깨져있었고 김석진의 서재에 있던 책들은 모두 밖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김석진을 찾으러 김석진의 방으로 갔다. 김석진의 방에는 나뒹구는 가구들과 옷가지들만 있을 뿐 사람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발걸음을 김석진의 서재로 옮기고 방문을 열자 역시나 거실만큼 아니 거실보다 더 엉망이었다. 나뒹구는 서재들과 찢겨진 책들, 그리고 그 위엔 김석진과 내가 찍은 사진액자가 깨져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김석진의 것으로 보이는 피가 묻어 있었다. 김석진이 집에 있긴 한 걸까. 나는 두려운 마음을 애써 숨기고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저기 내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정네는 김석진 맞지?
"아빠...?"
"....탄소?"
"집안이 왜 이런 거야... 안 다쳤어?"
"...."
"아빠... 울어?"
김석진의 눈가는 말 그대로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그 모습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붉어진 김석진의 눈가처럼 그의 손에는 무언가에 베인 듯한 상처가 여기저기 나있었다. 나는 그 생채기들을 보자마자 그에게로 달려갔다. 김석진과 나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에게서 나는 알콜향이 내 코를 찔렀다. 아마도 김석진은 평소 마시지도 않던 술을 마신 듯 했다. 내가 김석진에게 다가가 피가 나는 손을 조심스레 어루만지자 김석진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봤다.. 헝클어진 그의 옷과 머리가 그를 더 불쌍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아빠, 이거 빨리 약 바르자. 내가 미안해 응?"
"지금... 몇시야"
"...새벽 2시"
"어디에 있었는데"
"...."
"누구랑 있었어"
"...."
"누구랑 있었냐고!!!"
갑자기 김석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양쪽 어깨를 세게 잡았다. 김석진의 볼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큰소리를 내는 김석진이 오늘은 왠지 무섭기보다는 불쌍하게 느껴졌다. 내 어깨를 잡은 김석진의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갔고 내 어깨는 김석진의 손에서 나오는 피로 붉게 점점 물들었다. 김석진이 나에게 소리칠 때마다 알콜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빠... 정신차려 응? 내가 미안해. 이제 안 늦을게. 아빠 말도 잘 들을게"
"...너도, 너도 결국 똑같은 거야?"
"....아빠?"
"너는 그래도 나 사랑하지?"
"나 키워준 아빤데 당연ㅎ"
"그런데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
"내가 무서워? 불쌍해? 왜 너도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건데!!"
나는 소리치는 김석진을 세게 끌어안았다. 김석진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등을 토닥였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김석진의 흐느끼는 어깨가 점차 잠잠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내 어깨를 세게 쥐던 김석진의 양 손이 나를 감싸안았고 김석진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왔다. 내 어깨는 김석진의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갔다.
"김탄소..."
"응.. 아빠 내가 미안해"
"아빠말고... 석진이라고 불러줘"
"아빠...?"
"제발..."
"....응 석진아"
"너는 나 사랑하지?"
"...."
"나 안 사랑해..?"
"아니야... 사랑해"
"근데"
"응?"
"왜 너한테서 그 장미향이 다시 나는 거지?"
김석진이 나를 품에서 떨어뜨린 채 차가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얼굴. 이 사람은 정말 내가 알던 김석진이 맞는 걸까. 아침마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나를 향해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던 그 김석진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든 걸까. 김석진의 충혈된 눈이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나는 말 없이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김탄소"
"...."
"날 사랑한다고 했지?"
"...당연히 우리 아빠니ㄲ"
"그럼 증명해봐"
"...."
"날 사랑한다는 걸 충분히 증명해"
김석진은 멀뚱히 서있는 나를 침대 위로 거칠게 밀쳤다. 그리고 내 위로 올라온 김석진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서운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봤다.
+
아, 곡을 1시간 동안 찾았는데 어울리는 곡이 한 개도 없다니!! (부들부들)
여러분 지민이 들킨 거 아니랍니다..
지민이는 단발머리에 그냥 편안한 추리닝 차림이었답니다 :)
지민이가 들킬 날은 아직 멀었지요
일찍 왔죠? 칭찬해주세요 ㅎㅎ
사실 천천히 오려고 했는데
아니 오늘까지 여러분이 구독료 없이 글을 볼 수 있다길래!!
제가 급하게 쪄왔어요 ㅎㅎ
여러분 댓글 볼 때마다 너무 힘나고 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부족한 제 글이기에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정과정을 원래 안거쳐서 가끔씩 오타가 나올 수도 있어요!
고쳐야할 부분 지적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이쁜이들 오늘도 보고싶었고 항상 응원댓글 달아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독방에 추천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필력도 많이 부족하고 아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이런 제 글도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
아마도 다음화는 천천히 올라올 것 같아요!
과제에 시험에 다 겹쳐서 ....
염치 없는 말이지만
기다려주실 거죠?
그렇게 안 늦으니 금방 올게요 :)
아, 암호닉도 계속 정리 중이니 나중에 따로 공지사항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