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뿌존뿌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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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타마을 선물 포장 실장 우지 X 나쁜 아이 관리 견습생 엘프 세봉
이전 글 링크 : http://instiz.net/writing/2030241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 시즌,
이 맘 때가 되면 산타 마을은 눈코뜰새 없이 바빠진다.
산타마을에서는 많은 일을 하는데,
나쁜 아이 관리 업무, 루돌프 관리 업무,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는 마법업무,
폴라 익스프레스에서의 아이 돌보미 업무 등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나 같은 유능한 엘프에게 그정도는 껌이지만.
그런데 이렇게 바쁜 이 시점, 나에게 커다란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다.
+
"저...저기..우지님!"
"응?"
"저 여기서 어떤 동작을 취해야하는지 까먹었습니다.."
"후, 도대체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죄송합니다..."
"내 허리를 잡고 왼쪽 발을 위로 뻗으라고."
"아, 죄송합니다"
"다시 해봐."
"예"
음, 얘는 나쁜 아이 관리 견습생 엘프 세봉이라는는 애다.
이번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아이인데
세상에, 크리스마스 축제때 나와 댄스파트너가 되어버렸다
성수는 춤 잘추는 옆부서 혜림이랑 됬다던데....
(망할 뽑기 마법)
애가 순수한건지 멍청한건지 계속 알려줘도 까먹고
길을 가다가 마주치면 깜짝 놀라선 후다닥 사라져버리곤 한다.
뭐, 꽤나 귀여우니까 모르는 척하기로 하지.
+
"우지님!"
"왜"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게...."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
"선물 포장용 리본이 부족합니다. 남은 건 초록색 리본 뿐인데,
초록색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선물 포장은 이미 끝나버려서..."
"아, 산타클로스님께서는 어디 계시지?"
"아마 광장에 계실텐데요?
그냥, 초록 리본으로 포장할까요?"
"안돼. 우린 아이들의 동심을 보호해야하는 엘프야.
부활절 토끼에게 연락해"
"예"
크리스마스가 되기 일주일 전.
선물 포장 부서에 비상불이 켜졌다.
선물을 포장하기 위해 필요한 리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 이대로면 끔찍한 크리스마스가 될게 분명하다.
난 행복한 크리스마스따윈 원하지 않아. 그저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제발.
"맨디!"
"예?"
"산타클로스께서 어디 계신다고 했지?"
"어, 아마 광장에 계실텐데요?"
"음, 나 얼른 가볼께. 혹시, 부활절 토끼와 연락되면 이쪽으로 빨리 와달라고 하고,
지금 상황 설명해드려. 아마 빨리 해결해 주실 거야"
"예. 다녀오세요"
더 이상은 안돼.
어서 산타클로스께 도움을 청해야겠다
+++++++++++++++++++++++++++++++++++
사무실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와 도착한 광장.
멀리 보이는 산타클로스와 견습생 엘프들, 그리고 세봉이.
"산타클로스! 큰일 났습니다."
"오, 무슨 일이길래 그리 바쁜건가?"
"선물을 포장하는데 쓰이는 리본이 부족합니다"
"흠, 그래. 부활절 토끼에게는 연락을 했나?"
"예, 연락을 하긴 했는데"
[치직..치지직...]
"오, 연락이 됬나보군?"
그때 뒷 주머니에서 울리는 무전기.
제발,
"우지 연결"
[아, 우지님! 부활절 토끼와 연락을 했는데요]
"응"
[리본을 제공해 주실 수는 있는데, 부활절이 가까워 지고 있는 만큼,
달걀 생산을 직접 통솔하셔야 해서, 여기로 오실 수는 없다고 하십니다]
".......그래?"
[어쩌죠?]
"산타 클로스,"
"음?"
이대론 안돼,
내가 직접 부활절 토끼에게..
"제가 부활절 토끼에게 다녀와도 괜찮겠습니까?"
"우지 너 혼자?"
"예"
"아냐, 너무 위험할거다. 음"
눈을 도륵도륵 굴리시는 산타클로스
그리고 이 급박한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리고 있는 세봉.
아, 귀엽다.
"견습생 엘프들. 누가 자원하지 않겠는가?
유능한 선배 엘프다. 앞으로의 생활에 좋은 경험이 될거야"
모두가 눈치를 보는 분위기.
내 이럴줄 알았지. 요즘 견습생들은 아주 빠졌다니까.
나때는 말야, 서로 하겠ㄷ...
"저요!! 제가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언갈 결심한 듯 손을 번쩍 든 세봉.
아냐, 넌,
+++++++++++
"우지님......"
조용한 적막 만이 감도는 이곳,
이 캡슐 안.
"왜"
"우지님과 함께 이렇게 캡슐을 타고 있으니까 느낌이 뭔가........."
"뭔가, "
"아녜요,"
"왜 말을 하다 말아, 애타게"
"................"
"토끼 굴 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ㅇ..예?"
"나 지금 운전하고 있잖아. 지도 좀 확인해줘"
".........아, 아. 음......."
지도를 쥔 세봉이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왜 그렇게 떨어"
"아, 아닙니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진 캡슐 안,
너와 나의 숨소리만이 캡슐 안을 가득 채운다.
"세봉아"
"......예?"
"다시 산타마을에 도착하면"
"..........."
"할 말이 생길 것 같으니까,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붙어 있어"
2. 사랑을 찾는 소년 원우 X 별을 찾는 소녀 세봉
이전 글 링크 : http://instiz.net/writing/2178700
너는 내게 늘 신비롭기만 한 존재였다.
어리고 서툴던 열일곱의 내겐,
내 옆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나른하게 속삭여오는 네 목소리가 참으로 좋았다.
"세봉아, 저 별은 무슨 별이야?"
"샛별. 금성이야"
"금성? 수금지화목토천해 그 금성?"
"응"
어릴 적의 우리는 감독선생님의 눈을 피해 도망쳐 나와,
어둠이 어둑어둑 내리는 학교 운동장에 앉아 그런 얘기를 했더랬다.
늘 조용했던 넌, 나의 시끄러운 친구들과 대비되어 그저 조용한 아이로 내 친구들에게 기억되어있지만
넌 나에게 특별한 아이었다. 아니, 내 첫 사람이었다.
+
"아 전원우, 연락 자주 해라"
"응"
그리고, 오늘은 어릴적 살던 도시로 이사가는 날.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 혼자라는 거.
그래도 이렇게 설레는건,
아마, 내 기억 속에 늘 네가,
별을 찾는 네가 있기때문이겠지
"정말 이사가야해?"
"..........세봉아"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말 쯤이었을거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쫓기듯 이사를 가야했던 것이.
아버지의 사업 실패에 붙었던 빨간 딱지보다,
너를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내겐 더 힘들었다.
그리고, 너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채로 이별을 고해야했던 그날은,
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이었다.
"원우야"
"........세봉아"
"별 보면서 늘 네 생각할게. 기다릴게, 늘 이 자리에서"
너무도 담담한 너의 태도에 눈물이 왈칵,
아마 내가 어른이 된 여태까지도 널 잊지못하는 이유는,
너의 담담하지만 모든게 담긴 그 말 한마디 때문이었겠지.
떠오른 추억에 다시 찾은, 그때의 운동장
그리고, 우리가 늘 앉아서 별을 보던 그 벤치.
자리에 앉아 꼼지락거리며 어렸던 너의 얼굴을 떠올린다.
"김.........김세봉"
텅 빈 벤치에 앉아 네 이름을 되뇌인다.
넌 참 예뻤는데.
넌 나에게 늘 밝게 빛나주는 비너스였다.
검은 머리칼, 오똑하니 예쁜 코.
그리고,
원우야, 하고 내 이름을 부르던 네 예쁜 입술.
+
어느 덧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왔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올려다본 하늘.
"어?"
그리고, 떠오른 수많은 별자리들
그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너의 기억
어렸을 때와 다름 없이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금성. 샛별.......비너스"
그리고 찡, 하니 아려오는 코.
네가 보고 싶다.
나의 비너스, 네가, 너무도 보고 싶다.
3. 인간 이석민 X 소인 김세봉
이전 글 링크: http://instiz.net/writing/2245913
며칠 전 부터였을까,
잠을 자려 침대에 누우면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괜히 오싹해져 불을 켜고 이곳저곳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
음, 이상해
+
"석민아- 너 어젯밤에 부엌 찬장 열었었니?"
침대에 누워 살랑살랑 불어오는 여름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던 도중,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부엌 찬장?"
"응"
부엌 찬장이라, 평소엔 잘 열어보지도 않는,
설탕이나 말린 과일, 각종 양념들이 자리한 곳
"아-니"
"그래? 이상하다"
"왜?"
한숨을 내쉬며 내뱉는 엄마의 말투에 읽던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방 밖으로 나갔다.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발바닥에 쩍쩍 달라붙는 장판.
"아니, 양념들이 다 넘어져있어서"
엄마의 말에 부엌 찬장을 열어보니
자리를 잃고 넘어져있는
소금, 설탕, 후추들
"엄마가 어제 닫을때 너무 세게 닫은거 아냐?"
"그런가?"
"그런가보지 뭐, 여기 훔쳐갈게 뭐가 있어-
도둑 아닐거야. 걱정하지마"
"알겠어"
작년, 살던 집에 도둑이 든 이후로,
엄마는 부쩍 물건의 위치나 개수에 집착하셨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진정시키는 건 나의 몫.
설마, 도둑이 양념을 훔쳐가겠어?
+
엄마를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읽던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들.
아, 정말 도둑이면 어쩌지?
읽던 책을 얼굴에 올려놓곤 눈을 감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적당히 내리쬐는 햇볕.
한참을 눈을 감고 있었을까,
잠에 들기 직전, 귓가에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무언가의 소리
설마, 도둑인가?
괜히 온몸에 우수수 돋는 소름에
뒤척이는 척하며 이불을 뒤집어 썼다.
빼꼼, 내다본 바깥.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방안.
이게 뭐하는거야. 이젠 환청도 들리나보다.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걷어차곤 책상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의자에 털썩, 걸터앉았다.
책상 끝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책을 뒤적거리다 깨달은,
사탕이 없어졌다.
너무 놀라 입을 막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어디선가 들리는, 툭. 하는 소리
그리고 쌓여있는 책을 옆으로 조심스레 밀자,
똑같이 입을 막고 날 보고 있는.
아주 조그마한 사람.
"끄아아아아아아!!!"
+
"석민아 무슨 일이야!"
내가 소리를 꽥꽥 질러대자 엄마가 헐레벌떡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
그리고, 더 다급하게 날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조그마한 사람.
".......어?"
"무슨 일이야"
"..............책!...책을 읽는데, 너무 무서운 장면이 나와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엄마가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책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땀방울
"..........어..그..있잖아, 붉은 여왕이 홍...홍학으로 크로켓 하는 장면..!
그게 너무 잔인해서..! 핫핫핫핫...많이 놀랐지..미안"
"잘 자고 있었는데 정말,"
엄마가 나를 장난스레 노려보곤 밖으로 걸어나간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긴장이 풀려 의자에 풀썩, 주저 앉아버린 나.
그리고, 너무 놀랐었는지 사탕 위에 걸터앉곤 마른 세수를 하는
아주, 작은 사람
한참을 그 광경을 살펴보다,
그 작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흔들리는 그 사람의 눈동자.
그리고, 내가 먼저 조심스레 꺼낸
"........미안해요, 너무 놀라서"
"......아니예요"
그리고 찾아온 긴 정적
사탕 껍질을 만지작거리는 아주 조그마한 손
".......그.........그 사탕 저한테 엄청 많아요"
"............"
"더 드릴까요?"
급해진 마음에 사탕을꺼내려 침대옆의 서랍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손에 가득 사탕을 들고 와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자 여ㄱ........."
사라진 그 사람.
그리고 없어진 사탕까지.
+
어느새 밤이 찾아왔고,
여전히 책상 위에 사탕을 가득 놓아둔 채로 침대에 누웠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아까의 기억
이리저리 뒤척이다 배게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헛것을 본건가?'
괜히 신경이 쓰여 복잡해지는 머리.
한참을 눈을 말똥거리다 또다시 옆으로 돌아누웠다.
옆으로 돌아눕자 보이는,
"저기........"
서랍 위에 올라서있는 아까 그 사람.
"........!"
"아깐 미안했어요, 너무 당황해서.."
"................"
"근데요, 이거 딴 사람에게 말하면 안돼요..제발.."
"................."
"소인들은 인간에게 들키면 떠나야하거든요.
근데요, 여기는요 저희 부모님이 힘들게 찾아낸 안전한 공간이라서....."
"........그럴게요"
"하, 다행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손등으로 이마를 닦으며 내 손수건 위에 드러눕는 그 사람.
"근데요, 이렇게보니까, 인간은 참 잘생겼네요.
아니, 당신만 그런건가?
그리고, 소인의 입에서 나온,
"잘생겼다구요?"
"예, 인간은 참 경이로운 것 같아요"
방 불이 꺼져있어서 다행이야.
켜져있었다면 빨개진 얼굴이 보였겠지.
"내 이름은 이석민이예요. 그쪽은요?
아, 인간한테 들키면 안돼니까 알려줄 수 없으려나?"
부르르떨리는 몸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그에게 물었다.
"..........김세봉이요"
"어? 알려줘도 괜찮은거예요?"
"그쪽은 다르잖아요, 날 구해줬고, 또 사탕도 잔뜩 줬고"
세봉이 사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수줍게 웃는다.
그에 저절로 올라가는 나의 입꼬리.
"아, 석민아. 나 앞으로 밤마다 여기 와도 돼요?
친구가 생겨 좋네요."
그리고 수줍게 웃으며 건네는.
"그럼요"
+
"엄마, 혹시 클립어디있는지 알아?"
세봉을 만난지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새 난 세봉을 위한 여러가지 물건들을 서랍 위에 준비해놓곤 했고,
엄마는 그에 의아해했지만, 별로 관여하지 않았다.
내가 그런 물건들을 잔뜩 준비해두면,
세봉이는 고맙다는 표시로 내 손가락에 입을 맞춰주곤 했고,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 둘의 볼은 잔뜩 빨개지곤 했다.
그래, 우리는 사랑해선 안되는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했던거다.
머리로는 그걸 알면서도, 한번 시작된 마음은 주체할 수 없었다.
"세봉아, 오늘은 뭘 했어요?"
"오늘은, 어제 석민이가 준 클립으로 친구랑 썰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자랑스레 이야기 하며 활짝 웃는 세봉&
nbsp;
"다행이다. 또 뭐 필요한건 없어요?"
"이제 없어요"
"부모님한테는 잘 둘러댄거죠?"
"그럼요. 걱정하지마요"
그리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행복한 시간.
+
한참을 행복하게 세봉과 지내던 나날,
내가 세봉과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들은 엄마는
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고,
그 날 이후로 세봉이는 나의 밤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러, 난 어른이 되어버렸다.
+
침대에 누워 그녀를 만났던 3년 전의 그 날 처럼, 이리저리 뒤척이다 눈에 띄인,
침대와 벽 사이에 끼어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먼지를 훅훅 털고 책을 펼쳤다.
앨리스가 모자 장수와 3월 토끼를 두고 굴에서 나온 것 처럼,
난 널 어린 추억 속에 남겨두고 어른이 되어버렸다.
왈칵, 하고 흐르는 눈물.
그러면 안돼는데, 네가 너무 보고 싶어.
늘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어 세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