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 음악은 몰입에 도움을 주니 꼭 필청해주세요 -
낭만깡패
w. 세바스찬
하이고오ㅡ
울 아리따운 형수님, 요게 얼마만인가잉
뭐야, 저 남자 김탄소 너 아는 사람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탄소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뒙!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 와ㅡ 그나저나 저 남자 옷 좀 봐라. 멀쩡하게 생겼는데 옷 입은 꼬라지 보니까 머리에 나사 하나 빠졌나봐. 꼭 깡패처럼 입고 다니네.
깡패처럼이 아니라 깡패야, 친구야.
저 남자 옷 꼬라지 좀 제발 보라며 남자를 향해 신나게 삿대질을 해대는 친구의 손끝을 아무 대꾸 없이 물끄러미 내려봤다. 굳이 귀찮게 몸을 돌려 제 자리에서부터 한참이나 뒤에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볼 필요가 없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으니까.
이 목소리는, 뇌리에 깊게 박혀있는 이 목소리는.
윤민기 따까리 정호석이다에 내 눈썹 두가닥을 건다. 등 뒤로 들려오는 음량 +10 의 쨍쨍한 하이톤의 목소리는 정호석이 분명했다. 갑자기 등 뒤가 쎄- 한게, 혹시 윤민기도 옆에 있는거 아니야?
잊고 있었던 윤민기의 존재에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 꽤나 볼 만 했을 것이다. 고개를 돌리기 무섭게 시야를 가득 채우는 정호석의 정신없는 꽃무늬 실크 셔츠에 놀라서 몸을 뒤로 뺐다. 그런 저를 참 환하게도 웃으면서 내려다보는 정호석이였다.
아따ㅡ, 징하게 반갑네요잉.
그란데 우리 형수님은 나 서운하게시리 인사도 안 받아줘버리네.
형님이가 형수님 답장만을 목이 빠 - 져라 기다리고 앉아 있는데. 활활 타오르는 형님 마음 모르는 형수님은 히히덕 거리면서 커피나 홀짝 거리고 있고ㅡ 울 형님 딱 해서 내가 다 속상허요. 형수님.
제 어깨에 손을 올려 카페에 들리는 노래 박자에 맞춰 도닥거리는 정호석에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토끼로 빙의한 마냥 댕그랗게 눈의 크기를 키우며 제게 언제 답장을 할 거냐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오는 정호석이 부담스러워 슬금슬금 엉덩이를 움직여 뒤로 몸을 뺐다. 그런 저의 어깨를 세게도 잡아오는 정호석에 어색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카페가, 좀... 덥다, 그지 친구야. 응? 하핫!
대답이 없는 친구에 친구가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보니 비어있었다. 그것도 아무 흔적도 없이.
안 읽은 문자 19통.
아고, 울 형수님. 19통이나 안 읽어부렀어?
전부 윤민기다. 아, 윤민기가 아니라 민윤기구나. '민윤기' 라고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는 이 이름 석자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느리게 손을 움직여 문자 메세지 함에 들어갔다. 깡패라면서 바쁘지도 않나, 허구한 날 귀찮게 연락이나 해대고 말이야. 그것보다 읽씹하면 읽씹한다고, 안 읽으면 안 읽는다고, 단답도 안되고 이모티콘만 보내는 것도 안된다니. 답장을 하는데에 제한을 걸어둔 게 왜 이리도 많은 건지. 입을 비죽거리며 쌓여있는 문자를 대충 훑어 읽었다. 그러던 도중에 정호석한테 걸려서 처음부터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꼼꼼하게 읽었지만.
그 많은 문자는 하나같이 다 똑같은 내용이다. 보고 싶다, 좋아한다 등의 나를 향한 구애의 내용. 울 형님도 참ㅡ 로맨틱 하구마잉. 미어캣마냥 목을 주욱 빼고는 제 휴대폰을 화면 들여다보던 정호석은 형님 똥줄탄다, 빨리 답장 쳐서 보내라며 나를 재촉했다. 이 문자에 뭐라고 답장해야 하는지 호석씨가 말 해보세요! 라는 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호석은 제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을 뺏어 히히덕 거리면서 대신 답장을 쳐 나가기 시작했다.
[ 오메 우리 윤기씽~~^^* 저두 윤기씨 허벌라게 보고싶어용!! 헤헤 ]
정말 형편없다.
휴대폰을 건네받아 보낸 답장을 읽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이딴 걸 답장이라고 보내냐. 어느새 제 옆으로 의자를 끌어 와 앉아서 꺄르르ㅡ 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정호석을 보니, 참. 왜 지가 나보다 더 설레하는 건지 모르겠다. 답장을 보낸지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민윤기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이런게 칼답인가, 베여 죽겠네. 문자 알림에 켜진 휴대폰 잠금 화면을 본 정호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난리부르스를 추기 시작했다. 아따, 이런 두근거림에 다들 연애를 하는가봐요잉. 내가 다 좋아 뒤져버리겠네.
그럼 민윤기랑 정호석이랑 둘이 연애하면 되겠네. 둘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알콩달콩 콩 심으면서 연애 잘 해보라고!! 사귀는 김에 결혼도 해버려라. 그리고 손잡고 내 인생에서 꺼져!!!!!!!!1
도로의 방지턱처럼 빵실하게 튀어나온 정호석의 두 광대를 죽일 듯이 째려보다 입안 가득 차오르는 한숨을 삼키며 잠금을 풀었다. 잠금을 풀자마자 보이는 민윤기의 답장. 제 휴대폰에 얼굴을 들이밀던 정호석은 당사자인 저보다도 먼저 답장을 읽고서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호탕하게도 웃었다.
- [ 정호석 꺼져라. ]
- [ 너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
아닛, 울 형님이는 요것이 난 줄 어떻게 알았지?
너 빼고 다 알아.
존나 바보새끼.
그때가 몇 일이였더라. 지금에서 3~4주 전 즈음 부터 였을까. 그러니까 그 뭣같은 깡패들과 엮이게 된 재앙의 시발점이.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걸었다. 아, 아무 생각이 없진 않았고 지금 먹고 싶은 음식 따위를 생각했구나!
그러다 외진 골목길도 아니고 낡은 건물 안도 아닌 사방이 뻥 뚫린 곳에서 흔히 말들 하는 삥을 뜯기고 있는 어린양을 운도 지지리도 안 좋은 나는 목격해 버렸고, 바들바들 두려움에 떨고있던 그 어린양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몸이 길바닥에 얼어 붙어버리는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 자리에 멈춰서서 한참이나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는 고민했다.
이 씨이발, 이렇게 뻥 뚫린 곳에 어떻게 지나가는 사람이 나 밖에 없을 수 있지? 이건 하늘의 장난이야. 내가 댁들이 바라는대로 착하게 살진 않았지만 그렇게 나쁘게 살지도 않았다구요! 그런데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이미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저 소년을 도와야하는 운명이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리가 절로 달달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 소년을 빙 둘러싸고 있는 무리들은 복제 수준으로 뚱뚱하고 험악하고 무섭게 생겼다. 저 깍두기들을 갸냘프고 연약한 나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까? 음, 바보같은 내가 생각해도 무리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 일단은 경찰서에 신고를 하자.
경찰서에... 신 .... 고.... 를......ㅡ
" 야, 내 뒤에 쥐새끼 마냥 숨어있는 년. 너도 수작부리지 말고 일루와. "
" ... ... "
" 없는 척 하지마라. 여기 유리에 다 비친다. "
" 예... 죄송합니다. "
" 그냥 지나가면 내가 엉? 가만히 둘려고 했는데 말이야. 똥 마려운 개 마냥 우뚝 서서는 끙끙거리고 있는 꼴 보니까 재미있더라고ㅡ "
떨어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다싶이 걸었다. 여기 서라마라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건만 알아서 깍두기 무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소년의 옆으로 나란히 섰다. 저를 올려다보는 소년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덕지덕지 묻어 나온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어... ^^ 추욱 쳐져있는 소년의 눈을 마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헣
씨발. 뱁새소년단이 광고하는 마라핫 치킨을 아직도 못먹어봤는데. 엄마, 엄마 딸 이렇게 먼저 세상을 뜹니다. 머릿속이 하얗다. 이제 좇 됐구나 하고 해탈했다. 드라마나 소설같은데서는 이런 상황에 촤란ㅡ하고 개 쎈 사람이 나타나서 선량한 사람들을 구해주던데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고 소설은 소설이야. 입을 비죽거리며 삐딱하게 깍두기들을 올려다 봤다.
" 뭐가 목적인데요, 돈? "
" 이 쥐새끼년이 눈 치켜뜬 꼬락서니 봐라. "
" 돈 필요하냐구요. "
" 너 미쳤냐? 이게 깡패 무서운줄도 모르고 ㅡ "
" 말을 해 말을. 돈이면 돈, 인신매매면 인신매매. 때릴거면 빨리 치던가. 뭘 그렇게 시간 아깝게 질질끌어요. 덩치는 산만해서. 에라이 씨벌탱ㅡ "
" 이, 이 년이 간이 부었나! "
>
상황이 더 험악하게 흘러가는게 싫었는지, 무서웠는지 제 옆에 서있던 소년은 자신의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괜찮다는 의미로 맞잡은 손을 아무도 모르게 두어번 약하게 흔들고는 작게 속닥거렸다.
괜찮아. 난 일찍 죽어도 상관없어, 남자친구 한 번 못사겨보고 요절하는건 좀 슬프지만.
아니요ㅡ 누나때문에 나까지 죽게생겼는데. 누나는 죽어도 상관없겠지만, 저는 오래 살고 싶어요.
뭣이? 이 나이 어린 새끼가.
그리고 누나, 손에서 워터파크 개장했어요? 손 땀 장난아냐. 무서우면 그냥 가만히 있어요. 혹시 낮술이라도 한건가?
나 술 못 마셔.
난 또 하도 지랄을 하길래 술김에 그런줄 알았네.
우리 같은 팀 아니였니?
언제 봤다고 팀이래, 누나 저 아세요?
뭣이? 이 나이 어린 새끼가.
" 야, 둘다 닥쳐라 좀. 어? 진짜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릴래? 나는 낮부터 피 보기 싫은데 네가 때려달라 애원을 하니 때려줘야 인지상정이지, 그렇지? "
손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드는 남자에 눈을 질끈 감고는 땅과 하나가 될 기세로 몸을 움츠렸다. 때리라니까 진짜 때리네. 하, 진심으로 꼬추떼고 여자하세요. 어떻게 나같이 연약한 여자를 때리려고 해. 너무해ㅡ 혹시 이빨이라도 나갈까 어금니도 꽉 깨물고 있었다. 동네사람들 제발 경찰아져씨 좀 불러주세여, 매정한 사람들 ... ... 아니, 아무나 좀 살려주세요. 내가 입 좀 털어대긴 했지만 맞고 싶지는 않단말예여.
내 간절한 기도에 하늘과 땅이 나를 딱하게 생각하여 소원이라도 들어준 것일까. 정말 내가 바라던 그 아무나가 나타났다. 타이밍도 죽이게 내가 남자에게 거하게 한 대 맞아 발라당 뒤로 넘어진 후에 나타났다.
씨이발ㅡ 존나 아파 ... ... 존나 아프다고!
미친년이 진짜 때렸어 ... ... 너, 너 내가 가만 안둔다. 우리 아빠 친구가 경찰이야!
넘어진 그대로 길바닥에 앉아서 맞은 뺨을 부여잡고 엉엉 울면서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좇같아, 좇같아! 끅끅 거리면서 울고있는 나를 한심하게 내려다 보는 소년에 더 복받쳐서 울었다. 그냥 닥치고 저 새끼 말 들을껄ㅡ 하며. 그나저나 소년이랑 나타난 아무나, 그러니까 도와주러 온 남자랑 아는 사이인가 보다. 여유롭게 웃으며 서로 인사를 하던 소년과 남자의 순간을 울면서도 포착했었다. 다른 사람은 더 없나, 고작 저 하얗고 삐쩍 마른 남자 한 명이 덩치도 크고 힘도 쎈 깡패 무리들을 상대할 수나 있을까 반신반의 했는데, 와 입이 절로 벌어졌다. 뭐 저렇게 잘 싸운데. 팝콘 없나, 팝콘. 이거 완전 영화에서만 보던건데?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싸움구경을 보고있으니 언제 울었냐는 듯 울음이 그쳤다. 흥미진진함에 엉덩이까지 들썩거렸다. 히야, 이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본 싸움 구경중에 와따야. 최고라고! 짜릿해. 눈을 뒤집어 까면서까지 남자에게 달려들던 무리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 남자에게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튈 시간 줄께, 튀어봐.
남자의 말에 무리들은 나 살자며 전력질주로 남자에게서 멀어졌다. 남자는 끅끅 거리며 웃더니 내 옆에 서있던 소년에게로 다가와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 수고했다. "
" 뭘 이정도 가지고 수고까지야. 저는 어짜피 한 대도 안 맞았어요. 저 누나가 맞았지. "
나 쳐맞기 전에 빨리 좀 오지 그랬어요 ...
소년의 말에 길에 널부러져 있는 나를 내려다 보던 남자는 서서히 다가와 앉아있는 나를 마주보며 쭈구려 앉았다. 손을 뻗어 잔뜩 부운 볼에 손등을 대보더니 병원을 가자며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으키던 남자였다.
" 형님, 병원은 무슨, 형님답지 않게 뭐하는 짓이예요. 저 놈들 잡으러 가셔야죠. "
" 호석이한테 대신 좀 가보라 해. 난 지금 쟤네들 잡는거 보다 내 눈 앞에 사랑을 잡는게 더 중요해. "
뭐라고?
>
~
안녕하세요. 예쁘게 봐주샤여 (이쁜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