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마흔살 아저씨 짝사랑하기
w.1억
괜히 내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면 꼴보기가 싫던 전남자친구들이 떠올랐다.
나 정말 아저씨 많이 좋아하나봐. 아저씨가 무심하게 질투해주는데 하나도 보기 싫지가 않아.
똑같은 행동을 아저씨가 해도 하나도 밉지가 않은 게 너무 신기했다.
"아저씨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평소보다 맛있게 먹는 것 같길래."
평소에 보지도 못했던 걸 보니까 오히려 더 반갑고, 더 해줬으면하는 그런 느낌.
"말 안 해도 알아서 치즈볼 주길래 그게 대견해서 그런 건데."
"주문 잘못 받아서 준 건데."
"진짜 말을.. 어휴."
"조금 타기도 했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을 조금 얄밉게쳐서 그렇지 나쁘지않다.
그렇게 3주가 지났다. 3주가 지난 나는 이제 삼촌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일을 알아서할 수가 있었다.
"뭐 하나 마실래요?"
"에? 아뇨!"
"힘이 없어보이길래.."
"아, 어제 늦게 자서..하하.."
"그래요?"
"말 편하게 해주셔도 되는데.."
"와 그 말 언제하나..했는데. 그럼 말 놓을게."
"ㅎㅎ.."
"어서오세요~"
피곤해서 집에가서 바로 뻗어버리고 싶었는데.
"……."
수영이가 쉬는 날이라고 놀러왔다. 끝나기 직전에 놀러왔다는 건.
"저녁 같이 먹자! 오랜만에!"
"어.. 나 남자친구랑 먹기로 해서.."
"아,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아이스티 한잔만!ㅎㅎ"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그래도 불편하겠지? 싶었다가도 어쩌라고 싶었다.
내가 안 된다는데 어쩔 거야. 그냥 아쉽고 마는 거지.
"나 오늘 너랑 저녁 먹으려고 약속도 깼는데.. 물어보고 올 걸! 내가 실수했다."
"내일 먹자."
"고기 먹고싶었는데에.. 알겠어. 그럼 내일 먹지 뭐!"
"그래. 조심히 가."
"응. 카톡 좀 읽어 이년아."
"알겠어 ㅋㅋㅋ."
수영이가 가고 아무런 생각도 안 했다. 원래 나였다면 수영이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부터 했는데.
아무런 생각도 안 들었다. 내가 나빠진 걸까.
일 끝나고 손에 아메리카노 한잔씩 챙겨들고선 아저씨랑 같이 걷는데 수영이가 생각났다.
"나 나빠보여요?"
"……?"
"아까 수영이가 저녁 먹자고 찾아왔었는데. 거절했거든요. 아저씨랑 같이 먹는다고. 원래 같으면 거절하고 미안해서 신경쓰여가지고 카톡 엄청 보내놨을 건데. 하나도 안 미안해요. 내가 안 된다는데 어쩔 거야 이런 생각이나 하고있고. 나도 이제 강해졌나봐요."
"같이 먹자고 해."
"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거 자체가 나쁘지 않은 사람인 거 아닌가."
"……."
"같이 밥 먹자."
"……."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해."
정말 예상도 못한 대답을 해버리는 당신에게 익숙해지지도 못하고 늘 당황부터하는 내가 어이가 없다.
분명 나는 저 대답을 원하고 말한 게 아닌데. 저런 대답을 듣고나니까 왜 이렇게 속이 후련할까.
"다음에요."
"……."
"다음에 수영이가 그렇게 하자고하면 맛있는 거 사주세요."
"……."
"수영이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
"센척하긴."
"…에?"
"널 나쁘다고 생각하지 마. 너 여려. 여린 게 잘못된 건 아니야. 나한테는 그냥 속상하다고 해라. 나한테까지 연기할 필요 없잖아."
센척했다고 생각 안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수영이를 그렇게 보내고 많이 신경이 쓰인다. 아저씨 말을 들어보니까 다 맞는 소리야.
그래보이고싶어서 그런 말을 한 거고,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건가봐.
"너대로 살아. 그게 가장 멋져."
"…진짜요?"
"그래."
"……."
"굉장히."
다음 날 주말이라서 아저씨와 같이 바다 구경을 하러 왔다. 같이 회도 먹고, 소주도 마시고..
둘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못해서 얼굴 빨개져서 있는 것도 웃겼다.
외박하고 갈 생각 하나도 없었는데.. 너무 늦어서 아무 호텔에 들어가서 방 잡고 야식으로 뭐 먹을지 고민이나 하고 있었을까.
"왜요?"
씻고 나오면, 아저씨가 의자에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로 가만히 있었고.. 고갤 들면 나와 눈이 마주친다.
"……."
"…왜요?"
"죽었대."
"……."
누군지는 말 안 했지만 알 수 있었다. 그냥 들으면 섬뜩한 말이긴한데. 왜 난 슬플까.
"맥주 한캔씩 할까요?아저씨."
"……."
"괜찮아요?"
"……."
"안 괜찮아도 괜찮다고 해요. 내 앞에서는."
"……."
"그대신에 말만 괜찮다고 하고, 실컷 슬퍼해요."
"……."
"나도 슬픈데 오죽하겠어."
뒤돌아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면서 괜히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았다.
"치킨 시킬까?"
"…너 왜 말 까냐."
"…이럴 때 까지 언제 까요."
"……."
"먹을 거예요, 말 거야."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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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다음화 아니면 다다음화 마지막화일 것 같아요우
분위기상!!! 그래야될 것 가타 후하후하
결말 나오묜!! 소재 몇개 가꼬와서 투표하께 후하 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