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모델인 썰써러썰썰
늦었다니까, 얼른 나와. 재촉하는 백현의 말에 신을 신겨주던 걸 잠시 멈췄다. 훈아, 아빠는 왜 이렇게 말이 많은 걸까? 제 작은 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던 훈이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췄다. 모올라. 어깨를 으쓱이는 훈이의 깜찍한 모습에 다시 웃으며 신을 신겼다. 장난감 로봇을 들고 붕붕 뛰던 훈이가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훈아, 아직 엘리베이터 타면 안 돼. 웅. 훈이의 가방까지 챙겨들고 신발을 신었다. 마지막으로 거실 불을 끄고 현관문을 닫으니 바지에 손을 꽂아 넣고 있던 백현이 엘리베이터 옆 버튼을 눌렀다.
“ 멤버들 만나러 가는데 왜 그렇게 꾸미고 가. ”
“ 어제 본 것도 아니고 몇년만에 보는건데 츄리닝 입고 가? ”
“ 나랑 있을 때나 그렇게 좀 입고 있어봐. ”
아침부터 투덜투덜. 입이 삐죽 나온채로 로봇 흉내를 내고 있는 훈이를 안아들던 백현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길게 늘여뜨린 머리카락을 목 뒤로 넘겼다. 엉마. 백현의 품에 안겨 로봇을 만지작대던 훈이가 내 어깨를 꾹 누르며 말했다. 응? 왜? 앞을 보고 있던 몸을 틀어 훈이를 보자 오랜만에 보는 삼촌들 생각에 잔뜩 신이 나 싱글벙글 시종일관 살인미소를 띄우고 있다. 내새끼, 누구 닮아서 이렇게 예뻐. 며칠 전 놀러간 백현의 샵에서 한 어린이용 파마때문에 훈이의 귀여움을 플러스 세배로 보여주는 듯 했다.
“ 상촌 어디써? ”
“ 지금 보러 갈거야. 훈이, 삼촌 보고 싶어? ”
“ 웅. ”
고개를 끄덕이며 웃던 훈이가 다시 로봇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놈 자식, 삼촌들 봐서 뭣해. 아빠보다 나은게 하나도 없는데. 가만히 안겨 있는 훈이의 엉덩이를 팡하고 치던 백현이 또 투덜거렸다. 어휴, 인간아, 인간아. 어째 나이가 들수록 더 유치해지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뒷좌석 카시트에 훈이를 앉혔다. 얌전하게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조수석에 올라타자 기다리고 있던 백현이 시동을 걸었다.
“ 회사로 가? ”
“ 아니, 근처 식당에서 보기로 했어. ”
손. 주차장에서 벗어나 차 신호를 받던 백현이 콘솔박스 위에 손을 올려 손바닥을 폈다. 뒤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훈이를 슬쩍 보다가 손을 뻗어 잡았다. 잡은 손을 들어올려 익숙하게 입을 묻던 백현이 느끼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이래. 뽀뽀. 무슨, 일어나자마자 해놓고. 아, 얼른. 칭얼대며 핸들을 잡던 백현이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아, 아파! 그러니까 얼른 뽀뽀. 아무래도 변백현한테 뽀뽀귀신이 붙은게 틀림없다. 아침에도 뽀뽀, 점심에도 뽀뽀, 저녁에도 뽀뽀. 무슨 이런 뽀뽀쟁이가 다있대.
“ 아빠아. ”
“ 훈이가 부르잖아. ”
“ 아, 진짜. 왜 불러 아들. ”
룸미러를 통해 훈이를 보던 백현이 퉁명스럽게 중얼거리다가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엉마. 응? 아빠아. 훈이는 그냥 엄마 아빠 부르는게 좋은가보다. 대답해줄때마다 꺄르륵 소리를 내며 웃던 훈이가 신나는 모양인지 몸을 이리저리 좌우로 흔들며 춤을 췄다. 오구오구, 잘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백현이 흐뭇하게 웃으며 칭찬했다. 아무래도 우리 아들한테는 아이돌의 끼가 흐르는 것 같아. 흡족한 표정으로 훈이의 재롱을 보던 백현이 분명히 그럴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돌은 무슨, 이제 겨우 5살한테. 이참에 우리 훈이 아역배. 조용하세요, 한물간 아이돌님.
“ 한물갔다니. ”
“ 현실을 부정하는 건 별로 좋지 않아. ”
“ 야, 나 아직 안갔거든? 더 늘었으면 모를까. ”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창밖을 바라보자 어어? 지금 네 남편 무시해? 라며 맞잡은손을 제 얼굴쪽으로 들던 백현이 내 검지손가락을 물었다. 아, 진짜! 잇자국이 선명하게 난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찡그리자 그러게 누가 무시하랬냐. 라며 눈썹을 삐죽이던 백현이 여유롭게 주차장에 차를 몰았다. 이순간 마저도 드릅게 잘난 백현의 옆태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손을 놓고 차에서 내렸다. 뒤늦게 내리던 백현이 내가 뒷좌석을 열어 자고 있던 훈이를 조심스레 안아들자 뒷문을 닫았다. 내가 안을게. 훈이를 안은 상태에서 가방을 챙겨드는 나를 보고 훈이를 품에서 데려가던 백현이 한손으로 훈이를, 다른 한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 훈이 배 안고파? ”
“ 배고파. ”
백현의 품에 안겨 어깨에 얼굴을 묻던 훈이가 꿈뻑꿈뻑 눈을 느리게 떴다 감았다. 아무래도 아까 차에서 잔 여운이 남는 듯 해보였다. 으쌰하며 다시 훈이를 안은 자세를 고쳐잡던 백현이 근데 훈이 날이 갈수록 무게감이 장난 아니네. 이제 안아주기도 힘들어서 못하겠다. 하고는 고개를 뒤로 빼 졸려보이는 훈이를 쳐다봤다. 훈이 몸무게 또래애들보다 더 많이 나가? 아니, 지금 정상체중. …운동 좀 해야겠다. 정상체중이라는 말에 한숨을 쉬던 백현이 열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백현의 손을 잡고 예약되있는 방으로 들어가는데 밖에서 부터 시끄러운게 무슨 회식자리인가 싶었다. 명불허전 콩나물들. 어쩜 6년이 지나도 똑같냐.
“ 형아 왔다. ”
“ 형아는 무슨, 제수씨 안녕. ”
“ 안녕, 오랜만. ”
“ OO는 유부녀 맞아? 날이 갈수록 예뻐지네. ”
“ 눈 돌려라. ”
“ 오구, 우리 훈이 왔어? ”
백현의 품에서 꼬물락대던 훈이가 땅에 발을 딛자마자 후다닥 달려가 콩나물1에게 안겼다. 장난스레 번쩍 들어올려 안던 김종대가 자리에 앉으라며 턱짓을 했다. 누가보면 지가 아빠인 줄 알겠네. 투덜대며 내 의자를 빼주던 백현이 스냅백을 다시 고쳐썼다. 어, 이거 내가 저번에 선물해준 옷이네? 훈이의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던 크리스가 나를 쳐다봤다. 훈이가 그 옷 좋아해서 오늘도 그 옷 안입으면 안나간다고 떼쓰는 바람에 입혔어. 꽤 마음에 드나봐. 그래? 훈이가 보는 눈이 있네. 훈이의 머리를 토닥여주던 크리스가 꽁해있는 백현을 쳐다봤다.
“ 주문은 이미했어. 훈이 생각해서 애기가 먹을만한 것도 시켰고. ”
“ 훈이 몇 살이야? ”
“ 47개월, 5살. ”
“ 어휴, 우리 훈이 많이 컸네. ”
김종대 품에서 벗어나 방안을 누비며 돌아다니는 훈이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콩나물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한 사람이 없는 걸 발견했다. 근데 김종인 어디갔어? 맞은편에 앉아있는 레이에게 묻자 종인이 화장실 갔어. 라며 물을 마셨다. 아, 시끄러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김종인도 양반되기는 글렀나보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던 김종인이 이리저리 방방 돌아다니는 훈이를 발견하고 훈이의 손목을 잡으며 쪼그려앉았다.
“ 훈아. ”
“ 상촌. ”
“ 상촌아니고 외삼촌. ”
외상촌. 아직 더딘 훈이의 발음에 푸스스 웃던 김종인이 한품에 훈이를 안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왔냐? 제 허벅지에 훈이를 앉혀놓고 냅킨을 훈이에게 주던 김종인이 그제서야 내게 시선을 던졌다. 온지가 언젠데 이제 아는 척이냐. 아는 척도 안하려다가 훈이 때문에 하는거니까 조용해라. 평소처럼 뭐라고 하려다가 훈이가 보여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내 입에서 어떤 육두문자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김종인은 만나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
“ 요즘 뭐하고 지내? ”
“ 훈이 돌보고, 가끔 방송일도 하고. ”
“ 아, 그 프로젝트? ”
“ 응. 방송 보나 봐? ”
“ 요즘 우리 쉬잖아. 맨날 바쁘다가 집에만 있으려니까 그게 더 피곤하더라. ”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며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데 어째 훈이가 조용하다 싶었다. 훈아, 얌전히 놀아. 꽥꽥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는 훈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백현이 한마디 했다. 금세 조용해지다가도 못말리는 비글끼는 제 아빠를 닮아서인지 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고성방가를 질렀다. 하아, 오늘따라 훈이가 이상하게도 너무 얌전하다 싶었다. 아침에 숨겨뒀던 비글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훈이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백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재훈.
“ 아빠가 얌전히 놀라고 했지. ”
“ …… ”
“ 사람들 많은데서 소리지르면 안 돼. ”
“ …네에. ”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백현의 품에 안기던 훈이가 드디어 조용해졌다. 다시 자리에 앉아 조용해진 훈이를 내려다보던 백현이 괜히 아이에게 무게를 잡았나 싶어 미안한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와, 변백현 봐. 애 있다고 좀 아빠같고 그러네. 혼나서 풀이 죽은 훈이를 웃으며 보고 있는데 손을 꼼지락 대던 훈이가 고개를 들어 손을 내밀었다. 엉마, 전화기. 휴대폰을 달라는 훈이의 말에 핸드백을 뒤져 폰을 건네자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꼬물락 대는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 배고파 죽겠네. ”
“ 너네는 밥 먹고 바로 들어가? ”
“ 회사 갔다가 가지. 실장님이 훈이 보고싶다고 하시던데. ”
“ 나야 괜찮은데, 자기 오늘 일 있어? ”
“ 아니, 나 오늘 쉬어. 괜찮아. ”
그럼 회사 들렀다 가자. 백현의 말에 고개를 두어번 끄떡였다. 휴대폰을 만지작대는 훈이를 멀거니 쳐다보다가 열리는 방문에 뒤를 돌아보니 음식을 가득 담은 채 들어오는 종업원들이 보였다. 휴대폰에 빠져있는 훈이를 백현의 품에서 안아들어 앉혔다. 훈이 고기 먹어? 응, 고기 좋아해. 훈이를 위해서라면 뭐든간에 지극정성인 콩나물들 덕분에 애기 입맛이 고급스러워지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됐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훈이 손을 닦았다.
“ 많이 먹어. ”
“ 훈아, 뭐 먹고 싶어? ”
“ 나 저거! ”
손가락으로 기본반찬으로 나온 계란말이를 가리키던 훈이가 서툰 젓가락질을 했다. 젓가락질은 아직 어려운가보다, 포크 가져다 달라고 할까? 고개를 끄덕이자 종업원을 부르던 도경수가 애기가 쓸 수 있는 포크 좀 달라며 말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훈이가 젓가락과 사투를 할 때쯤 어린이용 작은 플라스틱 포크를 들고 오던 종업원이 내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훈이의 손에 포크를 쥐어주자 제 앞에 놓인 계란말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훈이가 콕 찍어 입으로 넣었다.
“ 잘먹네. ”
“ 얼른 먹어. 불편하면 훈이 내가 안고 있을까? ”
“ 아냐, 괜찮아. ”
아직 식사도 제대로 못해놓고 훈이를 안겠다는 백현을 제지하고는 훈이가 하다못해 덩그라니 버려둔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아무리 먹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한창 맛있게 먹고 있는 백현에게 훈이를 안아달라고는 말 못하겠어서 젓가락을 놓고 훈이의 밥부터 챙겼다. 변재훈, 외삼촌한테 와. 엄마 밥먹게. 대각선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훈이를 보고 있던 눈을 돌려 바라보니 젓가락을 내려놓은 김종인이 훈이에게 팔을 벌려 손짓했다. 웅. 김종인의 말에 내 품에서 벗어나 계란말이가 놓여있는 접시를 들고 쫑쫑 걸어가던 훈이가 김종인에게 안겼다.
“ 훈아, 엄마가 집에서 계란말이 밖에 안 해주냐? ”
“ 아니이. 다른 것도 해줘어. ”
“ 난 또. 하도 많이 먹어서 계란말이에 세뇌된 줄 알았지. ”
저 새끼가 진짜. 아이까지 있는데 욕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차오르는 욕을 꾸역꾸역 집어삼키고 조용히 젓가락을 들어 배를 채웠다. 식사를 끝마치고 배부르다며 젓가락을 놓던 콩나물들이 맛있게도 먹는 훈이를 보며 찍고 싶은 욕구가 일렁인다며 휴대폰을 들었다. 찰칵. 어, 이거 잘나왔다.
Kim jun myon@EXO_SUHO
2년만에 보니까 전보다 키도 많이 컸고 잘생겨진 우리 조카. 벌써부터 그 작은 입으로 삼촌이라고 부르니까
너무 사랑스럽다. 무럭무럭 잘커라 우리 훈이 ^^
멘션 폭발하는 거 봐. 우리 훈이 벌써부터 인기폭발하네. 올리자마자 반응이 장난아니라며 흥분하던 콩나물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맛있게 먹기만하는 훈이에게 넌 장차 이 나라의 대스타가 될거라며 별 예언을 다하고 있다. 오버 그만하고 이제 일어나. 훈이도 다 먹은 것 같으니까. 배부르다며 칭얼대는 훈이를 안아들던 김종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져온 짐들을 챙기고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던 콩나물들이 방에서 나왔다.
“ 식사는 괜찮았어? ”
“ 응. 자기 완전 음식에 혼을 담아서 먹더라. ”
“ 내가? ”
“ 어. 내가 해주는 밥이 그렇게 맛 없었나. ”
슬쩍 지나가는 말로 투덜거리자 내 뒤에 바싹 붙어 나오던 백현이 어깨동무를 하며 능글거렸다. 당신이 해주는 밥하고 식당밥이랑 어떻게 비교를 해. 일단 무엇보다 식당밥은 우리 자기 사랑이 안들어가있잖아. 내 사랑이 안들어간 밥 잘도 먹던데. 꿍얼대며 째려보자 삐졌어? 화났어? 라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백현이 씩 웃었다. 너는 삐진것도 어쩜 이렇게 귀엽게 삐지냐. 아, 미친. 저딴 말은 또 어디서 배워와가지고. 어깨를 흠짓 떨며 뒤로 물러나자 내 허리에 손을 두르던 백현이 애교를 부렸다.
“ 징그럽게 뭔 개지랄이야. ”
“ 넌 애 안고 있는 놈이 말하는게 그게 뭐냐. ”
더이상 못봐주겠다는 듯이 한마디 툭 던진 김종인이 제 품에서 멀뚱멀뚱 저를 올려다보는 훈이를 발견하고 그제서야 아차싶은 표정으로 굳었다. 맙소사. 오늘 내가 욕 안하려고 얼마나 참았는데. 쯔쯧거리며 넌 훈이 안을 자격 없어, 이놈아. 하던 박찬열이 훈이를 안아들었다. 차 갖고 왔지? 응. 훈이 데리고 먼저 회사 가있을 테니까 둘이서 느긋하게 즐기면서 와. 차문을 열던 박찬열이 조수석에 타려는 도경수에게 훈이를 안겨줬다. 짜식, 눈치 있기는. 슬쩍 중얼거리던 백현이 조수석을 열었다.
“ 이건 뭐야. ”
“ 오랜만에 신혼 분위기 좀 내볼까? ”
신혼 분위기는 무슨, 어이가 없네. 그러면서도 고분고분 차에 들어가 탔다. 운전석에 올라타 내 안전벨트를 매주던 백현이 저도 매고는 시동을 걸었다. 씩 웃으며 운전을 하는 백현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괜히 연애할 때가 생각나 볼이 붉게 물드는 것 같았다. 더워? 아, 아니.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백현이 창문을 열기세로 물었다. 그냥 우리 차타고 연애할때 생각나서. 이마를 긁적거리며 말하자 나를 흘끗 쳐다보던 백현이 허벅지 위에 올려져있는 내 손을 잡았다.
“ 예쁘다. ”
“ 그래도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 ”
“ 뭐가? ”
“ 그때 나 얼마나 예뻤는데. 제일 예쁠 때 데려갔잖아, 당신이. ”
와, 그럼 나 도둑놈인거야? 간간히 백미러를 보며 운전하던 백현이 씩 웃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도둑놈 하길 잘했다. 신호를 받으며 내 손을 만지작거리던 백현이 시선을 틀어 내 눈을 마주했다. 네가 제일 예쁠 때 채가서 미안하긴 한데, 네가 제일 예쁠 때 내 옆에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거야. 그리고 그건 지금도 여전하고. 의미심장한 백현의 말에 응? 하고 되물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넌 내눈에 사랑스럽고 예쁘다는 말이야. 하던 백현이 손등에 입을 묻었다.
“ 후회해? 가장 예쁠 때 내 옆에 있던거? ”
“ 아니. ”
절대 후회안하지.
“ 안녕하세요. ”
“ 어, 안녕하세요! ”
알콩달콩 백현이 원하는 대로 달달한 신혼분위기를 내며 회사로 들어가자 먼저 훈이를 본건지 훈이에게 몰려있던 회사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덩달아 인사했다. 백현이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 진짜요? 맨날 아이 얘기는 안하고 와이프 얘기만해서 실물이 얼마나 예쁘길래 그랬는데 진짜 예쁘시네요. 쑥쓰러운 칭찬에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자 의자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던 훈이가 내가 서있는 쪽으로 총총총 뛰어왔다.
“ 우리 훈이, 삼촌들 어디갔어? ”
“ 모올라. ”
손을 뻗는 훈이를 안아들자 자리를 비켜주던 직원들이 멤버들이 있는 연습실은 저 안에 있다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뒤이어 주차를 하고 온 백현이 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 손을 잡았다. 멤버들 연습실에 있을거야. 데이트 할때 회사 앞까지는 자주 와봤지만 안으로 들어간적은 없었었다. 그래서인지 많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여기서 콩나물들을 포함한 김종인이 피땀 흘려가며 데뷔 연습을 했을거라 생각하니까 감회가 새로웠다.
“ 요즘 쉰다더니 컴백해? ”
“ 곧 그럴지도 모르겠다. 애들 몸 풀라고 하는 것 보니까 곡도 금방 나올 것 같아. ”
“ 그럼 또 바빠지겠네. ”
아무리 바빠도 집에는 꼭 들어가요. 걱정하지말라며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던 백현이 연습실 문을 열었다. 평상복에서 편안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콩나물들이 내 품에 안겨있는 훈이를 보고 손짓했다. 훈아, 이리와. 훈이를 땅에 내려놓자 신기한 연습실을 둘러보다가 전면거울을 보고 멈칫했다. 어, 엉마다! 손가락으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가리키던 훈이가 꺄르륵 웃었다. 웃는게 꼭 변백현 같네. 부전자전이야. 훈이를 위해 크게 울리지 않는 음악을 틀던 크리스가 훈이를 보며 이리저리 몸을 움직였다. 그런 크리스를 보다가 콩나물들도 하나둘씩 해괴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저게 뭐…
“ 댄스를 모르네. ”
“ 훈아, 이렇게 춰 봐. ”
그런 삼촌들을 물끄러미 보던 훈이가 조금씩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하며 춤을 췄다. 어휴, 내새끼. 춤도 잘 춰. 요리조리 예쁘게도 춤추는 훈이를 보며 더 흥분한 콩나물들이 아주 무아지경으로 몸을 비틀며 춤을 췄다. 애기 보라고 추는 춤인지, 그냥 지들이 신나서 추는 춤인지. 이 광경을 물끄러미 보던 백현이 음악을 껐다. 애 앞에서 뭐하는 짓이야. 잔뜩 못볼꼴이라도 보여줬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던 백현이 훈이를 안아들었다.
“ 벌써 가? ”
“ 좀 더 있다가지. ”
“ 그래, 더 놀다 가. ”
“ 여기 더있다가는 우리 아들한테 뭔 일 날 것 같아서 간다. ”
가지말라며 발목잡는 콩나물들에게 쿨한 미소를 날리며 등을 보이던 백현이 내 손목을 잡았다. 제수씨, 가지마. 갈게, 안녕. 가지말라며 소리지르는 콩나물들에게 손을 들어 이리저리 흔들었다. 배웅해주겠다며 뒤따라 나온 김종인이 훈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회사를 나오기 직전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카시트에 훈이를 앉혔다. 갈게. 어, 뭔 일 있으면 전화 하고. 엉. 김종인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조수석에 탔다. 김종인에게 내일 전화하겠다던 백현이 운전석에 타고나서 안전벨트를 맸다.
“ 집으로 가? ”
“ 응. 어디 들를 때 있어? ”
“ 아니. ”
바로 집으로 가냐는 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시트에 몸을 묻자 내 머리를 쓸어넘겨주던 백현이 핸들을 잡고 유연하게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벌써 어둑어둑해졌네. 그러게, 오늘따라 시간 엄청 빨리간다. 피곤하지? …조금? 내 손을 안마해주듯이 주무르던 백현이 한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한손운전 상당히 위험한데요. 그래도 손 놓기는 죽어도 싫습니다. 장난스러운 말에 장난스레 대답하며 내 볼을 꼬집던 백현이 뒤를 흘끔 쳐다봤다. 훈이 자네.
“ 벌써? 훈이도 피곤했나보다. ”
“ 그 비글 같은 삼촌들 만나니 피곤한 건 당연하지. ”
그리고 그 중에 당신도 포함이요. 하루종일 훈이를 안고 다니느라 피곤했을 어깨를 통통 두들겨주자 와이프 두길 잘했네. 라며 웃었다. 꼭 이럴때만 두기 잘했지? 아니. 피곤한 상태에서 집에 왔을때도 그렇고, 밥해줄때도 그렇고, 저녁에 잘때도 그렇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할때도 그런데? 그 말과 함께 옆을 돌아보던 백현이 눈을 찡긋거렸다. 하여튼 저 뽀뽀쟁이, 윙크병. 능글 맞아 죽겠다니까. 그외에도 깨알같은 백현의 멘트를 들어주다보니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 훈이 안고 들어갈게. 엘리베이터 잡고 있어. ”
“ 응. ”
훈이를 안으려 뒷문을 열자 그런 나를 막던 백현이 고개짓으로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 버튼을 누르는데 차문이 닫히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잠든 훈이를 한팔에 안고 차 문을 잠그던 백현이 뚜벅이며 앞까지 걸어왔다. 참나, 왜 이렇게 잘생겼대. 연애할때와는 사뭇 다른 장난스러우면서도 어른스러운 모습인 30대 변백현은 누구든 설레게 할만큼 멋있었다. 풋풋했던 20대 변백현도 좋지만 지금이 더 좋은 것 같기도. 집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내 손을 잡던 백현이 훈이의 방 침대에 훈이를 눕혔다.
“ 훈이 옷 갈아입히고 씻어야 되는데. ”
“ 엄청 피곤할테니까 오늘은 그냥 두자. 곤히 자는데 깨우면 또 당신만 힘들어져. ”
내 어깨를 잡고 방문을 닫던 백현이 곧장 안방으로 직행했다. 갈아 입을 속옷과 잠옷을 챙겨들어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오니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던 백현이 조용해졌다. 스킨로션을 바르고 침대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자 새우자세로 눈을 감고 있던 백현이 잠든 듯 고요했다. 하여튼 진짜 부전자전이라니까. 그런 백현을 내려다보다가 곤히 자는데 깨우면 또 나만 힘들어질 것 같아 얇은 이불을 들어 덮어주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거실 불을 끄고 훈이 방으로 들어가니 새근새근한 숨소리가 들렸다. 잘자네, 우리 훈이.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방을 빠져나왔다. 안방으로 들어가 TV를 끄고 백현의 옆에 누웠다.
“ 어디갔다 왔어. ”
“ 어? 안잤어? ”
“ 자다가 문소리때문에 깼어. ”
“ 미안해, 훈이 잘자고 있는지 보고 왔어. ”
아들바보. 바로 옆에서 들리는 말짱한 목소리에 몸을 반쯤 일으키자 내 어깨를 지그시 눌러 다시 눕히던 백현이 손바닥으로 머리를 받친 채 나를 내려다봤다.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달빛사이로 백현의 얼굴이 보일 듯 말듯 했다. 예쁘다, 오늘도. 백현의 말에 낯간지러운 것도 잠시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는 손길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훈이 낳느라 1년동안 고생했어. 사실 고생이라면 백현이 다했지 내가 한 건 딱 죽을만큼의 고통이 다였다. 입덧이 심한탓에 끌리는 음식도 많아졌고 자연스레 백현은 마음 편히 자지도 못하고 나가서 음식 사오느라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다.
“ 훈이 저렇게 아프지않고 건강하게 낳아줘서 고맙고. ”
“ …… ”
“ 보잘것없는 나 믿고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
항상 사랑할게. 그 말을 끝으로 이마에 쪽소리나게 입을 맞추던 백현이 푸스스 웃으며 베개에 머리를 뉘였다. 내 머리밑으로 팔베개를 해주던 백현이 팔을 뻗어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줘 나를 돌렸다. 품안에 있는게 더 편해. 나를 꽉 끌어안은 손에 힘을 풀지않은 채 잠이 든 백현을 올려보다 웃으며 잠에 빠졌다. 아무래도 백현이 옆에서 지켜주는 이상 악몽은 꾸지 않을 것 같다.
짜잔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죻ㅎㅎㅎ 마지막편을 올리고 난 뒤에 여러분들이 남겨주신 댓글 찬찬히 하나씩 읽어보니까 번외편을 안들고 올 수가 없더라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뜨캐 나한테 이럴ㄹ수있냐구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잡을 떠날 수가 없게 됐어ㅠㅠㅠㅠㅠㅠㅠ 항상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 보면 참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어쩜 이런글에 저렇게도 예쁜 댓글을 달 수가 있는건지ㅠㅠS2s2 글 쓰다 보니까 시간이 지나 버렸는데 수능 친 수험생분들 모두들 수고가 많으셨어요! 한 마음으로 달려온만큼 좋은 결과들이 곧 눈 앞에 있을거에요! 아자아자! 저드 이제 곧 수험..ㅎ.....썅.......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더 긴말을 하고싶은데 시간이 깊어져서 더이상의 잡담은 그만해야할 것 같네요ㅠㅠ 별들이 막 보이고 잠이 쏟아지면서 눈이 헤롱헤롱..☆★ 꿀밤굿밤!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무책임한 말을 던져놓고 또 빛처럼 사라집니다.. 이쁜이들 모두 굿밤꿀밤단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