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지기가 뭐라고
생각보다 우리들의 마지막 이틀을 쉴새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고등학교 초기엔 시간이 빨리갔으면 좋켔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교복을 입고 서로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켔다 생각한다.
" 학연아 빨리 와 "
졸업장을 받는 그 순간
강당에서 졸업장을 손에쉬고 서로서로 고생했다, 대학가서도 연락하자며 사내아이들 답지않게 우락부락한 모습들은 다 다여섯살 꼬맹이마냥 훌쩍거리고있다.
" 다들 아쉬운가봐 "
너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서로서로 끌어안고 훌쩍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말한다. 괜히 자신도 눈시울이 붉어지는지 나를 향해 '보지마' 하며 보이지도 않는 얼굴을 더더욱 감추며 말한다.
" 난 안아쉬운데, 우리 계속 볼꺼잖아 "
잠시 훌쩍거리던 고개가 가만히 멈추고 내 말에 반응하듯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 나는 많이 아쉬워 "
그 말 한마디에 어제 쓴 쪽지의 희미한 글씨가 떠올랐다. 너의 말 한마디에 심장이 뛰고 속으로 ' 친한 친구니깐 아쉬워 하는거야 ' 라고 다독여본다.
" 너 대학 나랑 다른곳 넣었잖아 , 등교도 같이 못하고 하교도 못 할꺼 아니야 아쉽다 "
"아..그럼 그렇치 "
" 뭐가? "
" 아 아니야 "
그래, 그냥 고3의 졸업이 친한 친구와 떨어지는게 싫은거야 그거 뿐인거야
담담하게 받아들여보지만 왠지 눈물이 나올꺼같았다. 나랑 같은 의미이길 하는 그런 터무늬없는 망상을 잠깐이나마 한 내가 한심스럽게 바보같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더이상 어떤 말도 하지않았다.
마지막 종례시간
" 자 , 너희들 어제 쓴 거 그거 하나씩 불러줄다 번저 1번이 2번에게 "
앞줄의 1번부터 시작해서 반은 점점 아까 훌쩍거렸던 기색없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 21번이 22번에게 ' 처음엔 복학생인 줄 알았다 . 미안 ' "
21번과 22번이 너가 더 형같다며 투닥투닥 거리는 모습에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반이 떠나가라 웃었다.
정택운도 웃고있다. 이 공간 안에서 웃고있지 않는 사람은 나 뿐일꺼다.
바로 다음 23번 정택운의 쪽찌
" 23번이 24번 ' 평생지기 ' 너희 둘은 좀 안떨어지니 "
선생님의 한마디에 정택운도 모두 다 웃었지만. 나는
' 평생지기 '
울고싶은 기분이다.
마지막 30번까지 무슨 정신으로 정택운이 옆에서 하는 말을 듣고 또 무슨 정신으로 교문까지 나왔는지 기억이 나질않는다.
" 차학연 너 왜그래 "
" 어? 아...아니야 "
내가 신경쓰였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너의 목소리에 또 한 번 울컥한다.
" 너도 아쉬워서 그래? "
아...
' 너도 아쉬워서 그래? '
참아온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 응 , 너무 아쉬워 택운아 나 너무 아쉬워 "
나에게 다와가 내 어깨를 토닥여 준다. 넌 나와 같은 아쉬움은 아니겠지 차라리 화를 내고 싶다. 답답하고 모든걸 말하고 싶다.
' 사랑해 택운아 '
아쉬움 없이 말하고 싶다.
펑펑 울었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반대방향인 버스정류장까지 와서 대학가서도 보자 우리 연락끊지말자며 어깨를 토닥여 주는듯한 말들을 하고있다.
" 버스왔어 "
" 응... "
" 나도 많이 아쉬워 학연아 "
" 알아...너 말처럼 우리 안볼꺼 아니잖아 "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데 택운아.
버스에 기대서 그저 어서 집에 다 와가길 빌었다. 혼자 생각 할 수록 아쉬움만 더 커져가고 또 울음이 터질꺼 같았다. 너무 후회된다. 말을 해버릴까 생각했지만 나를 '평생지기'로 만 봐주는 너와 사이가 멀어지곤 싶지 않았다.
" 다녀왔습니다 "
아직 조용한 거실을 지나 방으로 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에 풀썩 엎어졌다.
" 하... 그래 그냥 평생지기로 남자 "
말로는 그래 그러자 하지만 속은 씁쓸하고 답답하고 후회그럽고 아쉽기만하다.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잠깐 잠든거 같다. 꿈 속에선 아직도 나와 택운이는 교복을 입고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매점을 가고 함께 밥을먹고 수업을듣는
잠을 깨려 머리를 한 번 흔들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낸다.
" 아...쪽지 "
끝나고 나눠준 쪽지
" 이걸 가지고 있어서 뭐할려고 하.. "
이틀전 함께 쪽찌를 써내려 갈 때 고작 이 한마디 쓰려고 그렇게 숨겼다니. 구겨진 메모를 쫙 펴고 정택운을 꼭 닮은 글씨에 한 번 웃다가 금새 다시 기분이 가라앉는다.
" 뭐야 이건...ㅎ? "
메모를 버릴려고 접는데 뒤 쪽에 ' ㅎ ' 라는 글자가 보인다.
" ㅎ?? 뭐야... 진짜 내 욕 쓰다가 지웠나.. 차학연 뭐라고 쓰려고 한건가? "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는지 희미하게 남아있는 연필자국에 책상에 나뒹구는 연필 하나를 집에 그 부분에 연필을 눕히고 살짝씩 칠해나아갔다.
" 차... "
차학연 하려고 하던거 맞나보네
" 학... "
무슨 욕을 썼길래 이렇게 쓰고 지우고 했나 싶어서 더욱 빠르게 손은 움직였다.
" 연...좋...? 좋? "
나는 연필은 더욱 꽉 쥐고 더 빠르게 칠해나아갔다.
' 차학연 좋아해 '
" 차학연 좋아해 ... 좋아해 "
멍 하니 메모지를 바라보다 눈물이 뚝뚝 흘렀다. 구겨긴 메모지를 소중하게 다시 펴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 좋아해..좋아해 아... "
너도 나와 같은 아쉬움이였구나
멈출 줄 모르는 눈물에 소리가 나도록 엉엉 울었다. 그 아이도 나와 같은 마음이였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갑자기 시끌벅적해진 거실 티비 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눈물을 닦아내고 일어섰다.
택운아 나랑 같은 마음이였어, 그래 나도 많이 아쉬웠어
시간을 한 번 보고 무작정 교복을 입은 상태로 현관으로 뛰쳐나갔다.
" 학연아 어디가! "
" 택운이 만나러!! "
그래, 이제 너를 만나서 말 할 꺼야
많이 아쉬웠어, 꼭 하고싶었어
사랑해 택운아
- 아직 2편 3편이 남아있어요
근데 원래는 다른 루트로 나가려했는데 이거 끝내고 번외로 다시 써야지 하고 생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