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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김준면/빙의글] 편지 | 인스티즈









“ 준면아. ”

“ …응. ”



아프게 기침하는 너의 손을 꽉 쥐었다. 이대로 놓쳐버리면 네가 날아가버릴 것 같아서. 떠나가버릴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에 눈도 못 마주치고 한참동안 땅만 내려다

보았다.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스스로를 애써 위로하며 현실을 부정했다. 왜 이런 일이 너와 나에게 일어났는지, 다른 사람도 아닌 왜 하필 너와 나인지. 아프게 지끈

거리는 이마를 짚었다가 어느새 제법 많이 자라서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넘겼다.



겁나? ”

“ ……. ”

“ 나는 하나도 안 무서운데…. ”



아무말없이 병실 바닥을 내려다보자 지루한듯 침대에 뉘였던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던 네가 꽉 잡은 손위에 반대편 손을 맞닿게 했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

에 푹 숙였던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자 그제서야 저를 봐줬다는 듯 환하게 웃고있는 네가 보였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아프면서. 칭얼대듯이 말하는 내 모습을 멀거

니 보던네가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 많이 무서웠지? ”

“ ……. ”

“ 조금만 기다려, 금방 건강하게 돌아올게. ”



당장 내일이 수술인대도 겁하나 나지않는지 그저 재밌다는 듯 웃기만 하던 네가 나를 일으켜세웠다. 의문스러운 눈길로 그런 너를 내려다보자 얼른 가라는듯이 손을 

내저었다. 나 가라고? “ 응. ” 조금 더 옆에 있다가려고할 참이였는데 그것조차도 허용하지않는다는 듯이 칼같이 나를 집에 보내려는 너를 보다가 작은한숨이 나왔다.

조금만 더 있다가면 안돼? 간다며 마이를 집어들었지만 발걸음이 쉽사리 떼어지지가 않았다.



“ 안돼, 얼른가. ”

“ …알았어. 내일 수술 몇시에 끝나? ”

“ 대충 한 7시정도에 끝날 것 같아. ”

“ 그렇게 오래? ”

“ 응. 왜? ”

“ …아니야. 내일 시간 맞춰서 올게. ”

“ 응, 조심히 가. ”

“ 이불 덮고 자. 사랑해. ”

“ …응, 나도. ”



침대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너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병실을 나왔다. 큰일이다. 수술시간이 그렇게 오래걸릴줄은 몰랐는데…. 수술시간에 맞춰서 병원에 온다고는

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하필이면…. 마이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대충봐서는 끝날시간이 아닐 것 같은데…. 초조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

어 회의시간을 늦출 수 없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자 불같이 화를 내시는 통에 알겠다며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급하게 엑셀을 밟고 도로를 질주했다. 나의 간곡한 요청으로 결국 다른때보다 회의가 조금 더 일찍 끝났다. 끝나자마자 나가려 옷을 챙겨입고 있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너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 했다고. 수화기너머로 들려오는 의사선생님의 목소리에 다른 걸 생각할틈도 없이 무작정 달렸다. 자꾸만 엇나가고 꽂혀지지

않는 차키에 엄한 욕까지 하며 도착한 병원에는 네가 그토록 싫어한 소독냄새가 흔히 널려퍼져있었다.



“ ㅇㅇㅇ씨 보호자 되세요? 

“ …네. ”

“ 이쪽으로 오세요. ”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간호사가 발걸음을 옮겼다. 멍하니 있던 발걸음을 조금씩 빨리해 따라가자 보이는 영안실에 속이 뒤틀리는 듯 했다. 정말…, 정말

죽었나요? 제 사랑스러운 피앙세가 죽어버렸나요? 주체못할만큼 눈물이 한가득 고였다. 빨리 온다고 약속했는데…, 내일 또 보자고 웃으면서 보자고 그렇게 약속 했었

는데…. 영안실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너의 모습에 결국 후들거리는 다리에 지탱할 곳도 없이 주저앉아버렸다.



“ 왜 그랬어, 왜…. ”



왜 너는 모든 불행함을 가지고 태어났어, 왜…. 마지막까지 이렇게 불행하게 가는거야, 도대체 왜…. 마지막까지도 아파보이는 너의 모습에 심장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 같았다. 세상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네가 떠난 이세상에는 도저히 숨을 쉬고싶은 희망이 없다. 생기지가 않는다. 안 아프겠다며…, 오늘이 지나면 깨끗하게 나아질 

거라며…. 당연하단듯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하던 네 모습이 떠올라 고개를 떨궈버렸다.





사랑하는 준면이에게.


안녕 준면아. 어, 너한테 이런 내용으로 편지를 쓸 줄 몰랐는데 사람 운명이 참 신기하다, 그렇지? 이런 편지는 예전에 네 생일때 한 번 챙겨준답시고 써준뒤로는 한 번도 안써준 것 같아. 이거 은근히 미안하네, 그래도 섭섭해하지마. 알았지? 우리가 만난지도 어느새 4년이 흘렀어. 아프느라 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겨주지도 못 하고 그냥 축하한다는 말로만 건네고 슬쩍 넘긴 것 같아서 그게 미련이 남아. 지금쯤 너는 잔뜩 풀어헤쳐져서 삐뚤어진 넥타이며, 구깃구깃하게 만들어서 입지도 않는 마이를 한 손에 들고 차에 탔겠지? 물론 머리칼도 잔뜩 헝클어진채로 말이야. 그냥 가지말라고 할 걸 그랬나봐…. 막상 네가 가니까 진짜 심심해, 허전하고. 또 정말 내가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같아. 그게 너한테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내일이면 당장 수술을 할텐데 그 수술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확률은 50 : 50 이잖아. 정말 재수없는 소리지만 만약 그 확률중에 실패할 확률에 걸려버리면 나는 흔적도없이 네 곁을 떠나가는거니까 이렇게 편지를 써. 만약 수술이 완벽하게 성공을 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면 이 편지는 당장 구겨버릴생각이야. 온통 부정적인 생각들로 차있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 드러나있는 편지니까. 사실 네 앞에서는 덤덤한척하면서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네가 가고나면 하루하루가 지옥같이 느껴져. 너도 그랬을까? 내가 언제 쓰러질지몰라서 회사에 가서도 집중이 안되서 안절부절하고 그랬을까? 정말 미운소리지만 네가 그랬으면 좋겠다. 못된 생각이지만 내가 아프면 네가 딴 생각없이 계속 내 생각만 했으면 좋겠어. 있잖아, 준면아…. 정말 내가 네 곁을 떠나게 되서 다른 사람만나 행복하라고 하면 정말 그럴거야? 나는 내가 굳이 그런 말을 하지않아도 네가 잘 생각해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언제까지나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이승에 없는 나와 함께 있을 수는 없잖아. 혼자서 모든 걸 이루려는 것도 안되는 일이야, 내가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너의 곁에서 너의 일을 도와주고 항상 힘내게 해줬을텐데 참 아쉽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나보다 좋은 여자는 얼마든지 많아. 네가 만나는 사람이 그 누구가 됐던간에 나는 너를 응원해줄거야. 좋은사람을 만나라고. 나 없을때는 여자복이 넘쳐도 돼. 그런 너를 보면서 나도 기뻐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네가 없는 새벽은 너무 쓸쓸하다. 바람도 세차게 부는 것 같아. 오늘은 네가 말한대로 따뜻한 이불을 꼭 덮고 자야겠어. 잘 자, 준면아. 우리 내일 꼭 보자. 꼭 그랬으면 좋겠어. 사랑해.

너를 사랑하는 ㅇㅇ가.





사랑스러운 너에게.


안녕 자기야. 거기는 따뜻해? 온연히 짧은 가을이 지나간 지금은 네가 좋아하는 하얀눈이 내리는 겨울이야. 날씨가 많이 찬날에는 네 걱정이 제일 먼저 들어. 추운걸 제일 싫어하면서 잘때는 항상 못된 발로 이불 뻥뻥차고 자잖아. 그러면서 다음날 감기걸렸다고 죽사오라 그러고…. 그런것도 이제는 추억이 됐네. 네가 죽사오라고 찡찡댈때 조금 더 빨리 사갈걸 그랬어. 괜히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말고, 그 시간에 네 얼굴 조금이라도 더 볼걸. 아쉽다. 아, 편지 잘 받았어. 항상 서랍장에 고이고이 모셔놓고 힘들고 피곤할때면 침대에 엎어져서 몇번씩이고 더 읽어보고 있어. 나 편지받고 좀 서운했다? 너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라니, 꼭 그러기를 바란다니…. 세상에 그 말보다 더 잔인한 말은 더 없을거야. 꼭 이별통보를 받는 것 처럼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래도 너 그 정도면 편지쓰는 실력 많이 늘었더라, 예전에 내 생일때는 귀찮다고 막 날려썼던게 눈에 훤히 보였는데. 이제는 꼬박꼬박 글씨체도 이쁘게 쓰고, 정성들여서 쓰는게 눈에 보이네. 또 받고 싶다, 네 편지. 이렇게 답장써주면 또 다른 답장이 쓰여져있는 편지가 하늘에서 떨어질까?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몇천번이고 몇반번이고 답장써줄게. 매일 사랑한다는 말로 도배해가면서. 부끄러움타느라 스킨쉽도 잘 못했던게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을정도로 아까워. 라고 말하면 또 변태라고 놀릴거지? 오빠는 다 알아. 첫만남때는 모든게 다 어설프고 어색하게 대하느라 너도 당황스럽고 나도 당황스러워했었는데, 4년이란 세월이 금세 흘러가버리고 그동안 바빠서 옛추억 생각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아참, 나 승진했어. 오빠 자랑스럽지? 네 앞에서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해주었더라면 너는 정말 하늘을 날아갈 정도로 기뻐했을텐데…. 못해줬던게 너무 많아서 안타까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네. 그럴수록 더 반성해야되겠다. 다음생에는 너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밑에서 건강하게 자라서 또 만나자. 그럼 그때는 이런 편지가 아니라 온통 백지뿐인 편지가 되어버리겠지? 하고싶은 말들을 늘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니까, 편지로 쓸게없을거아니야.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랄게. 또 답장할게, 마음속에서. 올해에는 첫눈대신에 하얀편지가 내려왔으면 좋겠다. 그 편지와 함께 외롭지않은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그곳에서는 아프지말고, 꼭 행복해야 돼. 사랑해.


그런 너를 사랑하는 준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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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준면아
아니 준면오빠 내가사랑해 내가더잘해줄수있는데 ㅜㅠㅠ 뭐할튼 달달하네요ㅠㅠㅠㅠㅜ

12년 전
독자2
아 진짜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꺼 다 너무 설레고 죠아요..빙의글 댜렁ㅎㅎㅎ
12년 전
독자3
너무조아
12년 전
독자4
ㅠㅠ좋다ㅠㅠㅠ아련하네ㅠㅠ
12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진짜ㅠㅠ
12년 전
독자6
와 진짜..감성폭발
12년 전
독자7
아련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12년 전
독자8
아 노래때문에 더 아련하고 슬퍼요ㅠㅠㅠㅠㅠ 준면아.. 흡..
12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슬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독자9
헐....내눙물//........
12년 전
독자10
슬퍼요ㅠㅠㅠㅠㅠ문답징어님 정말 글 잘쓰시네요..ㅠㅠㅠ
12년 전
독자11
으허ㅠㅠㅠㅠㅠ 으앙대ㅠㅠㅠ 아련돋네요ㅠㅠ
11년 전
독자12
아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3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준면이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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