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거의 반년 만에 또라이를 만나는 날이다.
또라이가 누구냐고?
휴가까지 국가에 헌납하고 건장한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 애인이지.
참 대단한 애국자가 따로 없다.
휴가도 헌납하는 또라이 새끼가 밉다.
그래도 이렇게 휴가 나오면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되지 않겠냐고?
또라이가 또 무심하기는 얼마나 무심한지
휴가를 나와도 나왔다는 소리 없이 집에만 박혀 있는다는 거^^
그래서 난 항상 또라이가 군대로 돌아가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거^^
내가 지금 연애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아, 또라이는 군대랑 연애하는 게 틀림없다.
물론 처음부터 또라이와의 연애가 순탄치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하잖아?
만나기로 한 시간은 1시~
지금 내 시계는 1시 27분~
왜 아직까지 안 오니?
아하~ 오늘 헤어져야겠다 ^^
라고 생각했지만
한 시간 째 기다리는 중....아이 신나라!
" 야 "
" 일찍도 온다 "
" 밥 먹자 "
그래...사과는 기대도 안 했다.
" 웬일로 휴가 나온다고 연락했냐 "
" 뭐야. 아직도 삐졌어? "
이 또라이 새끼를 정말....
" 야. 너 이거 뭐야 "
" 아~ 이거? 별거 아니야 "
이 새끼는 왜 만날 때마다 새로운 흉터를 달고 있는 건지. 내 주위에 군인이 너만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너만 항상 그래.. 혹시 이 새끼 군대에서도 또라이 짓 해서 처맞는 거 아니야?
" 얼굴이 이게 뭐냐? "
" 자랑스러운 훈장이오! "
.......니가 그렇지.
니가 그 일이 좋다니 내가 할 말은 없지만 내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모르지.
" 우리나라는 너 혼자 다 지키냐 "
우리나라는 지 혼자 지키는 것 같은 골 때리는 이 또라이새끼는
" 야, 니 여자친구 꽤 높은 사람이야 임마 "
내 여자친구다.
이지훈 (29세)
동갑내기 김너봉(직업군인)과 연애 중
" 저 또라이새끼.. 오늘은 헤어질 겁니다.(비장) "이걸로 35568556655662번째 한 말
" 야. 괜찮아? 오늘만 3번째 넘어졌어 "
" 괜찮아! 군인은 칠전팔기 정신! 아직 3번밖에 안 넘어졌는걸! "
(한심)
" 너 군인 맞냐 "
" 당연한 말씀이지 말입니다. (쓸데없이 발랄) "
" 그 말투 싫다고. "
"오늘은 내가 널 지켜주지! (개무시) "
" 니 무릎부터 지켜라 "
( 결국은 표정관리 실패 )
늘 이별 준비 중인 남자.
" 야, 우리 헤어져 "
" 응. 그래. 나 휴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보자 "
오늘은 실컷 놀았으니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자란 의미로 받아들인 너봉에 지훈의 표정은
왜 밝아?
늘 (말 만) 이별 준비 중인 남자.
김너봉 (29세)
동갑내기 이지훈(동화작가)와 연애 중
" 흠...귀찮아...흠...무료해 "
침대 지박령..?
" 아 ! 맞아! 내 사랑! "
" 크, 오랜만이야! "
( 플레이스테이션 / 너봉의 휴가메이트 )
" 누나랑 하루 종일 함께 합시다 "
" 너는 오랜만에 휴가 나왔는데 남친 안 만나? "
(지나가는 동생 놈) 내 인생에서도 좀 지나가줬으면 )
" 내가 휴가 나온 거랑 이지훈 만나는 거랑 무슨 상관? "
" 니년은 진짜 지훈이 형한테 절해야 해 "
" 오랜만에 만나는 여자친구가 이 꼴로 나오면 어떨 것 같니 "
" 하긴... 마음이 불편하기는 하겠다. "
" 근데 왜 너는 누나 걱정을 하나도 안 하니? "
" 니가 내 여자친구는 아니잖아? "
" 대가리 박아 "
늘 연애에 집중하는 여자.
" 너 휴가 나온 지 삼일 되었다며. 연락 안 하고 뭐 했냐 "
" 플레이 스테이션! "
" 너 다시 가라 "
늘 (말 만) 연애에 집중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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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봉은 왜 이리 무심합니까?
김 아무개 (동생) : 무심한 게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겁니다.
지훈이가 불쌍합니다.
김 아무개 (동생) : 저도 지훈이 형이 좋은 여자 만났으면 좋겠어요.
여주가 걱정되지는 않습니까?
김 아무개 (동생) : 태어나보니 누나가 김너봉인 저는 늘 제 생사가 불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