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대충 애들과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김종인은 오늘도 당연하다는 듯 자기 집과 완전 다른 방향인 우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게 있다면 평소와 달리 한마디도 없다는 거. 원래 말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였는데.
괜히 마이를 고쳐입고, 김종인이 들고 있는 내 가방을 내가 들테니 달라는 둥 불편하다는 기색을 보이자 그제서야 웃으며 말을 거는 김종인이다.
파마 풀어라
왜~난 이게 좋은데
잘 어울린대
누가?
준면이형이랑 동해형이
진짜? 동해오빠가?
좋냐?
당연히 좋지~동해오빠가 얼마나 잘 생겼냐. 춤도 잘추고~키도 크고~뭐 너도 춤도 잘추고 키도 크지만? 근데 왜 파마를 풀어? 했더니 살짝 인상을 쓰는 김종인이다
아 또 왜 하며 김종인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싫으니까
뭐가?
내가 보기엔 못 생겨서
싫어~동해오빠가 이쁘다했다며
언제 이쁘다했냐 잘 어울린다했지
그거나 그거나~
그 때 김종인이 빤히 나를 내려보더니 꼭 안아주고는 좋아해 병신아 하고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런 미친 놈 놔라?
하지만 김종인은 나를 꼭 안은 채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미쳤어 미쳤어 이게 콜라에 알콜 들었냐? 아님 사이단가?
내 말에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웃기만 하다 들어가~하면서 막 뛰어가는 김종인에게 야 이 새끼야!!라고 외친게 마지막이였다.
다음 날, 김종인은 전학을 갔고 이사도 가버렸다. 종종 엄마를 통해 소식이 들려오긴 했지만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기는 일이 대다수였다.
직접 연락오는 일도 없었고, 번호도 바꿨는지 연락되는 애들도 없었다. 그렇게 김종인은 미친 놈으로 내 멘탈 속에 단단히 박혔다.
그렇게 중 3이 되고, 동해오빠가 고백을 해왔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거절을 했고, 그 이후 솔로로 살았다. 박찬열과 정수정은 징그럽게도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고,
나머지는 물으나 마나 솔로...변백현 개자식은 옆반 이쁜이~하면서 썸씽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난리를 치더니 결국 차이고선 대학가야 제대로 된 여자가 있다며
성질을 냈더랬다. 정수정 박찬열을 제외한 애들은 인문계로. 정수정 박찬열은 사이좋게 자퇴를 하고 취직 준비를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식.
중학교 3학년 내내 학교수업보단 기타에, 기타보단 보컬수업에 열중하던 난 자랑스럽게 예고에 발을 들였다.
집이 학교와 많이 멀어서 자취방을 구해 살던 참이였다. 아 그리고 진리도 나와 같이 자취를 한다. 진리는 작사작곡.
입학식에 갈 준비를 마친 채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탔다.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라 진리와 걸어다니자고 약속했지만
오늘은 늦어버린지라 버스를 탔다. 숨을 고르며 뒷자리로 자리를 옮기는데 진리가 자리를 잡고는 뒤 쪽을 가리켰다.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칸이여서 진리보고 옮기라고 했더니 자기가 벨을 누르고 싶어서 여기 앉은거라며 이쁘게 웃어보였다.
덕에 나도 웃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그럼 지금부터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
.
.
이로써 입학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학생들은 본인이 배정받은 반으로 이동해주세요.
그렇게 교실로 와 정해진 자리에 앉는데 다행이도 진리는 바로 내 앞자리였다. 그런데 내 옆자리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에 적힌 이름은
김종인..김종인???
놀라 토끼눈을 하고 포스트잇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진리를 보고 진리야 이 김종인이 그 김종인은 아니겠지? 하고 묻는 순간 김종인이 의자를 빼서 앉고는
이 김종인이 그 김종인인데?
태연하게 말을 건다.
..야 너 이 새끼야 일년동안 연락 한 번 없더니
더 반갑지 않나?
죽어 새끼야
하나만 묻자
뭐
좋아하는 사람있냐?
아니
사귀는 사람은?
하나만 묻는다며
대답해
없어
김종인의 미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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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이네요..망글이예요...전 항상 마무리를 이렇게 망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