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용기가 없었다. 몇달 내내 어쩌면 몇년동안 고민한 말일지도 모른다.
좋아한다.사랑한다. 김명수에 대한 내 마음이였다. 김명수 또한 그랬으리라 하는 착각 속에 혼자 설레였을지도 모른다.
야, 너 김명수랑 사귀냐? 김명수 너 좋아하는 거 아냐? 하는 친구의 질문에 기분좋았던 건 나만이 아니길 바란다.
야속하게도 넌 대답이 없었다. 난 다시 방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웃으며 야 표정이 왜그래 나 싫냐? 하며 장난을 걸었다.
물론 내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억지로 웃고 있었다.
‥김익인, 난
“어?…미안 명수야 나 약속있어 나중에 보자!”
카페를 뛰쳐나왔다. 그 분위기 속에서 김명수에 입에서 나올 말은 1. 미안 넌 나한테 그냥 좋은 친구야 2. 나 좋아하는 사람있어 3.그냥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자. 내 예상은 1 혹은 3.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2는 아니였음 좋겠다. 차이겠구나하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버스가 도착했다. 사실 약속이 있다는 건 거짓말이였다. 그 대답을 들으면 명수와 내 사이가 불편해질것같아서 그게 무서워서 뛰쳐나왔다. 버스는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듯 느릿느릿 움직였고, 핑크색 바탕화면만 보이는 휴대폰을 원망했다.
집으로 들어와, 퉁명스럽게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하고는 가방을 침대위에 던지듯 올려놨다. 그리고 한참동안이나 거울을 쳐다봤다. 블라우스에 치마. 고데기로 웨이브를 넣은 머리. 완벽하진못했지만 김명수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였다. 내가 그렇지 뭐 하며 머리를 질끈 묶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랜만에 한 화장도 싹 지워버리고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아직까지도 김명수는 문자한통이 없었다. 내일 학교에서 얼굴 어떻게 보지..하는 생각이 들어 몸부림쳤다. 친해진것만으로 감지덕지지 이 것아. 고백을 왜했어 하며 자책하다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 때 시계바늘은 8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일요일이 끝나가고 있었다. 휴대폰은 배터리가 나갔는지 화면이 켜지질않았고, 배터리를 갈아 끼운 후에야 휴대폰은 핑크색 바탕화면을 뽐내며 켜졌다. 부재중전화 3통 문자 7통. 모두 김명수였다.
[니가 약속은 무슨약속이야] pm 5 : 30
[전화받아] pm 6 : 32
[어디야] pm 6 : 40
[집에가면 집에간다해야지] pm 6 : 48
[자?] pm 7 : 30
[야] pm 7 : 38
[돼지야자냐] pm 7 : 50
전화를 걸자니 어색해서 그냥 문자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뭐라고 답해야야되는거지. 차라리 좋은친구로 지내자 했으면 장난이지 그걸믿냐?ㅋㅋ몰카성공이라고 하면될꺼고, 나도 너 좋아 했으면‥뭐, 나..도 좋다그럼 되는건데. 너무 일상적인 문자내용에 뭐라고 답할지 갈피를 못잡던 난 그냥 누구보고 돼지래 하고 답장한 뒤 그 답을 기다렸다. 평소엔 문자도 느릿느릿 카톡도 느릿느릿 보내던 김명수가 왠일인지 1분만에 답장이 왔다.
[집 앞이야 나와] pm 8 : 11
내가 왜. 추워 내 답장에 나오라면 나와하고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라는 말을 덧붙인 김명수 덕에 위에 후드집업 하나를 걸치고 거울로 얼굴을 확인한 후, 엄마 잠깐만 나갔다올께 하고 말 한 뒤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주위를 한참이나 두리번거렸지만 김명수는 보이질않았다. 혼자 투덜투덜 거리며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려 들어가는데 저 쪽에서 김익인!!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김명수가 놀이터 근처에 앉아 손을 흔들고 있다.
가까이 갔을 땐 등뒤에 뭔가를 숨긴채 웃고있는 김명수가 서 있었고, 난 뭐야? 하며 고개를 내밀어 그걸 확인하려했다. 김명수는 어허! 어디서 감히 하며 날 강아지 다루듯 대했고, 난 어이구 뭐길래 그러셔~하며 비꼬듯 말했다. 김명수는 잠깐 뒤돌아봐 하더니 내 몸을 틀었고, 난 그 덕에 김명수를 등지고 서있었다. 부시럭부시럭 소리를 내며 뭔가 하는 듯 한데 고개를 돌렸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 얌전히 기다렸다.
그 때 떠오른 건 내가 오늘 김명수한테 좋아한다고 말한 것. 내 얼굴을 붉어졌고, 김명수와 둘이 있는게 너무 쪽팔렸다. 어우 쪽팔려 내가 뭔소릴한거야. 그 때 김명수가 갑자기 뒤에서 날 안았고, 놀라 고개를 돌리려하자 꽃다발을 내 손에 쥐어줬다. 그리곤…
“오빠가 하려고 했는데 선수치기 있기 없기?”
“‥오빠는 무슨! 김명수 진짜!!”
“또 그런다 좋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