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차이''
"내가 너네 연애하는걸 보고 뒤져야하는데. 안-그냐 부승관?""...또 시작이네."익숙한 쳇바퀴였다. 이석민 저 새끼 입에 술만 들어가면 땅콩껍질을 벗기며 오징어 다리를 질겅이는 나와 그런 내 옆에서 술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따라 군말없이 땅콩껍질 벗기며 간간히 웃음만 흘리는 최승철을 엮는 이 상황이. 영양가 없는 말만 뱉은 녀석의 입을 막기위해 까놓은 땅콩을 이석민 입에 쑤셔넣고 녀석의 입술이 내 손에 닿았다는 사실에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털어냈다. 이젠 실없는 농담만 늘어뜨려 놓는 이석민을 보고 헤실헤실 웃는 최승철까지 한심해보여 고개를 두어번 젓고 겉옷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승관아 나 간다. 이석민 좀 부탁해.""어. 둘다 조심해서 들어가라."녹초가 된 이석민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고서 젖먹던 힘으로 간신히 녀석을 일으키는 승관이의 어깨를 수고하라는 의미로 두어번 토닥이며 술집을 나왔다. 나오자 마자 꽤나 쌀쌀한 날씨가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가 작게 떨며 으- 하는 소리를 내자 따라나오던 승철이가 가방에서 언제 챙긴지 모를 가디건을 내 몸에 둘러주었다. 이거 재작년에 내가 떠준건데 아직까지 들고 다니냐."이 아가씨야- 멋도 중요하지만 따뜻하게 좀 입고 다니자.""별로 안추워.""가디건은 완전 안추워.""치-" 아저씨같은 말만 늘어뜨려놓는 승철이가 이젠 익숙해질만도 한데 엄마같이 잔소리를 늘어뜨려놓는 저 모습은 아직까지 내 눈엔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가디건 하나 입었다고 퍽이나 따듯해 조금 녹아진 몸에 흥- 하는 콧소리를 내며 웃자 고개를 숙이며 따라 웃던 승철이가 이내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손을 뻗어 내 머리에 얹혔다. 살살 내 머리를 흐트려오는 손길이 익숙해 아무렇지도 않아 하자, 그런 내 모습도 익숙할 승철이가 성격만큼이나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술 많이 먹었어?""음- 나 지금 발음 꼬였어?""살짝 그럴려고 그러는데.""그럼 많이 마신거야.""그런거야?""응."말끝으로 여전히 내 머리위에 있는 손을 조금 세게 문지르며 건치가 보이게 웃던 승철이가 내 손목을 잡고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지만, 이내 나타난 익숙한 위치에 자리한 편의점에 그제서야 안심하고 내 발걸음을 녀석에게 맡긴체 남은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멈춰진 발걸음에 핸드폰에 있던 시선을 올리니 언제 도착했는지 편의점이 눈 앞에 있었다."여기 있어. 빨리 갔다올게.""응. 갔다와."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편의점 문을 연 승철이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 소개 받을래?]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곧이어 이름 모를 남자의 사진으로 도배되는 채팅방에 혀를 두어번 차다가 [아니.] 라고 딱 잘라 자판을 두들기니 상대편에서 울고있는 얼굴의 이모티콘과 친구의 찡찡거림이 섞인 [아왜ㅠㅠㅠㅠㅠㅠ] 하는 말이 보였다. 얘가 왜이래 진짜. 계속해서 도배되어 오는 친구의 카톡을 귀엽게 봐주고만 있다가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미간을 찌푸리며 난장판이 되어가는 채팅방을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언제 나왔는지 승철이가 핸드폰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뭐야?" 하고 물었다. "혜나.""김혜나?""응.""무슨 카톡을 이렇게 많이 보냈어?""남자 소개 받으라고.""…남자?""응." 진저리 난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승철이의 손에 들려있는 꿀물과 녀석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그와 다르게 아까부터 줄곧 아무말 없이 나만 바라보는 승철이의 시선에 민망해져 눈을 도르륵 굴리며 작게 "…왜?" 하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건지 승철이가 "어? 아니야." 싱겁게 작은 미소와 함께 내 손에 꿀물을 쥐어줬다. 따뜻한 온기로 내 손을 녹이고 있는 꿀물을 마실생각을 하지않고 뚱- 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있자 그런 나를 보고 픽- 하고 웃은 승철이가 잔소리를 시작하려는지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몸에 ㅇ," "아, 알았어 마실게 마실게." "응." "…완전 치사해 진짜." 평소 단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꿀물도 예외는 아니였다. 때문에 숙취를 해소할땐 항상 숙취해소 음료를 사다 마시곤했는데 줄곧 지켜봐왔던 승철이가 어느날 부터 숙취해소 음료를 사려는 내 손을 막고 꿀물을 건네왔다. 그땐 내가 단걸 싫어하는걸 얘가 까먹었나, 싶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젓곤 했는데 "그런거 몸에 안 좋아. 차라리 꿀물 마셔." 로 시작한 승철이의 잔소리에 그 이후로 술을 마신날이면 내 손엔 숙취해소 음료 대신 꿀물이 들려 있었다. 자리에서 마시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것 같아 보란 듯이 병 두껑을 따고 무식하게 목에 들이 붓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넘길 때마다 들려오는 녀석의 웃음소리에 쓸데없는 오기가 생겨 미간을 찌푸리며 순식간에 병을 비웠다. "으… 됐냐?" "맛있지?" "죽고 싶지 진짜." 입가에 묻은 꿀물을 닦으며 녀석을 노려보자 미운말만 내뱉는 내가 밉지도 않은지 생글 생글 보기좋은 미소만 얼굴에 그렸다. "아- 진짜." 아까부터 웃으면서 줄곧 저 말만 반복하던 승철이의 한손이 내 목을 감싸고 남은 한 손은 내 입가에 묻은 끈적한 꿀물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진짜." "……" "귀여워서 어떡하지." '한 끗 차이'' "아 진짜 안할꺼야?" "안한다니까. 몇번을 말해 진짜." "야 요즘 그런애 찾기 힘들다?" "안 찾으면 되지." "아- 왜!" 안들린다는 식으로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귀를 막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에 한숨을 쉬며 귀에서 손을 뗐지만. 그 날 카톡 이후로도 혜나 녀석은 내게 사진의 원본까지 들이 대면서 이름 모를 남자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물론 보는척도 안했다. 학교 정문에서부터 강의실까지 쫓아온 녀석에 지쳐 핸드폰에 연결된 이어폰으로 두 귀구멍을 막았다. 이거까지 빼서 괴롭히면 진짜 가만 안둔다. 들리지않을 무언의 선전포고를 뱉은 뒤 가방에서 교양책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두었을까 분명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빠지는 이어폰에 입안에서 혀를 한번 굴렸다. "진짜 죽을ㄹ," "야. 저거 최승철 아니야?" "…어?" "왠 여자? 여자친구야? 야, 너 알고 있었어?" 곧게 뻗은 혜나의 손 끝에는 정말 나도 모르는 여자와 팔짱을 낀체 웃고있는 최승철이 있었다.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녀석와 함께한 10년동안의 내 인간관계엔 남자라곤 승철이 밖에 없어서일까.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웃고있는 그 모습을 보는데 순간 심장이 저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너는 내게 소개시켜주지도 않은체 여자친구를 사귀기라도 한걸까. 어쩌면 자연스러운건데 나는 왜 이상한 기분이 들까. "야! 뭐야 최승철도 여자친구있는데 너도 있어야지." "……" "……" "…야, 나 받을게." 어리석은걸까. 너도 나를 속였는데 나도 너를 속여도 된다는 생각.
"내가 너네 연애하는걸 보고 뒤져야하는데. 안-그냐 부승관?""...또 시작이네."익숙한 쳇바퀴였다. 이석민 저 새끼 입에 술만 들어가면 땅콩껍질을 벗기며 오징어 다리를 질겅이는 나와 그런 내 옆에서 술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따라 군말없이 땅콩껍질 벗기며 간간히 웃음만 흘리는 최승철을 엮는 이 상황이. 영양가 없는 말만 뱉은 녀석의 입을 막기위해 까놓은 땅콩을 이석민 입에 쑤셔넣고 녀석의 입술이 내 손에 닿았다는 사실에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털어냈다. 이젠 실없는 농담만 늘어뜨려 놓는 이석민을 보고 헤실헤실 웃는 최승철까지 한심해보여 고개를 두어번 젓고 겉옷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승관아 나 간다. 이석민 좀 부탁해.""어. 둘다 조심해서 들어가라."녹초가 된 이석민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고서 젖먹던 힘으로 간신히 녀석을 일으키는 승관이의 어깨를 수고하라는 의미로 두어번 토닥이며 술집을 나왔다. 나오자 마자 꽤나 쌀쌀한 날씨가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가 작게 떨며 으- 하는 소리를 내자 따라나오던 승철이가 가방에서 언제 챙긴지 모를 가디건을 내 몸에 둘러주었다. 이거 재작년에 내가 떠준건데 아직까지 들고 다니냐."이 아가씨야- 멋도 중요하지만 따뜻하게 좀 입고 다니자.""별로 안추워.""가디건은 완전 안추워.""치-" 아저씨같은 말만 늘어뜨려놓는 승철이가 이젠 익숙해질만도 한데 엄마같이 잔소리를 늘어뜨려놓는 저 모습은 아직까지 내 눈엔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가디건 하나 입었다고 퍽이나 따듯해 조금 녹아진 몸에 흥- 하는 콧소리를 내며 웃자 고개를 숙이며 따라 웃던 승철이가 이내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손을 뻗어 내 머리에 얹혔다. 살살 내 머리를 흐트려오는 손길이 익숙해 아무렇지도 않아 하자, 그런 내 모습도 익숙할 승철이가 성격만큼이나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술 많이 먹었어?""음- 나 지금 발음 꼬였어?""살짝 그럴려고 그러는데.""그럼 많이 마신거야.""그런거야?""응."말끝으로 여전히 내 머리위에 있는 손을 조금 세게 문지르며 건치가 보이게 웃던 승철이가 내 손목을 잡고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지만, 이내 나타난 익숙한 위치에 자리한 편의점에 그제서야 안심하고 내 발걸음을 녀석에게 맡긴체 남은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멈춰진 발걸음에 핸드폰에 있던 시선을 올리니 언제 도착했는지 편의점이 눈 앞에 있었다."여기 있어. 빨리 갔다올게.""응. 갔다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편의점 문을 연 승철이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 소개 받을래?]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곧이어 이름 모를 남자의 사진으로 도배되는 채팅방에 혀를 두어번 차다가 [아니.] 라고 딱 잘라 자판을 두들기니 상대편에서 울고있는 얼굴의 이모티콘과 친구의 찡찡거림이 섞인 [아왜ㅠㅠㅠㅠㅠㅠ] 하는 말이 보였다. 얘가 왜이래 진짜. 계속해서 도배되어 오는 친구의 카톡을 귀엽게 봐주고만 있다가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미간을 찌푸리며 난장판이 되어가는 채팅방을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언제 나왔는지 승철이가 핸드폰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뭐야?" 하고 물었다.
"혜나.""김혜나?""응.""무슨 카톡을 이렇게 많이 보냈어?""남자 소개 받으라고.""…남자?""응."
진저리 난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승철이의 손에 들려있는 꿀물과 녀석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그와 다르게 아까부터 줄곧 아무말 없이 나만 바라보는 승철이의 시선에 민망해져 눈을 도르륵 굴리며 작게 "…왜?" 하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건지 승철이가 "어? 아니야." 싱겁게 작은 미소와 함께 내 손에 꿀물을 쥐어줬다. 따뜻한 온기로 내 손을 녹이고 있는 꿀물을 마실생각을 하지않고 뚱- 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있자 그런 나를 보고 픽- 하고 웃은 승철이가 잔소리를 시작하려는지 내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몸에 ㅇ,"
"아, 알았어 마실게 마실게."
"응."
"…완전 치사해 진짜."
평소 단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꿀물도 예외는 아니였다. 때문에 숙취를 해소할땐 항상 숙취해소 음료를 사다 마시곤했는데 줄곧 지켜봐왔던 승철이가 어느날 부터 숙취해소 음료를 사려는 내 손을 막고 꿀물을 건네왔다. 그땐 내가 단걸 싫어하는걸 얘가 까먹었나, 싶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젓곤 했는데 "그런거 몸에 안 좋아. 차라리 꿀물 마셔." 로 시작한 승철이의 잔소리에 그 이후로 술을 마신날이면 내 손엔 숙취해소 음료 대신 꿀물이 들려 있었다. 자리에서 마시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것 같아 보란 듯이 병 두껑을 따고 무식하게 목에 들이 붓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넘길 때마다 들려오는 녀석의 웃음소리에 쓸데없는 오기가 생겨 미간을 찌푸리며 순식간에 병을 비웠다.
"으… 됐냐?"
"맛있지?"
"죽고 싶지 진짜."
입가에 묻은 꿀물을 닦으며 녀석을 노려보자 미운말만 내뱉는 내가 밉지도 않은지 생글 생글 보기좋은 미소만 얼굴에 그렸다. "아- 진짜." 아까부터 웃으면서 줄곧 저 말만 반복하던 승철이의 한손이 내 목을 감싸고 남은 한 손은 내 입가에 묻은 끈적한 꿀물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진짜."
"……"
"귀여워서 어떡하지."
"아 진짜 안할꺼야?"
"안한다니까. 몇번을 말해 진짜."
"야 요즘 그런애 찾기 힘들다?"
"안 찾으면 되지."
"아- 왜!"
안들린다는 식으로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귀를 막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에 한숨을 쉬며 귀에서 손을 뗐지만. 그 날 카톡 이후로도 혜나 녀석은 내게 사진의 원본까지 들이 대면서 이름 모를 남자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물론 보는척도 안했다. 학교 정문에서부터 강의실까지 쫓아온 녀석에 지쳐 핸드폰에 연결된 이어폰으로 두 귀구멍을 막았다. 이거까지 빼서 괴롭히면 진짜 가만 안둔다. 들리지않을 무언의 선전포고를 뱉은 뒤 가방에서 교양책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두었을까 분명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빠지는 이어폰에 입안에서 혀를 한번 굴렸다.
"진짜 죽을ㄹ,"
"야. 저거 최승철 아니야?"
"…어?"
"왠 여자? 여자친구야? 야, 너 알고 있었어?"
곧게 뻗은 혜나의 손 끝에는 정말 나도 모르는 여자와 팔짱을 낀체 웃고있는 최승철이 있었다.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녀석와 함께한 10년동안의 내 인간관계엔 남자라곤 승철이 밖에 없어서일까.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웃고있는 그 모습을 보는데 순간 심장이 저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너는 내게 소개시켜주지도 않은체 여자친구를 사귀기라도 한걸까. 어쩌면 자연스러운건데 나는 왜 이상한 기분이 들까.
"야! 뭐야 최승철도 여자친구있는데 너도 있어야지."
"…야, 나 받을게."
어리석은걸까. 너도 나를 속였는데 나도 너를 속여도 된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