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박지민
애증의 관계 1
뭐, 씨발. 그럼 헤어지던가.
너 지금 씨발이라고 했냐?
어. 씨발이라고 했다. 씨발. 씨발. 씨발 뭐 어쩌라고.
진짜, 개 씨발새끼다. 넌.
너는, 너나 잘해.
존나게 싸웠다. 김태형이랑. 살면서 얘랑 좋았고 웃었던 날보다 싸웠던 날이 더 많았던 거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진짜 스트레스였다. 맨날 뭐 여자 관계 문제로 싸우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무엇보다 변덕이 존나 심한 김태형 성격을 다 받아들이는 거 자체가 제일 힘든 일이었다.
더 화나는 건 그 김태형 개새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거다. 자기 성격이 존나 지랄 맞다는 거랑, 그 지랄을 나한테 푼다는 거랑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고칠 생각을 안한다는 거였다. 아, 그래서 결론은,
우리 3년 사귀다가 헤어졌다. 좆같네.
“누나~ 밥 사주세요~”
내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 김태형은 수진 누나한테 붙었다. 수진 누나가 자기를 예전부터 예쁘게 봐줬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저럴 수 있는 거다. 진짜 개새끼네. 내가 고3 때부터 3년 동안 자기를 얼마나 받아줬는데, 고작 한 번의 말싸움 만에 저기 가서 붙어버려? 어? 열 받아서 코코팜 캔을 거칠게 땄다. 그 덕에 코코팜이 엎어졌다. 안에 들어있는 알갱이들이 내 전공책 위로 쏟아졌다. 아, 씨발. 알갱이 파티다.
“풉.”
선명히 들리는 그 비웃음소리에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려왔다. 웃음소리가 들려온 곳은 김태형이 서있는 곳이었다. 고개를 돌려 김태형을 바라보니, 김태형이 손으로 입을 살포시 가린 채 날 비웃고 있었다. 수진 누나는 그런 김태형을 옆에 끼고 지갑을 열어 현금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누나 그거 아세요? 저 새끼가 저렇게 졸렬한 새끼에요. 코코팜 알갱이 쏟으면 얼마나 좆같은지 알면서 비웃는 졸렬한 새끼라구요.
목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켜냈다. 반도 남지 않은 코코팜을 한 입에 마셔버렸다. 캔을 쓰레기통으로 던졌는데, 오늘 되는 일이 없다. 캔이 쓰레기통을 맞고 그대로 튕겨나왔다. 풉. 비웃음 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정말 화가나서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쳐다보는데, 김태형이 누나를 데리고 쏜살같이 나가버린다. 아. 진심으로. 좆같은 새끼.
박지민과 싸운 이유는 별 거 없었다. 나야 뭐 성격이 워낙 좋으니까,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데, 박지민은 그런 내가 늘 못마땅스러웠나 보다. 싸울 때 나한테 뭐라고 했냐면,
‘야. 너는 그렇게 사람들이 쫓아다니니까 좋냐? 어?’
저렇게 말했다. 토씨하나 안 틀리고 저렇게. 그리고는 손을 바들바들 떨며 ‘내가 니 새끼 때문에 얼마나 참았는 줄 아냐? 어? 미친 새끼야.’ 라고 말했다. 아니, 누가 참으랬나? 그러길래 화났을 때 일일히 따지고 들었으면 좀 좋아. 이렇게 쌓여서 폭발할 일이 있을리가 없을 거 아냐. 그랬으면.
그리고 그 후에 내가 씨발이라고 했다고 박지민이 욕을 하는 거냐고 길길이 날뛰었는데. 엄연히 따지자면 박지민이 먼저 욕했다. 니 새끼, 미친 새끼야. 그 욕을 듣는 내 기분은?
“뭐 먹을래?”
“아. 난 누나가 먹고 싶은 거면 다 좋은데~”
“누나가 살테니까 태형이 먹고 싶은 거 먹어. 웬일이래? 오늘은 지민이랑 안 먹고?”
“걔 바쁘대요.”
“아, 그래?”
수진 누나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자연스레 둘러댔다. 그러게. 김태형이랑 박지민이 안 붙어 있다니 참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질 일이지. 하지만 앞으로는 종종 보게될 일이다. 다들 앞으로 나한테 저렇게 물어볼 거고, 그럼 일일히 다 설명해줘야 할텐데. 아. 존나 복잡하게 생겼다.
“어. 지민이 진짜 바쁘긴 한가 보네.”
“왜요?”
“유정이랑 같이 나오는데? 쟤네 뭐 있어? 지민이가 뭔 말 안하디?”
“유정? 김유정 걔요?”
유정이라는 이름에 놀라서 수진 누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을 바라보니, 정말로 박지민과 김유정이 딱 붙어서 학교 건물을 나오고 있었다. 저 미친 새끼가? 며칠 전에 박지민이 김유정 존나 싫다고 하소연하던 게 생각났다. 뭐 김유정 걔가 나한테 너무 치근덕 대서 싫대나 뭐래나. 그렇게 말했던 애가 지금 저렇게 뽀뽀라도 할 거리로 딱 붙어서 나오다니. 뒷목이 땡겨왔다.
“유정이랑 잘 어울리긴 하네.”
“아뇨. 그런 거 아닐 걸요.”
“어? 진짜?”
“박지민이 김유정 존나…… 가 아니라 엄청 싫어해요.”
“엥? 왜?”
“그게……”
괘씸해져서 박지민 엿 먹어봐라 이 생각에 다 말하려 했는데, 와하하하하하! 엄청 큰 박지민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김유정이 수줍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박지민은 웃으며 김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쭈. 진짜 간댕이가 밖으로 나왔지. 내가 입을 꾹 닫았다. 그래. 씨발. 헤어진 사이에. 뭐. 어쩌라고. 존나게 노려보다가 박지민과 눈이 마주쳤다. 절대 먼저 피하지 않았다. 근데, 아니, 근데 존나 좆같은 게 뭐냐면.
“태형아?”
존나 우습다는 듯이 날 바라보고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박지민이.
김태형과 싸운 이유 중에 며칠 전 김유정과 관련된 일도 있었다. 김유정이 자꾸 얼굴이 빨개져서 김태형을 쳐다보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 나빴더랬다. 김태형을 쳐다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는데, 한 순간에 호감이 생겼다. 아까 내 전공책에 코코팜 파티가 벌어졌을 때 김유정이 내 전공책 위에 쏟아진 알갱이들을 다 치워주었다. 그래서 호감 +50 정도? +100이 아닌 이유는 김태형이 이 광경을 못 봤기 때문에. 그 개새끼가 이걸 봤어야 하는데.
“저녁 같이 드실래요?”
그렇게 수줍게 말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까짓 거 김태형도 수진 누나랑 밥 먹는데 나라고 못 먹을 거 있냐? 나도 여자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지갑을 흔쾌히 열 생각을 했던 거 같다.
그리고 학교 건물을 빠져나가는 길에 김유정이랑 몇 번 대화를 해봤는데, 예상보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다. 의외로 서로 좋아하는 영화 장르도 같고, 뭐 봤던 영화도 같고 보고 싶은 영화도 비슷하고. 그래서 시간 나면 새로 나온 영화를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 캬. 박지민. 이 구역의 진도 왕. 진도를 존나게 빨리 나간다. 최소 썸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나가는데, 옆통수가 따가웠다. 고개를 휙 돌려보니 수진 누나 옆에 찰거머리처럼 붙어있는 김태형이 보였다. 김태형이 매섭게 눈을 뜨고는 나를 쳐다봤다. 뭐. 뭐 어쩌라고. 괜히 나도 더욱 크게 웃으며 김태형을 보고 비웃어줬다.
넌 누나한테 빌붙지? 난 후배한테 밥사주는데. 내가 진짜 남자지. 저런 것도 남자라고.
애증의 관계 |
와우.. 욕설 파티입니다....(비속어) (비속어) 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피터지게 욕하면서 싸우는 모습이 상상되서 귀여워 죽어버리기...ㅠㅁㅠ.... 그래서 이 끝은 어떻게 된대요....?! (흥미진진) 브금이 너무 신나서 넣어본 것..... 흥미진진합니다...... 킁냐 이 싸움의 끝은 누가 이기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