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찬 공기가 쌀쌀하긴 하다만 뺨을 스치는 바람이 상쾌하지는 않니?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공원을 걷자. 새벽의 하늘이 무척이나 깜깜해도 저 주황빛 가로등 아래라면 걸을만 할거야. 따라와. 아, 니 옆에있는 울타리 옆은 깊은 저수지니까 발 헛딛지 않도록 조심해. 자. 우리 걸으면서 무슨 얘기를 할까? 맞다, 그 얘기 들었어? 요즘 세상이 많이 흉흉해. 오늘 아침 뉴스에도 어떤 한 사람이 실종됐다고 하더라고. 또 어떤 사람은 죽었고 말이야. 여자 혼자 다니는것은 많이 위험하니까 조심히 다녀. 언제나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무서운 법이야. 경계를 잃지 말라고. 음, 또 이야기거리가 없나?
참, 우리집 옆집에 사는 민석이 형이라고, 알아? 모르는구나. 아니, 내가 그 형이랑 조금 친했었는데 예전에는 형네집도 놀러가서 밥도 먹고 우리집에서 같이 잠도 자고. 하여튼 그랬어. 그런데 그 형이 대학가고 같이 사는 사람이 생겼나봐. 중국인 유학생 같던데 예쁘장하게는 생겼더라고. 여자냐고? 아니,아니. 남자야. 전부터 그 형이랑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나랑 노는 시간은 조금 뜸해지더라고. 뭐, 나도 다 컸고 다른 친구들도 있긴 하지만 서운한건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가끔 형네 집에 놀러가. 가면 민석이 형이 맛있는것도 주고.
그 형 많이 따르는가봐?
뭐, 그런편이야.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내온 사이니까. 아 그리고말야 저번에는 우리 학교 어떤 후배를 길에서 봤어. 딱히 친하거나 아는 사이는 아냐. 근데 걔가 그 민석이형이랑 같이 사는 사람이랑 같이 있더라고. 그렇게 민석이형이랑 붙어있더니 그 날은 왜 걔랑 있었나몰라. 아마 그때 집에 갔을 때 형이 날 부른것도 같앴어. 그 날 형이 라면을 끓여줬었지. 그 사람이 없어서 심심하니까 날 불렀나봐. 그거 때문에 더 속상하고 싫었어. 게다가 요즘은 민석이형이 나 부르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더라. 야, 너무 그렇게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지는 마. 나 다른친구들도 많아! 다른친구하니까 하는 얘기인데 내 친구중에 노래하는 애가 있었거든. 응, 있었어. 원래 내가 우리학교 밴드부 보컬이었는데 걔가 밴드부 들어온 뒤로는 그 애가 메인보컬을 맡았거든. 조금 자존심 상하기는 했지만 그 애, 정말 노래를 잘 불렀어. 그래서 더 샘났지. 드러머였던 찬열이도 그 보컬 백현이가 들어온 뒤로, 아 이름이 백현이야. 아무튼 백현이랑 더 붙어지내더라고. 둘이 놀기 바쁜지 요즘에 잘 안보여. 아씨, 또 이런 얘기를 해버렸네.
지금 몇시지? 아 5시. 조금 있으면 날 밝겠다. 이 시간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 막 나와서 운동하시고 하는데. 그치? 근데 여기는 아마 잘 오시지 않을꺼야. 소문이 안 좋거든. 그냥 이 저수지에 사람들이 많이 죽어있대. 빠져죽거나 아님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빠트려졌거나. 너무 무서워하지는 마. 말 그대로 소문이지 뭐. 내가 있잖아! 나만 믿어. 그리고 조금 있으면 날이 밝을꺼야. 너무 춥지는 않고? 그래. 조금만 더 걸으면 저수지 반바퀴는 돌았을꺼야. 아마 그때 쯤이면 해도 뜰꺼고. 우리 몸에 열도 낼 겸 한번 저기 가로등까지 뛰어볼래? 그나저나 해가 뜨기 시작했나봐. 벌써 하늘이 푸르스름 해. 자, 얼른 뛰자!
아이구, 조심했어야지. 어린애도 아니고 넘어지고 그러냐. 자 무릎에 흙 좀 털고. 우리 밝아지기 전에 얼른 저쪽까지만 가자. 뭐야, 발목을 삔거야? 걸을 수 있겠어? 어디봐. 에이, 빨개졌네. 조금있으면 부어오르겠어. 업혀서 갈래? 내가 업어줄께. 자, 업혀. 업히라니까? 얼른! 날이 밝아지기 시작했잖아.
종대의 말처럼 해가 떠오르고 날이 밝아왔다. 그저 컴컴했던 시야에 하나 둘 앞에 것들이 눈에 담겨지고 내 앞에 있는 종대도 보인다.
그는 나에게 등을 내보이고는 업히라며 재촉을 한다. 빛에게서 쫓기는 것 마냥.
종대는 내게 왜 거짓말을 한것인가.
저 울타리 너머에 저수지의 정체는 기괴하게 생긴 비들이 아무렇게나 박혀 널려있는 묘지다. 그리고 내가 넘어진 곳을 돌아보니.
"본거야?"
종대를 다시 한번 바라보니.
그는 내 눈앞에 서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쾌활한 미소가 나를 향한다. 나는 다시 뒤를 돌아본다.
아마도 지금까지 종대가 입에 침이 마르게 얘기했던 남자들인 것 같다. 온 몸의 살이 썩어 문드러진 채 널부러져있었다.
나는 그것을 밟았던 것이고 그 위로 넘어졌던 것이었다.
다시 종대를 본다. 종대에게서 웃음이 사라졌다. 토기가 올라온다.
"조심하라고 했잖아."
쏘왙입니다. |
구독료없는 날이래서 새벽의 어두침침한 감성을 담아 글을 써봅니다. 우리 잠깐만 쉬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