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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EXO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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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누르스름한 갈색 빛 테이블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인지 촉촉해 보였지만 눈물따위는 흘러내리지 않았다. 가만히 깍지를 낀 두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을 뿐이다. 그가 아무리 머릿속을 비우려해도 주위에 것들에 관심을 돌리려 해도 아무것도 없는 테이블에는 자꾸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눈도 뗄 수 없게 그녀는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가 깍지를 풀어 한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보지만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그저 차고 딱딱한 카페 테이블일 뿐이다. 눈을 감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선명해진다. 어둠 속에서 해맑게 웃는 그녀는 그를 바로 보며 웃어주었다. 앞으로 그는 그렇게 영원히 그녀를 추억해야겠지.이젠 울음도 그쳤고 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나를 가만히 감싸안은 종대의 두 팔에서 빠져나오며 그의 시선을 회피하고는 두 손으로 벅벅 눈물들을 닦아냈다. 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종대의 품에 안겨 운 나지만 마음 속 깊은 한 구석에서는 그를 찾고 있었다. 종대보다도 더 따스한. 부드러운. 다정한 그의 품을 나도 모르게 찾고 있었다. 종대는 내가 마음을 추스릴때까지 가만히 나를 바라봐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저 눈빛을 보내는 주인이 다른 사람이었음하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만해서 뭐 하겠어. 나는 애꿎은 시큰한 눈가를 두어번 더 벅벅 비벼댄 후 종대의 시선을 똑바로 맞받아내었다. 이젠 내가 찾아야지."루한.."루한은 어디있어? 뒷말이 안나온다. 말을 해야하는데. 루한. 그 이름을 부르는데 자꾸 목이 메어 안나온다. 눈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자꾸 목구멍 끝에서 턱턱하고 막히는게 쉽게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종대는 내가 하고싶은 말을 다 아는건지 베시시 웃음을 보여주었다. 다행이다. 내 증오 속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지만 나를 위해준다는게 고마웠다."내 생각이 틀렸나보네."나는 대답없이 그저 종대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모르는 나의 비밀스러운 속내까지도 다 아는 듯 보였다."루한형 미워하지 않아줘서 고마워."맞는 말이지만 괜히 숨기고 있던 것을 들킨 마음에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뭐, 숨긴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랬다. 내 달아오르는 얼굴을 본 종대는 이젠 소리내어 웃었다. 그의 웃음이 내 몸을 풀어지게하고 앞으로의 깜깜한 미래를 더욱 빛을 밝혀주는 듯 하였다. 앞으로는 다 잘 될 것이라는 것을 웃음으로 말해주는 듯 하였다."음, 00카페에 있을거야."종대는 나가기 전 나를 다시 한번 안으며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한 채 나를 아래까지 데려다 주었다. 방 문을 열고 나오자 후다닥 거실로 뛰어가는 백현을 보고나니 더욱 마음이 풀어진 것 같다. 카페 앞까지 데려다 준다던 종대였지만 거절하였다. 그 카페는 루한과 내가 자주 가던 카페였으니까. 나 혼자서도 잘 갈 수 있다. 날이 저물어 간다. 주황빛 석양이 넓다란 하늘을 메우고 있고 허연 구름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흘러간다. 오늘이 지나가면 대충은 다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응. 그럴꺼야.골목을 돌고 돌아 카페 앞까지 왔다. 먼저 어디론가 가버렸으면 어쩔까 조금은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눈을 몇번 굴리니 금방 보이는 루한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무언갈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듯 홀로 빈 카페에 앉아있었다. 어느 때보다 작아보이는 그의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그에게 할 말을 생각해놓고 온 것은 아니다. 그냥. 그냥 루한이 보고 싶어서. 몸이 움직이는 대로,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나는 따라주었을 뿐이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난 루한 앞에 앉아 있는거지. 분명 인기척을 느꼈을테지만 루한은 아까와 같이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다. 나도 그의 감은 눈을 바라보며 그를 따라 가만히 있는다. 정적이 우리를 휘감고 돌아 사라진다. 그가 눈을 뜸으로 인해."뭘 그렇게 보고만 있어."루한의 눈이 점점 크게 뜨여진다. 건조한 바람에 튼 입술이 점점 벌어지며 새하얀 이가 조금 드러나보였다. 루한의 그림자마저 피하고 도망치려했던 내가 이번에는 내 발로 직접 그의 앞에 섰다.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아직 마음 안 변했다며. 나도 그런것 같은데."사실 아직 이런 내가 나도 이해가지 않는다. 하지만 난 이미 그의 앞에 있는데 무슨 소용인가. 더이상의 마음고생이 없었으면 할 뿐이다.
암호닉. 조화 님, 배쿵배쿵 님, 토끼 님, 루루 님, 됴덕 님, 루한 님, 뀰밍 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