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르륵_
오늘은 구자철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집에 돌아갈 시간은 지금일텐데... 한편으로는 의아한 마음이들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꽃 집의 철문은 지금 내려가는데도 아직 보이지 않아, 철문을 내리는 내 손은 점점 느려지고 있다.
"00아!!!!!!!!!!!!!"
왔다_
"안녕!!!!!!!!!!..하세요!!!"
아직 반말은 좀 이른거 같아.
"지금 알바 끝난거야? 그럼 집에 가겠네?"
"네!뭐 그렇죠 오빠도 집에 가세요?"
"나야 ...훈련 끝났으니까 이제 집에 가지"
"....음....."
짧은 정적_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서는 어색하디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음..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어색한 기분은 딱 질색인데..
"아..집에 데려다 줄까?"
"네??저번에도 데려다 주셔놓고!!안 그러셔도 되요! 오빠도 집에 들어가봐야 하잖아요"
"아니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집에 혼자 가려고!!"
"집 진~짜 가까운데..저번에 와봐놓고.."
"그래도!!가까워도 알 수 없는거야!!가자!!"
정말 계속 만날 떄마다 느끼는 거지만 구자철은 친절하다.
이상할 만큼_
"00이는 학교 다니고 있는거야?"
"...음..아뇨..."
하지만 항상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는 꼭 하게 된다. 하기야 나이가 나이인 만큼...
"잠시 쉬는거?아니면 아직 안 간거야?"
"...으...아직 안간거요.."
"아, 미안...이런 얘기 싫어하는구나"
아뇨_딱히 싫어하는건 아니에요.그냥 이런 질문 많이 받다보니까요. 집에 가는 그 짧은 시간은 구자철과 얘기하면서
길어져버렸다. 얘기에 맞추어 걸음도 느려졌기 때문이다. 가로등 불빛도 따라서 느리게 흔들거리는 것 같다.
"들어가봐!"
"오늘도. 진짜.진짜 고마워요 오빠 벌써 2번이나.."
"고마워할 필요없어 진짜로 여자는 혼자 다니는거 아니다 너? 앞으로 나 항상 이시간에 올께. 집 같이가자"
"아..진짜 안그래도되는데..."
과도한 친절은 뭔가 부담스러워. 난 아직도 친절에 익숙하지 않거든 ..고작 1년으로 친절에 익숙해질 수 없는거잖아
"빨리 들어가봐 들어가는 거 보고 나 갈께"
"네에..오빠도 안녕히가세요!"
삑삑삑삑삑_
이제는 익숙해진 5자리 숫자를 누르고는 문을 열었다. 뒤를 한 번 돌아보면 구자철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어
...그래도 집에 들어올 때까지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이 좋다.
풀썩_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오늘 하루는 이상하게 고됬다. 아침부터 격하게 운동에, 기성용과의 마찰에, 100일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어
...지금 마음으로는 100일후에 그들 앞에서 싹 사라지고 싶다. ...............박태환은 어떻게 만나지 또..............
삐삐삐삐삐삐삐삐_
"으음..."
니가 좋아서 그래~나 시무룩한ㅊ.._ 이대훈?
"이..이대훈??"
"야!!!!너 몇신데 아직 안나와!!"
"어어??지금..."
혹시 늦잠잤나 나??아닌데!알람 제대로 맞춰논 것같은데??뭐야!!
"..8신데!!!!나 9시에 오는거야!"
"...어?아닌데..아빠가 7시 30분이라고 했는데..아닌데.."
계속 아닌데 아닌데를 중얼거리는 이대훈. 전화 너머로 들리는 이대훈의 나긋한 저음이 아직 잠이 깨지 않은 내 귀를 울린다.
...기분좋아.달달한 기분...
"이씨! 끊어!"
뚝_
"푸후...귀엽다이대훈.."
샤워를 하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열어논 창문 사이로는 시원할 정도의 조그마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기분좋아..
옷장을 열어 옷을 챙겨입고 식빵을 하나물고나니 시간은 8시34분. 지금 가면 시간 좀 남겠지만...가서 좀 여유롭게 앉아있어야겠다
별로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가끔씩 들리는 새소리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여유롭고 한가로운 기분, 사실 전혀 한가롭지는 않지만_
확실히 우리집이 좋은 위치라는 생각은 들어. 꽃집도 가깝지.이대훈네 도장도 가깝지.기성용집도 가깝지. 수영장도 가깝지.
**이가 일부러 배려해서 맞춰준건가...? 하여튼 사려깊은 년, 아주 고마워죽겠다
"안녕하세요"
작전4일째 이대훈네 도장 시간은 9시.
"..오늘은 좀 빨리 왔네 자네"
"네..히...좀 빨리왔어요.."
"잘됐네. 안그래도 아들놈이 자네 안온다고 찡찡대며 보채고 있었어. 하루사이에 얼마나 친해진건가?"
"아하하...아드님이 친화력이 굉장히 좋더라구요.."
이대훈은 친구가 없나?안온다며 찡찡대고. 아침에 전화할 정도로 친해진 건가싶다.
나는 그런 친화력을 가지고 있지않아서, 이렇게 할 수 있는 이대훈이 신기하기까지 해
"어!!왔다!!!"
구석에 앉아서 몸을 푸는 듯싶다가 큰 거울을 통해 내가 왔단걸 발견한 이대훈은 일어나서 환하게 웃은채로 팔운동을 하며 내게 다가온다.
운동가자!옷갈아입어_ 하고 내 앞에 서는 그. 10년된 친구처럼 스스럼 없이 대해주는 그에게 조금은 고마웠다.
"오자마자 운동..? 나 오늘 되게 빨리왔는데.."
"빨리왔으면 빨리 운동해야지!그래야 더 많이 하잖아 1시간 운동하는 것도 아니야 사실,"
그거야 운동선수인 니 입장에서지..난 일년에 한시간도 운동할까 말까 였다구..
"으잉...알았어기다려.."
도복이 아직 오지 않은 관계로_아침운동하기로 한 기간동안은 내 체육복을 입기로 해서..
탈의실안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선 밖으로 나갔다.
"줄넘기 들고, 가자!"
헥헥헥_ 개들은 더우면 혀를 내민다고 한다. 땀구멍이 없어서 땀을 식히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땀구멍이 있어서 땀이 나오지만 혀를 내민다고 해서 따로 열이 식혀지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왜 항상 달리기만 하면 혀가 나올까_
"헉..헉..혀좀 집어넣어 보기 흉하다 너"
씨_누구는 내밀고 싶어서 내민줄아나. 나도 모르게 나온다고.. 근데 이대훈도 5바퀴째엔 좀 힘드나보다. 약간 숨을 헉헉거리는 걸보니
그럼그렇지 너도 인간인데
"헥..헥..야..너도 좀 힘드나보다?"
"헉...안힘들어..나 운동선수야. 이래뵈도 국가대표야 헉.."
"국가대표는 사람도 아니냐?헥..헥..숨도 안차게.."
"5바퀴 끝!헉..헉..야 줄넘기 들어"
"헥..헥...헥..장난쳐..?...방금 다 달렸어..."
심술쟁이 이대훈. 국가대표라고 째는 것좀 봐. 줄넘기를 들라고 하지를 않나!
정말이지 이대훈은 심술쟁이에 놀부심보같다
"..야 그럼 우리 오늘하루만 땡땡이칠까?"
"헥..헥...오늘나 운동한지 이틀째야."
"그러니까 오늘만!"
"...그..럴까?"
오늘만 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