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최승철 02
내 아내는 나보다 무려 7살이 어리다. 생긴 것도 애기같고, 하는 짓도 애기같아 아내를 부르는 호칭은 항상 애기. 물론 정작 칠봉이는 애기라는 말을 싫어한다. 자기도 여잔데 오빠는 아직도 나를 학생으로만 본다고. 하지만 키도 작으면서 총총 뛰어다니면 얼마나 귀여운지 강칠봉 너만 몰라, 바보야. 내가 아내를 처음 본 날은 막 대학을 졸업하고 첫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였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름 잘생기고 키도 크다고 자부할 수 있기에 나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여학생들의 관심을 좀 즐겼다. 그렇게 학생들을 둘러보는데 유독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었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을때 혼자만 고개를 푹 숙이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던 아이, 그게바로 지금의 내 아내 강칠봉이었다.
나는 그렇게 고삼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고 쉬엄쉬엄 자습주며 하라는 다른 체육 선생님의 말씀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었다. 사람이 움직여야 살죠! 체육시간 만큼은 움직여야해요. 그래도 학생들은 생각보다 수업에 잘 따라왔다. 단 한명만 빼고. 누가봐도 나 체육하기 싫어요. 라는 표정으로 서있었던 아내는 새하얗다 못해 뽀얀 피부에 운동장을 돌아서 그런지 발그레한 두 볼이 복숭아 같아 귀엽다. 한 입 베어물면 과즙이 쏟아지겠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나는 내 머리를 쥐어뜯었다.
야 이 최승철 미친놈아. 학생한테 무슨 상상이야. 너보다 7살은 어린 애한테.
뭐,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부터 아내에게 관심 아닌 관심이 생겼던게 사실이었다. 내년이면 성인인데 몇 달만 참으면 문제없잖아? 말이라도 걸어볼까. 초콜릿 같은거 주면 싫어하려나? 다른 학생들 같으면 나에게 잘보이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지만 아내는 내가 싫은건지 한 번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 날도 오지않는 아내를 기다리다 다음 시간이 칠봉이 반의 수업인걸 알아채고 1분이라도 일찍 보고싶은 마음에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운동장으로 나갔다. 하나 둘 모여드는 학생들을 살펴보는데 이상하게도 아내가 없다. 오늘 학교에 안 왔나...? 아닌데 아까 교실에 있는거 봤는데. 그러다 교무실에 놓고 온 물건이 생각나 학생들에게 종이 치면 먼저 운동장을 돌라고 시켜놓고 교무실로 올라가는데 내 자리 옆에 익숙한 뒷모습이 서있다. 반가운 마음에 아내의 어깨를 잡아 말을 거는데 어쩐지 상태가 심상치 않다. 배를 부여잡고 있는 팔도, 허리를 굽혀 살짝 어정쩡한 자세도. 식은땀까지 흘리는 걸 보니 ...생리통인가?
왜 왔냐고 묻는 내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배가 아프다는 네 말에 생리통이라고 확신을 지었다. 그러다 너를 주려고 사놓은 초콜릿이 생각나 교무실을 나가려는 네 팔목을 잡고 작은 손에 달달한 초콜릿을 한 가득 쥐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쩐지 교무실을 나가는 아내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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