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들이 수상하다
作. 해봄
3장 : 임무
*오늘은 윤기 입장에서 쓰는 글 입니다.*
애초에 나란 사람은 인간관계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내게 관심을 보이고 다가온다 하여도 밀쳐내는 게 다반사였고 그 이유로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저 그것이 전부인 사람이었다. 난 그랬다. 친구고 나발이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을 딱 질색하는 나로서는 어느 날 마주친 '그 아이'와의 만남이 귀찮은 게 당연했다. 특히나 중요한 임무를 맡은 나에게는 그랬다.
난 흔히 사람들이 간첩이라 부르는 첩자였다. 한국 전쟁 이후로 단 한 번도 적이 아니었던 적이 없던 남한의 비밀과 상황을 몰래 알아내어 정보를 빼돌리라는 임무를 받고 내려온 간첩. 내게 이 큰 임무가 주어진 지가 벌써 5년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물론 이건 내가 남한 말에 익숙한 이유이기도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날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박지민을 곁에 두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그 아이' 의 눈빛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그럴 만도 했다. 박지민은 자신이 북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말투며 행동하는 것에 대해 조심이라곤 눈곱만큼도 볼 수 없었으니까. 눈치가 빠른 건지 박지민이 그러한 간첩의 아우라를 뿜고 다닌 건 진 모르겠지만 둘 중 어느 것이든 내 골치를 아프게 만드는 건 똑같았다.
"윤기 동지. 탄소랑(이랑) 놀다 와도 되겠습네까?"
그리고 요즘 따라 자꾸만 신경 쓰이는 건 박지민이 '그 아이' 와 함께 있는 시간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는 박지민이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항상 그림자처럼 붙어 있기 마련이었다. 물론 박지민의 책임자인 내게 '그 아이'는 방해꾼에 불구했다.
"만나지 말라 했을텐데."
그리고 난 나의 일을 망치려 하는 '그 아이'를 박지민이 만날 수 없도록 말려야 했다. 박지민이 '그 아이'를 마음에 담아두도록 둘 수는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되었든 박지민이 되었든 돌아가게 된다고 한들 무사히 살아남을 순 없을 테니까.
"지민아!"
하지만 '그 아이'는 우릴 어떻게 해서든 찾아내곤 했다. 만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그 아이'는 점점 더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못 마땅한 듯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는 '그 아이'를 떼어낼 순 없었다. 이젠 어떠한 방법을 써서든 그 둘을 떼어놓아야만 했다.
"형님 저희 밖에 나갈건데. 같이 나갈겁네까?"
일이 잘못되어 나를 죽이려 한다면 그건 나의 책임에 따른 것이기에 묵묵히 그 길을 따르겠노라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 마음은 옛 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마음인 건 확실했으나 눈치 없는 박지민이 '그 아이'를 좋다며 쫓아다니게 둘 순 없었다. 죽는 건 나 하나만으로도 족했다.
"집 좋아하는 사람이 어딜 간다고. 그냥 우리끼리 가자."
"하긴… 탄소 말이 맞는 것 같디. 그럼 저희 다녀오겠습네다."
야야. 어색하게 그들을 불러 세운 나는 소파 위에 올려두었던 모자를 눌러 썼다. 귀찮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난 누군가와 엮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특히나, 나의 일을 방해하려는 사람은 더욱더.
"뭘 그렇게 쳐다봐"
"…진짜 가게요?"
"쟤가 먼저 나한테 물었잖아 갈거냐고. 거기에 응답한건데 뭐가"
"뭐해 앞장 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보인 적 없는 미소를 입가에 억지로 지어내려 하니 경련이라도 난 듯 파르르 입 주변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시발… 속으로 욕을 읉주린 나는 떨리는 입가를 손가락으로 눌러댔다. 나를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던 둘은 앞장 서라는 나의 말에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웃고 떠드는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걸고 있는 나였지만 그 둘에게 자꾸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단순한 놈. 사랑에 빠진 10대처럼 보이는 박지민을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꽤나 예쁘장한 얼굴, 솔직히 내가 간첩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만났다면 박지민과 같이 그 아이에게 똑같이 넘어갔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우린 절대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박지민은 알고 있을까, 이곳에 있는 이상 우린 서로가 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곳에서 정을 쌓아서도 그 이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박지민은 알아야만 했다.
"형님도 같이 나오니까 참으로 좋습네다."
"좋기는 무슨… 저승사자같이 무섭게 서있기만 하는데 뭐."
"헤에… 그래도 형님이랑 어디 놀러오는건 처음이매!"
"민씨, 지민이 데리고 자주 좀 놀러 다녀요 집에서 일만 시키지말고."
그들이 온 곳은 영화관이었다. 그것도 간첩을 다룬 영화. 영화 선택 참 뭣같이 했네. '그 아이'가 손에 쥐여준 영화티켓을 잡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나는 '그 아이' 의 의도적인 행동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야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을 두고 화장실로 들어온 나는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손을 씻기 시작했다. 물론 난 그저 손만 씻기 위해서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사실은 아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누군가'의 추적 때문이었다. 곧이어 '누군가'가 화장실 안으로 따라 들어오고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오는 물을 잠가낸 나는 대충 옷깃에 물기를 닦고 그 '누군가'를 벽으로 세게 밀치기 시작했다.
"누구야 너."
목을 짓누르는 나의 팔에 캑캑거리던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세게 밀쳐냈다. 여전히 캑캑 거리며 빨개진 자신의 목을 이리저리 매만지던 '누군가'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와 눈을 마주했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예의 없는 건 똑같구만 민윤기 동무."
누군데 나의 이름을 저렇게 부르는 걸까, 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떤 새끼가 내게 저딴 사람을 붙여놓은 건진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기분이 나쁜 건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발 뭐냐고 너."
"많이 컸어 꼬맹이?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뜸 들이지 말고 누군지나 말해."
"남파 특수공작 347부대. 나야 리진해."
리진해. 내가 15살이 되던 해 사격을 가르치던 남자였다. 이제야 떠오르는 그의 모습에 힘이 탁하고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왜 나의 뒤를 주시하고 있던 것일까. 어떤 이유 때문에 숨어서까지 나와 박지민을 지켜보고 있던 것일까..
"내가 왜 왔는지 상당히 궁금해하는 것 같구만 민윤기 동무."
"…"
"그동안 임무 수행을 참으로 열심히 해냈더군"
"…"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너를 닮아서인지 책임지고 있는 박지민 동무 말이야. 임무 수행을 참 열심히 하더군."
물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어떠한 목적으로 꺼내는 거짓말임을 잘 알고 있었다. 아직 박지민은 어린아이였고, 가르쳐야 할 것이 많은 아이였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점차 내게 가까워지는 거리에 미간을 찌푸려낸 나는 그리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지금 처럼 즐길 거 다 즐기면서 말이지."
나의 옷깃을 툭툭 건드리는 그의 행동에 탁하고 그의 팔을 치워낸 나는 그가 매만진 옷깃을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 마냥 툭툭 털어내기 시작했다. 같은 부대. 나를 가르친 스승. 같은 팀이라고 할지언정 나를 향한 건방진 그의 행동은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할 말이나 하고 가시죠."
나의 말에 머쓱한 듯 탁하고 내쳐진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그는 자신의 품 안에서 하얀 봉투와 함께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의 가방을 내게 건넸다. 상당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가방. 그가 말하지 않아도 대충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걸 왜 저한테 주는 겁니까."
"지금까지 빼돌린 정보만으로는 모든 것을 알아내기가 힘들지."
"…"
"그 종이봉투 안에 너와 박지민이 처리해야 할 사람들의 명단이 적혀있을 거다."
"…"
"시간은 딱 한 달, 그 이상은 못 기다려. 물론 한 달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너희도 무사하지 못하겠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한 달 안에 그 사람들 모두 처리해. 그의 말에 입술을 깨물던 나는 뒤돌아 화장실을 빠져나가려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 참. 내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 왠지 모를 살기가 묻어 나왔다.
"너희와 함께 있던 그 여성 동무도 함께 처리하는 게 좋을 거다."
"너와 박지민 둘 다 살아 남고 싶다면."
다시 뒤돌아 가는 그의 웃음이 비열하게 보이는 것은 왜 일까. 그리고 왜 난 자꾸만 거슬렸던 '그 아이'를 처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걸까. 풀린 힘에 탁하고 떨어진 검은 가방.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영웅적 죽음으로 최후를 장식한 고귀한 일생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이 가진 자존심과 허세와 영광보다도 더 오래간다고 했던가. 명성과 인정 그딴 걸 바라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고향에서는 날 영웅으로 추대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진정한 영웅은 이딴 게 아니었다.
그제야 깨달은 걸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좆같이 살아왔는지를. 그동안 생각해왔던 모든 것이 다 틀렸던 것임을. 또 내가 죽음을 얼마나 쉽게 생각했는지를. 박지민의 책임자로서 그를 살릴 수 있다면 난 곧 죽어도 상관없다 생각했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따른 것이라고 그게 나라를 위한 것이며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알았다. 난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없었다. 나도, 박지민도, '그 아이' 도
그 시각 탄소 지민이는? |
탄소 : "영화 시작할때 다 됐는데 왜 안와."
"이리 늦으실 분이 아닌디…"
탄소 : "화장실에서 기절했나"
(뭔가 이상함을 느낀 지민이)
탄소 : 화장실에 가봐.
(탄소 말이 안들리기 시작함)
탄소 : 지민아?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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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수상하다. |
늦어서 죄송해요. 컴퓨터에 이상이 있어서 수리를 맡겨놓느라 좀 늦었네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앞으로 빨리빨리 업뎃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편은 윤기의 이야기를 써봤어요. 독자님들이 궁금하셨던 점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으면 하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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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호 닉
ㄱ : 까꿍이 개나리 고나리 공대생 꽁꽁 꽃진 꿀침빵 뀨기
ㄴ : 나의별 넴리 뉸뉴냔냐냔☆
ㄷ : 다름 됼됼
ㄹ : 룬
ㅁ : 모찌한찌민♥ 무네큥 미늉기 멜팅
ㅂ : 박지민다리털 반달 반딥 방소 밤이죠아 복숭아꽃 봄이든 빗 배추 백설탕 빡찌 빰빠
ㅅ : 삼다수 서영 솔랑이 숩숩이 슙비둡비 슙스 슈가소리 샛별
ㅇ : 에너지바 연이 열우봉 옮 우와탄 웃음망개짐니 윤기윤기 은봄
ㅈ : 정국모의고사 쮸뀨 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 짐니야 짐니예뻐
ㅊ : 차차차 참기름 청보리청 췸민
ㅍ : 푸름
ㅎ : 하얀레몬, 현, 흰찹쌀
6 : 616
C: chouchou
R : Rem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