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보호소
집 앞에 있는 그 좁은 골목은, 항상 근처 고등학생들이 앳된 얼굴과 맞지 않게 뻐끔뻐끔 뱉어내는 담배연기로 매캐한 향내를 뱉어냈다.
살짝 열린 창문 틈새로 실려오는 흩뿌연 연기를 애써 휘저어 내며 속으로 이사를 가야겠다 다짐하고 또 해봤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행여나 불량학생들이 또 담배를 꼬나물고 벽에 기대어 있을까, 하는 조바심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골목을 지나면, 그곳에는 예상 밖의 사람이 있었다.
일전에 본 그 아이가, 이번엔 얼굴에 상처를 잔뜩 단 몰골로 골목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무시해야 한다, 무시해야 한다.
동정심에 말을 걸려하는 내 자신을 애써 추스리며 걸음을 더 재촉하면, 제 얼굴에 난 상처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아이가 내 발목을 잡았다.
그 손에 실린 힘 탓에 발목이 아파와 고개를 돌리면, 그 아이는 얼굴의 새빨간 생채기들과는 대조되는 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나, 저번에는 나 싫어 죽겠다는 듯이 보더니, 오늘은 불쌍해 죽겠나보네."
"그러면,"
"나 좀 데리고 살아주면 안돼요?"
회장님이 보고계셔!
멈추지 않는 울음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입술을 꽉 깨물면서 방 안에 떠다니는 지수오빠와 나의 모든 추억들을 지워나갔다.
오빠와의 추억들이 너무 많았다. 서랍 속 가장 소중히 여기던 상자를 꺼내들어 그 모든 흔적을 한장 한장씩 마지막으로 열어봤다. 그냥 버리기엔, 여태까지 내 마음들이 너무 아깝잖아.
9살 때 쯔음 계곡에 같이 놀러갔을 때 지수오빠가 물을 무서워하는 날 위해 목마를 태워준 사진, 유치원에서 연 생일파티에서 지수오빠가 내 볼에 뽀뽀하는 사진, 초들학교 입학식날 꽃을 한아름들고 내 옆에서 웃고있는 사진, 그리고 내 중학교 입학식날 다른 중학교에 배정받았다며 코까지 빨개져서 울먹거리는 지수오빠의 사진.
오빠와의 추억이 너무 많았다. 이걸 다 어떻게 버려. 말을 하면 울음까지 같이 새어나갈까봐 입을 꾹 다물며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눈을 꾹 감음과 동시에 흐르는 눈물들을 무시하며, 오빠와 내가 어릴 때 매일 가던 놀이터 미끄럼틀 뒤, 아무도 모를 곳에 묻어버렸다. 다신 보지 말자, 혼잣말을 내뱉으며.
그렇게 오빠와의 추억들을 다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빠가 항상 하던 말만은, 버려지지 않고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우리 여주, 꼭 오빠랑 결혼해야 돼!"
해, 달, 별
세자저하는, 항상 그런식이었다.
너무 가슴저리게 예쁜말들만을 늘어놓아 내 혼을 쏙 빼가는, 그런식.
"웃는게 너무 예뻐, 나만의 공주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어."
그리고 전원우는 그런 내 일말의 기대감도 모진 말들로 죄다 잘라내버렸다.
"욕심이 너무 많아."
"네 그런 모습을 보고도 형이 널 사랑해줄 것 같아?"
"나로도 모자르다면, 어떻게 해줘야 해"
"공주 마마."
그렇게 전원우의 말에 상처를 받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세자의 품에 안기면, 꽤나 굳어버린 손길로 그는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오롯이 내 눈물을 제 품에 머금던 세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린, 부드러우면서도 날이 서있었다.
"공주께서 내 품에 안겼을 때, 다른 사내의 향이 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아, 사랑하는 나의 세자저하. 소녀는 죄가 너무 많사옵니다.
달빛천사
달빛에 비친 그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서 마치 내 모든 소원을 이루어줄 것만 같았다.
아픈 다리를 감싸안으며 그가 조용히 읊어냈다.
"네 온 마음으로 간절히 빌어봐."
"너의 그 갸륵함에 반해 누군가 그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르잖아?"
"이를테면 나 같은."
Dream Boy!
또 그 꿈을 꿨다.
잠에서 깨, 이마에 흥건히 고인 땀을 닦아내고 가만히 침대 위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대체 꿈 속 그앤, 내가 뭘하는지 어떻게 다 알고있는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꿈에서 깨기전 그 애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내가 정말 너에게 다가가기 전까지."
"다른 남자는 절대로 안돼."
그 말을 하며 동시에 비친 그 눈빛이, 날카로웠다.
요 아이들 중 하나를 연재하고! 중반부 쯤에는 개인의 연애사와 같이 공동 연재를 할 예정입니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