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들이 수상하다
作. 해봄
4장 : 변화
형님. 무슨 일 있었습네까? 민윤기에게 질문을 던지는 지민이의 표정엔 걱정이 가득했다. 지민이 말대로 그냥 화장실 갔다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의 모습을 여기저기 훑어보던 나는 그의 손에 들린 검은 가방에 시선을 옮겼다. 그 가방은 뭐예요? 여기 올 때 그런 거 안 들고 왔잖아요. 내 말에 황급히 가방을 숨기는 민윤기. 워낙에 표정관리를 잘 하는 민윤기라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어딘가에 신경 쓰고 있는 건 분명했다.
"혹시… 형님 어디 아픈 겁네까?"
그런 민윤기가 걱정스러운지 자그마한 손으로 민윤기의 얼굴 이곳저곳을 매만지는 지민이. 열이 나는 건가. 아니면 머리가 아픈 건가. 혹시 감기? 아니면… 큰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매? 울먹이며 질병이란 질병은 다 가져다 붙이던 지민이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젓고 있는 민윤기를 보아하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야 그만 조몰락거려. 내 얼굴이 찰흙도 아니고"
"그래도… 그래도…"
"시끄러워 뭐 영화 본다며 시작 시간 다 된 거 아니야?"
"아씨! 그렇네!"
손목에 차있는 시계를 바라보니 입장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다행인 건 허둥대며 들어갔을 땐 아직 광고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쯤. 무사히 자리에 착석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뱉을 수 있었던 나는 타오르는 목에 손에 쥐고 있던 콜라를 한껏 들이 마셨다.
하마터면 늦을뻔했네. 뛰느라 송골송골 맺힌 땀을 손짓으로 식히던 나는 눈앞에 펼쳐진 커다란 스크린을 바라보는 지민이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이 영화되게 재밌대. 왜냐면 이거 간. 첩. 물 이거든.
왓 to the 왓? (간첩이라는 말을 들은 간첩의 흔한 반응).
하하 자식 놀라기는 그러면 내가 더 의심하고 싶어지잖아~ 귀여운 자식.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지민이의 표정을 살피던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팝콘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나저나 어디선가 나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데… 이 무시무시한 시선은 어디에서 느껴지는 것일까나~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민윤기의 얼굴이 보였다. 아 맞다. 민윤기 내 옆자리였지.
"…"
"하하 이거 좀 드시겠어요? 되게 맛있는데"
"…"
"싫으면 안 먹어도 괜찮고…"
"넌 내가 어제 했던 말들을 어디로 들은 거냐" (여기서 어제는 지민이와 술 먹고 온 날을 이야기하는 것임다.)
"음? 뭐가요" (사실 어제의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음.)
"내가 박지민 만나지 말라고 했잖아"
"만나지 말라고 진짜 안 만날 줄 알았나. 세상에 그렇게 말 잘 듣는 사람이 어딨어요"
"앞으로는 정말 안돼."
"왜요. 지민이랑 나랑은 아주 친한 친구 사이라고요"
"안된다면 안 돼, 우리랑 안 엮이는 게 너한테도 좋을 테니까. 그러니까 오늘이 마지막이야."
"뭐가 마지막인데요?"
"네가 우리랑 이렇게 눈 마주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거."
뭔데 마지막이네 뭐네 하는 거지. 괜히 팍 상해버린 기분에 잔뜩 신경질을 내며 팝콘을 민윤기의 품 안에 안겨주었다. 뭐 어쩌라고, 나 안 먹어. 나의 행동에 잔뜩 표정을 찡그린 민윤기가 어정쩡하게 팝콘을 손에 들고 말했다. 박지민이나 먹으라고 해. 저번부터 느낀 건데 민윤기는 분명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해서 먹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투덜대며 민윤기의 품에 안긴 팝콘을 다시 빼앗은 나는 여전히 스크린 구경에 푹 빠진 지민이의 품에 팝콘을 안겨주었다.
영화가 시작하려는지 조명이 꺼지고 사방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처음 겪는 일에 무척이나 놀라는 사람이 있었으니. 영화가 시작되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스크린으로 향해진 순간 깜짝 놀라며 나의 옷깃을 붙잡은 우리의 박지민 군이 되시겠다. 얼마나 놀랬는지 영화관 안에 그의 목소리만 크게 울리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따금씩 주변에서 키득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탄소야, 갑자기 불이 꺼졌으매!!! 정전된 거 아니매?"
하하하 지민아 이건 정전이 아니라 스크린이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조명을 꺼주는 거란다. 그런 그의 행동이 웃긴 건 나뿐만이 아닌듯했다. 옆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항상 찡그린 표정만 보여주던 민윤기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표정을 굳히긴 했지만 처음 보는 그의 웃음은 영화 보는 내내 잊혀지지 않았다. 민윤기도 웃을 수 있었구나… (얼마나 안 웃었으면 이런 생각까지 하는 걸까.) 의외의 모습에 그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나는 손을 들어 억지로 나의 고개를 스크린 쪽으로 향하도록 돌려버리는 그의 행동에 겨우 앞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지민이는 계속 이랬답니다. |
영화관에서 흘러 나오는 효과음을 들은 지민이.
헤엑 - ! 탄소야(아) 소리가 디따 크매!
피를 흘리며 죽은 주인공의 친구를 바라보던 지민이.
헤엑 - ! 탄소야(아) 저 사람 진짜 죽은거 아니매?
여자 주인공과 주인공의 키스신을 바라보는 지민이.
얼굴만 붉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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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를 바라보는 윤기는 계속 이랬답니다. |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
옆집 남자들이 수상하다
긴 시간 동안 이어졌던 영화가 막을 내리고 다시 조명이 켜짐과 함께 짐을 챙기기 시작한 나는 눈물을 훔치고 있는 지민이를 바라보다가 그런 그를 한심하듯 바라보는 민윤기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 두 사람 원래도 성격이 반대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오고 오고 우리 지민이 슬펐져여? 아이 달래듯 지민이의 등을 어루만지던 나는 멀뚱히 서있는 민윤기의 팔을 탁하고 내리쳤다.
"아 뭐해요. 지민이 울잖아요"
근데 왜 나? (인간 관계가 귀찮은 어느 남자의 흔한 반응)
왜긴 왜야. 우리 예쁜 지민이가 우는데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그냥 달래주라면 달래주라는 거지. 어이없다는 듯 쭈뼛대며 내 옆으로 걸어온 민윤기는 한숨을 푹 내쉬곤 공기의 흐름을 어색하게 바꿔버릴 만큼의 어색함으로 지민이의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란다고 진짜 하네. 원래 민윤기가 이런 사람이던가? 오늘 참 의외의 모습 많이 보여주네. 환한 웃음부터 시작해서 지민이를 달래는 모습까지 민윤기의 스윗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던 오늘, 왠지 내게 방해만 될 것이라 생각했던 민윤기를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쳐 울고 일어나. 사내 새끼가."
는 무슨 저런 생각을 하자마자 욕을 남발해주시니 스윗한 모습이고 뭐고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음 그래 스윗한 민윤기… 생각만 하면 참 좋은데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지^^ 아마 현실 민윤기는 스윗에 '스' 근처에도 가지 못할 거다.
민윤기의 거친 언행에 뚝하고 울음을 그친 지민이가 울먹거리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설마 맨날 이런 식으로 지민이를 다루는 건가. 이 새끼야 저 새끼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서? 퉁퉁 불은 지민이의 눈을 바라보던 나는 멋대로 시작된 상상에 입을 틀어막았다.
탄소 상상 |
박지민 이리와봐.
형님 때리지 마시어요ㅠㅠㅠㅠㅠㅠ
박지민 밥 ㅈ…
잘못 했습네다ㅠㅠㅠㅠ 때리지 마시어요ㅠㅠㅠㅠㅠㅠㅠ
박ㅈ…
때리지 마시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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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우리 지민이한테 그러지마!!!"
탄소 어디 아픈가? 왜 갑자기 소리를…? (엄청 놀란듯 보인다.)
아 미안 지민아. 나도 모르게 속으로만 생각하던 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모양인듯싶었다.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우는 지민이를 바라보던 것보다 훨씬 더 한심하게 바라보는 민윤기의 눈빛에 황급히 영화관 안을 빠져나왔다.
대충 이런 눈빛이었다.
"탄소야(아) 우리 이제 어디로 가매?"
우느라 띵띵 부은 눈을 비비는 지민이의 물음에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지민이에게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없냐 물었다. 지민이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다주고 싶었다. (어느새 지민이를 만나고 있는 원래의 목적을 잊은 듯했다.)
하지만 지민이가 장소를 말하기도 전에 지민이와 내 사이를 가로막는 민윤기가 있었다. 이제 그만. 여기까지. 더 이상은 안된다며 나와 지민이 앞을 가로막는 민윤기의 행동에 표정을 찌푸린 나는 민윤기를 피해 다시 지민이의 옆에 섰다.
"왜 자꾸 막는 거예요 저번부터?"
"내가 여기까지 허락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해 넌."
"내가 지민이 만나는 게 그렇게 불만이에요?"
"어"
"왜요? 혹시 당신 질투해요? 지민이랑 노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거예요?"
"…"
"아 죄송요 그냥 해본 ㅁ…"
"지민이 계속 만나고 싶어?"
"당연한 거 아니예요?"
"그럼 앞으로 박지민 만나고 싶으면 나도 같이 만나."
"에?"
"너 말대로 질투나니까."
왠지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지민이.
집으로 돌아온 윤기와 지민이의 대화 엿듣기 |
"윤기 동지 요즘 탄소에게(이에게) 관심이 좀 많아진 것 같습네다."
"어…"
"안 그랬잖습네까"
"그냥 주시중이야"
"동지께서 저보곤 탄소 만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네까."
"형 피곤하다."
"그 검은 가방은 뭡네까?'
"너랑 김탄소 지킬 물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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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들이 수상하다 |
오늘은 칼업뎃...?! 여러분 죄송해여... 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버렸어...ㅠㅠㅠㅠㅠㅠㅠ 자까를 벌해주세여 아참 여러분 혹시 보고 싶은 에피소드 있나요? 특별편으로 하나 쓰고싶은데 보고 싶은 에피소드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용! 언제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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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호 닉
ㄱ : 까꿍이 개나리 고나리 공대생 꽁꽁 꽃진 꿀침빵 뀨기
ㄴ : 나의별 넴리 뉸뉴냔냐냔☆
ㄷ : 다름 됼됼
ㄹ : 룬
ㅁ : 모찌한찌민♥ 모찌섹시워더 무네큥 미늉기 멜팅
ㅂ : 박지민다리털 반달 반딥 방소 밤이죠아 복숭아꽃 봄이든 빗 배추 백설탕 빡찌 빰빠
ㅅ : 삼다수 서영 솔랑이 숩숩이 슙비둡비 슙스 슈가소리 샛별
ㅇ : 에너지바 연이 열우봉 옮 우와탄 웃음망개짐니 윤기윤기 은봄
ㅈ : 정국모의고사 쮸뀨 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 짐니야 짐니예뻐
ㅊ : 차차차 참기름 청보리청 췸민
ㅍ : 푸름
ㅎ : 하얀레몬, 현, 흰찹쌀
6 : 616
C: chouchou
R : Remiel
사랑해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