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빨아드린 담배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새빨간 입술을 가진 그녀가 입을 열자 하얀 연기가 앞에 서있는 사람의 시아를 가렸다.
"그쪽이 뭐라 했더라? 다시 한번 말해주겠어?"
"당신 애인 위험해 보이지 않아?"
"내 애인이 위험하던 말던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지? 그쪽은 누군데 나한테 와서 내 애인을 들먹이는 거지?"
"음.. 어쩌면 그쪽보다 그쪽을 더 알고 있는 남자라고 정의하지"
"뭐야 제대로 안 불어? 이거 봐 여자라고 무시하지 말라고 나도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는 여자야 무슨 용무로 나한테 찾아와서는 내 애인에 대해서 말하는 건데"
"뭐... 그쪽도 당신 애인이 뭐 하는지는 모르는 듯 보이는 건 아닌듯하군 몰랐다기보다 같이 하고 있는듯한 느낌도 들고"
"원하는 게 뭐지?"
"나? 그쪽 애인 목숨"
"장난해?"
"설마... 내가 처음 본 여자랑 이런 농담을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러지 마 그러면 내 애인이 질투한다고"
여자의 앞에 서있던 정국은 여자를 향해 한번 웃어 보이고는 뒷주머니에 있던 봉투를 꺼내 여자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냥 한번 배신하고 편하게 사는 건 어때? 이번 건 우리한테 넘겨 그쪽 애인 모르게"
"내가 한다고 할 거 같아?"
"당신 같은 여자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건가?"
"내가 지금 당신이 한말 그대로 내 애인한테 가서 전하면 그게 더 위험한 일 아닌가? 뒷일은 생각도 안 하고 사시나 봐"
"내가? 설마... 여기서 내 제안을 거부하면 내가 뭐 한다고 그쪽을 살려줘 오늘 처음 본 사이잖아 무슨 안면이 있다고 내가 인정을 베풀지? 처음 본 사람인데 그게 더 죽이기 쉽다는 생각은 않드나?"
"이봐 지금 협박하는 거야?"
"협박이라면 협박인가?"
"난 못해 그쪽 보고 그쪽 애인 팔고 오면 돈 준다 하면 그쪽은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뭐? 그쪽은 애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구나"
"아니 일단 판다고 말해보고 뭐 하는지 봐야지 그리고 팔려는 놈을 잡아서 죽여야지 그리고 내 애인은 내가 당연히 데려와야 하고 지켜줘야지"
"..."
"그리고 뭐 내 제안을 거부하면 어떻게 한다고 예고까지 했는데 이러는 거 보면 정말 그 남자 사랑하나 봐"
"어 사랑해 그리고 나도 내 몸 정도는 지킬 수!!"
여자가 그대로 일어나 총을 꺼내려는 순간 문틈에 몸을 기대고는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태형이 자신의 총으로 여자의 심장부를 저격했다.
'탕' 하는 짧고 둔탁한 소음이 울렸고 여자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질질 끌어서 뭐 하려고 그냥 빨리 해결해 어차피 죽일 거 아니었어?"
태형의 물음에 정국은 그렇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은 사늘하게 식어가는 여자의 시체를 잡아올려서는 태형과 자신이 타고 왔던 차의 트렁크에 실었다.
차에 여자의 시체를 싣고는 자신들이 살고 있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차는 멈추었다.
한적하기 그지없는 숲 근처인 듯 보였다.
처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풀 내음에 태형은 크게 숨을 들어 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왜요? 좋아요?"
"응 좋아 이런 곳"
태형이 좋아하는 모습에 정국은 흐뭇하게 웃어 보이고는 여자의 시체를 실었었던 트렁크를 열어 여자의 시체를 업고는 집으로 추정되는 한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정국은 오두막 한쪽이 비밀스럽게 만들어져있는 철로 만들어진 은빛이 도는 문을 열었다.
마치 이곳은 수술실을 연상시키는듯한 모습이었다.
어두운 방 속을 밝히는 두어개의 조명만이 천정에 대롱대롱 달려있었으며
은빛이 돌고 있는 철로 만들어진 테이블은 언제 흘러내렸을지 모르는 피의 자욱들만이 남아있었다.
정국은 그곳 위에 여자를 눕혔다 그러고는 옆 테이블에 누워있는 시체를 한번 바라보았다.
"아.. 저거 해결했어야 하는데"
정국은 이 말을 끝으로 여자의 옷을 벗기고는 옆쪽에 놓여 저 있는 수술용 칼을 집어 들었다.
수술용 칼로 여자의 배를 가르고는 이것저것 살피던 정국을 알았다는 듯이 칼이 놓여 저 있던 테이블에 있는 수첨에 몇 글자를 적고는 구석에 있던 하얀 천을 가지고 와서는 여자와 옆에 누워있던 시체를 감싸서는 수레에 올려서는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정국이 집 밖으로 나오자 태형은 이미 준비를 다 해놓은 것인지 저 뒤쪽으로 보이는 숲 속에 사람이 서너명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을 파 놓았다.
"와... 엄청 깊게 팠는데요?"
"재미있었어"
"흙 파고 있던 거가요?"
"아니 그냥 여기서 있는게 말이야 지금 우리에게 아무일도 없는듯한 느낌이 들잖아"
"그래요?"
정국은 태형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그대로 수레에 담겨있던 시체를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시체가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자 눈에 보일 정도로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흙먼지가 좀 가라앉고는 태형과 정국은 옆에 파 놓았던 흙을 위에 덮었다.
그러고는 흙을 다 덮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작은 묘목을 그 위에 심었다.
묘목까지 심고 흙을 모두 덮고 나서 태형은 오두막 근처로 후다닥하고는 달려가서는 양동이에 물을 담아서는 들고 와 작은 묘목이 있는 그 위에 물을 뿌렸다.
"잘 자랄 거 같아요?"
"음.. 아마도? 잘 자랄듯싶은데"
태형이 물을 뿌려둔 그 자리를 발로 꾹꾹 밟으면서 태형의 눈을 쳐다보면서 사랑스럽게 웃어 보였다.
"이제 형이 할 일만 남은 거 알죠?"
"응... 알아 ㅇ..아니 그런데 여자가 키가 이만하면 의심할 거 같은데"
"아니에요 형 그 여자 형보다 컸으면 컸지 절대 작지는 않았어요"
"아니 그럼 이 여자 애인은 무슨 키가 백구십이라도 된다냐? 무슨 여자가 키가 거의 백팔십이야"
"어차피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빨리 형은 옷부터 갈아입으시고"
"아.. 아이씨 알았어"
태형은 여자가 입고 있던 옷과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갈아입고는 정국의 앞에 앉았다.
자신의 앞에 태형이 앉자 정국은 차에서 검정 가방 하나를 들고 오더니 그 가방을 열어 그 속에 들어있던 여자의 얼굴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실리콘 덩어리를 꺼내들었다.
정국은 그 실리콘 덩어리를 들고는 태형의 얼굴에 작은 용기에 담겨있는 투명 색의 액체를 두어 번 뿌리고는 바로 그 실리콘 덩어리를 태형의 얼굴에 얹었다.
실리콘 덩어리는 태형의 얼굴에 안착되었고 모르는 사람이 태형을 본다면 그 여자가 살아있다고 생각할 만큼 매우 흡사했다.
태형은 자신의 얼굴을 두어번 만져보고는 정국이 주는 가발을 집어 들고는 자신의 머리에 썼다.
지금 태형의 모습은 지금은 차가운 땅속에 묻혀있는 여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형 그럼 빨리 갈까요?"
"그래 빨리 해결해버리는 게 맘 편하지"
그렇게 둘은 다시 차에 몸을 실었고
차는 숲을 떠나 도시 쪽을 향해 흙먼지를 가득 끌며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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