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크 컬러 버스 (Take color verse)
: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신의 머리카락이 상대의 머리카락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머리 끝부분부터 위로 올라오듯이 물든다.
+추가 설정
물든 부분은 잘라도 다시 끝부분부터 물들기 때문에 오래 숨길 수 없으며,
염색을 한다 해도 물든 부분을 원래 머리색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입술이 맞닿았을 때 원래의 머리색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랑이 식으면 윗부분부터 밑 부분으로 점차 원래 색으로 돌아온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와 춤 빼곤 거의 관심이 없었다.
주변에서도 넌 그래가지고 연애는 해 보고 죽겠냐, 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
춤도 잘 추진 못했다. 보는 걸 좋아할 뿐.
그래서, 반강제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조용히 지내다 졸업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를 처음 보고서 처음 떠올랐던 건,
머리색이 참 특이하네.
이것뿐이었다.
그 이상으로는 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런데,
그랬었던 내가 바뀌기 시작했다.
染 ; 물들임
01
"야 김탄소, 한 번만 같이 가줘. 딱 한 번만. 응?"
"... 오늘 배운 거 복습해야 하는데."
"아, 진짜! 우리 학교 시험 다 끝났거든?"
"... 알았어, 알았다고."
그렇게 내가 전학 오고 나서 꽤 친해진 지민이에게 끌려, 근처 축제에 가게 되었다.
옆에서 들떠있는 지민이가 무슨 말을 하든, 들리지 않았다.
그저 그때는 끝나는 대로 집에 가 책을 펼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내가 너를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귀찮음을 잔뜩 단 얼굴로 지민이를 따라 공연장 쪽으로 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야, 이거 봐. 네가 좋아하는 댄스 공연도 있어.
옆에서 나를 툭툭 치며 공연 순서를 얘기하던 지민이의 말을 듣곤 초롱한 눈으로 무대 쪽만 바라보던 중,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발신자를 확인하며 지민이에게 말했다.
"... 아, 지민아.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여기서 받지, 시작하기 5분 전인데."
"아니, 너무 시끄러워서! 금방 갔다 올게."
그 말을 마치곤, 전화가 끊길까 싶어 급하게 전화를 받으며 공연장에서 나왔다.
고개를 숙여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발 장난을 하며 전화를 받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날 툭 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중심을 잃어 휘청거렸다.
그런 나를, 다른 누군가가 잡아주었다.
팔을 잡는 느낌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또래 남자아이 같았다.
여름인데, 꽁꽁 싸매고도 왔네.
모자에다 마스크라니... 안 더운가.
그 아이를 쳐다보며 갖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아이가 입을 열어왔다.
"조심."
"네? 아, 아... 감사합니다."
나보다 큰 키에 모자를 쓰고는 꽤 중저음으로 짧게 두 글자를 말하던 너에 당황해 어버버하며 대답했다.
그때 그 아이의 친구로 보이는 아이가 너를 불렀던 것 같다.
김태형, 빨리 와.
꽤 시끄러웠던 터라 제대로 듣지도 못했는데.
어두웠던 데다,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얼굴도 모르고.
그때 이름이라도 알아 둘 걸.
어벙한 내 반응이 우스웠는지 너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조심하고 다녀요."
"... 네."
그 말을 마치곤 그 아이는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 왜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까.
분명 처음 본 사람이야, 정신 차리자.
그 때 이곳에서 그 아이를 보았을 때,
그 아이가 너인지도 몰랐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너와 내가 내 마음속에서 서서히 마주보기 시작하고 있었겠지.
그렇게 한참 동안을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 끊긴지 오래인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 내가 당하고도 무슨 상황인지.
그런데, 나 지민이한테 금방 오겠다고 한 것 같았는데.
잔소리할 지민이가 눈에 훤해 복잡하게 엉켜있던 생각을 정리하고는 휴대전화를 꼭 쥐고 공연장으로 뛰어갔다.
...아, 시작해버렸네.
왜 하필 댄스 공연이 첫 순서래, 처음부터 보고 싶었는데.
"야, 너 금방 온다며! 시작한 지가 언젠데."
"어, 어... 미안."
무대만 바라보고 있다 내가 오자 예상대로 고개를 돌려 잔소리를 시작하는 지민이에 무대로 시선을 옮긴 채 사과했다.
그렇게 무대를 훑어보던 중,
유독 내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 헐."
"뭐야, 왜 저래. 쟤네 중에 보고 반한 애라도 있냐?"
"저쪽에, 저 빨간 머리 누구야...? 진짜 멋있어."
"뭐야, 너 김태형 몰라?"
"... 모르는데."
"... 김탄소,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그렇지. 쟤 우리 학교 댄스동아리 부장에다가 춤도 잘 추고, 잘생겨서 완전 잘 나가는 애잖아."
"... 아, 그래? 난 처음 보는데... 아무튼, 지민아. 쟤 춤 진짜 잘 춘다, 그치..."
"내가 더 잘 추거든."
박지민의 말을 대충 무시하곤 다시 무대 위의 그 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주변에서는 그 아이를 보며 이름을 부르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다.
... 와, 진짜 인기 많나 봐.
학교 축제도 아니고 지역축제인데.
아, 그런데 아까 눈 마주친 건 기분 탓 인가.
웃어준 것 같은데.
그래, 기분 탓이겠지.
아무튼, 이게 첫 만남이었다.
너와 내가 처음 마주한 날,
다시 말하면 내가 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날.
... 조금 더 정확히 말한다면,
내 시선의 시작과 끝이 항상 너에게 머무르기 시작하게 된 날.
이때까지는 이때가 너와 나의 첫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평소대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때 즈음,
교실문이 열림과 동시에 너를 다시 한 번 마주했다.
-
독방에서 그냥 그렇고 그런 태형이가 보고 싶어서 써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길래 안 오면 안 될 것 같아서 왔습니다. (빼꼼)
아 참. 제목 추천해주신 탄소 고마워요!
근데 글 진짜 못쓰는데 어떡하지. 괜찮나요 글...?
독자님들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나 싶어요.
아무튼,
적화로 인사드릴게요. 잘 부탁드려요, 독자님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