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크 컬러 버스 (Take color verse)
: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신의 머리카락이 상대의 머리카락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머리 끝부분부터 위로 올라오듯이 물든다.
+추가 설정
물든 부분은 잘라도 다시 끝부분부터 물들기 때문에 오래 숨길 수 없으며,
염색을 한다 해도 물든 부분을 원래 머리색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입술이 맞닿았을 때 원래의 머리색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랑이 식으면 윗부분부터 밑 부분으로 점차 원래 색으로 돌아온다.
꽃의 뿌리는 겉보기엔 약해 보이지만,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버티기만 할 뿐.
그리고 너를 처음 마주한 날부터
너의 머리색을 꼭 빼닮은 붉은 꽃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기 시작할 때 즈음.
나는 그 싹을 억지로 자르려 했었다.
染 ; 물들임
03
그렇게 네가 나가고 난 지 10 분 후.
... 분명 책을 보려고 펴 놓긴 했는데, 왜 글자는 눈에 안 들어오고 네가 준 막대사탕만 보이는 걸까.
책에 시선을 둬도 자꾸 네가 준 사탕으로 돌려지는 시선에 오늘은 예습하긴 글렀다, 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찬찬히 너의 이름을 떠올렸다.
... 김태형.
이름도 진짜 예쁘네.
턱을 괴고 책 옆에 두었던 막대사탕을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 미쳤어, 김탄소. 전학생이라 잘 해주는 거겠지.
걔가 말했잖아 방금. 그냥 처음 보는 거라서 주는 거라고.
네가 줬던 막대사탕을 손바닥 위에 놓고는 만지작거리다 주머니에 대충 넣고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진갈색 사이, 너의 머리색을 닮아 가고 있는 머리카락이 보였다.
... 어째 그때보다 더 위쪽으로 올라와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저번보다 붉은색이 한 1센치 정도... 더 올라온 것 같기도 하고.
어떡하지. 담임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 텐데.
아무래도 지금 이거 조금 가리려고 미용실 가는 건 돈 낭비인 것 같으니까 자르는게 맞겠지.
이대로 둬서 혼나는 것 보단 나으니까.
박지민 사물함에 가위가 있었던가.
정리는 안 해도, 별의별 것을 다 챙겨 사물함에 넣어두고 다니던 게 생각이 나 박지민 사물함 앞으로 가 문을 여니 예상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아, 정리 좀 하고 살아 진짜.
대충 정리를 해주곤 가위와 공책을 꺼내 교실에 하나씩은 걸려있는 거울 앞에 섰다.
... 나 머리 기르려면 오래 걸리는데.
내 머리 진짜 왜 이러는 걸까, 진짜 궁금하다.
아 몰라. 자르면 없어지겠지.
싹둑-
대충 늘어뜨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앞으로 내어 붉게 물들어 있는 부분을 잘라내었다.
아, 아까워. 어떻게 기른 건데.
붉은 머리카락이 받치고 있던 박지민의 공책 위로 작은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조금 뒤 복도가 시끄러워지는 것 같아 박지민의 공책을 쓰레기통으로 기울여 잘랐던 머리카락을 대충 버린 뒤 사물함에 가위와 공책을 넣고 자리로 가 앉았다.
박지민도 이쯤 되면 친구들과 함께 도착했기 때문에 당연히 박지민인 줄 알았다.
교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교실에 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고개를 들어 박지민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떼려 했던 입을 다시 다물었다.
대체 왜 내 눈에는 박지민이 아닌, 네 친구들과 웃으며 들어오는 네가 보이는건데.
이것도 헛것이야 혹시?
너 분명 결석 처리 안 되려고 잠시 온 거라며. 행사 뛰러 가는 줄 알았는데.
좀, 예고도 없이 그러지 말라고.
네 얼굴 볼 마음의 준비 같은 건 해야 할 거 아니야.
멍한 얼굴로 친구들과 웃으며 교실에 들어오는 너를 쳐다봤고,
너는 친구들과 웃다 날 보고는 어, 김탄소. 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너 아까 결석 안되려고 잠시 온 거 아니었어...?"
"아, 그거. 나 행사가 미뤄져서 오늘은 수업 들으래."
"... 아, 그렇구나."
"또 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볼 줄은 몰랐네."
"... 그러게. 나도 또 보게 될 줄은, 헐."
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난 아니라고.
그래도 싫진 않네.
그 때 축제에서 봤던 애가 너라는 것만으로도 좋은 걸.
그렇게 생각하며 너의 말에 답을 하던 도중, 갑자기 마음에 두고 있던 말이 나왔고 나는 놀라 다급하게 입을 막았다.
그러자 너의 친구들은 뭐야. 무슨 사인데 너네. 하며 김태형과 나에게 조잘조잘 물어왔고 나는 빨개진 얼굴로 그런 거 아니라며 대충 수습하려 했다.
상황을 수습하려 혼자 애쓰고 있는 사이, 교실의 빈자리들이 점점 채워지기 시작했고 나를 보며 말없이 서 있던 네가 다시 입을 열어왔다.
"왜."
"난 또 보게 되서 좋은데?"
"축제에서 본 애 학교에서 다시 볼 줄은 생각도 못했어, 나."
야, 뭐라 하지 마. 나도 잘못 말한 거야. 김태형 당황했겠지. 어떡해, 미안하다 사과할까? 김탄소, 그 입 좀 조심하라고 진짜.
별생각을 다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너의 말을 듣던 도중, 분명 지금쯤 예상대로 나에게 뭐라고 해야 할 너가 조곤조곤 말하고 있는 걸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올려 너를 쳐다봤다.
... 너 방금 뭐라고 했, 아니 너 그말 진심이야?
또 보게 돼서 좋다는 식으로 말한 거 맞지,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서 몰랐잖아.
너의 친구들도 벙찐 표정으로 너를 보다 좋은 시간 보내라며 자기 자리로 찾아가 앉았고,
나는 열이 올라온 얼굴로 너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야, 근데 너 얼굴 진짜 빨갛다."
"... 아, 아니거든. 안 빨갛거든? 더워서 그런 거야."
"뭐래, 엄청 빨개. 뭐 홍조 그런 거야? 막 자두, 이런 것 같다."
계속 나를 쳐다보며 신기하다는 듯 말하는 너에, 차마 너 때문이라고 말은 못하고 둘러댔다.
그래도 계속해서 물어오는 너에 빨리 자리로 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너의 등을 앞쪽으로 떠밀었다.
"... 몰라, 아니니까 자리로 가. 선생님 오실 시간 다 됐어."
"야, 내 자리 저쪽 아니거든? 네 옆자리라고."
"... 에?"
뭐래, 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네 자리로 가라니까.
내 옆자리를 한 손으로 툭툭 치며 얘기하는 너에 너를 한 번 올려다보고는 주위를 둘러보니 진짜 내 옆자리 빼고는 빈자리가 없었다.
... 아니, 여기 분명 담임선생님이 동아리 때문에 자주 빠지는 애 자리라고...
... 아, 그게 너였구나.
내 옆자리가 네 자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멍한 얼굴로 너의 눈을 다시 마주하니, 내 옆으로 와 가방을 걸고 자리에 앉는 너였다.
"아무튼 오늘 하루 잘 부탁해, 김탄소."
"... 어, 응. 나도."
그 말을 끝으로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선생님이 뭐라고 말하던 너는 들리지 않는 듯 턱을 괴고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 너에 나는 어디에다 눈을 둬야 할지 몰라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 칠판만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
그러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지민이가 뒤돌아서 나를 쳐다봐 나는 어색하게 웃어주었고,
담임 선생님이 나와 박지민을 보고는 교탁을 치며 말했다.
"박지민, 김탄소. 중요한 전달사항이니 잘 듣도록 해라."
"자, 다들. 우선 본교에서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댄스동아리처럼 댄스에 관련된 것들은 모두 중요시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이번에 있을 도대회에 참가하는데, 작년과 다르게 인원이 최소 9명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댄스 동아리 7명에서 우리 반 학생 2명 이상을 더 추가해 참가하기로 했는데, 혹시 희망하는 학생 있나."
"여학생이던, 남학생이던 상관없다고 하던데."
"대회 날짜는 정확히 한 달 반 정도 뒤라고 들었다."
우리 학교 댄스동아리라면, 내가 그때 축제에서 봤던 무대만 해도 진짜 잘 추는 아이들만 모아 놓은 것 같았는데.
댄스동아리에 여자애 한 명도 진짜 잘 추던데... 나도 그 정도로 췄으면 당장 한다고 했지.
그리고 난 전학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뭐, 설마 시키겠어.
반 아이들을 훑어보는 담임선생님의 시선을 피해 바닥만 보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참가할 학생 없는가."
"야, 김탄소."
그때 옆에서 김태형이 나에게 작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말없이 턱을 괴고 나를 보고 있는 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 대회 참가한다고 해."
"... 뭐래...!"
얘가 뭐래 지금, 나 춤 진짜 못 춘다고. 폐 끼친단 말이야.
갑자기 생각도 못 했던 말을 하는 너에 당황해 소리를 높였고, 모든 시선은 나에게로 쏠렸다. 물론, 박지민도 나를 쳐다봤고.
"김탄소, 신청하는 거냐."
"네, 네...? 아니요, 절대 아닌데요."
어버버 하며 대답하는데, 갑자기 김태형이 손을 들며 말했다.
야, 너 조용히 해 제발.
"쌤, 김탄소가 한다고 했는데요."
"야...!"
"잘 생각했다, 마침 짝도 댄스 동아리이니 잘 배워 좋은 결과 얻길 바란다. 또 참가 희망하는 학생 한 명은 교무실로 찾아오도록. 그럼 이상."
그 말을 끝으로 선생님은 교실을 나가셨고, 나는 선생님이 나가신 교실 문만 쳐다보다 너를 째려봤다.
"너, 진짜...! 안 할 거라니까."
"가르쳐 줄게. 한 달 반이나 남았어."
"그래도, 나 춤 진짜 못 춘단 말이야. 폐 끼치면 어떡해."
"그런 거 상관없어, 열심히만 하면 돼."
"... 말이 쉽지."
한숨을 쉬곤 대충 엎드려 눈을 감았다.
뭐, 그래도 너랑 같이 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거니까. 그건 좋네.
어쩌면, 김태형이 저렇게 말한 게 나한텐 더 좋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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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화입니다.
원래는 10시쯤 올리려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오게 되었네요.
(반성)
브금찾다가 마음에 드는 건 없고, 글은 올려야겠고 해서.. 부랴부랴 왔습니다.
아무튼 드디어 탄소가 댄스 동아리에 잠시 들어가게 되죠!
네... 일단 들어 가긴 했는데...
사실 그 뒤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는 아직 제대로 구상을 안 해놨습니다^ㅁ^...
암호닉은 사실 귀찮아서... 내일 정리 하려고요. (죄인)
그럼 다들 읽으시고 제 꿈 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