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w. 이후
죽음은 사랑을 생생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서로 헤어져야 한다.
부모건, 친구건 언젠가는 모두 죽고 헤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은 더욱 소중하다.
잃을 수 있는 것이기에 마주하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고 절절하지 않은가.
진정 사랑하고 싶다면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 中
물속으로 가라앉는 차.
차창 틈으로 강물은 막을 새 없이 빠르게 비집고 들어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은 목까지 차올랐고 벗어나려는 움직임조차 없다.
희미한 정신 속에 눈을 가늘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며 물에 잠긴다.
하얀 방, 하얀 침대, 하얀 옷, 하얀 피부.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시계와 창밖을 번갈아 바쁘게 눈동자를 굴린다.
변화 하나 없는 표정이지만 은근 애타는 모양.
그때 창 바깥으로 길에 세워진 차 한 대를 보고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쉰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침대 앞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윤기야, 나 왔어요.
…어, 왔어?
익숙한 듯 도착하자마자 주변 물건을 정리하는 남준.
말 없이 그의 모습을 두 눈에 담는다.
방 안을 정리하던 그는 침대 옆에 정신없이 어질러진 과자봉지와 남은 부스러기를 발견하고는 깊은 한숨을 뱉는다.
형, 내가 과자 먹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그리고 입맛 없다고 또 밥 안 먹을 거잖아요.
병원밥 맛없어.
그래도 먹어요. 오늘은 다 먹는지 제가 지켜볼 거예요.
…….
안 먹고 뭐 해요.
아, 안 먹을래.
죽이랑 눈싸움 하나. 죽은 눈 없는데. 밥상을 앞에 놓고 눈싸움하는 윤기를 보고 남준은 생각한다.
남준이 쳐다보든지 말든지 윤기는 일그러진 눈썹과 함께 짜증 섞인 눈빛으로 죽을 노려본다. 입술은 삐죽.
반도 안 먹었잖아요. 빨리 먹어요.
입맛 없어.
그러게 왜 과자를 먹었어요. 숟가락 들어요 빨리.
아씨….
하…. 숟가락 줘요.
아까 과자를 먹은 탓인지 입맛 없다고 투정을 부리는 윤기.
남준은 옆에 앉아 지켜보다 결국 못 참고 그의 숟가락을 뺏어들다시피 가져간다.
왜.
아, 해요.
…….
밥 한 숟갈 떠서 윤기의 입에 들이밀지만 정말 먹기 싫은지 끝까지 입을 안 연다.
빨리 입을 벌리라는 듯이 숟가락으로 가볍게 윤기의 입술을 톡톡 건드리는 남준.
빨리 아, 해요. 아-
…아-
마지못해 눈을 질끈 감고 입을 벌린다.
찡그린 눈썹과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입을 벌려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심통 난 토끼 같아 보여 괜스레 웃음만 나온다.
왜 자꾸 쳐다봐.
아, 아뇨. 아무것도.
그의 머릿속은 윤기가 예쁘다는 생각만 가득 차버린다.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막상 그 말을 뱉으려니 어렵다.
끝끝내 그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얼굴만 새빨개진다.
남준을 따라 함께 대형마트에 카트를 끌고 온 윤기.
오랜만에 보는 인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남준의 옷소매를 꼬옥 쥐고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아니, 끌려다닌다가 더 가깝겠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둘러볼 때쯤,
윤기는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차림이 은근히 다른 사람들의 눈을 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준아, 나 환자복 입고 다니기 쪽팔린데.
괜찮아요.
안 괜찮아.
내 눈에만 예쁘면 됐죠.
계속해서 조그마한 목소리로 툴툴대자, 남준은 작게 웃으며 자신이 입고 있던 회색 후드집업을 윤기에게 직접 입혀준다.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며 따라 함께 올라가는 시선 끝에 그는 윤기의 눈에 멈춘다.
이제 됐죠?
어……. 아마도.
그에게는 딱 맞던 옷이 윤기에게는 소매가 남는다. 손끝만 꼼지락꼼지락.
방금 전까지 그가 품던 체온이 미약하게, 미지근하게 몸을 감싸 안는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둘이 나란히 걸으며 카트를 민다.
사담 |
안녕하세요. 이후입니다. 전에 글 하나 올려 놓고 몇달동안 소식이 없었죠 ㅋㅋㅋ 물론 저를 기다린 분이 없을 것 같지만.. 팍팍 여러 글을 쓰고 싶은데 필력도 딸리고, 시간도 없고, 소재만 엄청 쌓아뒀어요. 글이 매일 써지는게 아니라 필이 딱 올 때 파바박 쓰는 편이라.. 어찌됐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下편으로 다시 올게요!
+ 가장 중요한 걸 빼먹었네요. 맨 위에 올렸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