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크 컬러 버스 (Take color verse)
: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신의 머리카락이 상대의 머리카락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머리 끝부분부터 위로 올라오듯이 물든다.
+추가 설정
물든 부분은 잘라도 다시 끝부분부터 물들기 때문에 오래 숨길 수 없으며,
염색을 한다 해도 물든 부분을 원래 머리색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입술이 맞닿았을 때 원래의 머리색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랑이 식으면 윗부분부터 밑 부분으로 점차 원래 색으로 돌아온다.
너는 항상 그랬다.
아주 이른 시간에 교무실에서 얼굴만 비추고 가거나,
아니면 아예 보이지 않거나.
그런 네가 미웠다.
같은반이어도 교실에서 너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었으니까.
染 ; 물들임
02
나는 항상 일찍 학교에 가곤 했다.
부모님 차를 타고 등교하자고 하던, 지민이가 같이 등교하자고 하던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등굣길이 조용할 때에 혼자 걸어 학교에 일찍 도착했었다. 그게 더 편하기도 했고.
그리고 오늘은 평소보다 더 일찍 도착해 아무도 와 있지 않은 교실로 와 수업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1교시가 뭐였지, 문학이었던가.
그렇게 책을 챙기던 중, 복도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 이 시간에 오는 애가 있었나.
없었던 것 같은데.
아침에 내가 오고 나서 20분 정도 뒤에야 반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누굴까 싶어 책을 들고 교실문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교실 문이 열렸다.
드르륵-
"... 어, 뭐야."
"... 헐."
잠시만.
얘 그때 축제에서 봤던 그 남자애 아니야?
막대사탕을 물고 휴대전화를 보며 들어오는 너를 보는 순간, 들고 있던 책을 놓칠 뻔했다.
놓칠 뻔한 책을 꼭 안은 채로 기억을 되새기다 그때 박지민이 우리 학교 댄스 동아리 부장이라고 말했던 게 스쳐 지나갔다.
...에이, 아니야. 설마. 내가 이제 헛것도 보이나.
그런 애가 나한테 말을 걸 리가 없잖아.
책을 든 채로 멍하니 고개를 들어 너의 시선을 맞췄을 때, 넌 내 명찰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어주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너 그때 축제에서 나 봤던 애 맞지."
"학교에선 처음 보는 얼굴이네."
"전학 왔다는 애가 너였구나. 행사 때문에 바빠서 며칠 전에 들었어."
"난 김태형이고."
"근데, 너 전학 온 지 얼마 안 됐다며."
"... 어, 응..."
나를 빤히 쳐다보다 갸웃거리며 묻는 너에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든 귀에 들어오지도 않아 대충 답을 했고,
...뭐야, 헛것 아니었어?
진짜 박지민이 말했던 걔라고?
답을 하고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얼빠진 얼굴로 계속 입을 움직여대는 너를 쳐다볼 뿐이었다.
"염색은 외부 행사 때문에 댄스동아리만 허용되는 거, 담임한테 못 들었냐?"
"뭐, 염색해서 혼 나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닌데."
"투톤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그게 뭐냐."
"..."
"좀 귀엽네, 전학생?"
...얘가 우리 반이었구나. 진짜,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염색 타령이야, 내 머리가 뭐 어때서 그러지.
너의 말에 콩닥거리는 심장으로 계속 너를 바라보다 아무 생각 없이 평소대로 늘어뜨린 진갈색 머리칼을 내려다봤을 때,
분명 진갈색이어야 할 부분이 너의 머리색으로 바뀌어 있는 걸 보고는 놀라 토끼눈을 하고 급한 대로 손으로 머리를 묶는척했다.
내 반응을 보고는 너는 물고 있던 사탕을 들고 웃기 시작했다.
... 난 염색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러지. 이런 적 없었는데.
그것도, 머리끝에 아주 살짝.
... 어디 아픈 건가.
복잡한 생각에 멍해있다 웃는 널 살짝 째려봤더니, 너는 다시 사탕을 물었다 빼며 말했다.
"아, 미안. 그래서, 그 머리. 어쩔 건데."
"왜, 어차피 머리 너무 길어서 자르려고 했었거든? 잘 됐네, 뭐...!"
"뭐, 그럼 됐고. 근데 너 내 머리색이랑 똑같네. 우연인가."
"... 그, 그러게...!"
"아무튼, 또 보자? 난 결석 처리 안 되려고 잠시 온 거라."
"어, 어... 잘 가."
"아, 그리고 이거."
교복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 나에게 받으라는 눈치로 던지는 너에 두 손을 펼쳐 네가 던지는 무언가를 받아 꼭 쥐었다.
뭘까 싶어 손을 펼쳐보니, 손 위에는 네가 물고 있는 막대사탕과 똑같이 보이는 막대사탕 하나가 놓여있었다.
에, 이걸 왜 나한테. 먹으라고 주는 거야, 지금?
손을 펴 사탕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눈을 깜빡깜빡 거리니 네가 성큼 다가왔다.
야, 다가오지 마.
떨린단 말이야.
"그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맛인데."
"그냥 너 처음 본 날이라서 특별히 주는 거다?"
"아무나 안 주는 거야, 맛있게 먹어."
"... 어, 고마워. 잘 먹을게!"
내 말이 끝나자 너는 싱긋 웃어주고는 간다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런 너에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거 지금 꿈 아니지, 진짜 나 전생에 큰일 했나 봐.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 이걸..
네가 교실문을 나가고 난 후, 네가 주고 간 막대사탕만 바라보았다. 지금 그러니까, 상황부터 정리해보자 김탄소.
내가 박지민한테 끌려서 축제에 갔지, 저번에. 그리고 축제에 가서 누구한테 부딪혔는데 누가 날 잡아줬고, 그때 무대에서 김태형을 봤었지.
그런데 방금 우리 교실에 왔다가 나한테 말 걸고 사탕까지 준 것도 김태형이다, 이 상황인 거지 지금?
... 어라, 근데 뭔가 좀 이상한데.
그때 부딪혔을 때 잡아준 애랑 방금 왔다간 너랑 목소리가 많이 비슷, 아니다. 완전 똑같았어.
...와, 이 정도면 운명으로 이어진 만남 뭐 그런 거 아닌가.
뭐 어쩌겠어. 운명 같은 건 안 믿었었는데, 이제부터 믿어야지.
운명 덕분에 너도 이렇게 다시 보게 되고.
그래서 내 머리는 어떡하면 좋지. 잘라야 하나.
아니다, 염색하면 덮어지겠지 뭐. 자르긴 싫으니까.
여전히 진정할 기미가 없어 보이는 심장으로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하다 너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봄에 벚나무가 만개하듯, 내 마음에도 너의 머리색을 닮은 붉은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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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적화입니다.
2화 갖고 왔는데, 어떠신가요.
역시 글 쓰는 건 힘들어요...
쓰다가 중간에 날라가서 겨우겨우 다시 썼습니다.
1화 다시 읽어보니까 분량도 적은 것 같고 그래서 반성하면서 늘린다고 늘린건데 거기서 거기네요.
(다시 반성한다)
아 그리고, 암호닉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나중에 따로 공지 올리도록 할 거지만 여기다 남겨 주셔도 괜찮아요!
1화에 신청해주신 분들은 암호닉 정리 중이니 공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공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