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신부
특별편
꽃다운 나이 열아홉, 나는 지금 내 생애 마지막 여행을 왔다.
그냥 평범한 여행도 아닌
자살 여행
"유감이지만 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어린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말이었다.
내가 가장 슬픈 것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날에
함께 슬퍼해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열심히 살았다.
애미애비 없는 년이라는 소리가 너무나도 듣기 싫어서
더욱 독하게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부질 없는 짓이었다.
차라리 하고 싶은 거나 마음 껏 하다가 죽을 걸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내가 향한 곳은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괜히 사람 많은 곳에서 죽어서 떠들썩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에 도착하니 조금이나마 삶에 미련이 남았다.
왜 죽을 날이 오니깐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는지.
야속하기만 했던 세상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푸른 나무들 아래에서 은은한 풀내음을 맡으며 계속 걸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딱히 짐도 들고 오지 않은 탓인지 별로 힘이 들지 않았다.
"등산이나 할까"
"꽤 힘드네..."
정처없이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깊은 산 속까지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 위로 물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처음에는 툭툭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 비였다.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미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미 되돌릴 수도 없기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을 찾던 중 커다란 나무 밑으로 몸을 피했다.
완전히 비를 막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떨어지는 빗방울을 모두 맞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대로 저체온증으로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몇 시간 째 계속 되는 거센 비에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점점 손 끝과 발 끝의 혈색이 창백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바들바들 떨었을까, 해가 점점 저물 때 즈음
눈이 점점 스르륵 감겨졌다.
이렇게 죽는 건가
바스락-
응?
정신이 희미해져 가기 시작할 때 근처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렸다.
....저거 늑대지?
희미한 정신을 부여 잡고 앞을 보니 왠 은색 털을 가진 늑대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원래 늑대가 저렇게 큰가.
마치 호랑이로 착각할 정도의 크기였다.
아, 아프게 죽긴 싫었는데
귓가를 파고드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어... 뭐지"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것을 보니 아침인 것 같았다.
가만히 볼에 손을 올려 가볍게 꼬집었다.
아팠다.
어- 나 아직 안 죽은 거야?
아니면 천국?
한참 어리둥절하게 있다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내가 무언가에 안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늑대의 품 속에 파묻혀 있었다.
나는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늑대도 잠에서 깬 건지 기지개를 키며 크게 하품을 했다.
그러곤 귀를 쫑긋하며 나를 바라보는 늑대였다.
이렇게 보니 좀 귀엽게 생긴 것 같기도 하고
"...네가 나 살려준 거야?'
아마도 이 늑대의 품에 안겨있지 않았다면 나는 저체온증으로 이미 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었다.
나는 늑대를 향해 손을 천천히 뻗었다.
내가 천천히 늑대의 은색 털을 쓸어내리자
늑대는 기분이 좋은지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은색 털들이 아름다웠다.
너는 내가 죽는다면 슬퍼해줄까
늑대는 내가 산 속을 누빌 때마다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가끔씩 산짐승이 나타날 때마다 쫒아내주기도 하고
힘들 땐 나를 등에 태워주기도 했다.
차라리 이 늑대와 함께 이 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산 속을 누비다가 내가 지친 걸 알았는지 늑대는 다시 자신의 등에 나를 태웠다.
늑대의 등을 타고 산 속으로 들어가면 갈 수록 산 속의 분위기가 낯설어졌다.
뭔가 더 신비롭고
영롱한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외국 영화에 나오는 숲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늑대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바로 꽃밭이었다.
푸른색과 보라색의 꽃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와... 예쁘다"
"고마워, 이런 곳에 데려다줘서"
나는 늑대와 함께 꽃밭에 앉았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갑자기 죽음이 두려워졌다.
"네가 아니였다면 이런 것도 보지 못하고 추위에 떨며 죽었겠지"
"너를 조금만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말할 친구나 가족이 없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건데"
"나 이제 죽는대"
"나쁜 짓 하나 안 하고 그렇게 죽도록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 곧 성인이 되어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까 했는데"
"나는 원래 비참해지기 위해 태어났나봐"
"신은 참 야속하다 그치?"
"널 만나기 전까지는 그냥 덤덤히 죽음을 받아드리려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무서워"
"죽기... 싫어"
볼에서 눈물이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늑대는 이런 나를 위로라도 하듯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레 핥아낼 뿐이었다.
나는 늑대의 품에 파묻혀 눈물을 터뜨렸다.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기다렸다는 듯이 펑펑 흘러내렸다.
그때, 갑자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애기야, 다 울었어?"
"ㅇ,어? 누구세요...?"
"섭섭하네 방금까지 나한테 안겨서 울었으면서"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을 걸?"
"그... 신 막 그런 거에요?"
"음... 그렇게 생각하면 편할 수도? 난 죽지도, 아프지도 않으니깐"
"아...."
"죽기 싫다고 했지?"
"...."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알려줄까?"
"...뭔데요?"
"네가 내 신부가 되는 것"
"....네?"
"어때? 이렇게 영원히 나랑 함께 할래?"
"...."
늑대, 아니 그는 부드럽게 내 입술을 덮쳐왔다.
나는 조용히 그의 입술을 받아내었다.
그와 함께이고 싶었다.
이대로 그와 함께라면 이 세상이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늑대의 신부가 되었다.
"고마워, 나의 하나 뿐인 신부가 되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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쨘
오늘은 남준이에요!!!
뭔가 다 분위기가 다르죠?
몰라요
걍 지르고 보는 거죠 헿
다들 암호닉 신청은 하셨나요?
오늘 밤 12시까지 받으니깐 얼른 신청하세요~
그리고 여우신부 4화도 초록글 ㅠㅠㅠ
신부들 너무 고마워요!!!
저는요 그대들이 너무너무 좋아요
꺄아아앙ㅇㄹ하앙ㅇㅇ!!! 싸라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