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빠 왔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아버지가 왠 꼬마아이를 데려오셨다.
정확히 말하면 꼬마는 아니었다.
많아야 19살 정도로 보이는 아가씨라고 해야 옳을까.
아버지는 말씀하였다.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살 아이란다."
"네?"
"잘 대해주렴."
어차피 나는 혼자 있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그런데 이 꼬마아가씨가 점점 내 영역에 침범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눈치 못챌만큼 자근자근하게.
"오빠, 저랑 놀아요."
"저리가라."
"저랑 놀아주세요... 심심해요... 아저씨도 일하러 나가시고..."
"나도 일하는 중이야."
"거짓말..."
"내일까지 대학교 과제해야돼. 나가."
"오빠아~~"
"내 방에서 나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우리집엔 빨래가 쌓이기 일쑤였고
청소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 꼬마가 들어온 이후로 집안이 깨끗해졌다.
많이 이상했다.
"오빠, 일어나셨어요?"
"...."
"밥 해놨어요 빨리 내려오세요."
"아 씨...."
그 꼬마는 어느 순간 내 침대 앞까지 침범했다.
"오빠, 오늘부터 학교에 다니게 되었어요."
"그래"
"숙제 좀 도와주세요!"
거절하지 못하고 비몽사몽 숙제를 도와주는 내가 이상했다.
"오빠, 우리 산책가요."
"귀찮아 그리고 추워."
"우리 산책가요! 건강해져야죠!"
"싫어."
"진짜... 안가요?..."
움직이는 걸 싫어하던 내가
어느새 그 꼬마와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 어색했다.
"오빠, 저 화장했어요."
"응."
"어때요? 괜찮아요?"
"응."
"왜 보지도 않고 말해요."
"...어디 봐봐."
"어때요?"
"이상해. 다음부터 하지마."
누구한테 예뻐보이려고
화장을 한 네가 좀 짜증났다.
"오빠, 저 오늘 고백이란걸 받았어요."
"고백?"
"네."
"누구한테."
"옆반 호석이요."
"그래서."
"'그래서' 라뇨?"
"사귈거야?"
"글쎄요... 아직 생각 중이에요."
나 말고 다른 남자의 이름을 입에 담는 네가 미웠다.
나는 미쳐가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냥 내가 확 데려와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