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남친
(feat.최승철)
정오가 넘는 시간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피곤이 몰려왔다. 갑자기 드라마 상속자들에 꽂히는 바람에, 드라마 정주행으로 새벽을 지새운 탓이다.
역시 여주밖에 모르는 이민호가 짱이지. 아니야, 나쁜 남자가 또 매력있단 말이야. 범생이를 연상하게 하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모니터 앞에서 울고 웃고를 반복했을 즈음, 어디에선가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치약을 묻힌 칫솔을 들고, 퀭 해진 눈으로 방 바닥에 앉아 몇 분동안 멍을 때리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는 핸드폰에게 눈길이 간다.
익숙한 잠금 패턴을 풀고 페이스북을 눌러 평소처럼 친구들의 타임라인을 염탐하고 있는데 웬 광고 하나가 뜨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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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최승철
밍기적거리며 식탁 앞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으면, 음식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요 며칠동안 밥 해먹기 귀찮아서 컵라면만 주구장창 먹었는데, 엄마가 왔나?
가끔 말도 없이 찾아오시긴 하지만, 집에 오면 항상 나부터 깨우고 보는 엄마라, 왠일로 오늘은 안 깨웠지, 하며 식탁을 세팅한 후 따끈따끈한 밥을 한 입 크게 넣으려는데.
" 일어났어? "
.....엄마, 집에 남정네가 있어요, 그것도 엄청 잘생긴.
" 밥통에 밥 없길래 그냥 막 지어봤는데 어때, 괜찮아? 국은 어때? "
" .....네?
아직 밥 안 먹어봤어요…. "
" 웬 존댓말이야- "
" 아, 그리고 여자 집에 왜 컵라면 밖에 없냐. 마음 아프게. "
내 벙찐 표정 사이로 살인적인 미소를 날려주시는 이름 모를 남자에게 심쿵을 당하고 있으면, 식탁 앞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러다 제 얼굴 뚫리겠어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막 우겨 넣고 있으니 피식하고 웃던 남자의 손이 내 입가로 다가온다.
" 맨날 입에 묻히고 먹지. 아직 애라니까. "
3분 남친
BGM - 존박 [네 생각]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만, 아까 눈치보면서 먹은 밥이 화근이였는지 제대로 체해버려서 당장이라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쇼파에 앉아 울렁거리는 속을 잠재우고 있는데, 무릎 위로 하얀 약봉지 하나가 툭 떨어진다.
" 소화제야. "
" 나 때문에 체한 것 같아서 "
그래요. 알면 됐어요. 심통맞은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노려보니 갑자기 와락 안아버리는 남자의 행동에 깜짝놀라 손에 들고 있던 약봉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 그래 이렇게 째려봐야 김여주답지 "
" ....이것 좀 놓고, "
" 하루종일 남처럼 굴고 존댓말쓰길래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줄 알았어 너. "
정말 남자 말대로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려 버린건지, 무슨 체면이라도 걸린건지, 저 남자의 이름도 나이도 나랑 무슨 관계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님 애초부터 남자와의 어떠한 기억도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 나 잊어버리면 안돼. "
꾸벅 꾸벅 졸다가 머리가 거실 바닥에 부딪혔다. 아, 머리야. 양치하려고 칫솔에 치약까지 묻혀 놓고 잠에 들다니, 피곤하긴 헀나보다. 그나저나 무슨 꿈이 이렇게 생생해.
생동감 넘쳤던 꿈에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꿈에서 거의 소설 한 편을 썼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은 12시 33분이였다. 화면 켜짐 속도가 5분인 핸드폰 역시 켜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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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페이스북을 다 찾아봐도 저런 문구를 가진 광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 나 이거 꿈아닌 것 같아.
3분남친 forever.
3분남친 |
원래 3명을 한 편에 넣으려고 했었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한명씩 한 편에 나오려고 해요! 다음 3분남친이 되었으면 하는 멤버 이름 쓰고 가주면 아주 나이스한 독자님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