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X연습생 배틀썸
Chapter 1
틱틱거리긴 엄청 틱틱거리는데 잘해줄 땐 한없이 잘해주는 사람이라, 알다가도 모르겠어. 데뷔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연습에만 매진했었을 때, 빈 연습실 구석에 홀로 앉아 허기진 배를 움켜지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을 때, 데뷔가 엎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많아서 종이 한창에 적기엔 벅차지만 한순간도 권순영이 곁에 없던 적은 없었다는 거.
우리 사이가 '썸'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 게 언제쯤이었는지는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어도 그때 느꼈던 감정은 절대 잊을 수 없어.
미간 사이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을 때, 연습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친구가 오늘 권순영 아파서 연습 안 나온 거 아냐는 물음에
권순영이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었고, 말해줘야 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었으니 당연히 모른다고 답했었지. 경악을 하는 친구의 행동과 태도에 의아함이 들기 시작했어.
권순영=나?
친구 머리 속엔 이미 이 공식이 머리 속에 쾅 하고 박혀있어서 그거 잘못 된 공식이라고 부정해봐도 이미 돌이킬 수 없었어.
" 난 너네가 맨날 싸워도 사랑싸움인 줄 알았지 "
사랑? 그 자식이랑 내가?
Chapter 2
입술은 하얘져서 식은 땀 뻘뻘흘리고 있으니까 좀 아파보이네. 이 더운 날에 감기가 걸리다니, 운도 지지리도 없지. 찜통 더위에 이불을 덮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니 비를 쫄딱 맞은 햄스터 같아 보여서 피식 웃음이 흘러 나와.
" 친구가 아픈데 웃음이 나와? "
친구가 아픈데 웃음이 나오냐는 햄스터의 말에 어, 웃긴데? 라고 받아치자 눈썹을 꿈틀거려 보이더니 평소와 다르게 아무 말 없이 가쁜 숨만 내 뱉어. 어떡해. 진짜 아픈가봐.
아, 잠깐. 나 권순영보고 햄스터라고 했어? 내가 미쳤지, 돌았지.
Chapter 3
거의 죽다 살아나더니 비를 쫄딱 맞은 햄스터에서 날다람쥐가 되셨어 아주. 왜 하필 작사해야 하는 시간 대에 권순영이랑 연습실 시간이 겹친건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연습실 바닥에 털썩 앉으니, 과격하게 춤 연습을 하는 권순영의 뒷 모습이 보여. 이어폰을 귀에 꽂고 가사를 끄적이고 있는데 집중이 하나도 안돼.
몇 시간동안 썼던 가사를 다 찢어버리고 신경질 적으로 이어폰을 빼니, 우당탕 소리를 내며 연습을 하고 있는 권순영에게 괜히 짜증이 나. 물론 만족스러운 가사가 나오지 않은게 권순영 탓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불똥이 이상한 곳으로 튀어.
" 나 일부러 노래도 안 틀고 연습 하고 있는건데 "
그럼 어쩌라고, 너가 방해되는데. 날이 선 말투로 툭툭 내뱉은 말들이 전부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하는 내 이기적인 태도가 역겨워서 속이 울렁거려.
Chapter 4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을 썸이라고 부르는데, 너무 광범위한 단어라서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어. 미묘한 감정은 맞는데 이게 썸은 아니니까, 만나면 싸우거나 엄청 잘 맞거나. 둘 중 하나인 감정기복 심한 우리 사이가 썸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야 맞는건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내가 모르는 우리 관계를 남들은 어떻게 그리 잘 알고 있는지.
" 너네 둘이 썸타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었냐 "
틀어진 권순영과의 사이를 돌려놓기 위해, 부승관에게 도움을 요쳥했는데, 도움은 무슨. 썸이라 단정지어 버리는 게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거야.
" 썸 아닌 거 확인해보고 싶으면 물어보면 되지. "
" 뭘. "
" 뭐긴, 당당하게 걸어가서 딱 말해. 우리 사이 뭐야? "
" 미친놈 "
" 이렇게 말한 다음에 권순영이 당황하면, 그건 백퍼 썸. "
Chapter 5
" 뭐라는거야 얜. "
그럼 그렇지. 생뚱맞은 나의 물음에 정색을 해보이는 권순영이였어. 사람 무안하게시리. 무슨 썸이야 썸은, 그냥 개같은 친구사이지.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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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자주 올 거에요, 열허분. 저번 3분남친 글에서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분들이 계셨어요ㅠㅠ 보름이 넘게 시간이 지나버렸고, 이번 글이랑은 주제가 달라서 3분남친 암호닉은 받지 않으려고 해요ㅠㅠ 벌써 새벽이네여. 굿바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