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Boy!
: 평생 반가워요. 당신은
27-1 (完)
나는 결혼식 전 날 까지도 그와 부부가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덕분에 잠자리에서까지 그와의 갖은 추억들에 잠겨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그러자 내 옆에서 나를 끌어안은 엄마가 피부 생각도 좀 하라며, 나를 재우려 들었다. 나는 그런 엄마의 허리께에 내 두 팔을 둘렀다.
"엄마."
"왜?"
"...엄마"
"왜 자꾸 - 기분 이상해?"
엄마는 자꾸만 '엄마'를 불러오는 내가 이상했는지 살풋 웃으며, 물었다. 기분 이상해? 나는 엄마의 품을 파고들며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엄마는 내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알 수 없는 감정에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품에서 마지막으로 울어본 게 언제였더라. 엄마는 품에서 나를 밀어내고는 내 눈가를 닦아주었다. 울지마 - 하며. 하지만 내 눈가를 어루만져주는 엄마의 손에 주름들이 느껴져, 다시 한 번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연신 내 눈물을 닦아내렸다. 나는 애써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아냈다. 엄마의 두 손은 여전히 내 얼굴에 머물렀다. 나는 엄마의 두 손을 잡고 물었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그러자 엄마는 내 손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답했다.
"못해도 괜찮아."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왜 못해도 괜찮아?'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아직 이런 것도 모르는 데 시집을 보내도 되겠냐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은 게, 결혼이야.
잘하고 싶어서 평생을 약속하는 게 아니잖아.
사랑해서 내일을 약속하는 거지.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그 순간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엄마의 얼굴은, 지금껏 봐온 모든 것들을 통틀어 - 가장 아름다웠다.
나는 그 날 밤 엄마의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을 모른 척 했다. 무어라 말을 건네야 할 지 모르겠어서. 엄마의 눈물이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아니였다. 나는.
사실, 그런 나이는 영원히 오지 않겠지만.
*
결혼식 당일이었다. 결혼식은 정국이와 나의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한, 최대한 간소한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결혼식장은 근처의 야외식장으로 잡은 상태였고, 그와 나는 드레스와 턱시도 대신 원피스와 정장을 입기로 했다. 나는 본식 때 입을 흰 색의 원피스를 꺼냈다. 엄마는 나와 함께 만든 부케와 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가 내게 청혼 할 때 건네주었던 꽃과 같은 꽃을 구입해서 만든 것이었다. 메이크업과 헤어는 그 쪽 일을 하고 있는 친한 친구에게 부탁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를 할 때까지만 해도, 전 날 그 감정 그대로 여전히 믿기지 않았는데.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원피스를 입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처음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봤을 때와 다른 떨림이었다.
결혼식 사회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박지민이라고 나도 그를 통해 몇 번 들어봤던 이름이었다. 사회자는 결혼식을 알리며 준비해온 멘트를 읽었는데, 이따금씩 튀어 나오는 사투리를 어색한 서울말로 덮었다.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얕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 역시 그의 친구 덕분에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한껏 유해진 분위기였다. 사회자는 준비한 멘트를 끝내고,제 목을 큼큼 - 하고 두어 번 다듬었다.
잠시 뒤, '신랑 입장!' 이라는 우렁찬 외침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박수가 시작됐다. 야외 식장 바로 뒤에 준비된 신부공간에서 걸음을 떼기 직전의,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카펫 위로 첫 걸음을 내딛었다.
나는 그 순간 기도했다.
그의 아버지에게.
감사합니다.
당신의 사랑에 비하면 부족하고 또 부족하겠지만.
그 사랑을 닮아갈게요.
*
로딩이 느리시다는 분들이 많아서, 최종화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